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수행 안명숙 씨 [하]
다라니 철야정진 후 탱화 완성도도 높아져
새로이 인연이 된 선원에서 초파일이 다가오자 관욕대에 꽃을 꽂으라고 했다. 꽃을 몇 년간 배워 국가기술자격증과 화훼장식사 자격증 등을 취득해서 취업을 했었다. 그 경험으로 부처님오신날에 가장 돋보이는 관욕대에 꽃을 장식했다. 꽃꽂이를 취미 삼아 배운 것이 취업을 하게도 되었고, 이렇게 가장 보람된 부처님 전에 꽃 공양을 하게 될 줄이야. 인연이란 참으로 묘하다는 생각이다. 그 이후로 사자좌에 사방화를 장식하는 일은 나의 기쁨과 즐거움의 일상이 되었다.
그렇게 다라니 기도를 열심히 하며 나의 솜씨로 부처님께 꽃 공양을 날마다 하고 있을 즈음 더욱 환희로운 일이 생기게 되었다. 내가 민화를 그린다는 것을 아신 스님께서 탱화를 그려 보라고 권했다. 내가 민화를 접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것 또한 봉사하던 사찰에서 인연이 되어 취미로 그리다가 너무 그림이 좋아 학교와 화실에서 전문적으로 배우며 몇 번의 전시회도 열었다. 여러 번 입상도 하여 이제 민화에 대한 나름대로의 식견도 생겨나기도 하던 때였다.
나는 한편은 기쁘고 한편은 두렵기도 하였다. 탱화는 그려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 더 배워야 하고 더 그려야하고 아직도 부족한 것이 많은데 라는 생각으로 며칠 마음이 무거웠다. 무식한 것이 용감하다고 했던가. 탱화를 모시는 일이 얼마나 큰 행사이며 중요하고 장엄한 일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 채 나는 그리겠노라 말씀을 드렸던 것이다.
그러나 탱화를 시작하면서부터 아~부처님의 힘이 이런것이구나 느끼면서 붓을 잡는 것에서부터 내 실력을 능가하는 색채라든가 그림이 살아있는 느낌이 펼쳐지는 한편, 모자랐던 부분의 실력이 놀라울 정도로 업그레이드 돼고 있었다.
정말 신기했다. 그동안 그려왔던 민화와 확연히 다른 탱화가 그려진 것이다. 그림을 그리면서 늘 즐겁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다라니 기도를 열심히 하였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원장 스님이 집전하시는 금산사 철야기도에 동참을 하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탱화를 완성할 수 있을까 하는 데는 기도의 힘만이 오롯할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스님의 목탁소리에 맞춰 오로지 마음에는 나반존자님만 생각하며 고성으로 독송을 하였다. 2부 정진이 끝날 즈음, 난 기도 시간이 너무 짧다고 생각이 되는 것이다. 1부와 2부를 합하면 3∼4시간이 걸리건만 그 시간이 너무나 아쉽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날 이후 탱화를 그리는 데는 가속도가 붙으며, 부처님 상호와 부처님 앉으신 자리 등등 너무나 순조로이 그림이 그려지는 것이 아닌가.
그림 그리는 붓 필이 막힘없이 흐르는 동안 부처님께 감사한 마음으로 충만했다. 내가 배운 모든 것들이 언젠가는 필요한 곳에 쓰일 날이 있다고 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선원에 와서 모든 걸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부처님 전에 쓸모 있게 쓰려고 꽃과 그림을 배웠었나 하는 생각이 감히 든다.
다라니와의 인연은 이런 일이 예견 되어 있지 않았나 싶다. 어떤 기도도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을 굳이 다라니를 다시 잡은 인연이 새삼 놀라울 뿐이다. 많은 분들이 탱화를 보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시는 일 또한, 내가 갚아야 할 복력의 공덕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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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심·48)
출처 : 법보신문(http://www.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