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U-17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보인고 김호(위 사진)가 "본선대회는 반드시 참가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최고의 기량을 펼쳐 보이겠다고"고 말했다. ⓒ K스포츠티비
세계 최고의 스타플레이어인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는 키가 작으면 축구를 못한다는 불문율을 파괴했다. 상대 수비 2~3명을 거뜬히 제치는 탁월한 개인기와 남다른 클래스로 세계 축구를 평정했다. 작은 고추의 막강한 위력을 그대로 증명하고 있다. 보인고(서울) 간판 미드필더 김호(2학년)는 한국판 '작은 거인'의 탄생을 꿈꾼다.
김호는 안양초(現 FC안양 U-12) 시절부터 촉망받는 유망주로 각광받았다. 체격 조건은 왜소하지만, 뛰어난 축구 센스와 테크닉을 앞세워 많은 축구 관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어린 나이 답지 않은 침착한 경기운영과 영리한 두뇌 플레이는 또래 레벨 중 최고 수준을 자랑했다. 그라운드 전체를 아우르는 넓은 시야와 볼 키핑 등도 추종을 불허했다.
안양초를 졸업하고 구로중(서울. 현재 해체)에 진학한 김호는 중학교 진학 후에도 꾸준한 성장 곡선을 거듭했다. U-13, 14, 15 대표를 두루 거치며 '엘리트 코스'를 착실히 밟았다. U-14, 15 대표 시절 한-일 교류전과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선수권 예선에서도 날카로운 슈팅력과 패싱력 등을 앞세워 존재감을 과시했다. 중앙 미드필더로서 다재다능함을 갖춘 김호의 주가는 치솟을 수 밖에 없었다.
구로중 시절 스카웃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손꼽힌 김호는 여러 팀들의 끈질긴 구애 끝에 축구 명문 보인고(서울)에 새 둥지를 틀었다. 패스 게임을 중시하는 보인고의 축구 스타일은 김호의 기량을 더욱 향상시켜줄 최적의 무대였다. 주변의 기대와 달리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당시 고교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하나였던 유창훈(고려대)이라는 거대한 산이 김호의 벽을 가로막았다.
저학년때부터 팀의 주축으로 맹활약한 유창훈의 벽을 뚫는다는 것은 고교에 갓 입학한 새내기인 김호에게 분명 버거웠다. 중학교와 달리 팀 전술과 피지컬 등이 우선시되는 고교의 스타일에 스며드는 작업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 벤치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1년 동안 혹독한 성장통을 겪었다. 이로 인해 자신감과 경기 감각도 저하되는 등 자신의 텃밭인 연령별 대표팀과도 점점 멀어졌다.
고교 진학 후 속앓이를 하는 시간이 많았던 김호는 그라운드에 뛰는 모습을 고대하며 묵묵히 인내했다. 그런 와중에 찬스는 찾아왔다. 지난 시즌 보인고가 왕중왕전에 저학년을 위주로 스쿼드를 꾸리면서 출전 기회가 돌아간 것이다. 김호는 왕중왕전에서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뽐내며 부활의 조짐을 보였다. 안정된 경기운영과 날카로운 패싱력 등은 여전히 위협적이었고, 재빠른 문전 침투로 득점까지 기록하는 등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2학년에 진급하면서 팀의 주전 자리를 꿰찬 김호의 진가는 시즌 첫 대회인 금석배 대회에서 절정을 이뤘다. 김호는 이찬(3학년)과 함께 '더블 볼란테'로 짝을 이루면서 날카로운 슈팅력과 패싱력 등으로 팀 플레이를 조율했다. 16강 부평고(인천) 전에서는 멀티골을 기록한데다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등 플레이의 순도도 높았다. 특히 상대 허를 찌르는 '킬 패스'는 보인고의 속도 축구를 더욱 업그레이드 시켰다.
보인고가 용운고(상주 상무 U-18)에 승부차기 끝에 져 3위에 만족했지만, 본래 위력을 되찾은 김호의 활약은 우승 못지 않은 소득이었다. 김호는 금석배 3위의 아쉬움을 잊고 새 목표를 위해 축구화 끈을 다시금 고쳐맸다. 팀이 2년 동안 중경고와 영등포공고에 막혀 권역 리그 준우승에 만족한 아쉬움은 김호에 큰 동기부여다. 하계 전국대회에서도 금석배 때 못 이룬 우승의 꿈을 이루고 싶은 의지가 강하다.
"지난 시즌에는 형들이 신체 조건이 좋아 공중볼 등에 강점이 있었다. 그에 반해 올 시즌은 패스 게임과 기동력이 좋다. 금석배 대회에서 3위에 만족하면서 아쉬움이 있었지만, 다 잊고 권역 리그와 하계 전국대회 우승을 목표로 새롭게 준비하고 있다. 경기를 이기려면 골이 먼저 들어가야 한다. 골과 함께 내용도 좋아야 한다. 개인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로 목표 달성을 이루겠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보인고에서 올 시즌 김호의 비중은 엄청나다. 왼발잡이에 패싱력이 좋은 김호의 발 끝에 따라 특유의 속도 축구가 만들어진다. 이를 통해 2선 김대원과 임영웅 등의 스피드와 공간 침투는 위력을 발휘한다. 팀 전체적인 밸런스도 안정감을 꾀할 수 있다. 권역 리그와 하계 전국대회 우승이라는 대위업을 위해서는 김호의 활약은 필수적이다. 지난 시즌보다 팀내 위상이 확연히 달라진 셈이다.
"감독님께서 키가 작다보니 볼을 많이 받고 많은 움직임을 가져야 된다고 주문하신다. 감독님의 말씀에 동감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스트라이커들에 빨리 연결해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김)대원, (임)영웅이 형 등은 나보다 학교의 스타일을 더 잘 안다. 형들이 돋보이기 위해서는 내가 형들을 도와줘야 한다. 골-도움 합해서 14개 공격포인트를 기록해서 팀에 기여하고 싶다."
전 세계 축구 유망주들에게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은 '꿈의 무대'다. 오는 10월 칠레에서 열리는 FIFA U-17 월드컵은 전 세계 많은 스카우터들과 관계자들의 이목이 저절로 집중되는 무대다. 최근 대표팀과 인연이 없었던 김호에게도 생애 단 한 번 뿐인 U-17 월드컵은 놓칠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속팀에서의 좋은 활약이 중요하다. 선배인 구자철(마인츠05)과 서정진(수원 블루윙즈) 등의 존재는 김호에 좋은 자극제다.
"팀에서 열심히 하다보면 대표팀의 기회도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U-17 월드컵에 출전하게 되면 한국을 대표해서 열심히 뛸 것이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아 더 노력해야 된다. 보인고에서 구자철, 서정진 선배님 못지 않은 선수로 성장하는 것이 나의 목표다. 보인고에 온 것에 감사하고 자부심을 많이 느낀다. 앞으로 해외 3대 빅리그(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해서 한국축구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이 꿈이다." -이상 보인고 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