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의 바닷가와 풍요로운 들판을 걸은 서해랑길(#21-22)
2023. 9. 24 (일) 날씨 : 맑음 기온 : 섭씨 17~27도
거리 : 21km 5시간 30분 동행 : 15명
신촌마을-동암묘-용동마을-신기저수지-죽산마을-영해 마을(영해 공원)-도원마을-성내-운남면사무소
신촌마을 회관
무안은 선사시대부터 문화가 발전하였음을 보여 주는 마제석기와 반월형 석도 등이 출토되었고, 상고시대에는 마한의 영지였다. 백제시대와 신라시대에도 풍요로운 곡창지대로 역할을 했다.
무안은 우리나라 서남단에 있으며 3면이 바다로 둘러 싸여 있다.
북으로 영광군과 접하고 감방산이 함평군과 경계를 이루며, 동으로는 영산강을 경계로 나주시, 영암군과 인접하고, 서로는 목포시와 신안군에 인접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야산지대로 형성되어 있으며 사질 및 점토질 토양이 많아 양파, 마늘, 고구마, 참깨 등 고소득 작목 재배에 적합하다.
배추와 콩밭이 지천인 반도 모양의 신촌, 영해, 운남 마을이 우리가 오늘 걸을 코스다.
배추밭
갯벌
신촌마을회관 앞에서 출발하며 들판을 도니 왼쪽으로 바닷가 갯벌이 나타난다.
물이 빠지는 썰물이어서 갯벌이 드러나고, 편평한 갯벌에는 온갖 바다 생물들이 햇빛을 맞으며 꿈틀거린다.
건너편에 톱 머리 해수욕장과 무안 공항이 보이는데 바로 지척이어서 서해랑길 걷기 여행의 오묘한 맛을 느끼게 한다.
무안 국제공항
선착장
톱 머리 해수욕장
유도
동암마을회관
동암마을 양배추밭
쥐눈이 콩밭
21코스는 11.9km인데 대부분 들판과 바닷가를 걸으며 동암마을부터는 시골길을 지난다.
양배추와 김장배추를 재배하는 농가들이 무척 많구나, 느낄 무렵 길은 벼 이삭이 누렇게 변한 황금 들판을 지난다.
희한하게도 열매가 작은 콩(쥐눈이콩)을 경작하는 밭들이 무척 많다. 우리나라 농촌에서 콩 농사를 이렇게 많이 재배하는 모습은 처음 본다.
벼들이 익어가는 들판을 끝없이 걷는 여정도 근래에 처음 경험하는 일이다. 메뚜기가 한 마리도 없고, 잠자리도 별로 안 보여 안타깝기도 하다.
무안 들판
농로에 핀 억새
농로 옆으로는 어느새 하얀 억새가 하늘거리고, 하늘은 온통 흰 구름과 파란 도화지로 도배를 했는지 환상의 가을 모습이다.
영해 마을 근처 바닷가 그늘에서 자리를 펴고 준비한 음식과 과일, 빵으로 점심을 먹고 잠시 쉰다.
누렇게 익은 벼
동암리에서 종점까지는 11.9km라는 이정표를 보고 걷는데 압해도로 건너가는 연륙교가 나타난다.
무안의 섬들은 연륙교 압해대교, 천사대교, 김대중 대교 건설로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
섬들을 연결하던 선착장의 배들이 일자리를 잃었지만, 날씨에 상관없이 김과 소금, 양파를 서울로 보낼 수 있으니 물류 효과로 주민들 경제적 효과는 엄청나게 좋아졌다.
무안 공항의 역할이 없어 경비행기 연습장으로 쓰이는 비경제적 존재가치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공군비행장으로 사용하려는 것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몇 군데 보여 사용에 대한 갈등이 있음을 느끼게 한다.
양배추밭
선두팀의 점심 시간
가로수로 삼나무를 심었는데 농사에 방해가 되어선지 키가 크지 않은 모습이 애처롭다. 서해랑 길은 계속 시골 동네를 이리저리 돌고 돌아 이기촌 마을에 다다랐다.
마을 앞 오래된 400년 된 팽나무와 표지석이 반기는데 이기촌(耳基村)의 유래는 우측으로 계당산, 좌측으로 망매산 사이에 조리형의 지형을 지니고 있어 부르게 되었다.
무안군에서 발행한 마을 유래지에는 「마을이 위치한 주변 형세가 사람의 귀(耳)와 같이 생겼다고 하여 ‘귀미’라고 불렀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름도 희한한 동네에서 길가에 뽑아 논 풋고추를 따다가 할머니의 벼락같은 고함에 놀라야 했다.
아마도 배추를 심으려 서둘러 뽑았는데 따지 못한 풋고추를 남들이 따가니 아까웠나 보다
고개를 넘으니 누런 들판과 갯벌이 아름다운 성내 마을이 나오는데 들판이 온통 태양광 발전을 위한 집전판이 설치되어 전기를 생산한다.
수로를 건너면서 운남면 동암리에서 성내리(城內里)로 바뀌는데, 조선시대에 ‘다경진성’이 있어 성안 또는 성내라 불렀다고 한다.
건너편에 압해도 기룡항 여객선 터미널이 보이고 이내 우린 내화 마을 지나 운남면을 향해 빠르게 발길을 옮겼다.
끝없이 내리쬐는 초가을 햇살이 강해 얼른 목적지에 도착하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운남면으로 향했다.
운남초등학교를 지나니 가게 하나 없던 오늘 여정이었는데, 운남면에는 식당과 병원 그리고 철물점까지 웬만한 도시처럼 번화한 모양을 갖추고 우리를 반긴다.
운남면 마을 유래에서 연리(蓮里)는 운남동, 저동, 자작, 양곡, 연동, 내화, 비석동, 상동 등 8개의 자연마을로 이루어졌다. 마을의 전체적인 지형이 연꽃과 같다고 하여 ‘연리’라 부르게 되었다.
면사무소 쉼터에서 몸을 씻고 출출한 배를 뒤풀이로 채웠다. 훈훈한 정이 오가는 시골길 나들이가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며 걷는 행복한 걷기가 되어 좋았다.
무한한 종류의 농사짓기가 이루어지는 무안 들판을 걸으며 국가의 곳간으로 제 역할을 다하는 곳이라 여겼다.
양파, 콩, 양배추, 김장배추, 무화과, 벼농사 등으로 황금 들판을 경작하는 농부의 소중한 땀의 결실을 온종일 보았던 무안 나들이가 가슴에 남았다.
훈훈한 담소가 가득했던 뒤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