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1.daumcdn.net/cfile/cafe/174A534850D8078435)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눈 덮인 길을 걸어 보았습니까? 추위에 눈 결정체가 마치 보석을 뿌려놓은 것처럼 반짝이는 모습은 사람들을 황홀하게 만들어 줍니다. 나는 오늘 그런 산길을 걸었습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티 한 점 없이 푸른 하늘은 가슴까지 시원하게 만들어 주었고 산등성이 위로 밝아오는 아침햇살은 화창하고 눈부셨습니다. 올 겨울에 들어서 가장 춥다는 오늘 아침에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산속에서 아침산책을 즐겼는데 볼이 얼얼하고 들여 마시는 공기는 코끝을 아리게 했지만 그래도 기분만큼은 그만이었습니다.
이제 며칠만 지나면 이곳 산속에서 살아온 지 어느 듯 일 년을 채우게 됩니다. 그런 세월 속에서 몸과 마음이 적응하여 이곳이 너무 그윽하고 좋습니다. 산속의 고요와 적막을 즐기며 한가롭게 눈길이나 산책하고 있으면 세상에서 부러울 게 없으니 말입니다. 이런 나를 보고 사람들이 묻는 질문은 대부분 외롭지 않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강원도 산골의 오지에서 살아가던 법정스님의 대답을 빌리자면 근래에 들어 사람을 그리워 해 본적이 전혀 없고 사람 꼴 보지 않아서 무엇보다 다행스럽고 고맙다고 했습니다. 요즘 들어서 이 말이 아주 적절한 대답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렇게 산속에서 살아갈수록 더욱 확실하게 말입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영혼이 있습니다. 어린애들의 맑은 눈동자를 바라볼 때면 때 묻지 않은 맑고 신령스러운 영혼을 보는 것 같아서 한없이 기분이 좋아집니다. 우리가 거칠고 험난한 세상을 살지라도 그렇게 맑고 신령스러운 영혼을 지니고 살수만 있다면 그것 또한 가치 있는 삶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산속에서 오래 살면 자연을 닮아서 더욱 맑아지리라는 생각으로 말입니다. 그래서 내가 그리는 내 모습은 돈 자랑을 하면서 값비싼 옷으로 치장한 화려한 모습이기보다는 가슴이 따뜻하고 해맑으며 그윽한 눈길을 지닌 그런 사람이고 싶습니다.
한해의 막바지를 보내고 있는 요즘입니다. 이런 년 말이 낀 12월에서 백미 같은 게 성탄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거리의 쇼윈도는 성탄절의 장식으로 더욱 화려해지고 징글벨 소리가 가슴을 들뜨게 만드는 시기이니 말입니다. 오늘이 바로 그런 성탄절의 전날이며 오늘 밤이 성탄절의 전야이니 모든 사람들의 가슴 속에 축복과 기쁨이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특별히 축복받은 날이니 나도 마음만 먹으면 그런 도시를 찾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리운 사람들과 어울리며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인적이 끊긴 산속에서 고요와 적막을 즐기고 있는 것은 적막이 좋고 이런 곳에서 맑고 조용하게 보내는 것에 적응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나를 위로라도 하듯이 며칠 전에 친구가 찾아왔었습니다. 그 친구는 나와 함께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었는데 사십이 넘어 다시 한의대의 한약학과를 나왔고 지금은 경동시장에서 꽤나 이름 있는 한약 상을 운영하고 있는 조금은 특별한 사람입니다.
한의대의 인기가 한풀 꺾이고 한의원의 전망이 의문시 되던 몇 년 전에 하나뿐인 아들에게 한의대를 가게 했으니 친구는 한의학에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었는지 모를 일입니다. 그런 친구가 개발한 환으로 만들어진 한약들이 몇 가지 있는데 신통환은 과음한 뒷날 속이 쓰리거나 간을 보호하는 약이며 위장을 보호하는 보위환에 소화불량이나 급체에 좋은 급체환도 효과가 좋아서 인기가 높답니다. 또 양약과 같이 쉽게 먹을 수 있도록 액으로 포장된 약들도 인기가 많은데 몸살감기약과 기침감기약에 목 아픈데 먹는 감기약이 따로 있고 염증과 독감에 사용되는 온새미로라는 한약도 인기가 좋다더군요. 이렇게 나름대로 한약으로 일가견을 이루고 아들에게도 한의대를 권유할 만큼 한의학에 열정을 갖고 있었으니 어려운 한방에서 아직까지 별 탈 없이 잘 버티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친구에게도 한방의 앞날에 걱정이 되는 눈치였는데 특히 비아그라의 출현으로 정력제와 보신제의 매출이 많이 떨어진 것이랍니다.
그 친구가 저를 찾아오면서 근처의 슈퍼 앞에서 전화를 했더군요. 산속에서 혼자살고 있으니 먹을 음식이 걱정 되었나봅니다. 그래서 삼겹살이나 조금 사오라고 했습니다. 손님들이 찾아오면 냄비에 엄나무 몇 조각을 넣고 물이 끓으면 삼겹살을 넣어 익히면 고기 맛이 특별히 좋아집니다. 잡냄새가 없어지면서 상큼하고 담백하며 요리방법도 간편합니다. 더구나 불에 구울 때처럼 타거나 기름 범벅이 되지 않고 고기 속에 들어있을지 모르는 항생제 성분까지 깔끔하게 우려내기에 주위에 권할 만큼 좋은 요리방법인 것입니다. 또 엄나무는 간염이나 간 기능의 회복에 좋고 관절염이며 근육통과 신경통에 좋아서 백숙의 재료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그렇게 맛있는 요리를 생각하며 삼겹살을 사오라고 했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여름철이면 지천에 늘려있는 것이 야채들이며 신선초에 씀바귀며 텃밭에서 자라던 상추와 케일도 있었는데 지금은 겨울이라는 것을 깜박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아쉬운 대로 쌈장과 김치를 야채 대신에 먹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래도 상큼하고 담백한 고기 맛만은 달라지지 않았더군요.
친구가 사다리를 가져와서 뒷날은 사다리를 둘러메고 산을 올랐습니다. 이곳에 많이 자라고 있는 겨우살이를 따기 위해서였는데 가파른 산에 눈까지 많이 쌓여 있어서 무거운 사다리를 메고 오르는 산행은 쉽지가 않더군요. 낑낑대며 겨우 오른 산에서 겨우살이를 채취할 수 있었는데 산을 오르는 사람들도 없을 테니 다음을 위해서 사다리는 그곳에 두고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좋은 공부를 할 수 있었는데 한약재로 사용되는 느릅나무며 황벽나무에 뼈가 상했을 때 처방하는 딱총나무도 찾았고 눈 속에 고개를 내밀고 서 있는 속쇄를 무더기로 발견해서 나는 속쇄를 제법 채취해 왔습니다. 대나무 같이 마디를 이루고 있는 속쇄는 관절과 연골에 좋다고 해서 두고두고 우려내서 차로 마시기로 한 것입니다. 그것 외에도 약재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던 친구는 산속에서 자생하는 한약재를 제법 찾아내었으니 헛걸음은 아니었습니다.
요즘은 상황버섯이 동남아에서 많이 들어온다고 하더군요. 동남아에서는 크고 굵게 잘 자라는데 그러다보니 약효를 떠나 겉보기에 너무 차이가 나서 우리나라의 자생 상황버섯은 가격이 많이 하락했답니다. 또 범람하는 중국산 약재가 한의원을 장악하게 되었고 그런 것도 소비자들이 한약을 외면하는 요인이 되었지만 저렴한 가격 앞에서 눈길을 돌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도 친구는 우리나라 고유의 나무와 약초로써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보려고 한다는 말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런 길을 걷겠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텐데 그 런 용기에 찬사를 보내며 친구의 바람대로 되길 바래봅니다. 덕분에 나에게도 좋은 계기가 되었는데 이런 약재들을 이용한 효소를 담을 것입니다.
한때 그렇게 인기가 높았던 한의대와 한의사의 자리는 어떤 것이 대신하고 있을까요? 세상은 한시도 그냥 머물러 있지 않고 끊임없이 변하고 있습니다. 잠시 한눈팔고 나태해지면 어느 새 다른 것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말았겠지요. 자연도 마찬가지라서 빈 공터에는 온갖 잡풀들이 자라나서 그 자리를 채우게 됩니다. 사람들도 그렇지요. 한때 사이가 좋았던 사람들도 잠시 뜸해지면 어느 새 다른 사람들로 채워집니다. 아무리 뜨겁게 사랑했던 연인 간에도 말입니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이 이래서 나왔을 것입니다.
한때 우리들 가슴에 담겨있었던 사랑했던 사람들을 떠올려 보세요.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모르겠지만 세상 어딘가에서 나름대로 화사하게 꽃을 피우고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문득 이별한 사람들이 떠오르고 그래도 한편으로 안심이 되는 것은 나름의 꽃을 화사하게 피우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이야기 들어보셨지요? 많은 아이들 속에서도 쉽게 포기를 모르는 끈기가 있던 이들이 바로 그런 아이들이었습니다. 어떤 일에 매달리면 덤벙대지 않았고 힘들어하기에 이제 그만 두었겠지 생각하고 돌아다보면 아직도 매달려서 뭔가를 이루고자 하는 의지와 집념을 보이는 아이들말입니다. 그때 우리는 말합니다. 장차 세상에 큰 그릇이 되겠다고 말입니다.
작은 씨앗에서 큰 나무로 성장하기까지는 숱한 바람과 추위를 이겨내야만 합니다. 한낱 풀 한포기도 꽃을 피우기까지는 태풍과 홍수를 이겨내고서야 가능한 일입니다. 어려움과 고비 없이 성공이라는 찬사는 따라오지 않습니다.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까? 그럼 이겨내야 합니다. 쉽게 포기하지 말고 의지와 집념으로 말입니다. 그런 인고의 시간이 지나야만 따뜻한 햇살아래 화사한 꽃을 피울 수 있게 될 테니까요.
이제 달력에는 일주일도 남지 않았고 이렇게 한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올해의 결실은 좋았습니까? 내년에는 또 무엇을 기대하고 있습니까? 좋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좋은 꿈과 희망을 가져야겠습니다. 새해에는 어떤 꿈과 어떤 희망을 키우고 있습니까? 아름답고 찬란한 꿈을 가지고 새해를 맞이할 일입니다. 꿈이 있고 희망이 있는 나라가 좋은 나라이며 사람들의 가슴에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지도자가 좋은 지도자입니다. 꿈과 희망이 없는 사람의 삶은 무의미한 삶이며 밥값도 못하고 아까운 시간을 헛되게 보내게 될 것입니다. 촛대에 밝은 촛불을 밝혀보지도 못하고 버려지는 초와 다름이 없을 것입니다.
끝내 이루지 못할 꿈으로써 꿈이 꿈으로 끝난다 해도 꿈이 있다는 것은 칭찬받을 일이며 좋은 일입니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는 사람의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아침 해가 떠오르고 세상이 밝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세상이 포근하고 따뜻할 수 있었습니다. 추운 겨울이라도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문을 열고나서면 찬란한 아침햇살이 반겨주고 보석같이 반짝이는 눈의 결정체들이 축복을 보내줄 것입니다. 공터를 그냥 내버려두면 잡초들로 가득 채워지겠지만 좋아하는 꽃이나 채소를 심게 되면 아름다운 화원이 되고 싱그러운 채소밭이 될 것입니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정직하고 착하게 살아야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런 모습이 당당하고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삶이란 누구를 대신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한걸음 한걸음 쌓아가는 것으로 그것이 바로 온전한 자신의 삶이 됩니다. 두 번도 아닌 오직 한번뿐인 삶이라서 더욱 그렇습니다.
나폴레옹은 이런 말을 들려주었습니다. 비장의 무기가 아직 나의 손에 있고 그것은 바로 희망이라고 말입니다. 우리에게도 비장의 무기가 있지요? 아직 살아갈 날이 남았고 그러기에 아직은 포기하기에 이르며 아직도 희망은 있다고 말입니다. 새해에는 꿈과 희망과 함께 하시길 빕니다.
월아
첫댓글 그래요! 겨우살이 많이 채취 했나요? 내년에도 건강하게 자주 만나길 바랍니다...^&^
눈이 많아서 한번 오르기가 쉽지 않네~
요즘은 한해 농사를 거두어 들이듯이 한해동안 쓴 글들 정리중..
1월에 출간이 되엇으면 하는 바램으로..
잘 마무리 하시고 축복과 함께 새해를 맞이하시길^^*
도인이 다되어가는구만 돗자리사서 깔준비하고 있을게,,,
새해에는 산토사랑 산행에 가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하게 해주시게나~~
기대가 크네~~^^*
늘 건강하세요....틈틈히 전해 주시는 자연속의 이야기들이 상큼한 청량제 같은 느낌입니다..
원하는대로 살아지지 않는 것이 인생일뿐더러.....어찌보면 하루하루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기적인가를
자주 공감하는 요즘입니다.....나이가 든다는게 그런것인가 하네요....건강한 이야기들이 참 고맙습니다...ㅎ
지난 한해를 되돌아보면 그저 자연 속에서 마음껏 쉬었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만큼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것 같네요~~
하나를 잃은 대신에 또다른 큰것을 얻었다고나 할까요?
새해에는 바라는 소망을 간직하시고 장족의 발전이 있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