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검은 여우 / 베치 바이어스
1) 분량은?
a4 78매, 원고지 420매
2) 느낀 점은? 그 이유는?
함께 필사하는 동인분은 감동해서 눈물을 흘렸다고 하는데, 난 감동은커녕 아무 느낌이 없어서 스스로에게 당황했다.
검은 여우가 잡힐까봐, 톰이 마음 졸이는 부분에서는 같이 마음을 졸이긴 했다.
숙제가 아니었으면 중간에 내려놓았을 법 한데, 끝까지 읽기 위해 노력했다. 두 번 세 번 내려놨다가 끝을 봐야지, 하고 다시 잡아들었다.
이모가 이모부에게 검은 여우를 잡아달라고 했을 때, 왜 톰은 그러지 말라고 이야기하지 않는지, 이모부가 총을 들고 가 여우굴을 찾아 새끼 여우를 잡을 때 왜 말리지 않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무리 아이라고는 하나, 하찮은 방해를 하기 전에 ‘말’을 하면 될 것 아닌가! 답답한지고!
3)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그 이유는?
농장에 가는 게 왜 그렇게 싫은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저 가기 싫고, 앞으로도 가기 싫을 것이며, 어쩔 수 없이 가더라도 농장에 있는 순간순간이 싫고, 지긋지긋하고, 못마땅하리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넌 아빠랑 내가 여행 가는 게 싫으니?”
- 엄마의 가스라이팅! 아이는 엄마가 아빠랑 여행가는 게 싫은 게 아니라, 자신이 홀로 낯선 농장에 보내지는 게 싫은 건데, 엄마는 아이를 가스라이팅 하고 있다.
엄마는 눈물이 많다. 일주일 전 텔레비전에 늙어서 서커스를 못하게 된 코끼리가 나왔는데, 갑자기 서럽게 흐느끼는 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엄마가 울고 있었다. 아빠와 내가 웃어 대자 엄마도 멋쩍게 따라 웃었다. 하지만 지금, 늙은 코끼리가 아닌 나 때문에 엄마가 우는 것은 하나도 즐겁지 않았다.
- 이건 아동학대 아닌가. 10살 짜리 아들을 낯선 이모네 농장에 맡겨놓고 2달간 유럽에 자전거 여행을 가겠다는 엄마아빠. 아이가 뜻대로 따라주지 않자, 아이가 보는 데서 눈물을 흘리는 엄마. 이상하다.
“꼭 엄마한테 싫은 티를 내야겠어? 한 번이라도 너 말고 다른 사람 생각도 좀 해라!”
- 그러는 아빠는 다 큰 성인이 아이의 심정을 생각 좀 해보셨나요! 아, 아동학대로 신고하고 싶다.
4) 글을 쓰는 창작자로서 배울 부분들을 꼽아보자.
아이의 상상력. 이야기를 흐르게 하지 않고 여기저기 산만하게 하는 곁가지처럼 느껴졌지만, 아이다운 상상력이고 그걸 캐치해내는 게 대단하다.
5) 나에게도 검은 여우 같은 진귀한 추억이 있나? 혹은 어릴 때 가장 좋아했던 것이 있다면, 무엇이었을까?
그 어떤 생물체와 저리 깊이 교감한 적이 있었나 떠올려 본들, 나쁜 기억만 떠오른다.
집에서 키우던 개를 아빠가 동네 아저씨들에게 줘버린 일이 있었다.
하교 후 늘 그랬던 것처럼, 아롱이한테 달려갔다. 개집에 묶인 채 나한테 꼬리를 흔들어야 할 아롱이가 보이지 않았다. 가만 보니, 아롱이도 아롱이 집도 없어졌다. 엄마는 아빠가 동네 아저씨들에게 아롱이를 줘버렸다고 했다. 하교할 때 마주쳤던 아저씨들이 떠올랐다. 아저씨들이 들고 있던 포댓자루에서 낑낑거리던 게, 아롱이였던 것이다.
동네에서 큰길까지 울면서 아저씨들을 따라갔다. 나는 집요하게 아롱이를 어디로 데려가냐고 물었지만 아저씨들은 입을 굳게 닫았고, 신호등이 바뀌자 어린 나를 따돌리고 횡단보도를 건너가 버렸다. 난 아빠를 찾아가 따졌지만, 아빠는 제대로 된 대답 한마디 없이, 날 물리쳤다.
그날 밤, 눈물을 머금은 내 눈가에 아빠가 아저씨들에게 감사 전화를 받고 지었던 미소가 비릿하게 보였다. 그런 아빠와 한방에서 자는 게 싫었다. 아빠가 내뱉은 공기를 내가 들이마시는 게 싫어서 이불 속에서 숨을 한참이나 참았다. 입을 벌리고 코를 고는 아빠의 코와 입을 막아버리고 싶었지만, 아빠가 아롱이처럼 나를 포댓자루에 넣어 아저씨들에게 줘버리지는 않을까 두려워 그냥 이불 속에 숨어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 여름, 복날 즈음이었다.
2, 해가 지기 전에 / 서장원
1) 분량은? 단락장은?
a4 8매, 원고지 65매
2) 느낀 점은? 그 이유는?
자식이 부모의 상처를 알 수 없는 것처럼, 부모도 자신이 자식에게 준 상처를 알 수 없다. 어쩌면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목도라도 하고 나면, 내 숨이 끊어질 것처럼 고통스러울지 모르니. 아무리 사랑하는 자식, 부모라도 제 자신보다 사랑하지는 않기에.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라는 게 결론인 건가... 싶다.
3) 가장 좋은 점은? 그 이유는?
“우리 아들은 의사예요.”
그렇게 말하고 기선은 빙그레 웃었다. 제대로 된 대답을 한 듯했다. 거짓말도 아니었다.
- 아들이 정신병원에 입원한 우울증 환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아들을 자랑스러운 의사로 내보이고 싶은 어머니의 심리가 잘 보인다.
기선은 수첩을 내려놓은 채 식은 커피를 들고 차에서 내렸다. 카페에 가서 설탕을 좀 넣을 작정이었다. 기선은 그런 생각을 하다가 바닥이 제 시야를 덮친다고 느꼈고, 몇 초 후에는 자신이 넘어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절을 하는 사람처럼 기선은 카페로 들어가는 계단 앞에 엎어져 있었다.
- 표현이 절묘하다.
3. 그 해 겨울은 쌀쌀했다 / 정은주
1) 분량은? 단락장은?
a4 2매, 원고지 14.2매
1. 추운 겨울
2.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여자만 4대가 사냐는 말을 들은 나의 당혹감.
3. 엄마가 따지러 감.
4. 일꾼들 빈방에 초등학교 남자 선생님을 모셔오기로 함.
5. 선생님이 오시고 1년간 집에 활기가 돔.
6. 전학을 가기로 하고, 증조할머니가 돌아가심.
7. 삼일장을 치르고, 어른들과 이야기하던 엄마가 울분을 토함.
8. 소 한 마리만 유산으로 받게 됐지만 그마저 죽어버림.
9. 친척들이 모두 떠나고 할머니와 엄마, 나, 선생님만 남아, 다시 밥상을 차리던 엄마.
10. 나는 도회지로 가는 전학버스를 탐.
2) 느낀 점은? 그 이유는?
단숨에 읽고 나서는 가슴이 아팠다. 화자인 아이는 단 한 마디도 대사로 발설하지 않았는데, 아이가 시시콜콜 귓가에서 속마음을 이야기한 것처럼 아이의 마음이 와 닿았다. 엄마의 강인함 속에 숨겨진 아픔도 느껴졌다.
3) 가장 좋은 점은? 그 이유는?
자녀들끼리 큰소리가 나도 말씀 한마디 보태지 않고 조용히 안방만 지키고 있던 할머니를 엄마는 서운하다 했다. 고부간에 그토록 날카롭고 큰소리가 오가면 관계가 영영 틀어지고 다시는 대면하지 않을 줄 알았다. 어른들 세계는 달랐다. 돌아서서 다시 밥상을 차리고 얼굴을 마주보며 앉았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어린 딸을 품에 꼬옥 안고 혼자서 끙끙거리며 밤을 넘겼다.
- 어른의 세계...라고 표현했지만, 엄마의 강인함이라 여겨진다. 그렇게 버텨야만 했던 엄마의 마음이 아리게 다가왔다.
4. 삼월이의 꿈 / 이규진
1) 분량은? 단락장은?
a4 1매, 원고지 10.4매
2) 느낀 점은? 그 이유는?
공들여 쓴 글이라는 느낌이 든다.
인물들이 많아서 헷갈렸지만, 앞으로 돌아가 남편 제호, 아들 기석, 딸 유현, 그리고 엄마이자 아내인 선옥이라는 걸 다시 확인하고 나서는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삼월이는 이곳만 오면 걷지 않아도 괜찮다는 듯, 흙 속으로 영 점 오 센티미터는 가라앉은 듯 조용해진다.
- 무슨 표현인지 잘 감이 오지 않는다.
3) 가장 좋은 점은? 그 이유는?
누울 때마다 홀로 일어설 수 없다는 사실을 새기는 듯 삼월이는 천천히 주저앉곤 했다. 오른쪽 다리를 여덟 팔자의 두 번째 획처럼 펼치면서 버텼다. 버틸 때까지 버티다가 옆으로 쿵 하고 쓰러졌다.
- 삼월이에 대한 묘사가 좋았다. 삼월이에 대한 화자의 애정이 담겨 있는 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