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야탑문학>> 제10집 특별호에 실었습니다.
‘야탑’은 제가 사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동네 이름입니다.*
꽃중년 남성 멋내기의 네 박자
심양섭
요즘 한국 청년들은 성공하기 위해 갖춰야 할 게 너무 많다. 그 중 하나가 ‘뛰어난 패션 감각’이다. 그런 패션 감각은 비단 청년들에게만 필요한 것일까? 나 같은 중년 남성들은 패션에 신경 쓰지 않아도 좋을까?
여성들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옷도 화려하게 입고 화장도 짙게 해야 한다고들 말한다. 그 말이 맞다면 남자들도 늙어갈수록 패션 감각을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중년 남성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하나는 무신경하거나 게으른 것이고, 다른 하나는 패션 감각을 발휘하는 데에 돈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나부터도 이것저것 알아 보고, 챙겨 입고, 꾸미는 게 귀찮다. 막말로 이 나이에 다시 취직할 것도 아니고, 새 장가 들 일도 없는데 멋내기가 도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외모를 가꾸는 데 드는 비용도 솔직히 만만찮다.
그렇다고 해서 꾸미지 않는 남자들의 생활 스타일을 일반화할 것은 아닌 듯하다. 개인차가 워낙 큰 탓이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외모에 관심을 기울이는 남자들은 존재한다. 그런 사람들은 티가 난다. 옷차림도, 용모도 다르다. 세련미를 풍긴다. 이런 남자들은 원래 성미가 깔끔한 사람들일까. 아니면 한 때 나름대로 ‘놀아 본’ 가락이 있는 사람들일까.
내 또래 남자들도 은근히 패션에 관심이 있는 것 같다. 고교 동기 인터넷 카페에 내가 쓴 여러 주제의 수필을 올려봤는데 남성패션에 관한 글의 조회수가 현저하게 더 높았다. 딸 시집 잘 보내려고 주름살까지 관리하는 강남 아줌마 수준은 아니더라도 중년 남성들의 상당수도 외모에 신경을 쓰고 있는 셈이다.
외모가 산뜻한 중년 이후 남자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자괴감을 느끼기도 한다. 나로서는 맨발로 뛰어도 따라가지 못한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다. 그 사람들처럼 많이 알고 많이 투자하지는 못할지언정 내 수준에 맞게 최선은 다해야 할 것 아닌가.
그래서 작년에 남성 패션 책을 한 권 구입해서 읽은 데 이어 올해 다시 한 권을 구입해서 읽어보았다. 작년에는 일본의 여성 스타일리스트가 비즈니스맨을 대상으로 쓴 『왜 옷을 잘 입는 남자가 일도 잘할까』를 읽었고, 올해는 한국의 남성지 편집장이 쓴 『그놈의 옷장』을 읽었다. 『그놈의 옷장』은 3년 전에 대학 캠퍼스에 뿌려지는 무가지에서 정보를 입수해 책상머리에 붙여놓고는 차일피일하다가 금년 들어서야 산 것인데 절품된 관계로 중고를 구입했다.
『그놈의 옷장』을 독파하고 나니까 내 머리에 남성 패션에 대한 일종의 얼개가 짜여졌다. 나 같은 중년 남자가 옷차림과 용모의 매력을 더하려면 뭘 해야 할지 감이 잡힌 것이다. 그게 바로 이 글의 제목인 “꽃중년 남성 멋내기의 네 박자”이다. ‘네 박자’는 다름 아닌 옷, 피부, 머리, 그리고 몸매이다.
첫째, 나이가 들어갈수록 옷을 더 잘 입어야 한다. 『그놈의 옷장』에서 “옷은 제2의 피부”라는 구절을 읽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또 다른 피부인 옷차림에 과연 나는 지금까지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반성이 되었다. 예부터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모름지기 사람은 신수가 훤하고 봐야 하는 것이다. 옷을 잘 입는 데에도 조화가 중요할 것 같다. 이미 가지고 있는 옷이나 염가의 질 좋은 옷으로 코디를 맞춰도 좋지만 투자를 해야 할 때는 해야 한다. 지나치게 유행을 좇아서는 안 되지만 유행을 너무 무시하는 것도 좋지 않다. 나이를 무시한 채 젊은 스타일만 추구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나이에 지나치게 얽매여서도 안 될 것이다.
둘째, 피부 관리에 늘 신경을 쓰면서 화장도 웬만큼은 하는 게 좋다. 얼굴이 받쳐 주지 않는 패션이란 있을 수 없다. 용을 그릴 때 마지막으로 눈을 그려넣는 것이 가장 중요하듯이 중년 남성의 멋내기에서도 당연히 얼굴이 제일 중요하다. 자외선 차단제, 눈썹 손질, 비비크림 사용, 향수는 기본이다. 피지(皮脂)와 각질 제거도 중요한데 기본요령은 인터넷을 검색하면 금방 나온다. 피지 분비를 줄이려면 술, 담배, 육류 섭취를 줄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피지선 사마귀가 많아졌다면 피부과를 찾아가야 하는데 나도 두세 번 시술을 받은 적이 있다.
셋째, 헤어스타일의 중요성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머리숱이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 속도를 늦추려면 머리를 자주 감아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미녹시딜 같읕 탈모방지제를 사용할 필요도 있다. 대머리인 경우 있는 그대로 자기 스타일을 유지하든지, 아니면 가발을 이용하면 된다. 내 친구 중에는 머리 한 가운데 빈 곳에 머리카락을 이식했는데 보기에 괜찮았다. 예상보다는 머리 이식에 많은 돈이 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놈의 옷장』에서는 남자가 머리 기르는 것을 극구 반대하지만 머리를 좀 기르면 젊어 보인다는 반론도 있다. 내 경우는 몇 가지 사정으로 인해 파마를 했고, 그래서 머리가 긴 편이지만 퍽 만족하고 있다.
넷째, 옷만 잘 입어서는 안 되고 ‘옷걸이’도 잘 관리해야 한다. 중년에 접어들면서 어느 정도 체중이 늘고 뱃살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지나치면 곤란하다. 비만의 도가 과하고 배가 너무 나오면 어떤 옷을 입어도 품위가 없다. 비만 체형의 경우 모든 옷을 맞춤으로 제작해야만 그나마 약점을 어느 정도 가릴 수 있을 것이다. 몸매를 그런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운동도 중요하지만 식습관이 더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식사다. 식사 거르기를 밥 먹듯이 하면 몸이 그에 반응하여 지방을 축적하기 때문에 뱃살, 엉덩이 살이 점점 두터워진다.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의 조화는 몸매 유지뿐만 아니라 장수의 비결이기도 하므로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상으로 꽃중년 남성 멋내기의 네 박자를 술하였거니와 나는 이 분야의 전문가가 결코 아니다. 내가 말한 ‘네 박자’를 나 스스로도 다 맞추지 못하고 있다. 삼시 세 끼 한 끼도 안 거르면서 정량의 식사를 하고 후식으로 단것까지 즐기건만 살이 크게 찌지 않고 뱃살도 거의 없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나부터 ‘네 박자’를 잘 맞추기 위해서라도 남성 패션에 관한 책을 더 찾아보고,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첫댓글 입은 거지는 얻어 먹어도 허름한 거지는 굶는다는 말도 있죠. 그게 바로 일종의 신언서판이며 옷이 날개란 말과도 통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남성 동지들께 크게 공감을 살 내용입니다.ㅎㅎ
이글을 꽃중년 남성분들께서 꼭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꽃중년 남자 분이 외모에 지나치게 신경 쓰는 건 좀 그렇지만
적당히 신경쓰는 건 좋은 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