김장김치(20240529)
도시락으로 포장용 검은 쌀 시루떡 한 개와 절편이다.
마당에 있는 심은 상추와 쌈장만 가져가도 한 끼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데 귀찮아서다. 굳이 점심때가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먹을 수 있어 점심으로 준비했다.
밥이나 떡, 빵은 탄수화물의 대명사다. 몸의 평수를 늘리는데 앞장서는 것들이다. 다이어트를 위해 요즘에는 밥 대신 과일과 채소 같은 건강식으로 대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인구 감소로, 음식문화의 변화로 쌀 소비량이 많이 줄었다. 음식문화가 바뀌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 주식은 밥이다. ‘밥’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김치다. 김치는 유네스코 무형유산에 등재되기까지 했다.
반찬의 수에 따라 정해지는 3첩, 5첩, 7첩 등의 반상 차림에 김치는 포함되지 않는다. 밥처럼 기본 반찬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예로부터 김치는 우리와 불가분의 관계다. 오죽하면 김치라는 이름을 붙인 ‘김치냉장고’가 별도로 출시되기까지 했을까.
김치냉장고를 열었다. 김치통이 8개 들어가는 냉장고다. 한 칸에는 김치와 저장용을 담은 통이 있고 다른 칸에는 김치가 비닐에 들어있다. 비닐도 김치냉장고처럼 김장비닐이라고 따로 나와 있다. 김치통에 담으면 많은 양의 김치를 넣을 수 없어 비닐에 차곡차곡 넣었다. 매번 그만큼의 양을 김장했다. 김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김치를 담근 지 반년이 지났다. 김치는 절반보다 조금 더 남았다. 남은 반년 동안 남은 김치를 다 먹을 수 있느냐 하면 아니다. 멀리까지는 아니라도 지난 한 주를, 아니 한 달을 돌아봐도 김치에 젓가락 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김치 없으면 밥 못 먹는다는 말은 옛말이 되어버렸다.
맏며느리라 6남매가 모이는 날이 몇 번 있고, 명절에 재종들이 모이니 먹는 것이 만만찮다. 그럴 때, 김치가 제 몫을 톡톡히 했다. 음식을 해도 남아야지 부족하면 안 된다. 이런 나를 어머님은 손이 크고 헤프다고 하셨다.
지금은 작은 아이가 객지로 나가 사느라 세 식구뿐이다. 코로나 이후 문화가 바뀌어 명절이 되어도 재종들이 한자리에 모이지 않고 사촌들까지만 모인다. 바쁘다고 밖에서 먹는 일이 잦다. 그러니 김치의 소비가 줄어들지 않을 수 없다.
저 많은 김치를 어떡할 것인가. 돼지고기를 넣고, 고등어 통조림을 넣고 보글보글 김치찌개를 하더라도 식구가 한자리에 모이지 않으니 푹푹 줄어들지는 않는다.
김장을 몇 포기 했는지 모르겠다. 이웃에서 주는 대로 담았는데 크고 작은 것을 포함해 서른 포기는 더 될 듯싶다. 김장하지 않고 주문해 먹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나는 아직 그 대열에 낄 수는 없지만 줄여야겠다는 생각은 분명하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말이 변하지 않는 진리라고 하듯 김장 문화도 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