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강호>
전국 으뜸이라는 강화도산 밴댕이를 제대로 먹는다. 그것도 물에 나오자마자 죽는 데다 내장도 너무 작아 속좁은 사람을 일컫는 '밴댕이 소갈딱지'의 주인공 말이다. 그러나 맛만은 어느 생선회 부럽지 않다. 소갈딱지의 소갈은 쓰고 맛없으나 쫄깃한 육질은 그만이다.
1. 식당대강
상호 : 청강횟집 청강호
주소 : 인천 강화군 화도면 해안남로2903번길 56 라동 1호 (내리 1825-14)
전화 : 032-937-1994
주요음식 : 밴댕이코스, 해물요리
2. 먹은날 : 2022.10.19.점심
벤댕이코스 5만원
3. 맛보기
말로만 듣던 밴댕이를, 그것도 회로 먹는다. 혹자는 최고의 횟감이라고도 하고, 조선시대부터 대접받았던 생선으로도 알려져 있다. 안산의 소어소에서 웅어와 함께 궁궐 진상으로 관리하였기 때문이다. 생선 자체보다 소갈머리 좁은 사람들이 비유로 더 많이 알려진 밴댕이, 언어 쓰임에서 오는 이미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진국의 맛을 몸통은 갖고 있다.
귀하고 역사적 유래가 무거운 생선이나 물을 벗어나 가볍게 뛰는 이미지 때문에 실체의 맛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생선을 본고장 강화도 그것도 밴댕이 마을 후포에 와서 맛본다. 그것도 생선살을 발라 만든 완자탕으로 회와 요리로 고루 먹는 코스를 개발해서 대접이 훨씬 업그레이드된 밥상을 만나니 뭔가 이제 생선대접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거 같아 보기도 좋다.
완자는 쫀득한 식감이 아닌 생선살 맛 그대로. 단지 갈아서 뭉쳤을 뿐이다. 계란으로 무쳐서 완자가 가능하다는데, 하여튼 생선살맛만 느껴진다. 생선 가시도 함께 갈았는지 간혹 딱딱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국물이 시원하고 맛있다. 국물맛이 일품이다. 미나리, 콩나물 등 야채도 충분하여 밥과 짝해먹기 좋다. 가격도 저렴하다.
매운탕 채소가 풍부해서 좋다.
해초국수. 초장에 비벼 먹는다.
대추조림. 반찬으로 나온 대추는 처음이다. 직접 만드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쫄깃하고 탄탄한 육질의 식감이 좋다. 단데도 의외로 반찬이 된다.
새우볶음. 강화도는 새우의 고장이기도 하다. 이 집은 아니나 옆 식당에서는 건새우를 따로 판다.
밥. 평범한 밥이다. 강화도의 간척지 쌀이 유명해서 기대햇으나 그 정도는 아닌 듯. 그래도 매운탕 즐기기에는 좋다.
청강호는 바다를 보고 있는데 이 건물은 통째로 횟집, 주로 밴댕이 회를 하는 밴댕이회 전문가이다. 건물의 앞뒤가 모두 그렇다.
동일 건물 뒷편이다. 모두 회를 판다.
건물 뒷편으로는 '청강횟집'이 보인다. 사실상 청강횟집을 접고 아래 청강호를 내려앉은 셈이다. 오랜 맛집 청강횟집이 이렇게 이어지고 있다.
4. 먹은 후
1) 조선시대 밴댕이
조선 중기 시인 옥담(玉潭) 이응희(李應禧·1579~1651)의 옥담시집에는 밴댕이를 주제로 한 한시가 있다. 이응희는 성종의 후손으로 산본의 수리산 자락에 살던 인물로 알려 있다. 만물편의 어물류 魚物類에서 밴댕이 외에 여러 생선을 소재로 한시를 쓰고 있는데, 여기서 노래한 생선은 다음과 같다.
고래│자라│대구│방어│청어│문어│전복│가자미│은어│홍합│해삼│홍어│민어│준치│조기│밴댕이│새우│농어│숭어│웅어│뱅어│잉어│쏘가리│붕어│게
서해에서 나는 6종의 어물로 홍어ㆍ민어ㆍ준치ㆍ조기ㆍ밴댕이ㆍ새우 등을 들고 있다. 민어는 탕으로 먹으면 좋고 회로 먹기에는 마땅하지 않으며 말려서 먹으면 더욱 맛이 좋다고 하였다. 준치는 회와 탕이 모두 좋고, 조기는 탕과 구이가 좋다고 하였다. 밴댕이는 상추쌈으로 보리밥과 함께 먹을 때 진미라 하여 해물에 따른 요리법과 먹는 법을 소개하였다.
밴댕이[蘇魚]
절후가 단오절에 가까우면 / 月近端陽節
어선이 바닷가에 들어차지 / 漁船滿海湄
밴댕이가 어시장에 가득 나와 / 蘇魚塡市口
은빛 모습이 촌락에 깔렸네 / 銀雪布村岐
상추쌈으로 먹으면 맛이 으뜸이고 / 味絶包苣食
보리밥에 먹어도 맛이 좋아라 / 甘多麥飯時
시골 농가에 이것이 없으면 / 田家無此物
생선 맛을 알 사람이 드물리라 / 鮮味少能知(한국고전종합DB 번역 전재)
밴댕이는 단오절에 가까우면 제철이라고 했다. 은빛으로 촌락이 뒤덮이면 맛도 최고였다. 그 시절부터 회를 쌈해 먹은 것을 알 수 있다. 상추쌈에 보리밥을 곁들이면 맛이 좋다 하였다. 밴댕이는 시골농가에서까지 흔하게 먹는 생선이었던 것이다.
당시 안산에는 소어소(蘇魚所)가 있었다. 안산군(安山郡)에 소재한 관아로, 사옹원에 소속되어 소어(蘇魚), 즉 밴댕이를 대궐에 진상하는 일을 맡았다. 소어소(蘇魚所)의 감착관(監捉官)은 사옹원에 딸린 벼슬아치로, 어장이나 어살에서 물고기를 잡는 일을 감독하였다.《宣祖實錄 33年 3月 18日>
농가에서까지 지천으로 만나는 밴댕이가 진상품이었으니 농부나 나랏님이나 먹는 것은 매한가지였던 셈이다.
이 시는 시적 형상화보다 시적 대상에 대한 정보를 충실하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술적인 시로서 경치나 심사를 읊는 한시의 기능 확장을 보여준다. 아울러 백과사전적 지식을 담으려는 의도를 반영하고 있는데, 그것이 현실적인 소재에다 민중의 생활을 담고 있는 것이어서 사대부의 한시가 어떻게 민중과 만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여서 주목된다.
2) 후포항 구경
후포항은 밴댕이마을이다.
소원바위. 쌀독 형상으로 재물이 쌓이는 것을 상징하여 소원을 들어주는 바위라 믿고 있다. 덩그마니 갯벌에 커다란 바위가 홀로 우뚝해서 누구라도 사연을 지어낼 법하다. 바위 형상치고는 전설이 단순하다.
3) 후포항 구경에 밴댕이 회까지,
- 반지, 디포리까지 펼쳐지는 음식문화적 변주
꿩먹고 알 먹고 할 수 있는 동네다. 알은 후포항만이 아닌 밴댕이 소갈머리/소갈딱지의 어원까지 궁구해보는 것까지로 이어진다.
이곳에서는 밴댕이뿐 아니라 생새우 시장도 형성된다. 식당에서 새우젓을 파는 것은 이곳이 새우시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강화도는 밴댕이와 새우로 유명한 곳이다. 새우를 구매하여 일석이조를 얻을 수 있다.
밴댕이는 물을 벗어나면 몸의 바깥쪽부터 부패가 진행되어 고통에 몸무림치다가 죽어버린다는데, 사람들은 성질 급하고 속이 깊지 못하다고 밴댕이를 '능멸'한다. 죽을 만치 고통스러워 몸부림치는 것을 우롱하는 것이니 이 비유를 쓰는 것을 재고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어부들마저 살아 있는 밴댕이를 만나지 못할 정도로 빨리 죽어버리니 그 고통이 얼마나 심한지 짐작할 수 있겠다.
밴댕이는 반지와 혼동되는 생선이다. 동일어종이라고도 하고 엄연히 구분되는 어종이라고도 하는데, 구체적으로는 반지는 청어목 멸치과이고, 밴댕이는 청어목 청어과라 하니 다른 생선이 맞는 거 같다. 반지는 남쪽에서 많이 나서 젓갈을 주로 담그고, 강화도 인근의 밴댕이는 회로 먹지만 둘이 혼용되는 게 다반사다. 둘 다 국물 내는 다시용으로 쓰일 때는 디포리로 불린다. 뒤포리, 띠포리 등등 지역에 따라 조금 다르게 불린다.
이순신의 <난중일기>에는 어머님께 밴댕이젓을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 유몽인의 <어우야담>의 김인복 이야기에서는 밴댕이를 싸먹는 이야기로 선비가 입을 벌려 갓끈이 떨어졌다는 설화가 수록되어 있다.
요리방법은 생선회, 구이, 회무침, 회덮밥, 젓갈 등등 다양하다. 밴댕이는 강화도에서 강화도 간척지쌀에 밴댕이젓갈을 넣어 담근 순무김치하고 함께 하면 최고의 사치가 된다. 밴댕이는 강화도 외에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도 밴댕이골목이 형성되어 있다. 군산 째보선창에서는 반지회덮밥, 반지회비빔밥을 판다. 유락식당, 중앙식당 등이 유명하다.
밴댕이의 이름은 다양하다. 반댕이, 고소어, 늑어(勒魚) 등등이 쓰이는데, 국어사전에는 근어(勤魚),해도어(海魛魚),반초어(飯鮹魚), 반지 등이 유의어로 기재되어 있다.
밴댕이, 반지가 이루는 다양한 문화적 변주를 살펴보았다. 생선 한 마리로도 여러 문화적 층위를 검토할 수 있다. 하지만 한마리가 한 입인 밴댕이의 맛만은 단순하다. 맛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자세히 보면 쫄깃한 맛, 뒤끝의 달근한 맛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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