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위'라고 하니까 문득 등심과 안심이 생각나는데.. ^^;; 그게 아니라 차량의 각 부분별 명칭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중고차라는 것은 어떤 불특정인이 일정기간 이상 운용한 차량이기 때문에, 사고나 수리작업같은 내역을 불가피하게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10년 이상 타고도 교환내역이 전혀 없는 완전무사고 차량도 심심치 않게 보이지만, 신차 출고 후 얼마 타지도 못하고 대형사고를 경험하는 차량도 빈번하게 나옵니다. (참고로 저는 SM5 개인택시 부활 51만km 완전무사고 차량도 봤고, 신차 탁송받은 후 시운전하다 전손사고가 발생한 차량까지 모두 목격했습니다.)
제가 올리는 매물리스트의 차량을 보면 '휀다 교환'이라던지, '문짝 교환' 등의 멘트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아시는 분들은 무슨 얘긴지 아시겠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은 직접 검색해서 파악하기 전 까지는 감감하기 마련이지요. 또한 그것뿐만 아니라 특정부위의 교체여부로 인해 지니는 선입견이나 오해 등을 제 개인적인 의견을 첨가시켜 바로 잡아보고자 합니다.
참고로 어떤 차량에 있어서 교체부위가 범퍼와 휀다, 본넷, 문짝, 트렁크 등에 한정된다면, 그 차는 '외판 단순교체'로서 '무사고차량'에 포함됩니다. 볼트를 풀러서 쉽게 교환할 수 있는 부위란 얘기지요. (제가 딜러의 입장에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실제 규정이 그렇습니다. 범퍼, 휀다, 본넷, 문짝, 트렁크 외 기타 골격에서의 손상이 있다면 사고차량으로 분류되지요.)
한편 차체의 일부분이나 차량 전체에 도색작업이 들어갔다 하더라도, 외판이나 골격의 물리적인 교환이 없는 이상 그것 또한 무사고 입니다. 도색작업은 아예 사고의 범주에 포함되지가 않기 때문인데, 그러나 중고차 매매시장에서의 상관습상 수입차나 대형차에 있어서 도색이력이 있다면 그것은 감가대상으로 인정되고 있지요.
그런데 인터넷의 중고차 사이트를 둘러보면 딜러가 '무사고'라고 기재를 했는데, 막상 직접 보면 휀다나 문짝 등의 외판이 교환되어 있는 차량들이 심심치 않게 있습니다. 엄밀한 기준에 의해서는 그 딜러의 행위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교체부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기재해줘야 하는게 옳습니다. "이거 갈렸네?", "여기 먹었네?"라며 뜻하지 않은 분쟁이나 오해가 나타날 소지가 충분하니까요. (그래서 제 매물중에 '완전무사고' 차량이 약간 적은 이유가 있는 겁니다.)
저도 딜러이다보니 그렇게 올리신 분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매장의 차량 제시표를 쓸 때나 인터넷에 광고 올릴 때, 외판 교환된거 미주알고주알 적다보면 약간은 쪽팔린 것이 사실이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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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범퍼 (Bumper)
범퍼는 소모품으로 간주됩니다. 일단 사고 (전/후방)가 발생하면 무조건 0순위로 손상되는게 범퍼인데, 주차시나 이동중에도 가장 다치기 쉽지요. 긁히고 벗겨지고 찢어지고.. 차량을 매입할 때도 범퍼가 멀쩡하고 깨끗하게 유지된 경우는 별로 없었던거 같아요. 운전자 본인도 알게 모르게 자잘한 흔적이나 상처가 있기 마련이며 합성수지 재질이라 손상받기도 쉽습니다. (그러나 재질이 무르기 때문에 수리하기도 쉬운 편입니다. 찢어진 부분은 심지어 꿰매기도 해요.)
범퍼만 교환된 차량은 절대 사고차량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차량을 구입할 때나 딜러에게 판매할 때, 이 부분갖고 실랑이할 이유가 없어요. 일부 손님들은 범퍼교환 내역을 확인하고 사고차를 판매했다며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무사고 차량이 맞습니다. 만약 신차급의 차량을 구입했는데 범퍼가 수리되었다면 기분이야 좀 언짢을 수 있겠지만, 그것까지 확인시켜 드리지는 않아요. 어쩔 수 없습니다. (사실 범퍼를 수리한 흔적은 딜러도 쉽게 확인하기는 힘들뿐만 아니라, 감가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아예 살펴보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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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휀다 (Fender)
여기가 두번째로 쉽게 손상을 입을 수 있는 부분입니다. (정비하시는 분들의 일부는 '후렌다'라고 하는데, 일본식 발음입니다.) 휀다만 교환된 차량은 대부분 단순사고를 겪은 차량인데, 접촉사고 (혹은 테러)의 빈도가 가장 높지요. 또한 신품 교체비용도 저렴하기 때문에 판금이나 덴트를 모르시는 분들은 그냥 별 다른 생각없이 교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이런 차량을 딜러에게 판매할 때는 미약하나마 약간의 감가가 있게 됩니다.)
앞부분으로 일정속도 이상 충돌이나 추돌이 났을시에 달랑 휀다만 손상을 입는 경우는 적습니다. 좌측이든 우측이든 대부분 본넷도 같이 찌그러지는데, 교체부위를 유심히 살펴보다 보면 대략 얼마 정도의 속도로 부딪쳤는지 짐작이 가더군요. 단, 차체의 옆부분으로 추돌이 있었을 때는 쇼바 (Absorber)의 수리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시운전을 통해서 확인이 가능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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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본넷 (Hood)
본넷도 단순사고로 교환되긴 하는데, 휀다에 비해 충돌에 의한 교체 가능성이 약간 높은 편입니다. 물론 이것도 테러의 주 대상이 되는 부분이지요. (단순교환)
여기가 좀 찌그러지거나 벗겨졌다고 실력없는 공업사나 길거리에서 판금작업을 하게 되면, 시일이 흐른 후 거북이 등가죽처럼 쩍쩍 갈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엔진열을 직접 전달받는 곳이기 때문에 그 영향으로 인한 것이며, 도색작업을 할 때 열처리를 엉망으로 하면 십중팔구 그 모양이 됩니다.
심심치 않게 보이는 SM520 => 525V 외관으로 개조한 차량이라던가 뉴그랜저 => 다이너스티, 투스카니나 티뷰론 터뷸런스 등의 튜닝차량도 본넷이 교환되었을 확률이 있습니다. 이런 차량들은 좀 주의해야할 것이.. 전방에 사고가 난 후 "이왕 사고난 김에 아예 개조를 해버리자"라는 생각으로 바꿔버리는 경우가 간혹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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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프런트판넬 (Front Panel)
다른 표현으로는 '지지판넬' 혹은 '지지대'라고도 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약간 문제가 심각해지지요. (프런트판넬은 차체의 '골격'이기에 얘네가 교체되면 당연히 '사고차'로 간주됩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프런트판넬이 교체되면 범퍼는 99% 신차 출고시의 그것이 아닙니다. 대략 20~30km/h 이상의 속도로 충돌이 있을 때 프런트판넬이 파손되는데, 여기서 속도가 더 올라갔다면 뒷편의 라디에이터까지 교체해야될 상황이 오지요. 사고차량에서 가장 많은 빈도를 차지하는게 양쪽 휀다 + 본넷 + 프런트판넬 교체차량 입니다. 이게 소위 얘기하는 '삼박자' 사고인데, 아주 가끔씩 미숙한 운전자가 보도블럭이나 화단을 올라타는 바람에 범퍼와 지지대만 달랑 손상된 차량도 나오지요.
요즘은 과잉정비가 너무 심하다보니 프런트판넬 판금작업으로 얼마든지 수리가 가능한 차량을 그냥 깨끗하게 교환하는 빈도가 높습니다. 물론 이것은 경미한 사고에 한정되겠지만 좀 아쉬운 일이지요. (참고로 프런트판넬 교체 or 판금 여부는 얼마든지 구분이 가능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을 첨언하자면, 프런트판넬 교체차량으로서 가격에서의 메리트가 있고 주행에 지장이 없는 차량이라면 아주 좋은 선택이라고 보여요.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인 시세에서 약 7~10% 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형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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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휠하우스 (Wheel House)
말 그대로 바퀴를 덮고 있는 집 (구조물)인데, 전방으로 대형사고를 겪은 차량이라면 이 부분에 칼을 대야할 상황이 옵니다. 한쪽만 (측면충돌) 수리했던 양쪽 (정면충돌) 모두 수리했던 국내 대다수의 차량이 전륜구동으로 동력의 전달 & 조향 (操向)이 이루어지는 부분이기에 계측작업이 동반된 정교한 수리를 거쳐야만 후유증이 없습니다. 이 과정이 부실하면 떨림이나 쏠림, 타이어 편마모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지요.
차량의 이력을 추적하다보면 최대한 적은 비용으로 (가장 싼 가격으로 낙찰된) 수리한 차량이 보이는데, 당연히 그런 차량일수록 부실합니다. 반드시 시운전을 거친 후 결정해야 하며,
개인적으로 저는 과거 몇년에 걸쳐 휠하우스 작업된 차량 2대를 차례차례 타고 다녔었는데, 수리의 완성도에 따라 극과 극의 성능을 나타냈었습니다. 스티어링휠을 잠시 놓으면 한쪽으로 사정없이 쏠려버리는 차량과 주행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녀석이었는데, 휠하우스 수리차량의 선택은 가격이 싼 만큼 개개인의 취향에 달렸다고 봅니다.
한편 일부 차종이나 트럭은 일반 승용차와 같은 모노코크 (Monocoque) 구조가 아닌 프레임 (Frame) 구조로 형성되어 있기에, 휠하우스가 지니는 의미는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프레임에 차륜이 연동되어 있으니까요.) 트럭의 경우 휠하우스 부분까지 다쳤다면, 차라리 속 편하게 '탑갈이'를 해버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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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문 (Door)
카니발이나 스타렉스같은 차량의 슬라이드 도어도 포함됩니다. 단순 긁힘이나 찌그러짐 등의 사유로 인한 교환이 가장 많고, 강풍이 부는 지역에서 문을 살짝 열었다가 난데없이 제껴지는 바람에 파손될 수도 있지요. 문짝의 수리가 엉성할 때는 고속주행에서 풍절음이 들리기도 하는데, 고무패킹의 노화나 잡다한 부착물이 원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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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필러 (Pillar)
차체와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이지요. 앞좌석의 앞 부분을 A필러, 사진에 나와있는 중간 부분을 B필러, 뒷좌석의 뒷부분 기둥을 C필러라고 합니다. 측면으로의 추돌시 손상받을 수 있는 부분인데, 조금이나마 차체가 틀어져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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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지붕 (Roof)
지붕이 다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나뉘는 듯 합니다.
a. 윷놀이
눈발이 날리고 길이 미끄러워지면 슬슬 전복된 차량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특히 렉스턴이나 테라칸같은 SUV 차량은 차고 (車高)가 높아 약간이라도 스텝이 꼬인다면 엎어지기가 쉬운데, 어떤 차량이 됐던간에 한번 뒤집어지면 무조건 대박사고로 이어지지요.
b. 낙하
과적한 화물차에서 철근이나 골재가 낙하 (특히 차간거리를 적당히 두지 않았을 때)하는 일이 있습니다. 도둑이 담을 넘다가 떨어지거나 동네 아이들이 높은 곳에서 점프하는 바람에 푹 눌리기도 하지요. 건물에 걸려있던 간판이 떨어지기도 하고.. 예전에 해외 뉴스를 보니까 미국인가 호주에서 50원짜리 크기의 우박에 맞아 차가 걸레가 된 적도 있더군요. (지붕은 말할 것도 없고)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간에 지붕을 교환한 차는 무조건 대형사고로 감안하며, 방청 (防靑)의 문제 때문에 가장 큰 감가가 나타납니다. 녹물이 한번 나타나기 시작하면 도무지 수습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는데, 실내의 내장재까지 큰 영향을 받지요. 사제 썬루프를 장착할 때 루프판넬 절단면 모서리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녹이 나타나는 것과 비슷합니다.
사고차 수리하시는 분들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차라리 휠하우스 교환한 차가 루프 교환한 차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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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사이드실 (Side Sill)
아무래도 차량의 밑바닥이다 보니 비포장도로나 험로를 주행하면 많이 상하는 부위입니다. 마후라 (배기구)에 구멍이 뚫릴 수도 있고, 쌓인 눈이 잠깐 녹았다가 꽁꽁 얼어붙은 얼음덩어리 길을 그냥 주행해도 손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부식이 넓게 번지거나 미관을 크게 해친다면 교환에 이르지요.
동절기에 염화칼슘이 뿌려진 길을 주행하고 하부세차를 하지 않거나, 바닷가를 신나게 질주한 후 그냥 내버려둬도 손상을 입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녹은 슬슬 타고 번지니까요. (사실 사이드실은 사고보다는 부식 때문에 교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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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쿼터 (Quarter Panel)
요즘의 차량들은 대부분 이 부분이 지붕과 통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나사를 풀거나 조이는 방법으로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손상부위를 감안해서 잘라낸 후 새 부품을 용접시켜 작업하게 됩니다. (말 그대로 '불을 대는' 작업이지요.)
단순한 사유로 교체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긴 한데 수리작업에 있어 용접이 수반되기 때문에 좀 찝찝하긴 하지요. 그러나 주행하는데 있어 큰 문제점은 없는게 대부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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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트렁크 (Trunk Lid)
지극히 단순한 부분입니다. 가끔씩 트렁크만 교환된 스타렉스나 카렌스 등의 차량이 입고되는데, 교체원인을 한번 파악해봤더니.. "트렁크가 열려있는줄 모르고 후진하다가 벽에 그만.." 이런 사유들이 많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