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꽃」 구례 산수유마을에서 광양
매화골까지(1)
남원과 구례를 지나 섬진강을 끼고 남쪽으로 이어지는 19번 국도는 한 해에도 몇 번씩 오가는 길이다. 지리산
남쪽의 어느 골짜기나 구례와 하동 땅의 어느 마을을 찾아갈 때는 물론이거니와 남해·순천·여수·광양 등지에 볼일이 있을 적에도 고속도로를 마다하고
굳이 이 길을 이용한다. 그러다 보면 한 달에 두세 차례나 이 길을 오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물론 고속도로를 타는 것이 길에
뿌리는 시간도 절약하고 길 찾기도 훨씬 더 수월하다. 하지만 섬진강과 나란히 달리는 이 아름다운 길에서는 길 떠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과
자유, 그리고 다채로운 여정을 만끽할 수 있다. 그러기에 얼마쯤의 시간과 불편은 기꺼이 감내할 만하다.
이 길은 사시사철 어느
때라도 아름답고 만족스럽지만, 역시 산수유꽃·벚꽃·매화꽃이 앞다투어 피어나는 이른봄의 풍경이 으뜸이다. 그래서 섬진강을 몹시도 사랑하는 어느
문학도는 이렇게 말한다. "봄 마중을 가려거든 섬진강으로 가야 한다. 동백꽃이 통째로 고개를 떨구는 봄의 문턱에서 산수유와 매화가 만발한 모습을
봐야 동장군에 시달린 마음이 절로 녹아든다......
지리산 자락의 산수유마을
춘향골 남원에서 고속도로 같은
19번 국도를 타고 밤재터널을 지나면 바로 구례 땅이다. 때마침 3윌 중순에서 4월 초순 사이의 이른봄이라면, 터널을 나서자마자 맨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샛노란 산수유꽃이다. 길가와 집 주변은 말할 것도 없고 산기슭과 골짜기, 논둑과 밭두렁 등 눈길 닿는 곳마다 온통 샛노란 꽃구름이
내려앉은 듯하다. 지리산의 산머리에는 겨우내 쌓인 눈이 아직도 희끗희끗한데, 그 산자락에 등을 기댄 마을들은 눈부시게 화사한 꽃세상을 이루었다.
여느 꽃도 마찬가지겠지만, 산수유꽃은 무리지어 피어날 때 그 아름다움이 두드러져 보인다. 산 수유꽃은 꽃잎이 2mm 가량으로 아주
작기 때문에 낱낱의 꽃송이는 딱히 아름답다거나 화려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수십 수백 그루씩 무리 지은 산수유나무가 한꺼번에 노란
꽃부리를 활짝 펼치면 벚꽃에 뒤지지 않을 만큼 화사하고 아름답다. 산수유나무는 꽃망울을 터트릴 무렵뿐 아니라 추수가 끝난 뒤의 늦가을에도 보기
좋다. 잎을 떨군 나뭇가지마다 진주홍빛 산호를 깎아놓은 듯한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기 때문이다.
구례 지방은 예로부터
'산수유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져 왔다. 오늘날에도 국내 산수유(열매) 생산량의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구례군 생산량의 85%는 산동면에서
난 것이라고 한다. 면적 100여㎢의 작은 면에서 생산되는 산수유의 양이 우리 나라 전체 생산량의 절반가량 되는 셈이다.
산수유가
이 지방의 특산물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200여 년 전부터라고 한다. 지리산의 험준한 산자락에 겹겹이 에워싸여 있어 논이 적고 밭도 척박했기에
산수유나무를 생계 수단으로 삼은 것이다. 다행히도 산수유나무는 해발 200∼500m의 분지나 산비탈의 물매가 싸고 일교차가 심한 곳에서 더 잘
자란다고 한다. 게다가 땅에 물기가 많고 볕이 잘 들며 바람막이가 잘 되는 곳이면 더할 나위 없다. 이러한 자연 조건을 두루 갖춘 산동면의
계천리, 대평리, 위안리 등지에는 산수유 고목이 숲처럼 우거져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만복대(1,433m)의 서남쪽 기슭에 자리잡은 위안리
상위마을은 가장 대표적인 산수유마을로 손꼽힌다.
고로쇠약수로도 유명한 이 마을은 숫제 산수유나무에 파묻혀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에 띄는 건 몇 백 년씩 묵은 산수유나무들뿐이고, 여느 시골에서 흔한 감나무나 대추나무 따위는 오히려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마을
뒤편에는 눈 덮인 지리산 연봉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고 마을 오른편에는 작은 골짜기가 흘러내리고 있어 자연 경관이 매우 아름답다. 그러나 마을
아래쪽에 대규모 온천관광단지가 조성된 뒤로는 자연미와 한적한 분위기가 예전만 못하다.
도회지처럼 어수선한 관광단지를 도망치듯
빠져나오면 다시 서시천을 따라 남쪽으로 내달리는 국도로 접어든다. 최근 완공된 4차선의 국도가 시원스럽기 그지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광의면
일대의 넓고 풍요로운 들녘과 지리산의 웅장한 자태를 흘긋 쳐다볼 찜조차 낼 수 없음이 아쉽기만 하다. 속도와 편리함은 얻었지만 마음의 여유는
잃어버린 셈이다.
전남 구례군 산동면 산수유마을은 산수유로 인해 전국에 알려진 곳이다. 지리산 만복대아래 자리한 위안리, 그
중에서도 상위마을이 산수유가 가장 많은 곳으로 꼽히는데, 산수유는 2월 중순부터 하나 둘 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해 4월 중순까지 피어 마을 전체를
노란 꽃구름으로 뒤덮는다. 10월 하순부터 11월에 맺는 열매는 그 모습이 터질 듯 빨갛다.
「산수유계곡」 개울가에 늘어진
가지마다 바위틈에서 힘겹게 자라고 있는 나무마다 노란 꽃이 피는데, 산수유 군락지는 물 좋기로 소문난 지리산온천랜드에서 부터 위안리 끝자락에
있는 상위마을까지 이어진다. 고로쇠 약수로도 유명한 상위마을 마을 회관 앞에 차를 세우고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서 꽃구경을 하면 되는데,
꽃가지를 꺾거나 손상하는 행위는 금물이다.
산수유나무는 상위마을 입구에 걸려있는 작은 다리 위로 난 계곡과 뒷산 언덕배기에
집중돼 있다. 반짝거리는 물빛을 배경으로 바람에 흔들리는 노란 꽃이 계곡과 어울려 매우 아름답다. 계곡 양옆으로 가지를 길게 늘인 산수유나무는
마을길 사이에 있는 S자형 돌담길에서 더욱 아름다운 빛을 발하는데, 이곳은 모르는 이들이 많아 아직까진 한적하다.
「돌담길」 굽이굽이 돌담길을 나와 육각정이 있는 마을 입구까지 내려왔다 다시 왼쪽 언덕배기로 접어들면 바다처럼 너른
산수유꽃밭이 펼쳐진다. 물방울 튀기듯 꽃술을 틔워내 상큼한 느낌이 드는 산수유꽃은 이곳에서 환상적인 터널을 이룬다. 특히 큰 바위들과 어우러져
독특한 풍광을 연출하는 이곳의 산수유나무들은 모두 50~60년 된 고목들이라 눈에 띈다.
이곳의 그런 산수유나무에는
애처로운 사연 하나가 전해 오고 있다. 여순 반란사건 때 이곳의 백부전이라는 19살 처녀가 토벌대에 끌려가며 불렀다는 '산동애가'는 지금도
이곳사람들에 의해 구전되고 있는데, 그 가락이 매우 구슬퍼 눈시울이 젖는다. "잘 있거라 산동아 너를 두고 나는 간다. 열아홉 꽃봉오리
피어보지도 못한 채/까마귀 우는 곳을 멍든 다리 절며/ 다리머리 들어오는 원한의 넋이 되어/노고단 골짜기에 이름 없이 스러졌네…
찾아 가는 길
< 자가운전 > 서울에서 자가용을 이용해 산수유마을을 찾아갈 때는 호남고속도로
전주IC에서 빠져 남원으로 향하는 17번 국도를 탄 뒤, 임실을 거쳐 남원시 직전에 있는 춘향터널을 지나자마자 19번 국도로 갈아탄 다음,
밤재터널을 지난 뒤, 산동면에서 지리산온천랜드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해 2km쯤 가면 된다. 온천부터 가장 윗마을인 상위마을까지 차가 들어가는데,
시간이 넉넉하다면 온천지구에 차를 대놓고 1km쯤 되는 길을 꽃구경을 하며 천천히 걸어도 좋다. 서울에서 구례까지는 5시간 정도가 걸리며,
산수유마을(지리산온천랜드)은 이정표가 수시로 있어 찾기 편리하다.
< 대중교통 > 산수유마을을 가고자 할 때는
구례까지 가는 게 우선이다. 구례는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하루 4차례 왕복하는 구례행 직행버스(4시간 소요)를 타도 되고, 하루 15회 출발하는
구례구역행 기차를 타도 된다. 산수유마을이라 불리는 상위마을까지는 구례공용터미널(061-782-3941)에서 30분 간격으로 버스가 다닌다.
지리산온천단지에 차를 세우고 상위마을까지 걸어서 가는 것도 좋은데, 상위마을까지는 걸어서 40여 분이 걸린다. 구례터미널에서 상위마을까지는
30여 분 소요.
숙박시설 산수유마을에서는 지리산온천호텔(061-783-1414), 송원리조트(061-780-8000),
지리산각(061-783-3600), 영빈각(061-783- 2888~9), 알프스장(061-783-2566) 등 지리산 온천지구 내에 있는
호텔이나 모텔, 정든상회민박 (061-783-1309), 상위민박(061-783-3566), 주택공원민박(061-783-0101) 등 상위마을에
있는 민박을 이용하는 게 편리하다. 이밖에 구례읍내에 있는 그린파크(061-782-7998)나 동경장(061-781-0300),
예일각(061-782-5255), 화엄사 시설단지 내에 있는 지리산 프라자호텔(061-782-2171), 지리산파크(061-782-9881),
지리산프린스(061-782-0740), 화엄각(061-782-9911) 등을 이용해도 된다.
음식점 섬진강 주변 구례에서는
산채정식(8,000원)이 별미다. 소문난 맛집으로는 화엄사 주변에 있는 그옛날 산채식당(061-782-4439.산채정식), 백화회관
(061-782-4033.산채정식), 지리산온천 주변에 있는 용두산회관(061-783-6931.순두부) 등이 있다.
주변 볼거리
고소산성, 평사리, 쌍계사, 악양루, 칠불사, 연곡사, 피아골, 운조루, 매화마을, 칠의사묘, 하동송림, 지리산온천, 화엄사, 천은사,
백운산, 도림사, 불일폭포, 국사암, 광한루, 지리산 등
산수유꽃이 피는 3월 중순~4월 초순이나 열매가 맺는 10월경 찾으면
노란 산수유꽃밭과 빨간 산수유의 제멋을 만끽할 수 있다.
제일가람 화엄사와 천하명당 운조루
명산이자
영산인 지리산은 하도 넓고 높고 커서 그 안에 깃들인 생령(生靈)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또한 일찍이 삼국시대부터 여러 대찰과 암자들이 이
기슭에서 명멸과 성쇠를 거듭해왔다. 그 가운데에서도 노고단 남쪽 기슭에 자리한 화엄사는 예나 지금이나 지리산 제일의 대가람으로 유명하다.
화엄사는 신라 경덕왕 13년(754)에 연기조사가 창건했다고 한다. 이후로도 중수를 거듭하며 번창했으나 임진왜란 때 모두
불타버렸다. 그러다가 1630년에 벽암대사가 크게 중수한 뒤에 선종 대가람으로 인정받았고, 숙종 때에는 선교양종 대가람으로 승격되었다.
현재 화엄사에서 볼 수 있는 건물들은 대부분 17세기경에 세워진 것이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위풍당당한 각황전(국보
제67호)이다. 본래 장륙전이라 불렸던 이 건물은 지리산 의 굳센 지맥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세워졌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지리산의 웅장한 산세처럼
크고 당당하다. 또한 겉에서 보면 2층 건물인데도 내부는 하나의 공간으로 툭 터져 있어 활달한 느낌을 준다.
각황전 앞에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석등(국보 제12호) 하나가 서 있다. 높이 6.36m의 이 거대한 석등은 원형이 거의 온전한 데다 생김새도 매우
시원시원하다. 전체적인 균형도 잘 잡혀 있다.
IMG
src='./board/table/Writertravel/upload/s6148.jpg' border=0 align='left'
vspace='3' hspace='8'>각황전 뒤쪽의 울창한 동백숲 사이로 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사사자삼층석탑(국보 제35호)이 자리한
효대에 이른다. 예로부터 명당으로 소문난 곳이라 50, 60년 전까지만 해도 자손의 발복(發福)을 위해 조상의 시신을 몰래 묻고 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이곳의 사사자삼층석탑은 네모진 기단 위에 올라앉은 사자 네 마리가 3층의 탑신을 떠받치고 있는 형태의
석탑으로 불국사 다보탑과 함께 우리나라 이형(異形)석탑의 걸작으로 꼽힌다. 대체로 이형 석탑은 균형미와 조화미를 함께 구현하기가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탑은 그 두 가지를 거의 완벽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층석탑을 마주보는 석등의 형태도 매우 독창적이다.
화사석을 지탱하는 세 개의 간석(받침돌) 안에 한쪽 무릎을 꿇고 차를 공양하는 인물상이 배치되어 있다. 전설에 따르면, 석등의 인 물은 화엄사를
창건한 연기조사이고, 석탑의 스님상은 그의 어머니라고 한다.
그 밖에도 화엄사에는 통일신라 때의 동오층석탑(보물 제132호)과
서오층석탑(보물 제133호)·조선 중기에 건립된 대웅전(보물 제299호), 정확한 용도를 알 수 없는 사자탑(보물 제300호) 등이 있다.
국보급 문화재의 명성에 가려 별로 이목을 끌진 못해도 당대를 대표하는 아름다움과 개성을 보여주는 유물들이다.
화엄사에서 되돌아나와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토지면 오미리를 지난다. 이 마을부터 구산리 구만마을까지의 섬진강가에는 조선 팔도에서 가장 비옥하고 살기 좋다는
'구만들' 이 펼쳐져 있다. 일찍이 실학자 이중환도 『택리지』에서 '구만촌은 강가에 위치하여 강산과 토지에서 많은 수확을 거두고, 거룻배를 통해
생선과 소금을 쉽게 얻을 수 있어 정말 살기 좋은 곳' 이라 했을 만큼 풍요로운 들녘이다.
구만들이 시작되는 곳에 위치한 오미리는
풍수 지리상으로 금환락지(金環落地), 즉 여인이 성행위를 하기에 앞서 금가락지를 풀어놓은 형국의 명혈(名穴이라고 한다. 성행위는 생산을
의미하므로 금환락지는 곧 산물이 풍부하고 부귀영화가 샘물처럼 솟아나는 땅이다. 이 금환락지의 대표적인 양택(陽宅)이 바로 운조루(중요민속 자료
제8호)이다.
호남의 손꼽히는 반가(班家) 가운데 하나인 운조루는 조선 영조 52년(1776)에 낙안군수 유이주가 지었다.
운조루를 짓기 전부터도 이곳에 터를 잡으면 대대손손 부귀영화를 누릴 것이라 믿는 이들이 몰려들었고, 그 뒤로도 세상이 어지러울 적마다 난세를
피해 찾아드는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운조루는 본래 99칸 규모의 대저택이었으나 지금은 60여 칸으로 줄어들었다. 더군다나 가세도
예전 같지 않은 듯하다. 근래에 운조루의 집주인이 집 구경을 원하는 이들에게 입장료를 징수 하기 시작했는데, 이에 대해 동네 집안 어른이 "돈
받지 말라고 그렇게 말려도 도대체 말을 들어먹지 않는다"며 분개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얼마간의 입장료라도 받아야 집을 관리할 수 있다"는
집주인과 "안 받던 돈을 받으면 인심 사납다는 말을 듣게 된다"는 그 어른은 서로를 '상종 못할 사람'으로 치부했다. 반목하는 두 사람을 보면서
'아무리 명당에 들어앉은 집안이라도 가세가 영원토록 융성할 수는 없다'는 걸 새삼 절감했다.
아무려나, 운조루가 예전에 비해
퇴락하긴 했지만 호남 양반 집의 독특한 건축구조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나는 길에 한번쯤 둘러봄
직하다.
---------------------------------------------- 간의 손길로 빚은 천국의
정원 외도
거제 해금강이 자연의 선물이라면 외도(外島)는 인간의 정성이다. 자연에 고이 순응하면서 오랜 시간 빚어낸
아름다운 유럽식 개인정원이다. 과거 연료가 없어 동백나무를 땔감으로 쓸 정도로 척박한 섬이었으나, 1969년 우연히 바다낚시를 하러 들렀던
이창호(68)씨가 이를 구입하면서 새로운 모습을 탈바꿈했다. 이씨는 이곳에 30여년동안 1,000여종의 희귀식물을 심으며 가꾸어왔다.
오전 7시 어슴프레 먹구름이 깔린 구조라항에서 외도로 가는 유람선이 떠난다. 배가 떠나자마자 부슬부슬 내리던 비는 곧 장대비로 변한다.
귀가 째져라 뱃고동소리를 흉내내는 선장의 넉살 속에 갖가지 전설이 깃든 해금강 바위들이 흘러간다.
촛대바위, 신부바위, 십자동굴…
듬직한 두 바위 사이에 움푹 틈이 팬 ‘십자동굴’은 운이 좋아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비는 오지만 풍랑이 거세지 않아 손 뻗으면 잡힐 듯
가까운 거리에서 기암괴석을 감상한다.
외도에 도착하기 전 ‘관람순서’ 에 대한 선장의 일장연설이 이어진다. 상륙시간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우선 전망대까지 올라가라고 권한다. 유람선 선장의 입담대로라면 외도 정문에서 전망대까지 “기운좋은 앞집 총각은 9분, 옆집
영이엄마는 15분, 쉬엄쉬엄 숨돌리고 가야 하는 뒷집 할머니는 28분” 정도가 걸린단다.
길 양쪽에 도열한 야자수가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푸르름을 자랑한다. ‘유럽식’이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 바로 비너스가든이다. 한풀 씻겨 한결 우아한 백색을
자랑하는 12개 다양한 비너스 석고상이 짙푸른 녹음과 고고하게 어우러진다. 빗발에 흰색 조각상은 우유빛으로, 훨씬 로맨틱한 자태를
뿜어낸다. 풀과 나무가 곳곳에 아기자기하게 장식된 정원에 비해 전망대 주변은 왠지 허전하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해금강의
비경은 ‘날씨가 조금만 더 좋았으면…’ 하는 아쉬움과 탄성을 동시에 자아낸다. 역시 인간의 노고는 자연의 손길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관광객 중에는 연인들이 유독 많다. KBS ‘겨울연가’ 마지막 장면의 촬영지라는 타이틀이 젊은이들을 끌어들인 탓이다. 러브스토리의
여운을 조금이라도 묻히고 싶어서인지 팻말이 붙은 곳에서는 어김없이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긴다.
거닐다 보면 어느새 배가 떠날
시간. ‘천국의 계단’ 으로 내려간다. 잘 짜여진 편백나무가 빽빽한 방풍림을 이룬 곳이다. 소실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득하다. “비가 와서
고생은 했지만, 참 좋다, 그지?” “맑은 날 한번 더 오자.” 우산과 비옷 틈새로 연인들의 속삭임이 들려온다.
------------------------------------------------------- 선홍빛
동백물결, 거제 지심도
지심도(只心島). 경남 거제도의 동쪽바다 5km가량 떨어진 외딴섬. 요즘 쪽빛 바다에서 불어오는 훈풍,
하늘아래의 따스한 햇살을 받아 동백꽃이 선홍빛을 맘껏 발하고 있다.
남북 2km, 좌우 최대 500m의 길쭉한 모양에 가장 높은
곳이 불과 해발 97m. 이 작은 섬은 거제시민들 사이에 동백섬이란 자부심이 크다. 동백꽃하면 으레 여수 오동도, 부산 동백섬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 섬의 동백나무들은 수령이 더 오래되고 밀집해 동백꽃 여행은 지심도를 찾지 않고서는 논할 수 없다고 여행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장승포항에서 뱃길로 20분. 찾는 이가 많지 않아 36인승의 도선이 운행된다. 선착장에서 S자로 이어진 길을 따라 10여분가량
오르면 현지 주민의 가옥이 나타난다. 이 섬에 터를 잡은 12가구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김덕순씨(73)의 집이다. 한쪽엔 라면과 음료수 등
기본적인 물품만 진열해 놓은 가게, 기둥과 동백나무를 연결한 빨래줄 등이 이 외땀섬에서도 삶의 숨결마저 느끼게 한다.
좁은
콘크리트 포장도로가 집들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다 곧 흙길의 오솔길로 변한다. 집 앞마당, 그리고 담너머에 동백나무를 쉽게 볼 수 있고 아예
동백나무로 담을 쌓은 집도 있다. 담너머로 고개를 내밀면 안마당에 붉은 꽃들이 여기저기 흩어졌고 따스한 봄볕을 받으며 깊은 잠에 빠진 강아지가
무척이나 평화롭게 보인다.
선착장에서 걸어 30분정도 오르면 산정상에 넓고 편편한 헬기장이 들어섰다. 바로 옆의 국방부
해상시험연구소를 위해 세워진 비포장 헬기장. 이곳은 섬 좌우로 가장 좁은 병목지대로 좌우로 탁트인 시야를 보장한다. 오를 때는 동백나무와 대나무
등이 숲을 이뤄 안온한 느낌을 주지만 정상에선 바다에서 불어오는 상쾌한 봄공기가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강원도 산세못지 않은 산줄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고 반대편으론 소형어선과 원양어선들이 수평선 아스라한 푸른 바다위에 점점이 떠있다.
대부분의 여행객은
여기서 발을 돌리지만 지심도 동백꽃 감상의 백미는 헬기장을 가로 질러 만나는 오솔길부터 시작된다. 섬 북쪽 해안을 따라 도는 약 1.5km
코스. 수령 100 이상이 된 동백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뻗어 있고 그 둘레는 어른이 팔을 벌려도 닿지 않는 아름드리 나무가 곧곧에 버티고 있다.
여수 오동도, 부산 동백섬에선 보기 힘든 굵직굵직한 나무들이다. 때론 옆으로 길게 뻗은 가지들이 틈을 비집고 자라 해풍이 지나면 ‘쉬익~’하는
바람소리가 긴 여운을 남긴다. 붉은 꽃망울은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물감보다 진한 붉은 색을 띤다. 동백나무 사이로 매화꽃이 이제 막 흰꽃을
화사게 피어올렸고 풍란을 비롯 대나무, 후박나무, 소나무 등 섬내 37종의 식물을 감상할 수 있다.
------------------------------------------------- 쪽빛 물결에 향내 실어 하얀
등대로 봄 비추네
남녘으로부터 뭍으로 기어드는 봄은 두 갈래인데, 하나는 남해 바다에서 훈풍을 타고 하동포구를 거쳐
섬진강으로 드는 봄이고 다른 하나는 통영 앞바다 외딴섬들에 들러 동백꽃을 피우고 내친 김에 통영항 유람선들의 겨울잠을 깨우는 손길이다.
`동양의 나폴리 통영은 그래서 이 무렵 바닷물이 한층 푸르고 윤기가 난다. 항구에 나가보면 갈매기들의 날개짓에 힘이 실리고 뱃고동
소리에도 북소리 같은 박자가 실려있다. 통영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구간인 한려수도(한산도-삼천포-남해-여수 오동도)의 기점에 있기도 해서
이 무렵 통영에 봄이 드는 모습은 아름다운 수채화에 마지막 채색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통영은 또 앞바다 곳곳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유적지가
널려있는 `한려해상국립공원 이기도 하다.
통영으로의 봄나들이는 나폴리보다 실제로는 훨씬 더 아름다운 통영항을 둘러보는 것으로
열어야 한다. 통영항 전경을 잘 볼 수 있는 곳은 남망산공원이다. 남망산은 정상이 해발72m에 불과한 작은 동산이지만 예로부터 통영사람드르이
지극히 아끼고 사랑했던 산이다. 남망산공원에 오르면 산 중턱에 통영시민문화회관이 아담한 모습을 드러낸다. 숲길 끝에서 산허리를 휘감고 도는
일주산책로와 만나는데 나뭇가지 사이로 통영항과 남쪽 바다가 다 보인다. 문화회관 앞쪽엔 지난 1977년 세계 10개국 15명의 조각가들의
작품으로 조성한 조각공원이 있다. 또 한려수도를 조망할 수 있는 수향정이라는 정자가 있고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임진난 대승첩지였던 한산도
앞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통영항 건너편 미륵도에 있는 달아공원에 들러보기도 배를 타고 나가기 전에 거쳐야 할 통영여정의
필수코스이다. 미륵도의 산양 해안일주도로를 따라 해안경치를 즐기며 달리다 보면 섬 남쪽 끄트머리쯤에 한려해상국립공원을 조망하기 안성맞춤인 곳에
달아공원이 있다. 주차장에서 완만하게 놓인 공원길을 5분 정도 올라가면 관해정이라는 정자가 나온다. 관해정을 비껴 바다쪽으로 조금 더 나가면
땅끝에선 기분을 맛볼 수 있다. 여기에서 대,소장재도, 저도, 송도, 학림도, 곤리도, 연대도, 만지도, 오곡도, 추도, 욕지도 등 수십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달아 라는 이름은 땅모양이 코끼리의 위 아래 어금니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통영사람들은
이곳에서 `달을 보기가 좋다 는 뜻의 이름인 `달애 라고 부르기도 한다. 달아공원에서 보는 해넘이도 기가 막히다.
~~
중략 ~~
남해안 물길 300리 '한려수도'
한려수도(閑麗水道)란 통영의 한산도에서 사천의 삼천포, 남해를 거쳐
전라남도 여수의 오동도에 이르는 남해안 `물길 3백리 를 말한다. 한려수도는 `한국 8경 가운데 하나로 호수같이 잔잔한 바다, 곳곳에 떠있는
그림같은 섬들, 고즈넉한 한가로운 갯마을과 고즈넉한 포구들-
이런 정경들이 어우러져 펼치는 원시의 자연성과 토속적인 정취를 간직한
정경들이 사람들을 포근하게 안아준다. 이곳 해역에는 이순신 장군이 유적지가 널려 있으니 한산도, 당포, 사천, 남해 앞바다가 유명한 임진년
전승해역이고 한산도 제승당(사적 제 113호), 통영 충렬사(사적 제 236호)와 착량묘(도지정 기념물 제 13호), 노량 충렬사와 관음포
이충무공 전몰유허(사적 제 232호) 등이 그것이다.
정부는 지난 1968년 한려수도에 남해도와 거제도 해안 일부를 포함하여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경상남도 거제시, 통영시, 사천시, 남해군, 하동군과 전라남도 여수시 일부를 포함하고 있다.
이 지역은 기후가 온화하고 비가 많이 오는 곳이라 후박나무, 생달, 센달나무와 동백나무, 비자나무, 치자나무, 유자나무, 메밀잣밤나무, 풍란,
춘란 등 많은 난대성 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 강변가득 매화꽃…전남 광양
‘매화마을’
섬진강에 봄이 눈부시다. 섬진강은 봄이 뭍에 상륙하는 첫 관문이다. 이맘때를 시작으로 4월 말까지, 봄은 여러 번
화장을 바꾼다. 매화가 그 첫 번째 얼굴이요, 산수유와 벚꽃이 그 다음이다. 이어 길가 과수밭에 심어놓은 배꽃이 새하얀 봄을 터뜨리니 여름이 올
때까지 섬진강에는 봄이 끊임없다. 이번 주말, 그 봄 속으로 가보자. 주제는 봄, 소재는 매화, 가는 여정도 매화다.
경남
하동에서 섬진강을 넘으면 전남 광양이다. 광양에서도 ‘매화마을’이라 이정표에 박혀 있는 다압면이 바로 봄이 처음 오는 곳이다. 광양교를 건너
섬진강 따라 나 있는 861번도로로 들어간다. 교통량과 길가 노점이 눈에 띄게 늘어나면 그곳이 매화마을의 본령 청매실농원이다. 지난 주말부터
24일까지 광양매화축제가 열리는 꽃밭이다.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농장으로 들어가자. 주차장에서 장독대로 오르는 길 양편에는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늙은 나무가 새하얀 매화꽃을 피워놓았다. 지금부터는 설명은 구차해진다. 그저 매화 타고 온 봄을 즐기기만 하면 되는데, 그 대강은
이러하다.
장독 2000개가 진을 친 장독대 양편으로 매화밭이, 정면에는 영화에나 나옴직한 대숲이 울창하다. 매화밭에는 농장 주인
홍쌍리(59)씨가 “농부도 작품을 만들 수 있다”며 심어놓은 보리가 새파랗다. 홍쌍리씨 아들인 농장사장 김민수(36)씨가 대숲과 매화나무 아래
곳곳에 환상적인 조명을 밝혀놓았다. 밤에 보는 매화와, 어둠 속에 퍼져나오는 매화향, 정말 좋다. “매화욕(浴)을 하고 가시라” 한다. 오른편
언덕길로 올라가 모퉁이를 돌면 ‘진짜’ 꽃밭이 기다리고 있다. 골짜기를 가득 메운 봄! 매화는 발 아래 골짜기를 흘러 넘친 뒤 산등성 위까지
뒤덮어 정신이 없다.
사람들은 보리밭에 앉아 꽃을 즐기거나 봄 사진 찍기에 바쁘다. 간단한 음식을 파는 매점을 지나 길을 이으면
매화밭이 또 눈을 가린다. 밭과 밭 사이에 매화가 터널을 이룬 오솔길은 기념사진 찍기 좋은 곳이다.
사상 초유의 대가뭄이 찾아왔던
지난해, 홍쌍리씨는 “매실을 따려고 장대로 때려대면서 눈물이 가슴을 적셨다”고 했다. 즐기되 농부들이 어렵게 피워놓은 꽃은 꺾지 않도록 한다.
봄이면 향기와 자태로 즐거움을 주고, 계절이 바뀌면 몸 한구석 어디 좋지 않은 곳 없는 매실을 만드는 존재들이다. 다압 사람들에게는 춥고
배고프던 시절 학자금을 마련해주던 고마운 나무이기도 했다.
슬쩍 돌아보면 한 시간 안 걸릴 규모지만 사람들은 꽃 그늘을 찾아
이리저리 뭉쳐다니며 하루 종일을 보낸다. 장독대 옆 장터에서 봄나물 식단을 팔고 있다. 매장에서는 매실제품을 시식해보고 농축액·장아찌·장류 등을
살 수 있다.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이나 다들 봄에 취하고 흥에 젖어 있다.
그 매화에 취한 사람들이 이러저러한 수단과
방법으로 이곳 매화를 구해다가 몇 년째 전국 곳곳 자기네 동네에 심어 놓았다. 이제 계절이 여러 차례 바뀌어 그 나무들이 화사하게 꽃을 틔워
놓으니, 섬진강에서 퍼져나간 봄이 천지사방에 피어나고 있는 것이다.
----------------------------------------------- 승주 선암사의 봄
황사. 그 누런 모래바람에 세상은 제 모습과 빛깔을 잃었다. 산도 바다도 언덕위에 피어오르던 아지랑이까지도…. 보이지 않으니
느낌도 없다. 그저 덤덤할 뿐. 감동이란 있을 수 없다. 덕분에 사는 재미도 없고. 황사에 갇힌 희뿌연 세상. 그래도 여기에는 희망이
있다. 바람 잠들면 제모습 되돌아 올테니. 그러나 어쩐다. 마음의 눈을 가린 내 안의 모래바람은 있는 지 조차 느끼질 못하니. 모처럼 마음의
창을 열고 모래먼지를 털어낸다. 못된 모래바람도 이쯤되면 쓸모가 있구나.
답답함 짜증 안타까움. 모래바람은 기어이 남도의 해안을
주유하던 내 발을 붙잡았다. 어디로 가나. 마음속 먼지를 툴툴 털어낼 좋은 곳…. 그렇지 선암사. 몇해전 겹벚꽃 활짝 핀 나무 아래서 하얀 꽃비
맞으며 활짝 웃던 둘째아이 모습이 생각났다. 참 좋은 때였지.
고흥반도를 등지고 차를 달려 전남 순천시 승주읍,
호반도로(상사호)를 차례로 지나 조계산(군립공원)에 들어섰다. 황사의 만행은 극에 달했지만 선암사 숲은 그 바람에도 온전한 듯 보였다. 간밤의
비 덕분일까. 계곡 진달래 진분홍 꽃잎은 색깔이 더더욱 도도했고 봄가뭄에 말랐던 측백나무 수피 역시 습기 머금어 촉촉했다. 개울낀 숲길로 천천히
오르기를 20분. 부도탑 목장승 지나니 무지개 형상의 돌다리 승선교(昇仙橋)가 보였다. 절집의 다리. 세상풍진에 더럽혀진 속세로부터 불국정토
이룬 법계로 이어주는, 괴로움의 이 언덕(피안)에서 열반의 저 언덕(차안) 너머 도솔천으로 이어주는 깨달음의 그 다리 아닌가.산너머 송광사에서는
능허교를, 여기 선암사에서는 승선교를 건너야 부처님을 뵈올 수 있다. 눈밝은 사람은 다리위에서 흐르는 물을 보고도 깨닳음을 얻는다 했다.
‘고정된 것은 없다’는 부처님 말씀을.
선암사로 가자면 승선교를 건너야 했다. 그러나 차량 통행로가 생긴뒤에는 건널 필요가
없어져 관상용이 됐다. 그 옛길로 일부러 건너볼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어렵다. 붕괴위험으로 길을 막았기 때문이다. 돌 무지개와 그 안에 자리잡는
강선루의 어울림(계곡 물가에서 볼 수 있다)은 선암사를 대표하는 걸작급 풍경인데 그마저 볼 수 없으니. 안타깝기만 했다.
일주문으로 오르는 길. 키낮은 차나무가 빽빽하게 숲을 이루고 있었다. 팔백성상 이 자리를 지키며 깨닳음을 향해 수행정진하던 선승
학승의 벗되준 녹차잎 그 나무들. 차밭 지나니 하늘 가린 삼나무의 숲이다. 도선국사가 직접 만들었다(862년)는 작은 연못 ‘삼인당’이 그
숲가에 있었고 찻집 ‘선각당’은 연못 앞에 자리잡고 있었다.
일주문을 통해 들어선 경내. 고색창연한 당우가 일렬(계단식)로 배치된
범종각 대웅전 팔상전 양편으로 여기저기 흩어진 채 처마를 맞대고 모여 있다. 그 당우 사이사이로 심궈진 매화고목. 수피에 올라앉은 두툼한 이끼를
통해 천년고찰의 풍모가 느껴졌다.
지금 경내는 꽃대궐이다. 막 봉오리 터뜨린 노란 산수유꽃과 하얀 목련꽃, 수백년생 동백나무
아래는 떨기채 후두둑 떨어진 빨간 동백꽃이 지천이다. 대웅전 뒷편 무우전(無憂殿)앞 담장가의 늙은 매화나무 가지에서는 청매화 홍매화가 화사하게
피었다. 뒷산쪽 담장가에서는 아예 꽃터널이 생겼다. 4월말 겹벚꽃 피고 질때까지 쉼없이 피고지는 꽃들로 뒤덮이는 산사. 선암사의 봄은 이렇듯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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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구례 산수유
마을 -
산수유는 층층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로 개나리와 흡사하다. 그러나 가장 큰 차이는 곳곳하게 7m 까지도 그 키가 자라나
얕으마한 담 옆에 살포시 휘어지며 피어나는 개나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당당함을 지녔다. 그러나 그 꽃잎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역시 봄처녀의 순정을
닮은 수줍음이 들어 있음을 쉬이 찾을 수 있어 닮은꼴도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산수유 군락지라는 지리산 자락의
산동마을. 바로 지리산 온천랜드가 있는 곳이라 꽃 여행과 온천욕을 겸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으로 알려져있다. 마을 전체에 3만여 그루 가까이
되는 나무가 심어져 있다고 하니 마을 전체가 노란 꽃 그늘에 잠겼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올 해는 평년보다 약 1주일 이상
늦게 만개했지만 산수유나무는 가장 먼저 피는 봄 꽃으로서 그 열매는 8월경 가야 붉은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비싸게 팔리어 한약재와 수출품으로
쓰여진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산수유나무는 관광객들을 불러들여 지방경제에 기여를 해, 열매를 수확하여 또 주민들의 소득 증대에 기여를 해...
이래저래 효자나무가 아닐 수 없다.
지리산 온천랜드에서 시작하는 산수유 물결은 상위마을까지 이르면 그 절정을 보이는데 돌담길에
피어나는 한가로운 농가의 산수유모습은 너무나도 서정적이지 않을 수 없다. 때가 때인지라 많은 사진작가들과 화가들이 몰려나와 이 절경을 담기에
정신이 없다.
서울 - 전주 - 남원 - 19번 도로를 타고 구례로~ 밤재터널을
지나면 우측에 `지리산 온천랜드` 표지판이 보인다.
무릉도원이 여기인가? 사방이 매화꽃
- 전남 광양
매실마을 -
섬진강 줄기를 타고 내려와서 광양 쯤에 이르면 매화나무가 한, 둘 보이기 시작하다가 어느새 군락을 이루어 만개해 있는
장엄한 광경을 볼 수 있다. 바로 다압마을 일대의 매화마을이다. 매화는 눈 속에서도 피는 이른 봄의 꽃이라, 설중매, 설지매 등의 다양한
별칭들을 달고 있다. 뿐만 아니다. 예로부터 매화는 소나무, 대나무와 함께 歲寒三友(세한삼우)로 알려져 있어 많은 예술인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눈 속에서도 굽히지 않고 피는 그 절개를 높이 샀고 그 하얀 순정과 고고한 향을 두고두고 칭송해 온 우리 정서 깊이 자리 잡고 있는 꽃이다.
또한 6월경에 수확하는 그 열매는 가공하여 먹으면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몸 속의 노폐물을 걸러내며 독소를 제거하는 등 탁월한
효험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근래 들어 부쩍 매실건강법에 관심들이 쏠리고 있다.
매화마을을 대표하는 청매실 농원에서는 이러한 매실의
우수성을 연구하여 여러 건강 식품으로 가공하여 판매도 하고 있다. 매실원액,매실차, 매실장아찌, 매실식초, 매실주, 매실 김치 등을 볼 수가
있으며 이 곳의 홍쌍리 여사는 이미 전국적인 유명인사가 되었다. 청매실 농원 동산에 올라서면 벌어진 입이 다물어 지질 않는다. 새하얗게
만개한 매화나무 사이로 봄 햇살을 받은 섬진강의 물빛이반짝이고 있고 한 폭의 그림 마냥 재첩을 잡는 아낙의 모습이 무척 평화로워 보인다.
지난주가 매화축제 행사였었으나 여전히 많은 여행객들이 찾아들어 1차선인 농장 올라가는 진입로가 다소 복잡하였을 정도였고
매실농원에서도 시화전 등의 행사를 계속 진행하여 여행객들의 편의를 봐 주었다. 새파란 잔디와 흰구름 둥실 걸쳐 있는 하늘 사이로 눈부시게
만개한 광양의 매화 농원. 진정 꿈인가 생시인가 무릉도원을 연상케 하는 신비로운 곳이었다. 매화마을인 다압마을은 간전교와 섬진교로 구례와
하동을 연결하여 연계 여행이 가능하게끔 되어 있다.
청매실 농원;
0667-772-4066(http://www.maesil.co.kr)
노적봉 앞에 두고 개나리 만개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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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목포 유달산 -
유달산은 높이 228m의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자그마한 돌산이다. 그러나 목포 사람들에게는 작은 돌산의 의미
이상을 가지고 있는 어머니와 같은 산이자, 목포 사람들의 순정을 닮은 산이다. 노령산 끝자락에서 목포를 포옹하고 다도해를 굽어보는 목포의
영산(靈山)인 것이다. 이순신 장군의 군량미 일화가 유명한 노적봉으로 시작하는 유달산 등산 코스는 남녀노소 무리 없이 가볍게 오를 수 있는
평탄한 코스이다.
정상 인근의 마당바위에 올라서면 목포시내는 물론 목포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일등 바위에는 형형색색으로
새겨진 특이한 바위 조각품이 있는데 일제시대 일본불교의 유입 흔적이다. 흥법대사상과 부동명왕상이라고 불리는 이들 일본 불상들은 유달산의 또 다른
역사의 일면을 보여준다. 지금도 일본 신도들이 참배를 하러 온다고 한다.
마당바위에서 조망하는 풍광은 가히 일품이다. 길게
뻗어나간 「고하도」와 목포의 상징 「삼학도」. 특히 일부에서는 목포가 개항이후 근래들어 개발이 지연되고 낙후성을 면치 못하는 것이 바로 삼학도의
훼손에 있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삼학도는 원래 3개의 섬이었으나 현재는 모두 연육화되어 있다. 삼학도를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달산의 또 다른 볼거리로는 조각공원과 난공원이다. 시가지가 한눈에 바라보이는
유달산 자락에 자리잡은 조각공원은 1982년 국내 최초의 야외 조각공원으로 개원한 이래 소문난 명소로서 자리를 잡고 있다.난공원 역시 1983년
국내최초로 개원하여 한국란, 동양란과 양란등 200종이 훨씬 넘는 난이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유달산의 정상 가는 길가에
세워진 목포의 눈물 노래비는 목포의 정서를 대변해주는 기념비로 수많은 목포 사람들과 동시대의 애환을 함께 한 여행객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이밖에 4월초에 성황리에 열린 유달산 개나리 축제는 꽃 산으로서 유달산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목포의 국도 1,2번 기점비와
목포항의 모습, 그 외에도 목포에는 국립해양유믈 전시관을 비롯하여 남농기념관, 향토문화관 등 많은 문화예술계의 볼거리가 있어 예향 목포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유달산 입장료 700원, 조각공원 1,000원, 난공원 700원,
주차요금 2,000원 공원 관리사무소 061-242-2344
기암괴석이 아름다운
호남의 금강산
- 전남 영암 월출산 -
달이 뜬다 달이 뜬다 둥근 둥근 달이 뜬다 월출산 천황봉에 보름달이
뜬다 아리랑 동동 스리랑 동동 에헤야 데에야 어서와 데야 달 보는 아리랑 님보는 아리랑
월출산을 더욱 빛나게 해준
신민요 영암아리랑. 천황사 방향으로 오르는 월출산 입구에는 그 노래비가 세워져있다. 월출(月出)이라는 산 이름이 말해주듯 월출산은
달맞이하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었던 모양이다. 촉(矗)하다는 전라도 산세답게 웅장하면서도 위용 있게 솟아 오른 바위산 암봉 사이에 걸터앉은
보름달. 상상하여 보니 이 풍성한 보름달을 보며 영암사람들은 님의 얼굴도 그려보고, 한 해 풍년도 기원하고 또 내일을 계획하며 열심히
살아갔으리라 짐작된다.
월출산은 높이 809m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 멀리서 한눈에 바라보아도 빼어난 암봉이 첫 눈에 들어온다.
다양한 바위 암봉의 연출이 주는 느낌은 다른 산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색 다른 맛을 가져다 준다. 이러한 매력 탓에 1988년 41.88㎢에
불과한 아주 작은 면적으로도 당당하게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월출산 등산은 크게 두 가지 코스가 있다. 천황사 코스와
도갑사 코스이다. 어느 곳으로 가더라도 5시간이면 하산까지 가능하다. 가볍게 오르고 싶을 경우 천황사에서 구름다리까지만 올라가도 바위산의 멋진
위용을 잠시 맛 볼 수 있다. 도갑사나 강진군으로 속하는 무위사에 비해 천황사는 자그마한 암자 분위기가 풍기는 절이다. 그러나 신라 중엽
진평왕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매우 유서 깊은 고찰이다. 임진왜란을 비롯한 잦은 난리와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재건되기를 몇 차례, 현재의 모양새를
갖게 된 것이다.
월출산의 대표적 명소라고 할 수 있는 구름다리는 천황사 입구 주차장에서 약 1.3㎢ 에 불과한 가까운
거리에 있다. 오르는 길 역시 대나무가 무성한 숲이 자주 나와, 밋밋하지도 않고 조금만 가도 시야가 탁 트이게 되어 초보자도 재미있게 오를 수가
있다. 구름다리는 높이 120m에 설치되어 있는데 길이가 52m로, 가운데 서서 흔들거리면 다 큰 어른들도 다리가 덜덜 떨게 마련이다.
구름다리를 건너기 전에 공중전화 부스가 설치되어 있는데 잠시 쉬어 가는 정거장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외에 9세기경에 조성되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마애불과 도갑사, 무위사 등이 유명세를 타고 있다.
13번 국도에서 다소 벗어나지만 왕인박사 유적지도 꼭 들려야
할 곳 중의 하나이다.
월출산에서 아쉬운 점이라고 한다면 철 구조물이 필요이상으로 많다는 것이다. 물론 험준한 암벽사이의
등산로를 개척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시설물이겠지만 굵은 밧줄만 있어도 될 성싶은 자리에 흉물스런 철 계단이 놓여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자가용 호남고속도로 광주에서 나주를 거쳐 들어간다. 13번 국도를 타고 영암에 들어가면
도갑사와 천황사를 가리키는 이정표와 만나게 된다. 기차 광주까지밖에 들어가지 않는다. 고속버스 08:40, 15:35,
16;45 하루 3회 영암까지 들어가는데 때에 따라 다소 유동적이기 때문에 전화 확인을 해야 한다 (02-530-6211 금호고속). 일반
14,600원. 영암에서 천황사 입구까지는 가끔 오는 시외버스를 타야 하나, 그다지 먼 거리는 아니다. 숙박 천황사
지구와 도갑사 지구, 경포대 지구에 민박집들이 조금씩 들어서 있다. 주차료 : 4,000원 국립공원입장료
1,300원.
동백나무 숲이 황홀하다
- 전남 강진 백련사 -
전라남도 땅 끝으로 가다 보면
강진이라는 곳이 나온다. 그 곳에는 다산의 초당이 있고 백련사라는 절이 그 옆에 나란히 앉아있다. 강진 백련사는 동백림으로 유명한
절이다. 수령 약 300년 정도 된3000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이만평의 땅을 촘촘히 덮고 있다. 천연기념물(151호)로까지 지정된 국가보물이다.
백련사는 높이 409m의 완만한 만덕산 품 안에 있어서 만덕사라고도 불리워졌다고 한다. 신라 문성왕 1년 (839년)에 무염선사에
의해 창건되었고 그 후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를 거치며 몇 차례 중수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서기 1200년경에는 원묘국사가 이
곳에 거주하면서 이 곳 주위에 차마을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생긴 것이 다산(茶山)이라는 만덕산의 별칭이다. 500년 뒤에 정약용 선생이
강진에 귀양을 와 이 곳 다산에 거처하였기에 다산이라는 호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다산의 백련사에서도 여러 종류의 차를 만들어 왔다고
하는데 특히 엽전 모양을 닮았다고 하는 전차는 최고의 차로 인정을 받아 궁중에 진상되었다고도 한다.
2001년 들어 백련사에서는
동백축제를 처음으로 개최한다. 백련사 동백축제위원회에서 주최하는 이 행사는 4월 8일에 개막하나 동백꽃 감상은 3월 중, 하순 부터도
가능하다. 축제는 단순한 꽃 감상에서 벗어나 동백나무와 사람과의 자매결연 맺기, 백련사 전차 체험, 녹차 동백 화전 체험 등의 이색적인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동백 꽃잎을 따 녹차, 밀, 수수, 찹쌀, 보리 등의 가루를 이용하여 전을 부쳐 전차와 함께 간식이나 손님 접대용으로
썼다는 동백화전은 그 역사가 수 백년에 이른다고 하니 재미있을 듯 하다.
강진 백련사에 갈 경우에는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다산초당을
필수 코스로 들려 보는 것이 좋다.
벚꽃이 아름다운 간이역
- 경남 진해 경화역 -
25번 국도의
종착지 진해. 진해의 4월은 도시 전체가 꽃 그늘에 잠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벚나무가 많다. 창원에서 진해 넘어가는 길도 벚꽃길이고
군항제가 열리는 해군사관학교나 시내 로타리 등도 온통 벚꽃 세상이다. 벚꽃이 이리 흔한 도시이다 보니 벚나무가 새로울 리도 없겠지만 진해의 작은
간이역인 경화역의 벚꽃 길은 더욱 운치가 있어 카메라에 담았다.
경화역은 1928년에 세워져 짧지 않은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현재는
진해와 마산을 오가는 두 세 칸 짜리 통일호가 하루에 2번 정차하는 진해선의 자그마한 간이역으로 전락했다. 경화역을 이용하는 승객은 하루
고작해야 20-30명. 대부분이 창원공단으로 출퇴근하는 근로자들과 학생들이다. 토요일은 군인 수송 편의를 위한 열차가 한번 더 들어와 3회
운행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 역은 철도청이 관리하지 않고 일반인이 관리한다. 이른바 `일반대매업`이다. 역무원이라고 해봐야 일반
기차역의 역장 노릇을 하고 있는 대매소 소장 한 명 뿐이다. 그것도 평상시에는 역사 문이 굳게 닫혀 있고 기차가 올 시간에만 소장이 나와 역무를
본다.
현재 경화역의 총 책임자 격인 대매소장 김우영(48)님은 올해로 23년째 경화역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23년 전에는
하루종일 역에만 매달렸는데 역무원만도 10여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위탁 받아서 운영하시는 거면 승객이 적어 수입도
적겠네요?" "수입? 없지예!~"
딱 잘라 말한다.
환상적인 벚꽃길이 있는 간이역
젊은 아가씨
셋이 역내로 들어와 플랫폼에 드러눕는다. 그녀들의 시선이 머물렀음직한 푸른 하늘엔 흰 구름 한 자락이 잔뜩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 외길로 된
기찻길에는 때마침 하교를 하고 있는 인근 진해중앙고등학교와 진해남중 학생들이 삼삼오오 몰려나오고 있다. 어렸을 적 생각이 난다. 기찻길을
얌전하게 걸어가는 경우는 좀처럼 없다. 두 팔을 벌리고 누가 더 레일 위를 오래 걸어가나 내기도 하곤 한다.
경화역 담장
밖의 인도는 마을 어르신들 차지다. 군데군데 자리한 벤치에 모여 가벼운 담소를 나누거나 봄 햇살을 모으면서 시간을 보낸다. 젊은 부부는 유모차를
끌고 나와 봄의 향기를 만끽하고 있다. 마을 어르신들과 젊은 부부의 유모차 사이를 묶어 주는 건 신성한 봄의 기운일 게다.
벚꽃
속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벌들의 세계이다. 잠시도 쉴 틈 없이 바지런을 떠는 벌들에게선 꽃을 찾는 나비들의 정적인 여유로움을 찾아볼 수 없다.
꿀벌이 내려앉은 꽃잎 사이로 플랫폼에 드러누워 신선한 봄 햇살을 모으고 있는 세 아가씨의 모습이 살포시 줌인되는 평화로운
간이역이다.
경화역 055-546-3527 08:03, 17:43 하루 2회 마산까지 운행
(토요일은 군용 1회 증편 13:31) 일반 1,100원. 노소 600원. 마산까지 약 30분 소요.
야생차의
본고장
- 경남 하동 일대 -
섬진강이 하동에만 흐르는 건 아니지만 섬진강 동쪽에 있는 마을이란 뜻의 지명(河東)
탓인지 많은 여행객들은 섬진강을 느끼기 위해 주로 하동을 찾는다.
하동을 관통하는 19번 국도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그만이다. 제법
물줄기가 굵어진 섬진강을 옆으로 하고 봄에는 꽃길로, 가을에는 배나무가 제철을 맞아 황금빛으로 빛나는, 그래서 사시사철 황홀하기가 그지없는
곳이다.또한 하동의 명물 중 하나는 경상도와 전라도 접경에 있는 화개장터이다.
물론 예전처럼 성시를 이루지는 않고 겨우 이름만
남은 상태이나 여전히 남도사람들의 마음 한켠에서는 큰 장터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최근에는 군에서 인위적으로 큰 장터를 조성해 놓아 마음속에
아련한 시골 장터의 추억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서운함을 던져주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하동을 유명하게 하는 것은 바로 국내 최대의
야생차 산지라는 사실일 것이다.
얼마전 인기 TV사극 왕건에서는 신하들이 보성에서 올라온 차를 왕건에게 바치는 대목이
나왔다. 그러나 이 방송이 나간 후 하동 사람들은 펄쩍 뛰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현재의 대단위 차밭이 당시 보성에는 없었다고 한다. 보성의
차밭은 일제시대에 조성된 것이며 당시의 차라면 당연히 하동 것이어야 맞는다는 이야기다.
우리 나라 차의 기원을 두고 크게 3가지
설이 있다고 한다. 우리 나라 지리산의 자생설, 중국 유래설, 인도 유래설 등이다. 그 중에서도 중국으로부터 유래설이 널리 인정되고 있는데 하동
즉, 우리 나라에 차가 처음으로 전래된 때를 전문가들은 서기 828년으로 보고 있다. 신라 흥덕왕 3년, 대렴이라는 이가 당나라에서 녹차 종자를
가져와 왕명으로 지리산 일대에 뿌렸으며 그 후 흥덕왕 5년(830)에 진감선사가 차를 본격적으로 번식시켰다고 한다. 하동에서는 쌍계사 가는 길
입구에 하동이 우리 나라 최초의 차 시배지(始培地) 였음을 알리는 비석을 세워놓고 기념하고 있다.
현재 일제시대에 조성된 보성의
대단위 차밭은 방송과 매스컴의 위력으로 최고의 관광상품으로 히트를 하였지만 정작 녹차 매니아들은 하동의 야생차를 최고로 친다고 한다. 하동의
차는 보성의 그것처럼 대단위 단지에서 기계화 작업하는 것이 아니고 지리산 자락 산비탈을 비집고 자라나는 차나무들에서 채취한 야생차라 그 품질이
뛰어나고 양도 많지 않아 희귀성도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 곳 일대의 차나무는 모두 수령이 600년에서 800년이 넘는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보성과 한라산을 제치고 우리 나라 3대 차 산지 중에 하동차를 최고로 꼽는건 화계의 기후와 지형 때문이라고 한다. 즉,
화개의 연평균 기온이 13.8도이고 연평균 강우량은 1,538mm으로 차가 가장 잘 자라는 기후를 지녔고 초의선사가 이야기한 대로 자갈이 섞이고
골짜기를 끼고 있어 최고의 지형조건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향이 있는 화개 쌍계사 가는 길
화개장터에서 시작하는
쌍계사 가는 길의 이러한 배경 탓에 유난히 찻집과 녹차 판매점이 많다. 식당의 메뉴도 녹차 냉면, 녹차 수제비 등이 재첩국과 함께 나란히 걸려
있다. 현재 하동에는 어느 정도 규모를 가지고 영업하는 제다(製茶)업체가 약 13개 업체가 있고 재배 농가가 600여 가구 정도 된다고 한다.
이들 굵직한 제다업체들이 쌍계사 입구에 몰려있다.
다향이 그윽한 이 길이 봄에는 그 유명한 십리 벚꽃 길로 탈바꿈된다. 꽃이야
봄철에 만개를 하겠지만 쌍계사 들어가는 화개천 옆 길은 사시사철 우거진 벚나무로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늘을 뒤덮고 안식의 그늘을
만들어주는 여름과 양쪽에서 흩날리는 낙엽이 또 다른 운치를 풍겨주는 가을, 눈꽃이라도 필 때면 겨울 산사로 가는 그 길이 새삼 황홀해지는
겨울까지 쌍계사 가는 길은 언제나 나그네에게 새로움을 안겨다 준다.
화개온천리조트 Tel :
(055)884-8300. 홈페이지 : http://www.hwagaespa.com 화개장터와
쌍계사 입구 중간에 위치하여 여독을 풀기에 좋다. 게르마늄탕과 녹차탕이 인기. 어른 4,900원/
어린이 3,500원 (10살까지)
고운가든.민박 민박집이 약간 언덕에 위치해 있어 십리 벚꽃길이 일망지하에 들어
오는 훌륭한 풍광을 지녔다. 주인 내외의 인심도 후하고 옆에는 개울을 다듬어 어린이들이 놀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하동 재첩국등의 식사도 준비해 준다. 방 5개. 벚꽃 축제 때에는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일박
20,000 (기본. 인원에 따라 차등) 재첩국 정식 5,000 찾아가는 길: 화개 3거리에서 쌍계사
방향으로 가다 보면 좌측 언덕에 위치 (약 3km 정도) 문의 055-884-1580, 1480
19번 국도는 섬진강을 따라 흘러간다. 남원과 구례를 지나면 경상도 하동과 전라도 구례의 접경을 알리는 안내 표지판이 나온다.
이어 나오는 삼거리가 바로 화개장터 삼거리. 화개장터 삼거리에서 화개천을 따라 왼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쌍계사 가는 길이다. 서울서 하동
가는 길은 호남고속도로 전주 나들목을 나와 17번 국도를 이용하여 남원, 구례로 가는 방법 외에도 새로 개통된 대전-무주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무주, 장수, 남원의 19번을 따라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 대중교통: 서울서 하동은 기차(6시간 소요)나 버스(5시간 소요)로
이동한다. 하동 버스터미널에서 쌍계사 방면 차나 화개 버스터미널 차를 탄다. 화개장터 삼거리에 화개 버스터미널이 있다.
* 숙박:
쌍계사 가는 길에 깨끗한 민박집이 많다. 식당을 겸하고 있는 반딧불 민박은 깨끗하고 전망이 좋다. (055)883-3137,
1725
수줍은 연분홍 순정의 진달래 명산
- 전남 여수 영취산 -
남도 끝자락에 앉아 봄을
가장 먼저 맞는 곳 중의 한 군데 여수. 여수는 여행객들에게 있어 새삼스러운 곳이 아니다. 워낙 명소가 많기에 여행 좋아하는 이들은 몇 번씩
걸음을 하였을 만한 곳이다. 여수의 사계절을 비교하여 꼽으라면 단연 봄날의 여수가 첫 손 꼽히리라 생각된다. 봄날의 여수. 겨울 한
가운데에서 얼음장을 깨뜨리며 올라오는 향일암의 일출이 그 시작이요, 새빨간 자태로 살포시 찾아와 내려앉는 오동도의 동백꽃이 절정이요, 수줍은
새색시 순정처럼 남도의 산자락을 물들이는 영취산의 진달래가 그 마무리라 할 수 있겠다.
온통 연분홍 천지,
영취산
영취산은 원래 평범한 민둥산에 불과하였다. 그러다가 국내 최대의 진달래 군락지라고 소문이 나면서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높이 510m로 높지 않은데다가 특히 산세가 완만하여 남녀노소 구분 없이 쉽게 올라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전국에서 많은
상춘객들이 찾아드는 곳이다.
영취산의 진달래는 높이마다 개화시기가 약간 다른데 해발 450m 정상인근에 올라가서야 환상적인 연분홍
세계를 만끽할 수 있다. 흥국사에서 올라가는 길이 좋으나 약 2시간이 넘게 걸려, 인근 여행지와 연계하여 들리는 여행객들에게는 상암에서
올라가는 코스를 권하고 싶다. 상암에서 올라가는 길은 차가 산 중턱까지 올라가므로 비교적 쉬운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등산 중에 내려다보면
산허리를 가르고 있는 비포장 임도가 다소 흉물스럽기는 하나 여천공단과 광양 쪽의 해안절경은 시원한 청량감을 안겨준다.
또한 국가
경제를 이끌어 온 산업발전의 현장을 고지에서 내려다보는 감흥은 나그네에게 새로운 각오를 심어준다. 열심히 달려온 사람에게는 자랑스런 성취감에,
좌절과 실패로 넘어진 사람에게는 새로운 희망과 각오를 안겨다 주는 그런 영험한 풍광이다.
영취산의 진달래는 4월 초순에서 중순이
절정이다. 때맞추어 여수시에서는 진달래 축제도 하지만 인파를 피해 축제가 있는 앞이나 뒤를 택해서 가는 것도 요령이다. 올해는 4월 7일, 8일
양일간 축제를 벌인다.
흥국사와 홍교
영취산 입구의 흥국사는 보물을 석 점이나 간직한 1195년 보조국사가 창건한 유서
깊은 명찰이다. 흥국사를 더욱 빛내 주는 것은 이 곳이 임진왜란 당시에는 승군의 훈련소라는 사실이다. 절 이름이 괜히 나온게 아닌 듯 싶다.
호국불교의 현장 흥국사. 이 곳에 우리나라를 지켜온 우렁찬 기합소리가 울러 펴졌다고 생각하니 풍경소리 하나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특히, 일주문 옆의 홍교 (보물 563호)는 아치형의 세련된 디자인에 든든한 벽돌구조가 한층 멋스러움을 풍기고 있는데 그
옆으로 축 쳐진 벚꽃 나뭇가지와 하나가 되어 황홀한 비경을 연출해 내고 있다. 일주문이나 매표소는 그 절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곳 흥국사의 매표소 직원은 항상 합장하며 밝은 얼굴로 사람들을 맞이한다.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서울서 여수는 가까운 거리가
아니다. 이왕 간 김에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느긋하게 들려보는 것이 좋다. 영취산 인근에는 검은 모래로 유명한 만성리 해수욕장이 있다. 다량의
원적외선을 방사하여 혈액순환을 돕고 땀의 분비를 촉진시켜 주는 등 미용과 건강에 좋은 이색적인 해수욕장이다.
향일암도 이 맘
때쯤이면 하얀 등대 아래로 유채꽃이 만개한다. 특유의 향을 지닌 돌산 갓김치도 빼 놓을 수 없는 여수의 자랑이다.
수도권에서 여수 가는 길
(1) 경부나 중부 고속도로 --> 호남고속도로 --> 남해고속도로 -->
순천 --> 여수
(2) 경부나 중부 고속도로 --> 호남 고속도로 --> 전주 --> 남원 --> 순천
--> 여수
고속버스가 심야 포함 하루 17회 운행 (5시간 30분 소요) 우등 25,900원, 일반 17,400원
여수터미널 061)652-1877
여수역까지 열차가 들어온다 (여수역: 061-662-7788) 영취산은 따로 입장료나
주차요금은 없다. 그러나 흥국사로 들어갈 경우 입장료가 천원 든다. 주차료는 따로 없다. 여수에서 돌산대교 건너기 전에 흥국사라는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하여 들어가면 영취산이 나온다.
일출도 보고 유채꽃도 보고
- 전남
여수 향일암 -
절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향일암은 일출 명소이다. 강원도 낙산사의 홍련암과 강화도 보문사, 남해 금산의 보리암과
함께 4대 관음도량으로 손꼽는 곳으로 특히, 연초에는 많은 인파가 찾아들어 작은 암자가 북새통을 이룰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이다. 향일암은 커다란 두 개의 바위가 달라붙은 그 사이의 좁은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데 아마도 몸과 마음을 가볍게 비우고
들어오라는 그런 세심(洗心)의 관문이 아닐까 생각도 든다. 몇 해전부터 몰리기 시작한 일반 관광객들과 함께 향일암도 최근 불사를 꾸준히 일으켜
많이 다듬어 지기도 하였다. 애월읍 고성리에 있는 항파두리 항몽유적지는 몽고의 침략을 받아 조국을 지키려고 궐기한 삼별초가 최후까지
항전하다가 순의한 유서 깊은 곳이다.
신라 선덕왕 13년 (644년)에 원효대사가 원통암이란 이름으로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1400여 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고찰이다. 고찰답게 여러 가지 역사의 현장을 간직하고 있기도 한데 임진왜란 당시 왜적에
맞서 싸운 승려군의 근거지였다는 것은 유명하다. 왜적에 맞서 싸운 호국사찰의 정기는 최근까지 이어져 몇 해 전에는 이곳 임포 앞 바다에서
북한 간첩선을 격퇴하여 분단의 한반도를 들썩거리게 만들기도 하였다.
왜적이나 북한 간첩선 이야기를 떠나 향일암에 올라서면 임포는
참으로 아름다운 섬 마을로 다가온다. 돌산대교로 인하여 섬 아닌 섬이 되었지만 향일암에서 내려다보는 임포는 분명 푸른 남해 한가운데의 섬으로
다가선다.
갓김치와 돌산
향일암이 있는 돌산은 갓김치가 특산품이다. 돌산에서 재배되는 갓은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적게
쓰고 천연비료를 많이 쓰는 저공해 농산품이며 다양한 영양소가 들어있어 성인병 예방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남해안의 멸치를 비롯한 싱싱한 재료로
버무린 돌산의 갓은 다른 김치에 비해 쉽게 숙성되지 않아서 특유의 향을 오래도록 음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돌산 갓김치의 명성이
전국적으로 알려진 탓에 돌산에는 갓김치 판매장이 많이 있다. 특히 향일암 입구의 업소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갓김치를 필수품목으로 취급하고 있다.
횟집, 민박업소 등은 물론 노점에서까지 갓김치를 내놓고 있으며 인터넷을 비롯한 통신판매도 겸하고 있는 곳들이 많다. 3kg에 만원선.
방죽포 해수욕장의 여유로움
신년 초를 비롯한 해맞이 성수기 철에는 향일암 입구의 수많은 민박집들이 모두 꽉 들어찬다.
예약 없이 임포에 들어섰다가는 낭패를 당한다. 그럴 땐 향일암에서 약 7km 떨어져 있는 방죽포 해수욕장에서 숙소를 구하라고 권하고 싶다.
오히려 고즈넉한 해수욕장의 운치를 느낄 수 있어서 흥청거리는 향일암 입구에서의 일박보다 훨씬 나을 듯 싶다.
방죽포 해수욕장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송림과 모래사장, 적당한 갯바위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남해 특유의 운치를 풍기고 있다. 방죽포 해수욕장에서 향일암으로 가는 해변
도로는 밤이면 남해에 아른거리며 드러눕는 달빛으로, 낮이면 점점이 수놓아진 양식장 모습과 옹기종기 앉은 이름 모를 섬들로 황홀한 풍광을
연출한다.
돌산대교 건너서 향일암으로 가다보면 만나게되는 무술목 유원지의 전라남도 수산 종합관도 들려볼 만
하다.
황토방 모텔.카페 향일암 입구 언덕에 목조로 건축되어져 있어 한눈에 들어온다. 모텔과 카페,
회센타를 같이 운영하고 있으며 여수 명물 갓김치 등을 판매하기도 한다(통신판매도 가능) 휴일이나 특히
일출제가 열리는 연초에는 이 일대가 모두 숙박난이다. 이 곳은 평일에 한하여 전화예약을 받고
있다. 평일 30,000원/토요일 40,000원 문의 061-644-4353
호남고속도로와 남해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서순천 나들목으로 나와 여수로 들어간 후, 17번 국도를 이용, 돌산대교를 건넌다.
대중교통도 발달되어 있어서 항공기, 기차, 고속버스 등이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 버스터미널 앞에서 111번, 111-1번, 113번 등이
향일암으로 간다. 약 50여분 소요.
향일암 입장료 1,200/ 1,000/ 700 은아 산장 061-644-7362 (1박
20,000원) 전라남도 수산 종합관 061-644-4136 09:00- 18:00 (동절기는 17:00까지) 1,500원/
1,000원
태아 귀신의 넋을 위로하는 곳
- 전남 보성 대원사 -
남도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주암호. 연달아 등장하는 다리를 건너며 그 호반을 굽이굽이 돌다보면 보성군 문덕면과 화순군 남면, 순천시 송광면이 만나는
경계선쯤에 대원사로 향하는 이정표와 만날 수 있다. 동네 어른들이 흔히 하는 이야기로 소 1마리가 3개 면을 뜯어먹었다는
곳이다.
외지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대원사는 다른 절과 달리 특이한 점이 있다. 바로 태안 지장보살을 모시고 태아령을 위한
기도도량으로 특화 되고 있다는 것이다. 태아령이란 태아 귀신 즉, 낙태아를 말한다. 그래서일까 대원사의 입구부터가 이채롭다. 담장이 낮게
만들어져 있다. 마치 유치원에 온 듯 하다. 사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개방된 성문화의 후유증으로 인명을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태아의 생명도 존중해 주어 어머니 뱃속에서 10달을 채우고 나오는 그 순간 1살을 먹은 것으로
인정해준다. 태아의 생명을 중시하다 보니 서양의 나이 계산법과 차이가 나는 것이다. 불자들은 이들 태아 귀신들의 영혼을 위로해 주지
않으면 후손들에게 화가 미치는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나 꼭 후손을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미처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명을 달리한 태아의 넋을
위로해 준다는 것은 부모의 입장에서 최선의 애정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환상적인 벚꽃터널이 아름다운
절
어두운 태아 귀신이야기는 접어 두자. 아름다움을 쫓아 달려온 여행자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이 곳 대원사는 참으로 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곳이다. 먼저 15번 국도에서 대원사 입구까지 약 5-6km 의 포장도로가 매년 4월 중순이면 벚꽃터널을 이룬다. 물론 그
벚꽃터널 입구까지 가는 주암호 주변의 15번 국도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이기도 하다.
또한 대원사 경내에도 이색적인 볼거리가 많다.
작은 연못가 나무에 걸쳐있는 대형 염주와 목탁, 봉황이 종각 위에 내려앉은 황금 범종, 건립중인 티벳 불교 미술관, 태아의 영혼을 고통과
원한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자비의 어머니라고 일컬어지는 태안 지장 보살상 등....
그러고 보면 고찰 대원사의 내력을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원래 대원사는 백제 무령왕 3년 (503년)에 신라 고승 아도화상이 창건한 절로 알려져 있다. 그 뒤 몇 차례 중창과 중건을
거쳤고 대화재와 6.25전쟁으로 모두 소실되고 극락전만 남은 것을 1982년에 해체 복원한 유서 깊은 절인 것이다. (극락전은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87호로 지정)
대원사 가는 길에는 솔솔한 잔재미를 만끽할 수가 있는데 주암호 호반에 위치한 전원카페들이 나그네들을 위한
쉼터의 역할을 하고 있고, 대원사 벚꽃 길 중간에 위치한 백민 미술관도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백민 미술관은 서양화가인
백민(百民) 조규일(1934. 5.24 보성 출신)화백의 사재와 작품, 소장품 등을 기증받아 보성군에서 건립한 공립 미술관으로 전국 유일의 군립
미술관이라고 한다. 국내관, 국제관 등으로 나뉘어져 있고 2층은 자연채광 시설을 갖추고 있다. 바로 옆에는 명창 조상현의 판소리 연구원이
자리하고 있다.
골망태(061-374-3544) - 남도로 가는 길목에서의 숨터(자세히)
빛과
소금(061-374-0630) - 17가지 한약재를 넣고 진하게 우려내서 나오는 쌍화차가 자랑
강촌의 풍경(061-374-8003)
- 암호의 풍광이 한 눈에.
마르코폴로(061-371-4455) - 선소에서 건조한 대형 범선이 멀리서 한 눈에 들어오는
범선 카페
대중교통으로는 가기가 좀 불편하다. 광주까지 와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117번 타고 사평 종점에서 하차
하던가, 월산가는 217번 화순교통을 타고 복교리에서 하차하여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타는 방법 밖에 없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에는
호남 고속도로 주암(송광사) 나들목에서 27번국도를 타고 화순 방향으로 나오면서 15번 국도로 갈아 타는 것이 빠르다.
주암호
주위에는 민박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카페가 몇 있고 대원사 입구에도 모텔이 있다.
최고의 가로수
길
- 전남 담양 메타쉐콰이어 길 -
메타쉐콰이어를 아시나요?
담양 죽물 박물관에서 15번 국도를 타고
나오기 시작하면, 동화 속 같은 아름다운 가로수 풍광에 입이 쩌억 벌어지고 만다. 대나무로 유명한 담양에는 사시사철 푸르른 대나무 숲 외에도
메타세콰이어라는 가로수가 심어져 있어서 이국적이며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멀리서 보면 옹기종기 줄 서서 모여 앉은
요정들 같기도 하고 장난감 나라의 꼬마 열차 같기도 하다. 길 가운데에서 쳐다보면 영락없는 영국 근위병들의 사열하는 모습이다. 질서정연하게
사열하면서 외지인들에게 손을 흔들어 준다.
메타세콰이어(Metasequoia)는 원래 중국이 그 산지이나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개량이 되었고 담양군에서는 1970년대 초반 전국적인 가로수 조성사업당시 내무부의 시범가로로 지정되면서 3-4년 짜리 묘목을 심은 것이 지금은
하늘을 덮고있는 울창한 가로수로 자라난 것이다. 물푸레나무와 함께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습생 수종인 메타세콰이어는 길가의 논 배수로에서
양분을 빨아먹으며 급격하게 자라나서 지금은 담양의 명물이 된 것이다. 중국 문헌에는 40-45m 까지 자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로수 길
담양시내 15번 국도와 24번 국도의 총연장 6.5km에 1600여 그루가 조성되어진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어찌 보면 상록수 같지만 가을에는 잎이 떨어진다. 그러나 앙상한 가지만 내 놓고 있는 가을이나 이른봄에도 그 당당한 기상과 위용은 담양의
국도변을 호령하고도 남는다.
필자에게 우리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로수 길을 꼽으라면 단연 이 곳 담양의 메타쉐콰이어 가로수 길을
꼽는다. 이국적인 풍경에 심취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남도의 길목으로 빠져들고 만다.
15번 국도를 타고 가다 보면 담양
외에도, 낙안 읍성 가기 전과 고흥군 초입에서 또 한차례씩 병정들의 사열을 받을 수 있다. 이런 황홀한 사열식은 남도를 찾는 운전자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기념 사진을 찍을 때는 도로가 왕복 2차선이므로 길가에 조심스레 차를 세우고 찍어야만
한다.
민속식당(죽순요리전문점) Tel : (061)381-2515 대의
고장 담양답게 담양읍내에는 죽순 요리로 유명한 민속식당이 있다. 상호도 민속식당이다. 허름한 가정집처럼 보이지만 소문난
맛집으로 입구 한 켠에는 훈장(?)도 많이 걸려있다. 죽순은 청혈(피를 맑게 함), 청열 (정신을 맑게 함)에 좋고,
이뇨작용, 불면증 해소에 좋다고 한다. 2대에 걸쳐 50년 가까이 다듬어 온 죽순 요리라 담양을 들린다면 꼭 한번 들려
볼 만하다. 죽순회 10,000원 (4인 정도 가능), 죽순 육회 18,000원 (4인 정도) 일반
백반(5,000원)이나 추어탕(5,000원)을 시켜도 죽순 장아찌나 절임이 나온다
산도 신기하고 절도
신기하고
- 전북 진안 마이산 -
전북 진안에는 특이한 형상의 산이 있다. 멀리서 보면 두 쌍둥이 암봉이 말의 귀를
닮았다. 그래서 마이산이다. 마이산은 암마이봉과 수마이봉으로 나뉘어 불리우는데 등산이 가능한 암마이봉은 비교적 쉬운 코스로 가볍게
오를 수 있는 곳이다. 높이는 암마이봉이 673m, 수마이봉이 667m이다. 마이산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내려져 온다고
한다.
'옛날 남녀 두 신선이 이 곳에서 자식을 낳고 살다가 등천할 때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네 남신은 밤에 떠나자고
하고 여신은 밤은 무서우니 낮에 떠나자고 하였다고 한다. 그리하여 이른 새벽에 등천하기로 하였는데 이른 새벽에 그만 산 아랫자락에서 물 길러 온
아낙네에게 들키고 말았다고 한다. 놀란 아낙이 `산이 자라고 있다`라고 외치자 두 신선은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아 산이 되고 말았다고
한다.`
마이산은 사계절 다 좋다고 할 수 있는데 계절마다 이름을 달리 부르기도 한다. 봄에는 바다위의 돛대를 닮았다고 하여
돛대봉, 여름에는 용각봉(하늘위 용의 뿔), 가을에는 마이봉, 겨울에는 문필봉(먹물을 찍은 붓 끝)이라고도 부른다.
마치 스폰지를
닮은 듯한 타포니(tafoni configuration)암봉과 부처님의 미소를 빼어닮아 단골 촬영지가 되고 있는 은수사에서의 수마이봉 등
마이산에는 여러 가지 신비가 많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압권은 탑사와 거꾸로 어는 고드름이다.
탑사는 지방기념물 35호로 지정이
되어 있는데 천지탑을 정점으로 음양오행의 이치가 담겨진 신비의 원추형 탑으로 약 80여기가 있다. 역고드름 현상은 아직도 불가사의한 신비로 남아
있는데 정한수를 떠 놓으면 공중으로 기둥을 만들며 고드름이 언다.
진안 군민의 날 전야인 10월 11일에는 부처님의 미소를 닮은
수마이봉 이 굽어보이는 은수사 앞에서 산제를 지낸다. 이는 이곳이 태조가 조선건국의 천명을 얻은 산이기도 하며 조선조 오백년동안 많은 기림을
받았으며 태종 13년(1413)에는 왕께서 친히 계룡천도를 이 곳 산신에게 물어 민심의 동요를 막았다고 하는데에서 기인한다고 한다. 특히,
마이산 남부 쪽은 벚꽃 절경으로 유명하여 매년 4월 많은 상춘 인파가 몰려든다.
멋과 향이 가득한
다향만리
- 전남 보성 녹차밭 -
우리나라 최대의 차 산지인 보성. 보성은 다향이 있는 고장이다. 많은
사람들이 차 잎을 따기 시작하는 5월 초에는 쇼핑으로, 구경으로, 또는 사진촬영등 다양한 목적으로 보성에 들어오고 있다.
보성은
대한다업등 기업화 되어 있는 거대한 다원이 약 9- 10여개 있는데 작은 개인 농가까지 합하면 약 120여개 농가가 차 재배에 종사한다고
한다. 산비탈을 개간하여 조성한 차밭의 차 잎 따는 아낙네들의 풍경은 이젠 보성의 대표적인 모습이 되고 말았다. 고개에는 다향각이라는
정자가 있어 보성의 차밭을 한눈에 조망할 수도 있고 쉬어갈 수도 있다.
바닷가 쪽으로는 율포가 있는데 해수욕장과 포구를
겸한 곳이다. 특히 이 곳에는 보성군이 직접 운영하는 율포 녹차, 해수 온천탕이 있는데 녹차욕과 해수욕을 둘 다 끌여안은 욕심많은
온천탕이다.
그 외 보성은 판소리의 고장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공설운동장 옆에는 보성판소리 전수관이라는 건물이 들어서 보성의 판소리
문화 보급에 기여를 하고 있다. 다원과 율포 해수욕장 연계해서 들러봄 직하다.
율포
녹차,해수온천탕 TEL: 061) 853-4566 율포 해수, 녹차 온천탕은 해수와 녹차의 장점을
모두 끌여안은 욕심많은 온천탕이다. 보성군에서 직접 운영하는 이 곳은 대폭적인 시설 확충으로 2000년에 새로 문을
열었다. 보성다원과 율포 해수욕장을 두루 둘러보고 피로를 풀고 가기엔 더없이 좋은 곳이다.
찾아가는 길: 보성 다원이 있는 봇재에서 율포 방향으로 내려가면 율포해수욕장 (사실..포구라고 해야 더 정확할 듯)이
있는데 그 해변에 파아란 건물로 자리하고 있음. 영업: 오전 06:00 - 오후 20:00 연중무휴 (설날은
휴업) 요금: 일반 5,000원 어린이 3,000원 20인이상 단체 10%
DC
대나무의 고장, 대나무 숲에 묻혀서
- 전남 담양 대나무 숲 -
흔히
죽향(竹鄕)이라고 불리어 지는 담양. 담양은 하늘을 뒤덮는 곧게 뻗은 대나무 숲과 그와 더불어 발전한 죽세공예로 이미 많은 세인들에게 알려져
있는 곳이다. 또한 남도의 땅 자락이 다 그렇듯이 빼어난 풍광 탓일까 가사문학이 일찍이 발달하여 가사문학의 산실이라는 수식어를 항상 달고 다니는
곳이기도 하고 붙이기 좋아하는 여행가들은 정자(亭子)여행이라는 테마로 자주 들리는 곳이기도 하다.
담양에서 대숲을 감상할 곳은
여러 곳이 있으나 광고의 배경이 된 곳은 개인집으로 방문객들이 원하면 잠시 열어주기도 한다. 사시사철 푸르름을 간직한 대나무숲은 언제보아도 별
무리는 없으나 가급적 여름은 피하는 것이 좋다. 모기가 많기 때문이다.
담양군 대전면 행성리 최희창씨 댁. 최희창씨 댁은 현대적인
분위기의 주택에 우거진 대나무 숲 뒷마당을 가지고 있었다. 촬영지는 여기서 약 100여미터 떨어져 있었는데 울창한 대숲이 그야말로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아쉬운 점은 마침 한여름철이라 대숲에는 엄청난 모기 떼가 득실거리고 있어서 어느정도 희생을 감수하고 있었다. 원래 일반에게는 개방을
안하는 곳이나 전화까지 먼저 해오고 그래서 열어주는 것이라며 안주인으로 되어 보이는 아주머니가 문을 따 주신다.
" 대나무 숲의
모기는 작고 검은 색인데 그렇게 해롭지는 않아요"
우리 일행 때문에 할 수 없이 문을 열어주시는 아주머니께 미안할 따름이다. 우리야
구경하는 재미에 모기 떼에 좀 물릴수도 있다고 하지만 주인 아주머니야 모기 물려가며 시간 내어 주기가 쉽지 않을것이라는 것쯤은 당연한 사실
아닌가?
이 대나무 밭은 약 만평 정도 된다고 하는데 앞으로 죽림욕장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3년에 한번씩 잘라 주는데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70여종의 대나무 중에서 3 종류가 이곳에 자라고 있다고 한다. 양쪽 대 밭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걷자면 제법
운치가 날 듯 싶다.
성암 수련원(야영장) 수북면에 있는 성암수련원은 성암청소년교육재단에서 설립한
청소년수련시설이다. 가재가 살고 있는 깨끗한 개울은 물론 넓은 운동장과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도 갖추어 놓고 있다. 물론 일반인들도 이용을 할 수가 있다. 숙박시설은 여러 가지형태가
있는데 의외로 저렴하다. (061) 382-7456
대나무골 야영장 역시 빼어난
대숲을 지닌 곳으로 단체손님이 이용하기에 적당하다. 최희창씨 댁과 함께 대숲 감상으로는 가장 인기를 모으는
곳이다. (061)
383-9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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