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으로 향했다. 점심으로 군산 맛집을 찾아서 소고기 뭇국을 전문으로 하는 한일옥이란 곳을 갔다. 맑은 소고기 뭇국이다. 나름 맛이 있었다. 일행들과 함께 왁자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점심을 먹고 나오니 뜻밖에 맞은편에 초원사진관이 있다. 그렇다. 팔월의 크리스마스의 주무대가 된 그 초원사진관이다. 이미 군산에서는 영화 한 편이 주는 효과를 충분히 경험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한일옥은 초원사진관을 방문해야 하는 군산 여행객들에게 따뜻한 소고기 뭇국으로 오히려 초원사진관 보다 더 실리를 취하고 있는 모양이다.
군산을 오면 꼭 들려야 되는 명소 초원사진관이고 보니 한가롭게 둘러보고 출출하면 소고기 뭇국을 먹는다. 한일옥은 우리 일행 28명이 겹쳐져서 오전 11시 인데도 식사하는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군산시 인구는 25만 명 정도이고 대략 경주시의 인구수와 비슷하다. 대체적으로 우리나라 작은 시의 인구는 거기서 거기 정도로 형성이 되는 것 같다. 대도시로의 이전으로 소도시의 인구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나는 이런 소도시가 아름답고 편안해 보인다. 군데군데 촌스럽게 꾸며진 꽃거리나 도시의 환경에 더욱 정감도 가고 말이다.
저기 오는 단체 여행객들의 손에 똑같은 봉투가 들려져 있다. 자세히 보니 이성당 빵 봉투였다. 전국 3대 빵집에 올라 있다니 맛이 궁금해서 이성당의 시그니처 야채빵과 단팥빵을 먹어 보았다. 별 맛이 있지는 않았지만 3대 빵집의 시그니처 빵이라는 양념이 첨가되어 공연히 맛있게 느껴졌다. 먹으면서도 사람 입맛 참 우습다 싶다. 여기도 그중에 유명한 빵집도 있고 맛집도 있고 추억의 거리도 조성이 되어 있다. 철길마을을 못 가본 것이 아쉽지만 그 덕분에 다시 군산을 방문해야 할 이유가 또 있게 되었다. 이 도시가 주는 레트로 감성이 좋다.
삼례마을도 여기서 머잖은 곳에 있다. 지방자치제가 되고 나서 각 고장이 가지고 있는 옛 거리들을 관광객들이 다시 올 수 있게 꾸민 곳이 많다. 앞다투어 조성하다 보니 비슷한 거리가 중복되는 것이 안타깝긴 하지만 그것도 도시의 궁여지책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상상력 부재일 수도 있다. 타도시가 잘 된다는 소식에 금세 따라 하는 이 부작용은 상상력 부족이라 본다. 어쩌면 검증된 것만 시행하려는 공무원들의 무사안일 단순한 발상 때문일 수도 있고, 무식의 발로일 수도 있다. 도시가 가진 고유한 옛 거리를 그대로 살려도 많은 것들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해본다. 어쨌든 군산시가 가진 여유, 여기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