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데이비드 핸드> 옥스퍼드 대학교를 졸업했으며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 수학과 명예교수 겸 선임 연구원. 2002년 통계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인 'Guy medal'을 받았고, 2003년 영국학사원의 연구원으로 선출되었다. 2008년부터 왕립 통계학회 회장. 2013년 대영제국 훈장을 받았다. 유럽에서 수익률이 가장 높은 알고리즘매매 해지펀드 중 하나인 윈턴 캐피털 매니지먼트 의 고문이기도 하다. 우연한 일들에 숨어있는 법칙을 다룬 그의 대표작<신은 주사위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자연 과학서로서는 이례적으로 출간 즉시 <아마존>과<뉴욕 타임스> 종합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워싱턴 포스트>와 <허핑턴 포스트>등 유력 매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어려운 통계학 지식을 우리 일상과 연관 지어 알기 쉽게 전달한다는 평을 받은 데이비드 핸드는 책의 내용을 대중들에게 전하는 강연 활동에도 매진하고 있다. <정보제대: 데이터는 어떻게 우리의 세계를 지배하는가>를 비롯하여 7권의 책을 썼고 30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했다. 1950년 생으로 영국 런던에 살고 있다. The Improbability Principle Why Coincidences, Miracles, and Rare Events Happen Every Day, by David J. Hand 우연의 법칙 왜 매일 우연의 일치, 기적, 희귀한 일들이 벌어질까 이 책은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발생 확률이 극히 미미한 사건임에도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욱 신기한 것은 그런 사건이 한 번 일어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벌어진다는 점이다. 얼핏 생각하면 심각한 모순처럼 느껴진다. 발생 확률이 거의 0에 가까운 일이 어떻게 계속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러나 실제 사례들이 이것이 모순이 아님을 보여준다. 로또 복권에 여러 번 당첨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사람이 벼락을 여러 번 맞기도 하며, 극단적이 주가 대폭락도 계속 일어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사례들이 당연한 것은 아니다. 우주는 정교한 법칙에 따라 작동한다. 뉴턴의 운동법칙은 물체가 떨어지는 이유와 달이 지구 주변을 도는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해 준다. 발생 확률이 지극히 작은, 즉 극도로 개연성이 낮은 사건들도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이외의 사건이 발생하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일련의 법칙들을 나는 ‘우연의 법칙improbability principle’이라고 부른다. 이는 우리가 예상 밖의 일을 예상해야 함을 알려준다. 우연의 법칙은 몇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이중 일부는 우주의 형성과 관련된 근본적인 법칙으로 2 더하기 2는 4와 같은 추상적인 진리를 담고 있다. 그런가 하면 확률에 근거한 법칙과 심리학 법칙도 있다. 우리의 뇌는 단순한 기억장치가 아니다. 이러한 개개의 법칙을 역시 적절한 조건 하에서 이례적인 사건이 일어나는 이유를 충분히 보여주지만 , 우연의 법칙이 가진 놀라운 위력이 제대로 드러나는 것은 여러 법칙들이 함께 작용할 때다. 아무리 상상해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더라도 실제로 일어난다. Ⅰ 왜 세상에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질까? -놀라운 우연의 일치- “운은 선장이 없는 배들을 끌어들인다 ―셰익스피어- [도저히 믿을 수 없어] 개연성이 정말 낮은 일, 전혀 예상치 못한 일, 아무리 생각해도 일어날 성 싶지 않은 일이 때때로 일어난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 일들은 우리가 우주의 섭리에 대해 아직 모르는 무언가가 있음을 암시한다. 그런데 우리를 둘러싼 자연법칙과 인과율에서 벗어난 일이 가끔 일어나는 것이 그저 우연의 일치, 그러니까 사람과 사물이 무작위로 움직이다가 마주쳤기 때문일까, 어쩌면 무언가가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인간은 호기심이 많은 동물이다. 그래서 기이한 우연을 접하면 자연스럽게 그 바탕에 깔린 원인을 찾으려 든다. 이 모든 질문의 답을 내가 말한 ‘우연의 법칙’에서 찾을 수 있다. 이에 따르면 극도로 개연성이 낮은 사건도 흔히 일어난다. 즉 기초적인 법칙들의 귀결 또는 여러 법칙들이 얽힌 결과, 극도로 개연성이 낮은 사건이 가차 없이 일어나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비개연적 사건이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것이 우주의 실상이다. 극히 이례적인 일도 일어날 수 밖에 없고, 확률이 0에 가까운 사건 또한 일어난다. 우연의 법칙은 그런 사건이 전혀 일어날 법하지 않다는 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일어난다는 사실이 이루는 외견상의 모순을 해결해 준다. [보렐의 법칙 : 개연성이 아주 낮은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에밀 보렐은 1871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저명한 수학자. 그는 확률을 일반적인 방법보다 더 수학적으로 다루는 이론인 측정이론을 개척했다. 확률이 아주 낮은 사건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우연의 법칙은 보렐의 법칙과 상충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연의 법칙은 확률이 아주 낮은 사건도 계속 일어난다고 말하는 반면, 보렐의 법칙은 그런 사건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어찌 된 영문일까? 요컨대 보렐은 ‘확률이 희박하다’는 말을 인간적인 잣대로 이해한다. 어떤 사건은 인간의 관점에서 발생확률이 워낙 낮기 때문에 언젠가 일어나리라고 예상하는 것이 비합리적이다. 따라서 그런 사건은 불가능하다고 간주해야 마땅하다. 이것이 그가 확률이 아주 낮은 사건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 이유다. 실제로 그는 ‘가능성에 관한 유일한 법칙’을 제시한 뒤에 이렇게 덧붙였다. “또는 최소한 어떤 상황에서든지 그런 사건은 ‘불가능한’것처럼 행동해야 한다.” 보렐은 사건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그 확률이 아주 낮다는 말의 의미를 정량적으로 제시하기까지 한다. “현실에서 낮은 확률이란 약 100만분의 1보다 낮은 확률이다. 포커에서 로열 풀러시를 잡을 확률은 액 65만분의 1이므로 100만분의 1보다 두 배에 가깝다. 1년은 초로 따지면 3000만 초 남짓이므로 보렐의 기준에서 보면 당신과 내가 1년 중에 어느 1초를 각자 무작위로 선택하여 특정한 일을 하는데 그 일이 겹칠 가능성은 무시해도 상관없다.” “ 지구적 규모에서 무시할 수 있는 확률이란 약 10¹⁵분의 1보다 작은 확률이다.” “우주적 규모에서 무시할 수 있는 확률이란 약 10⁵⁰분의 1보다 작은 확률이다. 지구를 이루는 원자는 10⁵⁰개보다 많으므로, 당신과 내가 지구 전체에서 각자 원자 하나를 선택한다면, 우리가 똑같은 원자를 선택할 확률은 우주적 규모에서 무시할 수 있다. 참고로 우주 존체에 있는 별의 개수는 고작 10²⁵개 정도다.” “초우주적 규모에서 무시할 수 있는 확률이란 10¹⁰억분의 1보다 낮은 확률이다.” 무시할 수 있을 만큼 낮은 확률에 대한 보렐의 척도는 현실적으로 발생 불가능한 사건을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한다. 그러나 우연의 법칙은 정반대로 보렐이 무시할 수 있다고 판단한 사건들처럼 개연성이 극히 낮은 사건도 계속 일어난다고 본다. 그런 사건은 불가능하지 않을뿐더러 거듭 일어난다는 것이다. 보렐의 법칙과 우연의 법칙이 둘 다 옳을 수는 없다. 개연석이 극히 낮은 사건은 절대로 무시되지 않는다, 아니면 거듭 목격될 정도로 자주 일어나야 한다. 우연의 법칙의 의미를 차츰 밝혀가는 과정에서 이 외견상의 모순이 해소될 수 있음을 확인할 것이다. 우연의 법칙의 여러 가닥은 양파 껍질에 비유할 수 있다. 껍질의 한 층씩 벗겨갈수록 설명은 더 명확해진다. 우연의 법칙의 여러 가닥들(아주 큰 수의 법칙, 충분함의 법칙, 선택의 법칙 등) 각각은 어떻게 보렐의 법칙과 우연의 법칙이 두 고유한 통찰을 제공한다. 미신, 종교, 예언 선생 :지구는 평평하지 않니, 너도 알잖니? 학생: 네, 하지만 제가 사는 곳은 평평하던데요? -성 미카엘 학교 4학년 2부- [왜 하필 내가, 하필이면 여기에] 만약 원인이 없다면 그 결과를 조작하거나 통제할 길이 없을 것이다. 원인을 알 수 없으면 질병, 사고, 실패를 막을 방도 또한 없을 것이며, 예측 불가능한 재앙의 도래를 염려하며 지속적인 공포 속에서 살아가야만 할 것이다. 신비로운 사건을 설명하려는 예전의, 즉 과학 이전의 시도들은 내가 도깨비 설명이라 부르는 전략을 채택했다. 이 전략에서는 신비로운 힘이나 존재가 사건의 배후에서 악의적으로 작용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다양한 설명들이 제시되었다. 이는 미신, 예언, 신, 기적, 초심리학, 융의 ‘동시성’, 그 밖에 무수히 많은 것들과 관련이 있다. [미신: 패턴을 파악하려는 시도] 사건의 배후에 있는 원인을 이해하려는 본능적인 욕구는 패턴을 탐색하게 한다. 이를 통해 일련의 규칙을 발견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사건 A가 일어나면 보통 곧이어 사건 B가 일어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예컨대 주위를 살피지 않고 도로를 횡단하는 사람은 자동차에 치인다는 것, 머리위에 먹구름이 드리우면 비가 온다는 것 따위에 주목하는 것이다. 물론 패턴이 일정한 상황에서 어떤 일이 반드시 일어날 거라고 확실하게 알려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우리가 발견한 패턴에는 대부분 인과적 기반이 있다. 패턴을 탐구하다 보면 원인을 바르게 지목했음을 알려주는 증거에 도달할 때가 많다. 역학조사에서 흡연과 폐암의 연관성이 포착된 뒤 동물 실험을 통해 실재로 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이 밝혀졌다거나 임상 관찰에서 비만과 심장병의 연관성이 시사된 뒤 역시 실험에서 그 연관성이 밝혀진 것이 그 예다. 그러나 관찰할 수 있는 모든 패턴이 실재하는 물리적 관계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패턴은 우연의 산물일 뿐이다. 관건은 실재하는 인과관계를 반영하는 패턴과 그렇지 않은 패턴을 구분하는 능력이다. 사실 넓은 의미에서 과학은 이 능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눈에 띄지만 어떤 원인도 없고 단지 우연인 패턴은 보통 미신의 기반을 이룬다. 미신이란 실제로는 없는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는 믿음이다. 예컨대 도박판에서 주사위를 던지기 전에 입맞춤을 하면 6이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는 믿음, 우산을 가지고 다니면 비가 올 확률이 낮아진다는 믿음은 미신이다. 일단 형성된 미신은 저절로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제대로 된 과학 실험을 논의로 하면, 보통 사람들은 가설의 진위를 검증하는 일을 그다지 잘 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품은 이론을 뒷받침하는 증거와 사건에만 주목하고 반례는 무시하곤 한다. 이런 경향을 일컬어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예컨대 내가 검은 고양이를 본 다음에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는 사실을 검은 고양이를 보면 불길하다는 증거로 간주하면서, 검은 고양이를 보고도 넘어지지 않은 경우들은 무시하는 것이 확증편향이다. 한 사건에 이어 다른 사건이 일어나는 일이 놀랄 만큼 자주 반복되더라도, 첫째 사건이 둘째 사건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통계학자들은 이를 ‘상관성은 인과관계를 함축하지 않는다.’라는 경구로 사용한다. [예언: 미래를 미리 말하려는 시도] 많은 예언은 명시적인 징후에 기초를 둔다. 예컨대 찻잎 점을 칠 때는 찻잔 바닥에 가라앉은 찻잎의 패턴, 주역 점을 칠 때는 대나무 가지의 개수, 타로 점을 칠 때는 점쟁이가 뒤집는 카드 등이 그 징후가 되고, 그 밖에도 혜성의 등장, 이상한 모양의 구름, 기형 동물의 탄생, 생일 별자리 등도 일반적인 징후로 여겨진다. • 당신 이외에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징후를 활용하라. • 모든 예언을 애매하게 하라 • 최대한 다양한 예측을 하라 자기 충족 예언 이라는 용어는 저명한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이 만든 것으로, 그는 아무 근거 없이 자신이 시험에서 떨어지리라고 확신하면서 공부보다 걱정에 더 많은 시간을 쓰다가 결국 그 때문에 시험에 떨어지는 겁 많은 학생을 예로 들었다. 또한 머튼은 서로 간에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확신에 이른 국가지도자들의 경우를 통해 이를 보다 강조했다. “이 확신이 빌미가 되어 그들은 서로를 더 멀리하게 되고, 불안 속에서 상대의 모든‘공격’ 행동 각각에 ‘방어’ 행동으로 대응한다. 그리하여 무기, 천연자원 비축량, 병력이 나날이 증가하고, 머지않아 전쟁이 일어나리라는 예측 때문에 실제 전쟁이 일어난다.” 종말론 교도의 집단 자살은 자기 충족 예언을 보여 주는 실제 사례다. 종말론 교도들은 세계가 곧 종말을 맞는다는 확신 속에서 자살한다. [신과 기적: 자연 너머에서 이유를 찾다] 인간사를 굽어보고 지휘하고 조작하는 우월한 존재로 여겨지는 신은 정의상 자연의 제약에 얽매이지 않는다. 즉, 신은 초자연적이다. 얼핏 생각하면 신을 언급하는 것은 우연한 사건을 설명하는 훌륭한 방식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도 그런 설명은 쓸모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신을 언급하는 설명은 한 마디로 너무 강력하다. 왜냐하면 무엇이든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어떤 사건도 , 아무리 기이한 사건이라도 이 설명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신이 그렇게 했다.” 설명이 유용하려면 반드시 한계를 가져야 한다. 그러니까 “놀라운 설명인걸, 하지만 난 이 설명이 옳은지 잘 모르겠어.”라고 말할 여지가 있어야 한다. 그럴 수 없다면 모든 것이 시간 낭비일 뿐이다. 오직 하나의 신이 모든 것을 통제한다면, 우연과 행운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단 하나의 지성이 우주를 지휘한다고 믿는다면, 어떤 사건을 우연으로 돌리는 것은 단지 그 원인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 우연이란 근본 원인 그 자체가 아니라 근본 원인에 대한 무지와 관련이 있다. 일신교로의 이행은 우리를 유인한 신이 정한 기본 계획을 따르는 결정론적 우주의 개념으로 이끈다. 그러나 때로는 인과 사슬이 끊어진 듯 한 상황이 발생한다. 그럴 때면 어떤 사람들은 기적이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기적이란 인간의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신에 의해 벌어진(대개 환영할만한) 사건, 초자연적인 사건을 말한다. 기적은 비술이나 초능력에서 비롯된다고 여겨지는 신기한 사례들과 유사하다. 하지만 기적은 신성한 성격을 띠며, 일반적으로 아주 드믄 사건으로 간주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차이가 있다. 만약 기적이 늘 일어난다면, 우리는 기적을 정상적인 현상으로 보고 특별히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여길 것이다. 과학의 진보에 따라 기적으로 여겨졌던 많은 일들을 자연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초심리학과 초자연현상: 과학을 흉내 내다] 기적이 초자연적인 원인 때문에 일어난다고 믿는 사람들과 달리 텔레파시, 예지, 염려, 초감각지각, 초심리학, 심령현상을 믿는 사람들은 이것들이 특정한 자연법칙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그 자연법칙들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말이다. 따라서 그런 믿음에 대한 연구는 해당 현상을 탑지하고 측정하기 위한 실험을 포함한, 과학적인 방식으로 수행되는 경향이 있다. 이미 보았듯이 기적에 관한 실험을 수행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왜냐하면 신은 초자연적인 능력을 발휘하여 어떤 결과라도 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의 합의에 따르면, 초자연적인 능력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믿을만한 증거는 아쉽게도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국립과학아카데미의 한 보고서에는 이렇게 밝혔다. “지난 130년간 수행된 연구에서 초 심리학적 현상이 존재론적으로 정당화되지 못했다.” [동시성, 형태 공명, 기타 개념들: 무지를 극복하려는 노력] 칼 융은 ‘우연의 일치’가 우연으로 설명할 수 있는 정도에서 더 자주 일어난다고 느꼈다. 그리하여 그는 ‘동시성’에 관한 이론을 만들었다. 그는 동시성을 ‘설명의ㅡ 원리로서 인과율과 지위가 같은 가설적 인자’로 규정했다. 융은 원인/결과 관계는 반드시 힘이나 에너지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거리가 멀어지면 물리적 힘은 약해지고 에너지 전달은 시간이 걸리는 반면 초감각지각은 거리와 무관함으로, 심령현상은 융이 보기에 원인/결과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없었다. 그는 ‘원인과 결과는 관건일 수 없다. 관건은 시간적 일치, 모종의 동시 발생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기존 물리학이 포용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으므로, 융은 새로운 명칭이 필요하다고 보고 ‘동시성’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우주를 시계장치로 보다] 17세기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과학자들은 자연의 작동방식을 이해하는데 있어 엄청난 진보를 이루어냈다. 그들은 우주 공간을 가로지르는 행성들, 전하와 전류의 흐름. 기체의 팽창과 수축, 무지개의 색들, 그 밖에 방대한 물리현상을 기술하는 온갖 법칙들을 확립했다. 이 같은 이해는 새로운 기술의 발전도 가져와 우리가 자연을 조작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당신이 그 현상을 예측하지 못하는 것은 단지 그것을 둘러싼 조건들이나 자연의 원리에 대한 당신의 무지 때문이다. 그리고 이 무지는 과학이 진보함에 따라 차츰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이 자연관에 작은 구멍들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세기를 거치는 동안, 그 구멍들은 뚜렷한 균열들로 성장했다. 자연은 전혀 결정론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오히려 무작위성과 우연이 자연의 토대를 이루는 듯했다. 그런 일들을 설명하기 위해 신비로운 요인을 동원할 필요는 없다. 미신도, 기적도 신도, 초자연적인 개입이나 심령의 힘도, 동시성, 연쇄성, 형태 공명, 기타 온갖 상상 속의 요정도 필요하지 않다. 필요한 것은 확률에 관한 기본 법칙들뿐이다. 우연이란 무엇인가 삶 전체가 기회다. -데일 카네기-
[어떤 부부의 놀라운 이야기] 우연의 일치coincidence라는 개념은 다양하게 정의된다. 통계학자 퍼시 다이어코니스와 프레드일치를 ‘의미심장한 관련성이 있다고 느껴지는 사건들이 눈에 띄는 인과적 연결 없이 동시에 발생하는 놀라운 일’이라고 정의했다. 내가 가진(콘사이스와 옥스퍼드 사전)에는 “눈에 띄는 인과적 연결 없이 사건이나 상황이 동시에 발생하는 범상치 않은 일‘이라고 정의되어 있다.<위키피디아>의 정의는 더 정교하다.”관찰자 또는 관찰자들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이해의 범위 안에서는 인과관계나 공통 원인을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2개 이상의 사건들이 시간, 공간, 형태적으로 인접되어 집단을 이룬 것, 또는 기타 연합들. “ 첫째 정의는 ‘놀라운’이라는 요소가 있어야 함을 명시한다. ~~또한 우연의 일치는 2개 이상의 사건을 필요로 한다. ~~~ 또한 명백한 인과적 연결이 없으면서도 의미심장한 관련성을 지녀야 한다. 놀라운 사건들이 동시에 발생하면 사람들은 온갖 설명을 내놓는다. 많은 설명들은 자연 세계에 속하지 않는 힘과 원인을 거론한다. 그런 설명들은 한마디로 초자연적이다. 우연의 법칙은 초자연적 요소가 아니라 과학에 기초를 둔 대안적인 설명을 제공한다. 그 설명의 중심축은 ‘개연성’과 ‘확률’이다. 우연의 일치를 이야기 할 수 있으려면 특정한 사건들을 지목하고 유의미하게 관련지을 근거가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이 무슨 의미일까?] 무언가를 수치로 표현할 때는 정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키를 인치로 표현할 수도 있고, 센티미터로 표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확률에서 그런 애매함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과학자들은 확률의 값을 0에서 1까지로 정의한다. 어떤 사건의 확률이 0이라는 것은 그 사건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반대로 확률이 1인 사건은 확실한 사건이다.~~~ 확실한 사건은 그다지 흥미롭지 않다. 확실한 사건과 관련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대비뿐이다. 불가능한 사건도 마찬가지다. 불가능한 사건과 관련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훨씬 더 흥미로운 것은 불확실성을 띤 사건이다. 일어날 수도 있고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어서 우리가 어느 한 쪽을 확신할 수 없는 사건 말이다. 이런 사건은 0과 1 사이의 값을 확률로 가진다. 그 값이 작을수록 사건이 일어날 개연성은 낮다. 반대로 확률의 값이 1에 가까울수록 사건이 일어날 개연성은 높다. 이 책에서는 개연성이 매우 낮은 사건, 즉 확률이 0에 가깝지만 완전히 0은 아닌. 그런 사건은 불가능성과 가능성의 경계에 위치한, 정말로 흥미로운 사건이다. [우연을 수치화하다] [확률이 정말 존재하는가?] [우연에 관한 규칙들] 우연의 일치가 있으려면 2개 또는 더 많은 사건이 일어나야 한다. 따라서 첫 번째로 할 일은 두 사건이 모두 일어날 확률을 구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교황이 사의를 표하는 사건과 성 베드로 성당에 벼락이 내리치는 사건이 둘 다 일어날 확률을 구해야 한다. 이 확률을 구할 수 있다면 3개의 사건이 일어날 확률도 쉽게 구할 수 있다. ~~ 가장 쉬운 상황은 한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 다른 사건이 일어나는지 여부와 무관한 경우다. 나의 알람시계가 고장으로 경보음을 울리지 못할 확률은 당신이 로또 당첨 여부와 상관없다. 또 나의 알람시계가 고장 나더라도 당신이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변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에 사건들은 서로 독립적이라고 한다. 독립사건 2개가 모두 일어날 확률은 곱하면 된다. 첫째 사건 (알람시계 고장)이 10번에 1번꼴로 일어나고 둘째 사건(로또 당첨)이 100만 번에 한 번 꼴로 일어난다면 나의 알람시계가 고장 나든 말든 당신이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변함없이 100만분의 1이다. 그러나 내 알람시계가 고장 나고 동시에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1000만분의 1이 된다.
사건들이 종속적이라면 , 즉 한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 다른 사건이 일어났는지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면, 상황은 꽤 복잡하다. 예컨대 나의 알람시계가 경보음을 울리지 못하면, 내가 열차를 놓칠 확률은 대폭 상승한다. 이 경우에 두 사건이 모두 일어날 확률을 구하고자 한다면, 두 사건의 확률을 곱하는 간단한 방법으로는 정답을 얻을 수 없다. 대신 첫째 사건이 일어날 확률에다, 첫째 사건이 일어났음을 당신이 알 때 둘째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곱해야 한다. 내 알람시계가 고장 나고 또한 내가 열차를 놓칠 확률은 내 알람시계가 고장 날 확률에다, 내 알람시계가 고장 났을 때 내가 열차를 놓칠 확률(이 확률은 1일수도 있다)을 곱한 값과 같다. 보다 수준이 높은 기본적인 법칙 하나는 ‘큰 수의 법칙’이다. 이 법칙에 따르면, 주어진 값들의 집합에서 무작위로 뽑은 수들의 평균은 그 수들의 개수가 많을수록 원래 집합의 평균에 더 접근할 개연성이 높다. 예컨대 6개의 값으로 이루어진 집합(1,2,3,4,5,6)을 생각해보자. 이 집합의 평균은 (1+2+3+4+5+6)/6=3.5다. 이제 이 집합에서 무작위로 수를 뽑는다고 해보자. 뽑은 수는 다시 집합에 집어넣는다. 따라서 한 수를 두 번 이상 뽑을 수도 있다(예를 들면 3,6,2,2,4,1,5). 큰 수의 법칙에 따르면 뽑는 수들이 많아질수록 그 수들의 평균은 3.5를 크게 벗어날 개연성은 극히 낮다. [우주는 시계장치가 아니다] 특정 유형의 장치에서는 초기 조건의 미세한 차이가 빠르게 증폭되어 엄청나게 다른 결과들을 산출할 수 있다는 생각은 새롭지 않다. 초기 조건의 미세한 차이가 가까운 미래에 시스템의 상태를 전혀 예측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을 일컬어 나비효과라고 한다. 아마존 정글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날개를 퍼덕이는 것처럼 하찮은 일이 큐볼의 경로에 관한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확대되어 지구 반대편에서 허리케인을 일으킬 수 있다는 극단적인 서사가 깔려 있다. 로렌츠는 날씨에 관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작동시키는 과정에서 숫자 하나를 미세하게 바꾸면 전혀 다른 날씨가 산출되는 것을 발견하고 나비효과라는 명칭을 고안했다. Ⅱ 우연을 설명하는 다섯 가지 법칙 필연성의 법칙: 결국 일어나게 되어 있다. 우연의 일치들의 합은 확실성과 같다 -아리스토텔레스- [주사위를 던지면 수가 나온다] 우연의 법칙을 이루는 가닥들 중 어느 하나만으로도 겉보기에 개연성이 매우 낮은 사건이 일어날 수 있지만, 이 법칙의 힘은 그 가닥들이 함께 작용할 때 여실히 드러난다. 가장 중요한 가닥중 하나는 ‘필연성의 법칙’이다. 필연성의 법칙이란 ‘무슨 일인가는 반드시 일어난다. 라는 단순한 사실이다. 만일 당신이 가능한 모든 결과들의 목록을 완전하게 작성한다면 그 결과들 중 하나는 반드시 나타난다. 그러나 가능한 결과들의 목록에 등재된 결과중 하나가 반드시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뿐 그 결과가 어떤 것일지는 모른다. [로또 복권에 100% 당첨되는 법] 모든 복권을 모두 사는 것 [주식으로 돈 벌기] 매주 주가가 오르거나 내릴 확률이 같다고 가정하면, 주가의 변동을 단지 우연으로 10주 연속해서 바르게 예측할 확률은 2분의 1을 10번 곱한 결과와 같다. 즉 1024분의 1이다. 아주 큰 수의 법칙: 참 많기도 하다. 운명은 확률을 비웃는다 ―E. G 블워 리튼- [네 잎 클로버를 찾기] [아주 많은 기회가 있으면, 아무리 드문 일도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 법칙은 큰 수의 법칙과 전혀 다르다. 큰 수의 법칙은 규모가 큰 표본들의 평균은 규모가 작은 표본들의 평균보다 덜 요동한다는 것이다. 당신이 평생 동안 단 번의 네잎 클로버를 보았다면 당신은 깜짝 놀랄 것이다. ~~그러나 클로버 잎을 살펴보는 것이 당신의 취미라면, 당신은 네 잎 클로버를 몇 번 보았을 가능성이 높다. 당신이 풀밭에 갈 때마다 네 잎 클로버를 찾으려고 주위를 꼼꼼히 살피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이런 것을 감안하면 발견할 확률은 매우 높다. [정말 큰 수로 만들기] 상당히 놀라운 우연의 일치는 알고 보면 우연의 법칙의 작용을 보여주는 예일 따름이다. [주사위의 비밀] 십각 기둥의 주사위에는 각각 0,1,2,3,4,5,6,7,8,9의 숫자가 들어 있다. 처음에 어떤 숫자가 나오든지, 두 번째 던지기에서 또 그 숫자가 나올 확률은 10분의 1이다. 여섯 번 던지기에서 모두 같은 숫자가 나올 확률은 1x10x10x10x10x10분의 1이다. 즉, 10⁵ 분의 1이다. 이 확률은 10만분의 1이라는 낮은 확률이다. [신용카드부터 비행기 사고까지] [성서에 암호가 새겨져 있다는데] 이른바 ‘성서암호’가 있다. 이 명칭은 히브리어 성서에 미래 사건들을 예언하는 메시지가 숨어 있다는 주장을 가리킨다. 예컨대 어떤 이들은 히브리어 토라torah의 철자들이 <창세기>에 처음 나오는 t와 그 다음 50번째 철자, 또 그 다음 50번째 철자, 또 그다음 50번째 철자, 또 다음 50번째 철자를 모은 결과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유서가 깊으며,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경전뿐 아니라 다른 종교 경전들에 대해서도 유사한 주장들이 제기되었다. 1990년대 후반에 마이클 드로스닌의 <바이블 코드>가 출간되면서 이런 주장이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드로스닌이 섭섭할지 몰라도, 아주 큰 수의 법칙은 성서에 숨어있는 메시지 따위는 없음을 시사한다. 단지 우연의 법칙이 작동할 따름이다. 성서는 아주 많은 철자로 이루어졌으므로 그 철자들을 배열하여 유의미한 문구를 만드는 방법은 엄청나게 많다. [벼락, 골프, 초능력 동물] 기상학자들의 추정에 따르면 1년 동안 지구 전체에서 벼락을 맞아 사망할 확률은 약 30만분의 1이다. 이 정도면 아주 낮은 확률이다. 그러나 지구의 인구는 약 70억 명이다. 70억은 큰 수, 어쩌면 정말 큰 수다. 그래서 아주 큰 수의 법칙이 끼어들 여지가 생긴다. 벼락을 맞아 죽을 확률이 30만 분의 1인 사람이 70억 명이나 있다면, 아무도 벼락을 맞아 죽을 확률은 약 10⁻¹⁰¹³³으로 , 보렐이 말한 우주적 규모에서 무시할 수 있는 확률보다 더 낮다. 아무도 죽지 않을 확률이 이토록 낮으므로, 누군가 죽으리라고 예상해야 마땅하다. 추정된 통계에 따르면 매년 약 2만 4,000명이 벼락을 맞아서 죽으며, 이보다 10배 많은 사람들이 벼락 때문에 부상을 당한다. 확률 지렛대의 법칙은 벼락과 관련해서 특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앞서 제시한 30만분의 1이라는 수치는 전 지구적인 평균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 평균 확률은 도시 인구와 시골 인구, 지하 탄광에서 일하는 사람, 탁 트인 벌판에서 가축을 키우는 사람 모두를 아우른다. 또한 어느 나라 사람인지도 따지지 않는다. 비교적 발전한 미국의 국민이 벼락을 맞아 죽을 확률은 약 400만 분의 1에 불과하다. 홀인원을 기록할 확률은 약 1만 2750분의 1이다. 만일 이 확률이 맞는다면 아주 큰 수의 법칙에 따라 홀인원이 일어날 것이라 예상해야 마땅하다. 전 세계에 수많은 골프장이 있고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골프를 치며 그들이 매 라운드에서 티샷을 18번이나 날리니까 말이다. 이 모든 것을 감안하면 홀인원이 발생할 기회는 정말 엄청나게 많고, 따라서 아주 큰 수의 법칙에 따라 홀인원의 발생을 시시한 일상사와 다를 바 없는 것으로 예상해야 마땅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착각하기 쉽지만] 아주 큰 수의 법칙에 따르면, 만일 어떤 사건이 일어날 기회가 충분히 많다면 설령 각각의 상황에서 그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 극히 낮더라도 그 사건이 일어나리라고 예측해야 한다. [지구에는 70억 명이 산다] 당신이 열차 사고를 당할 확률은 낮다. 그러나 그 확률은 당신이 얼마나 자주 열차를 타느냐에 따라 확실히 달라진다. 1년에 한번 열차를 타는 사람은 매일 열차로 통근하는 사람보다 열차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 마찬가지로 어떤 불행한 사건이 당신에게, 또는 지구상의 어떤 특정한 개인에게 일어날 확률은 낮을지 몰라도, 지구에 현재 70억 명이 산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들 각각이 특정한 날에 사고를 당할 확률이 P라면 , 또한 사고들이 각각 독립적으로 일어난다면, 그날 인구 N명 가운데 사고를 당하는 사람이 없을 확률은 (1-P)를 N번 곱한 값과 같다. N가 지구의 인구 70억 명이고 P가 100만분의 1이라면, 그날 아무도 사고를 당하지 않을 확률은 10³⁰⁴⁰분의 1로 그야말로 지극히 미약하다.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사고를 당할 개연성이 압도적으로 더 높다는 말이다. 보렐의 법칙을 감안하면, 사고는 어디에선가 반드시 일어난다. 선택의 법칙: 과녁을 나중에 그린다면 미래를 내다보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아내려 애쓰는 대신에 과거를 돌아보며 실제로 일어난 일을 살피면 판단이 옳을 확률을 0에서 1로 바꿀 수 있다. 이런 행동을 예측 과 대비해 사후예측 이라고 한다. 당신이 화살을 쏜 다음에 표적을 그린다면, 표적의 중앙에 화살을 쉽게 꽃을 수 있다. 큰 재난을 당한 뒤 사람들은 “왜 우리는 재난을 예상하지 못했을까?”라고 물으면서 처음부터 징후들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9.11 참사가 일어났을 때도 그랬다. 문제는 위험 징후가 대체로 수많은 다른 조짐과 사건 사이에 숨어 있다는 점이다. 사후에 조각들을 맞춰 그것들이 연속적인 사슬을 이루어 참사로 이어졌음을 보여주기는 쉽다. 그러나 사전에는 수많은 조각들과 잠재적 사슬들이 존재한다. 어떤 사건들이 서로 관련이 있는지 알아내기란 불가능하다. 조각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조각들을 맞출 수 있는 방식의 수가 엄청나게 많으며 또한 어느 한 방식을 선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정보가 입수됨에 따라 기억을 소급해서 조정함으로써 재난에 이른 사슬을 확인하고는 사후에 “자, 이걸 보라고 위험 징후가 우리 눈앞에 있었어!” 라고 말하는 본능적인 경향이 있다. 이를 ‘사후 설명 편향’ 이라고 한다. [로또 번호 고르기] [과속 단속용 카메라] [보고 싶은 것만 보기] 확률 지렛대의 법칙: 나비의 날갯짓 “우연은 준비된 정신만을 돕는다.”-루이 파스퇴르- [마치 시소처럼] 당신은 자동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중이다. 경로는 이미 정해져 있다. 여기 까지 오는 동안 당신은 눈여겨둔 여러 지형지물을 지나쳤다. 그런데 문득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도에서 저 마을의 이름을 본 기억이 없다. 당신은 계속 달리지만 낮선 지명들과 갈수록 많이 마주친다. 이제 당신은 여기가 어딘지 전혀 모른다. 온톤 낮선 것들뿐이다(당신은 진작 내비게이션을 샀어야 한다는 후회가 들기 시작한다). 이장의 핵심 개념은 이런 삐걱거리는 어긋남이 발생하는 세계 모형과 우연이다. 보렐의 법칙에 따르면 건들은 아예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우리는 그토록 개연성이 낮은 사건을 목격한다. 수수께끼의 해답은 내가 ‘확률 지렛대의 법칙’으로 명명한 우연의 법칙의 한 가닥에 들어 있다. 역학에서 지렛대의 법칙은 무게가 다른 두 물체를(마치 시소에 탄 두 사람처럼) 막대 위에 올려놓고 균형을 잡는 방법을 알려준다. 더 가벼운 사람이 균형점에서 더 멀리 떨어져 앉으면, 균형점에 가까운 곳에 앉은 더 무거운 사람과 대등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만일 더 무거운 사람이 약간 더 먼 곳에 앉거나 그의 무게가 약간 더 증가하면, 지렛대가 기울어져 더 가벼운 사람이 위로 솟구친다. 확률 지렛대의 법칙의 요점은 이와 유사하게 상황이 미세하게 바뀌면 확률이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상황의 미세한 변화로 미미한 확률이 엄청나게 높은 확률로 바뀔 수 있다. [정규분포] [10-시그마 사건] [왜 그럴까?] 어느 분포에서나 분포에 미세한 변화가 생기면 어마어마한 결과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확률의 분포는 흔히 정규분포로 전제되지만, 실제로 정규분포는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다. 관찰된 분포가 정확히 정규분포인 경우는 절대로 없다. [파국, 나비, 도미노] 확률 지렛대의 법칙이 작동하는 현상은 그 밖에도 많다. 한 예로 파국 이론을 들 수 있다. 시스템을 약간 건드렸을 때 그 상태가 조금밖에 변하지 않으면 그 시스템은 안정 상태에 있다고 한다. 반면에 조건이 약간 달라지면 갑자기 큰 변화를 겪으면서 전혀 다른 상태로 되는 시스템도 있다. 예컨대 물 한 컵을 가열했다가 섭씨 10~20도로 식히는 것을 상상해 보라. 그러면 물의 온도가 높아졌다가 낮아지는 변화와 더불어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부피 변화만 일어난다. 이번에는 온도 변화의 폭을 넓혀 물을 섭씨 -4도로 냉각한다고 해보자. 온도가 0도를 통과할 때 극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즉 물이 얼 것이다. 0도 근처에서 일어난 온도의 미세한 변화는 물을 액체 상태에서 고체 상태로 바꿔 놓는다. 파국 이로는 이런 극적인 변화가 다양한 방식으로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 다른 관련 현상으로 도미노 효과가 있다. 이 현상에서 시스템은 본래 불안정하다. 그래서 최초의 작은 변화가 작은 중간 사건들의 열을 거쳐 거대한 변화를 유발한다. 도미노 효과라는 명칭은 당연히 늘어선 도미노들에서 나왔다. 도미노들의 열에서 첫째 도미노가 쓰러지면 도미노들도 차례로 쓰러진다. 저명한 물리학자 마이클 베리는 나비효과에 대해 설명한바 있다 그는 우주에 있는 모든 물체들이 중력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한 물체를 건드리면 원리적으로 다른 모든 물체가 영향을 받을 것임을 지적했다. 물론 멀리 떨어진 물체들은 극히 미세한 영향만 받겠지만 말이다. 베리는 우주 의 끄트머리에 있는 전자 하나를 제거하는 것을 상상했다. 그리고 이 변화가 지상에서 산소 분자 2개사 서로 충돌하여 되튀는 각도에 미치는 중력적 영향을 따져 보았다. 베리는 산소 분자들이 약 56번 충돌하고 나면 편향 각도가 그 전자가 있을 때의 편향 각도와 전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제 공기 속에서 돌아다니면서 서로 충돌하고 다른 물체들이나 벽과도 충돌하는 산소 분자들의 경로를 추적한다고 상상해보자. 우리가 산소 분자 하나를 추적한다면, 그것의 경로는 충돌이 채 60번도 일어나기 전에 우주의 끄트머리에 전자 하나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전혀 달라질 것이다. 공기 속에서 기체 분자 각각은 평균적으로 약 100억 분의 2초마다 한 번 씩 충돌하므로, 분자 하나는 매초 약 50억 회의 충돌을 겪는다. 따라서 우주의 끄트머리에서 전자 하나를 제거할 경우 그 변화의 중력적 영향이 지구에 도달한 뒤 1억분의 1초만 지나도 내가 호흡하는 공기 속 산소분자들의 경로가 완전히 달라진다. 마이클 베리는 당구를 치는 두 사람의 질량이 발휘하는 중력이, 당구대 위의 당구공들이 9번 충돌한 뒤의 편향 각도를 완전히 바꿔놓기에 충분하다는 사실도 증명했다. 두 사람이 당구대 주변에서 이동하면, 공들이 특정한 경로를 따를 확률이 극적으로 달라진다. 이것이 확률 지렛대의 법칙이다. 확률 지렛대 법칙의 원리를 이해하고 나면 이것이 적용되는 다른 예들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 법칙은 초감각지각에 관한 실험들에서도 작동한다. [어느 초감각지각 실험] 모든 과학에서 직면하는 문제 하나는 당신이 포착하는 현상이 당신이 생각하는 원인에서 기인한다고 100퍼센트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다른 무언가가 그 현상을 일으켰을지도 모른다. [잠자던 아기가 죽다] [벼락 맞을 확률] 임의의 한 해에 벼락을 맞아 죽을 확률은 30만분의 1이다. 벼락을 일곱 번 맞는 것은 아주 드문 사건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폭풍 속에서 국립공원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낸다면,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훨씬 더 높아진다. 누군가가 일곱 번 벼락을 맞을 확률을 계산할 때 평균적인 사람에게 타당한 확률을 사용한다면, 그 누군가가 공원 경비원일 경우 심각하게 틀린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것 역시 지렛대의 법칙이다. [물주 파산시키기] 충분함의 법칙; 그냥 맞는다고 치자 확실하게 틀리는 것보다는 애매하게 옳은 게 낫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 우연의 법칙의 한 측면인 충분함의 법칙에 따르면 충분히 유사한 사건들은 동일하다고 간주한다. 이 법칙을 따르는 사람은 실은 유사할 뿐인 것들을 일치하는 것들로 받아들인다. 따라서 이 법칙은 잠재적 일치의 개수를 증가시킨다. 일치의 기준을 완화시키면 외견상의 우연의 일치가 일어날 확률을 높일 수 있다. 개연성이 극도로 낮은 듯 한 사건을 더 자세히 살펴보면, 때로는 그 사건의 개연성이 꽤 높은 편이다. 칼 융의 ‘동시성’ 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내가 치료하던 젊은 여성 하나는 꿈속에서 금색 꽃무지(딱정벌레의 일종) 한 마리를 받았다. 그녀가 나에게 그 꿈 이야기를 할 때 나는 닫힌 창을 뒤에 두고 앉아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창을 살살 두드리는 것 같은 소음이 났다. 뒤를 돌아보니 날아다니는 곤충 한 마리가 창유리에 부딪치고 있었다. 나는 창을 열었고, 실내로 날아 들어오는 그 곤충을 잡았다. 녀석은 우리 위도에 사는 곤충 가운데 금색 꽃무지와 가장 유사한 놈인 풍뎅이 과의 흔한 꽃무지였다. 평소 습성과 달리 녀석은 어두운 방안으로 들어가려는 충동을 하필이면 그 순간에 느낀 것이 분명했다. 고백하건데 이와 유사한 일은 나에게 그 전에도, 그 후에도 일어나지 않았으며, 그 환자의 꿈은 나의 경험에서 유일 무일한 것으로 남아 있다.” 융은 환자가 그에게 딱정벌레에 관한 꿈을 이야기 하고 있을 때 그 딱정벌레가 창가에 나타난 일을 우연히 일어날 확률로 볼 때 천문학적 숫자를 동원해야 할 만큼 우연의 일치의 예로 서술했다. 나는 큰 곤충이 창을 두드렸다는 이야기를 꽤 자주 들었다. 내가 늘 했던 생각은, 그 곤충들이 아직 덜 진화했기 때문에 눈에 안 띄는 유리창이 가리는 줄 모르고 계속 날아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현상은 충분히 신경에 거슬린다. 그래서 이 현상이 발생하면 융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주목하게 된다. 융은 마침 그때 창을 두드린 딱정벌레가 흔한 놈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하지 않은 듯하다(기저확률을 잘못 아는 것을 일컬어 기저율 오류라고 한다). 실제로 융은 그 딱정벌레가 정확히 금색 꽃무지가 아니라 단지 그와 유사한 놈이었다고 시인했다. 그렇다면 그 곤충이 다른 종류의 딱정벌레였다면 어떨까? 심지어 딱정벌레가 아니었다면? 융은 일치의 기준을 어디까지 완화했을까? 충분함의 한계는 어디일까? Ⅲ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오해의 동물. 인간 내가 믿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것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마셜 맥루한- 지금까지 우연의 법칙이 제 모습을 드러내는 다양한 방식들을 살펴보았다. 그 방식들은 필연성의 법칙, 아주 큰 수의 법칙, 선택의 법칙, 확률 지렛대의 법칙, 충분함의 법칙 등이다.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이 같은 우연의 법칙의 가닥 중 다수는 자연의 작동 방식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다. 즉 그것들은 인간의 사고방식을 지배하는 특이한 경향들 때문에 발생한다. 이제부터 그런 우연의 법칙의 인간적 측면 몇 개를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자. [헷갈린다. 헷갈려] 아래 두 항목 중에 옳을 확률이 더 높은 것은 어느 쪽이라고 생각하는가? A:존은 결혼했고 두 아이를 두었다 B: 존은 결혼했고 두 아이를 두었으며 저녁에 수학 퍼즐을 풀고 컴퓨터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여기서 존이 B에 열거된 특징들을 가질 확률이 A에 열거된 특징들만 가질 확률보다 더 작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직관의 실수를 흔히 결합 오류라고 부르는데, 이 오류는 위 예에서보다 더 심하게 불거질 때도 있다. 때때로 사람들은 독립사건 2개의 조합이 독립사건 각각보다 확률이 더 높다고 느낀다. 예를 들면 로또에 당첨되고 거기에다가 오늘 비가 올 확률이 로또에 당첨되기만 할 확률보다 더 높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예측, 패턴, 경향] 기억의 유연성은 2장에서 언급한 확증 편향과 관련이 있다. 확증 편향이란 사람들이 자신의 믿음(과학에서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주목하고, 반대 증거는 무시하는 경향을 말한다. 끗발을 믿는 사람을 설득하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다. [우주의 심술] 피드백이란 어떤 사건(또는 현상)에 대한 반응이 향후 그 사건이 발생할 확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이른바 ‘피식자-포식자 순환’에서 그렇다. 캐나다 스라소니는 눈덧신토끼를 잡아먹는다. 토끼의 수가 늘어나면 스라소니는 먹이를 충분히 먹고 더 많이 생존한다. 스라소니의 수가 늘어나면 더 많은 토끼가 잡아 먹혀 토끼의 수가 줄어든다. 그 결과 스라소니의 먹이가 줄어들어 스라소니 수도 줄어든다. 토끼를 잡아먹는 스라소니의 수가 줄어들면 토끼의 수가 증가한다. 이런 식으로 계속 순환이 일어난다. 자기충족 예언은 피드백 메커니즘의 한 형태다. 자기 충족 예언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리라는 믿음이 어떤 행동을 유발하고, 그 행동은 그 일이 일어날 개연성을 높인다. ~~~~겁 많은 학생은 자신이 시험에서 떨어지리라고 생각하며 공부보다 걱정에 더 많은 시간을 쓴 탓에 실제로 떨어졌다. 자신에게 좋은 일이 일어나리라고 예상하는 낙관론자는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선택할 개연성이 더 높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아닌 게 아니라, 자신이 본래 행운아라고 믿는 사람은 행운이 발현될 기회를 어떻게든 마련할 것이다. 영국 노팅엄셔 스테이플포드에 사는 리즈 데니얼은 한 텔레비전 게임 쇼에서 37인치 LCD 텔레비전, 홈 시네마 시스템, 엑스박스 2대, 케냐 여행권, 1만 6,500파운드를 상으로 받았고 다른 상도 많이 받았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그녀는 2012년 10월부터(그녀가 신문기사에 나온) 2013년 6월까지 매일 상을 받았다. 이는 그녀가 엄청나게 많은 추첨 행사에 참여했음을 의미한다. “당첨되려면 참여하세요.”라는 로또 광고 문구를 본 적 있는가? 똑같은 원리가 여기에도 적용된다. 충분히 많은 추첨 행사에 “참여하라.” 나머지는 아주 큰 수의 법칙이 알아서 해 줄 것이다. 마찬가지로 충분히 오래 탐색하기만 하면 무엇이든지 발견하리라고 믿는 낙관론자는, 무엇인가를 발견할 가능성이 낫다고 느끼는 비관론자보다 더 오래 탐색하는 경향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낙관론자는 목표물을 발견할 확률이 더 높다. 그러나 선택의 법칙을 상기하라! 치명적인 병을 앓다 회복된 사람이 “나는 병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극복해냈다”라고 말하는 것은 익숙한 광경이다. 병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으나 결국 사망한 사람은 우리 곁에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할 수 없다. “당첨되려면 참여하세요.”라는 문구는 불가능(확률 0)과 가능(0보다 큰 확률)을 가르는 경계선을 강조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일반적으로 아주 작은 확률을 평가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대데 그런 확률을 과대평가하고(드믄 사건이 일어날 개연성을 실제보다 더 높게 짐작하고)아주 높은 확률을 과소평가한다. 이처럼 인간의 심리가 아주 작은 확률을 왜곡하는 경향을 일컬어 ‘가능성 효과probability effect라고 한다. 실제 확률은 100만분의 1이더라도, 우리는 그 확률을 과장한다. 로또 당첨 확률 1400만 분의 1은 보렐의 법칙을 적용하기에 충분할 만큼 작다. 그럼에도 우리는 로또 복권을 산다. 이와 유사하게 사람들은 아주 작은 위험을 더 줄이거나 제거하기 위해 너무 많은 돈을 기꺼이 지불한다.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당신은 외계인에게 납치될 경우를 대비해 보험을 들 수 있다. 그 보험은 당신이 납치 후유증에서 회복되는 동안 지불할 의료비도 책임진다. 가능성 효과 때문에 우리는 개연성이 아주 낮은 사건을 그리 드물지 않은 사건으로 착각한다. 심지어 개연성이 꽤 높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보렐의 법칙은 개연성이 매우 낮은 사건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준다. 그런 사건은 우리가 생각하기에 개연성이 꽤 높더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 경우 믿음과 세계의 불일치는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와 반대로 확실성 효과certainty effect란 거의 확실한 사건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말한다. 확실성 효과는 또 다른 심리 현상인 ‘과신 효과overconfidence effect와 흥미로운 대비를 이룬다. 특정한 사건이 일어날지 예측해보라고 요청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예측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어떤 사건이 일어나리라는 예측을 자주 내놓지만, 실제로 그 사건은 예측 빈도보다 덜 자주 일어난다. 이 편향은 ’사후설명 편향‘과 관련이 있다. 사후 설명 편향이란 과거 사건이 당시에 예측 가능했던 정도보다 더 많이 예측 가능했다고 여기는 경향을 의미하는데 이는 조금 뒤에 살펴보자. 이 모든 편향들에 대처하는 일은 까다롭다. 왜냐하면 관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의료 검사에서 정확도가 하나는 95%, 또 하나는 96%라고 한다면 당신은 이 두 검사의 효용성이 사실상 같다고 여길 수도 잇을 것이다. 그러나 관점을 바꿔보자. 첫째 검사는 환자의 5%에서 오류를 내고, 둘째 검사는 환자의 4%에서 오류를 낸다. 차이는 5%중 1%다. 다시 말해 둘째 검사는 첫째 검사에 비해 오류를 5분의 1만큼 덜 낸다. 이렇게 보면 둘째 검사가 첫째 검사보다 훨씬 더 우수한 것처럼 보인다. 마찬가지로 어떤 확률이 아주 작다면 그 확률의 2배도 역시 아주 작다. 제약회사가 어떤 신약을 광고하면서 경쟁사 제품은 부작용 발생률이 5만 명당 1명이지만 이 약은10만 명당 겨우 한 명에게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주장한다고 해보자. 신약을 사용하면 부작용 발생률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대단하지 않은가? 그렇다. 하지만 차이가 고작 10만분의 1이다. 이 정도면 미미한 차이다. 살면서 걱정해야 할 온갖 위험들을 감안한다면 이 정도의 위험 감소 효과는 아마도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것이다. 10만분의 1의 확률은 보렐의 법칙이 타당한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여전히 무시할 만큼 작다. 따라서 두 약의 차이는 무시할 수 있다. 우리 앞에 단지 두 개가 있다고 해보자. 1번 단지에는 구술 10개, 구체적으로 하얀 구술 9개와 빨간 구술 1개가 들어 있다. 2번 단지에는 구술 100개, 구체적으로 하얀 구술 92개와 빨간 구술 8개가 들어 있다. 우리는 어디에 구술 10개가 들어 있고 어디에 구술 100개가 들어 있는지 안다. 이제 당신은 눈을 가리고 한 단지에 손을 넣어 구술 하나를 꺼내야 한다. 만일 빨간 구술을 꺼낸다면 상을 받는다. 문제는 어느 단지를 선택해야 하느냐다. 구술 10가가 든 단지를 선택해야 할까, 아니면 100개가 든 단지를 선택해야 할까. 간단한 계산으로 알 수 있듯이, 1번 단지에서 빨간 구술을 꺼낼 확률은 10%, 2번 단지에서 빨간 구술을 꺼낼 확률은 8%이다. 따라서 합리적인 선택은 1번 단지다. 그러나 약 3분의 1은 2번 단지를 선택한다. 2번 단지에 더 많은 구술이 들어 있기 때문에 그 단지 속의 구술들이 더 골고루 섞여 있을 것이라고 추론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다음 단계에서 그들은 2번 단지의 구술들이 더 골고루 섞여 있으므로 거기에서 빨간 구술이 뽑힐 확률이 더 높다는 그릇된 추론을 한다. 큰 수의 법칙이란, 한 집단에서 무작위로 뽑은 표본들의 평균은 표본들의 개수가 많을수록 집단 전체의 평균에 더 접근할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런대 때때로 사람들은 표본들의 개수가 적은 상황에서도 큰 수의 법칙이 성립한다고 착각한다. 이 착각을 일컬어 ‘작은 수의 법칙’이라고 한다. 공정한 동전을 100번 던진다고 해보자. 큰 수의 법칙에 따르면 이 동전 던지기의 결과에서 앞면의 비율이 2분의 1, 곧 0.5를 크게 벗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실재로 계산해 보면 0.4보다 작거나 0.6보다 높은 비율이 나올 확률은 0.035다. 그렇다면 동전을 다섯 번 던질 경우에도 앞면의 비율이 나올 확률이 같다고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예상은 틀렸다. 계산해 보면 그 확률은 0.375다. 앞선 확률보다 10배 넘게 크다. 이제 동일한 현상의 다른 버전을 보자. 국소마취제 두 가지를, 무작위로 선정한 환자 네 명의 표본 집단에 한 마취제를 투여하고, 역시 무작위로 선정한 다른 환자 40명의 표본 집단에 다른 마취제를 투여한다. 그 뒤 약효를 평가하기 위해 뾰족한 물건으로 환자의 피부를 찌르고 통증이 얼마나 강한지를 ‘매우 강함’, ‘적당’, ‘거의 느끼지 않음’의 3단계로 평가하라고 요청한다. 이제 선정한 환자들이 속한 전체 집단에서는 두 마취제의 효능이 실제로 동등하며 약 30%의 환자는 어느 마취제를 투여하든지 통증을 ‘매우 강함’으로 평가한다고 가정하자. 따라서 양쪽 표본 집단에서 평균적으로 약 30%는 ‘매우 강함’이라는 평가를 내놓으리라고 예상할 만하다. 그러나 이것은 평균이다. 만일 우리가 무작위로 선정한 첫째 표본 집단의 환자 네 명 모두가 ‘매우 강함’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면(이런 일이 발생할 확률은 123분의 1이다)아마 그다지 놀라지 않을 것이다. 반면에 만일 둘째 표본 집단의 환자 40명이 모두 ‘매우 강함’이라는 (이런 일이 발생할 확률은 8x10²⁰분의 1이다) 몹시 놀랄 것이다. 작은 표본 집단에서 나오는 결과는 큰 표본 집단에서 나오는 결과보다 더 가변적이다. 따라서 작은 표본 집단에서는 극단적인 결과가 더 많이 나온다. 작은 수의 법칙은 사례의 개수가 적은 경우에 이런 높은 가변성을 감안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작동한다. 머피의 법칙을 아주 큰 수의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일어날 것이다’라고 한다면, 이 법칙을 아주 큰 수의 법칙의 특수한 사례로 간주할 수 있다. 또는 닫힌 시스템의 무작위성은 증가하기 마련이라는 열역학 제2법칙의 한 변형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 ‘소드의 법칙’은 머피의 법칙의 극단적인 버전 중 하나다. 이 법칙은 항상 가능한 최악의 결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교통신호등은 당신이 급할 때 빨간색으로 바뀐다. 이 메일 사이트는 당신이 중요한 메시지를 다 작성하고 보내기 버튼을 누르기 직전에 다운된다. 더 진지한 예를 들자면 베토벤 같은 작곡가는 청력을 잃고9밴드 데프 레퍼드의) 릭 앨런 같은 드러머는 교통사고로 팔을 잃는다. 하지만 아주 큰 수의 법칙을 상기하자. 그 법칙은 이런 사건들의 발생을 예상해야 한다고 말해준다. 또 선택의 법칙을 상기하자, 그 법칙에 따라서 우리는 이런 사건들을 더 잘 기억할 것이다. [시간은 흐른다] 시간은 과거에서 미래를 향해 한 방향으로 흐른다. 미래는 가능성들이 거품처럼 들끓는 카오스의 바다와 같다. 그 바다에서 한 순간 일어날 것처럼 보이는 일들은 개연성이 더 큰 다른 일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이 일들도 또 다른 일들로 대체된다. 현재는 남극의 바람과 같다. 현재가 닥치면, 사건들은 얼어서 굳어진다. 영영 변화할 수 없는 결정으로 바뀌어 고정된 과거에 편입된다. 생명과 우주에도 우연은 있다. 우연은 우리에게 무엇을 해주는가? -윌리엄 페일리 [진화 또는 창조] 리처드 도킨스는 몇 가지 계산을 했다. 인간 전체가 아니라 인간의 미세한 일부인 효소 분자 하나에 관한 계산들이었다. 그는 그런 분자가 우연히 자발적으로 생겨날 확률을 살펴보았다. 그에 따르면 ‘가용한 아미노산의 가짓수는 20개로 고정되어 있다. 전형적인 효소는 그 20가지 아미노산들이 수백 개 연결된 사슬이다. 기초적인 계산을 해보면, 아미노산 100개로 된 특정한 서열의 사슬이 자발적으로 형성될 확률은 20을 100번 곱한 값 분의 1, 곧 20¹⁰⁰분의 1이다. 20¹⁰⁰은 상상할 수 없도록 큰 수다. 온 우주에 있는 기본 입자의 개수보다 훨씬 더 크다. [인간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우연의 법칙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우연의 일치는 신이 익명으로 남기 위해 채택하는 방편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말로 전해짐- [커다란 자루] 지금까지 우연의 법칙을 이루는 법칙들을 살펴보았고, 왜 극도로 개연성이 낮은 사건들이 현실에서 흔히 일어나는지 이해했다. 이 장에서는 우연의 법칙이 과학, 의학, 경영 등의 분야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볼 것이다. 보렐의 법칙에 따르면 우리는 개연성이 아주 낮은 사건의 발생을 아예 예상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사건들을 숱하게 보아왔다. 그리고 우연의 법칙은 왜 그런지 말해준다. 즉 우리가 무슨 일인가는 반드시 일어난다는 사실(필연성의 법칙)을 간과하기 때문에, 우리가 아주 많은 가능성들을 검토했다는 사실(아주 큰 수의 법칙) 때문에, 우리가 무엇을 주목할 것인가를 사후에 선택했다는 사실(선택의 법칙) 때문에, 또는 우연의 법칙의 다른 가닥들을 간파하기 때문에 그런 놀라운 사건들과 마주하게 된다. 요컨대 우연의 법칙에 따르면 개연성이 극도로 낮다고 생각한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우리의 생각이 틀렸기 때문이다. 이때 오류를 발견하여 수정하면 낮은 줄 알았던 그 사건의 개연성이 실은 높은 것으로 드러날 것이다. 커다란 자루 속에 검은 구술 한 개와 흰 구술 99만 9,999개가 들어 있다고 해 보자. 당신이 눈을 감고 자루 속에 손을 넣어 구술 하나를 꺼내고 보니 검은 구술이었다. 이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정확히 100만분의 1이다. 이 정도면 보렐의 법칙을 적용하기에 충분할 만큼 작은 확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보렐의 법칙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검을 구술을 꺼냈다. 이미 보았듯이 이런 일의 발생은 대게 당신이 검은 구술을 뽑을 확률을 상승시키는 무언가를 고려해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어쩌면 내가 당신에게 자루에 든 검은 구술의 개수를 거짓으로 알려주었을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면 자루에 검은 구술이 정말로 하나만 들어 있을 확률이나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 확률에 대해서는 전혀 명시하지 않았다. 대신에 내가 자루에 대해서 한 말을 당신이 믿는다는 전제하에서 검은 구술을 뽑을 확률에 대해서 이야기 했고 그 확률이 낮은 사건의 발생은 그 믿음을 의심하게 만든다고 이야기 했다. 과학 용어를 쓰자면 확률이 낮은 사건의 발생이 우리의 이론을 의심하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예에서 ‘이론’은 자루에 검은 구술이 정말로 하나만 들어 있다는 것이다). 폴 나한은 <바보들의 결투와 기타 확률에 관한 어려운 문제들>에서 1차 걸프전 중에 ‘페트리어트 방공 미사일 시스템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라크 군의 스커드 미사일 들을 80퍼센트 넘게 성공적으로 격추했다’는 미국 국방부의 주장을 거론하며 메사추세츠 공과대학의 물리학자 시어도어 포스톨의 의문제기를 소개했다. 포스톨은 페트리어트 미사일과 스커드 미사일이 마주치는 상황 14회를 비디오로 보며 분석했는데, 13회는 페트리어트 미사일이 빗나갔고 1회는 아마도 명중한 듯했다. 포스톨은 만약 페트리어트 시스템의 명중률이 정말로 80퍼센트라면, 14회의 시도에서 단 1회의 명중만 목격할 확률이 얼마인지 계산했다. 나한이 보여주듯이, 간단히 계산하면 나오는 확률은 1억분의 1보다 더 작다. 이 정도면 보렐의 법칙을 떠올리기에 충분할 만큼 작은 확률이라고 할만하다. 바꿔 말해 포스톨이 목격한 사건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앞서 든 구술의 예로 돌아가자. 이번에는 내가 당신에게(솔직히) 말하기를, 나에게 자루 2개가 있는데, 한 자루에는 구술 100만 개가 들어 있으며 그중 하나가 검은 구술, 나머지는 모두 희 구술인 반면, 구술 100만개가 든 다른 자루는 그중 하나가 흰 구술, 나머지는 모두 검은 구술이라 한다고 가정하자. 당신은 눈을 가린 채로 두 자루중 하나에서 구술 하나를 꺼낸다. 꺼내고 보니 검은 구술이다. 이제 질문은 이것이다. 당신은 검은 구술이 하나 들어 있는 자루에서 그 구술을 꺼낸 것일까, 아니면 검은 구술이 99만9,999개 들어 있는 자루에서 꺼낸 것일까? 둘째 자루에서 검은 구술이 나올 확률이 훨씬 더 높으므로 당신이 선택한 자루는 아마 둘째 자루일 것이다. 어떤 사건이 일어날 확률은 한 설명이 옳다는 전제하에서 계산한 결과와, 다른 설명이 옳다는 전제하에서 계산한 결과를 비교하면 때로는 놀라운 결론에 이르게 된다. [베이즈 주의] 소설 속 탐정 셜록 홈즈는<네 개의 서명>에서 이렇게 말했다. ‘불가능한 것을 제거하고 남는 것은 아무리 개연성이 낮더라도 참 일수밖에 없다“. 확률을 실제 세계의 객관적 속성으로 간주하지 않고 당신의 주관적인 믿음의 정도로 간주하는 해석에 기초하여 여러 설명중 하나를 선택하는 태도를 일컬어 ‘베이즈적 접근법bayasian approach'이라고 한다. [통계적 추론의 기초] 나오며 기적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우연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페트로 니우스- 필연성의 법칙은 무슨 일인가는 반드시 일어난다는 것이다. 즉 당신이 모든 가능한 결과들의 목록을 가지고 있다면, 거기에 등재된 결과들 중 하나는 반드시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 법칙은 너무나 자명해서 보통은 주목받지 못한다.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가 평소에 주목받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법칙에 따르면 가능한 결과들 각각이 발생할 확률은 아주 작더라도, 그 결과들 중 하나는 확실히 발생한다. 필연성의 법칙은 개연성이 극히 낮은 사건을 확실한 사건으로 만든다. 아주 큰 수의 법칙은 기회들의 개수가 아주 많으면 아무리 이례적인 일도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당신이 주사위들을 한 움큼 쥐고 던지기를 충분히 오래 반복하면, 언젠가는 모든 주사위에서 6이 나올 것이다. 한 움큼의 주사위들을 한 번 던졌을 때 모든 주사위에서 6이 나올 확률은 아주 낮더라도, 충분히 많은 기회가 주어지면 그 사건의 발생은 거의 불가피해진다. 선택의 법칙은 만일 당신이 사후에 선택한다면 확률을 마음대로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예는 화살을 쏜 다음에 표적을 그리는 것이다. 이 예에서 선택의 효과는 명백히 드러난다. 사후 선택은 모든 화살을 표적에 명중한 화살로 만든다. 그러나 선택 과정은 대개 드러나지 않고 진행된다. 내가 이번 시험에서 가장 좋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을 선택한다는 것은 다음번 시험에서 점수가 떨어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학생들을 선택하는 것이기도 한데, 나는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할 수도 있다. 확률 지렛대의 법칙에 따르면 조건의 미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상에서 우리는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하지만, 한 방향으로 충분히 오래 나아가면 출발점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지구의 미세한 굴곡, 감지할 수조차 없는 굴곡이 중대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확률 지렛대의 법칙은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확률을 변화시키며 때로는 엄청나게 증가시킨다. 충분함의 법칙은 충분히 유사한 사건들은 동일하다고 간주해도 된다고 말해준다. 소수점 아래 무한대 자리까지 동일한 두 측정값은 없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매우 유사한 두 측정값을 보통 동일하다고 간주한다. 자동차 경주에서 여러 명이 똑같은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할 확률은 우리가 사용하는 스톱워치의 정밀도에 따라 달라진다. [Review] 우리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 모두를 온전하게 예측하며 살아갈 수는 없다. 인생의 희로애락은 삶을 예측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결과이다. 모든 것을 미리 알았다면 다소간의 성취감은 있겠지만, 감동은 얻을 수 없다. 이 책은 일상에서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일들을 대하는 방법을 서술했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고 한 책 제목의 원제는 <The Improbability Principle (우연의 법칙)> 으로 <왜 매일 우연의 일치, 기적, 희귀한 일들이 벌어질까>라는 부제를 달아 놓았다. “발생 확률이 극히 미미한 사건임에도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욱 신기한 것은 그런 사건이 안 번 일어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벌어진다는 점이다. 얼핏 생각하면 심각한 모순처럼 느껴진다. 발생 확률이 거의 0에 가까운 일이 어떻게 계속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러나 실제 사례들이 이것이 모순이 아님을 보여준다. 로또 복권에 여러 번 당첨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사람이 벼락을 여러 번 맞기도 하며, 극단적이 주가 대폭락도 계속 일어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사례들이 당연한 것은 아니다.” (본문) 저자는 우리가 일상에서 익숙한, <확률이 아주 낮은 사건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보렐의 법칙’을 비유해서 자신이 말하는 ‘우연의 법칙’은 우연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우연의 사건에도 법칙이 있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다섯 가지 법칙 즉, “필연성의 법칙, 아주 큰 수의 법칙, 선택의 법칙, 확률 지렛대의 법칙, 충분함의 법칙”은 사실 생소한 것이라기보다는 이미 부분적으로는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이다. 저자는 이 법칙들을 통계 · 확률적으로 구체적인 예시와 함께 흥미롭게 풀어놓았다. 우리가 일상에서 보렐의 법칙을 따르는 이유는 합리성 때문이다. 발생할 가능성 100만분의 1을 가지고 전전긍긍하기보다는 차라리 안 일어날 것이라고 무시하는 것이 옳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확률은 미묘한 차이에서 큰 변화를 일으키는 여러 가지 변수들을 고려해야 한다. 이 책에서는 그런 문제들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책을 통하여 일상의 일들을 좀 더 거시적으로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우리 국민 정서에 뿌리 깊은 “빨리빨리”는 어떤 면에서 빠른 성취를 이루어낼 수는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위험에 많이 노출되어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즉흥적 감정적으로 일어나는 우리 사회의 많은 요란함 들 속에 들어 있는 부조리를 좀 더 이성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자는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 수학과 명예교수 겸 선임연구원으로 통계학계에서 명성을 얻었다. 그의 많은 저술 중에서 이 책은 2014년에 출간 즉시 <아마존>과<뉴욕 타임스> 종합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어려운 통계학 지식을 우리 일상과 연관 지어 알기 쉽게 전달한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문장의 구성이 조금은 어지럽다는 느낌이 들었고 읽기가 힘들었다.■ “필연성의 법칙은 무슨 일인가는 반드시 일어난다는 것이다. 즉 당신이 모든 가능한 결과들의 목록을 가지고 있다면, 거기에 등재된 결과들 중 하나는 반드시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 법칙은 너무나 자명해서 보통은 주목받지 못한다.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가 평소에 주목받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법칙에 따르면 가능한 결과들 각각이 발생할 확률은 아주 작더라도, 그 결과들 중 하나는 확실히 발생한다. 필연성의 법칙은 개연성이 극히 낮은 사건을 확실한 사건으로 만든다. 아주 큰 수의 법칙은 기회들의 개수가 아주 많으면 아무리 이례적인 일도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당신이 주사위들을 한 움큼 쥐고 던지기를 충분히 오래 반복하면, 언젠가는 모든 주사위에서 6이 나올 것이다. 한 움큼의 주사위들을 한 번 던졌을 때 모든 주사위에서 6이 나올 확률은 아주 낮더라도, 충분히 많은 기회가 주어지면 그 사건의 발생은 거의 불가피해진다. 선택의 법칙은 만일 당신이 사후에 선택한다면 확률을 마음대로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예는 화살을 쏜 다음에 표적을 그리는 것이다. 이 예에서 선택의 효과는 명백히 드러난다. 사후 선택은 모든 화살을 표적에 명중한 화살로 만든다. 그러나 선택 과정은 대개 드러나지 않고 진행된다. 내가 이번 시험에서 가장 좋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을 선택한다는 것은 다음번 시험에서 점수가 떨어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학생들을 선택하는 것이기도 한데, 나는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할 수도 있다. 확률 지렛대의 법칙에 따르면 조건의 미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상에서 우리는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하지만, 한 방향으로 충분히 오래 나아가면 출발점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지구의 미세한 굴곡, 감지할 수조차 없는 굴곡이 중대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확률 지렛대의 법칙은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확률을 변화시키며 때로는 엄청나게 증가시킨다. 충분함의 법칙은 충분히 유사한 사건들은 동일하다고 간주해도 된다고 말해준다. 소수점 아래 무한대 자리까지 동일한 두 측정값은 없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매우 유사한 두 측정값을 보통 동일하다고 간주한다. 자동차 경주에서 여러 명이 똑같은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할 확률은 우리가 사용하는 스톱워치의 정밀도에 따라 달라진다.“(본문) Go my bookre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