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활연극협회 창립기념공연 정중헌 제작 기획 오영진 작 한윤섭 각색 김도훈 연출의 맹진사댁 경사
공연명 맹진사댁 경사
공연단체 (사)한국생활연극협회
제작 기획 정중헌
작가 오영진
각색 한윤섭
연출 김도훈
공연기간 2018년 1월 27일~28일
공연장소 공간 아울
관람일시 1월 28일 오후 6시
공간 아울 소극장에서 (사)한국생활연극협회 창립기념공연 정중헌 제작 기획, 오영진 작, 한윤섭 각색, 김도훈 연출의 <맹진사댁 경사>를 관람했다.
<맹진사댁 경사>를 제작 기획한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자 서울예술대학교 부총장인 정중헌 (사)한국생활연극협회 초대 이사장은 연극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에게 연극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직접 참여하여 연극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공연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전국 조직의 사단법인체를 결성했다며, 배우가 되고 싶고, 무대에 서고 싶은 일반인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전문 연극인들이 지도하고, 협동 작업을 함으로써 지역의 생활연극을 활성화하고, 회원 상호간에 친목을 도모함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협회의 목표이며, 특히 지역민들 대상의 생활연극 활동을 통해 지역의 예술 활동을 진작시키고 문화 복지를 실현해 나갈 목표로 창립했음을 밝혔다.
오영진(吳泳鎭, 1916~1974) 선생은 평양 출신으로, 평양고등보통학교(平壤高等普通學校)를 거쳐 경성제국대학 조선어문학과를 졸업하였다. 대학시절에 ‘영화예술론’이라는 논문을 ‘조선일보’에 발표함으로써 등단했고, 1938년에 ‘영남여성의 내방가사’라는 논문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영화작가가 되기 위해서 동경으로 건너가 동경발성영화제작소에 입사하여 영화를 연구하였다. 1942년 귀국하여 숭인상업학교에 근무하고, 1945년 조선민주당 조직에 참여했으며, 1950년 전국문화단체총연합회(약칭 문총) 사무국차장에 피임되었다.
그 후 예술원 회원, 국제펜클럽회원, 국제연극인협회(International Theater Institute, ITI) 한국본부부위원장, 시나리오작가협회 고문,국제대학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1942년에 처녀시나리오 ‘배뱅이굿’을 발표하였고, 이어서 ‘맹진사댁 경사’를 발표하여 각광을 받았다.
선생은 안창호(安昌浩).조만식(曺晩植) 등 민족지도자들의 영향을 받아 조선인 학도지원병제에 반대하다가 일본 경찰에 피검되기도 하였다. 광복 직후에는 평양에서 조만식의 측근으로 우익민족주의 정치운동을 벌이다가 월남하여 공산테러리스트에게 총격을 받아 사경을 헤맨 적도 있을 만큼 철저한 항일반공투사였다.
정치에서 손을 뗀 뒤로는 희곡과 시나리오, 영화평론 등을 썼으며, 오리온영화사를 설립, 운영하였다. 6.25전쟁중에는 월남문인들과 함께 문총북한지부(文總北韓支部)도 만들었고, 월간 ‘문학예술’지도 운영하였다. 전쟁 직후 미국을 시찰하였고, ITI한국본부부위원장으로 유럽도 여행하였다.
대표적 시나리오로 꼽히는 ‘시집가는 날’로 아시아영화제의 최우수희극상을 받았고 ‘배뱅이굿’.’맹진사댁 경사’.’한네의 승천’ 등 3부작은 관혼상제(冠婚喪祭)를 소재의 원천으로 한 작품이며, ‘나의 당신’이나 ‘허생전’ 같은 작품은 고전소설의 현대적 재창조라고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각색을 한 한윤섭은 충남 온양출신으로 서울예술대학에서 극작을, 프랑스 헨느 대학교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극작가와 연극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9년 전국창작희곡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2003년에 <열린문>이라는 이름으로 극단을 창단한 후 2015년 극단 이름을 에이치프로젝트로 바꿨다 극단 대표인 한윤섭은 최근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극작가 겸 연출가로 발표한 희곡 작품으로 <굿모닝 파파>, <만적의 난>, <아! 바그다드>, <엄마! 지구랑 놀아요>, <후궁 박빈>, '<조용한 식탁> <오거리 사진관> 등이 있다. 제11회 문학 동네 어린이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봉주르, 뚜>는 그의 첫 장편동화다.
2017년 대한민국 연극제 본선에 이례적으로 <성호가든>, <오거리 사진관>, <굿모닝 씨어터>가 올랐으며 극단 파도소리의 한윤섭 작 강기호 연출의 <굿모닝 씨어터>로 희곡상과 대상을 수상하였다. 2013년 연극<하이옌>으로 거창 국제연극제 대상, 2015년에도 거창국제연극제에서 <오거리 사진관>으로 희곡상과 금상을 수상했다. 2015년 고마나루 전국향토연극제에서 금상 <수상한 궁녀> 수상, 2016년에는 극단‘아시랑’과 합동 공연하여 고마나루 연극제에서 대상 <절세가인 효녀 노아> 수상, 2017년 제2회 대한민국연극제에서 <굿모닝 씨어터>에서 대상을 수상한 한국연극의 주춧돌이다.
연출을 한 김도훈(1942~)은 황해도 재령에서 태어나 서라벌예술대학 출신의 연출가로, 1990~1991 서울 연출가 그룹회장, 1998~2000 거창국제 연극제 조직 위원장, 2001~2005 영호남 연극제 조직위원장, 2001~2002, 2015 거창국제연극제 예술 감독 겸 심사위원장을 역임했다.
한국 연극 예술상 수상(주최: 한국연극협회 1987.10), 서울 연극제 대상 및 연출 상 수상(1992.), 서울 연극제 대상 및 연출상 수상(1997), 예총 예술 문화상 대상 수상(2001), 한국연극협회 자랑스러운 연극인상(2012), 서울연극협회 공로상(2012), 보관문화훈장(2015), 제4회 연극인대상 공로상(2017) 등을 수상한 훤칠한 키(183cm)에 반듯한 용모를 갖춘 미남 연출가다.
연출작으로는 <보잉 보잉> <등대> <조용한 식탁> <이성계부동산> <굿모닝 파파> <Q요라 그게 뭐지요?> <가스펠> <품바대장 술꾼> <성호가든> <유리동물원> 그 외의 100여 편의 작품을 연출한 원로 연극인이다.
맹진사댁 경사(孟進士宅 慶事)는 오영진(吳泳鎭)이 쓴 시나리오이다. 1942년에 쓴 시나리오를 1943년 작자 자신이 희곡으로 개작, 1944년에 '태양극단'에서 초연했다. 그 후 '신협(新協)'(1951년 이광래 연출)과 '실험극장'(1969년과 1972년 나영세 연출)에서 공연되었다. 1964년 국제극예술협의회 파리 본부에서 영문과 불문으로 번역되고 영화로는 시집가는 날로 1956년 제작되어 1957년 도쿄에서 열린 제5회 아시아영화제에서 최고 희극상을 획득했다. 한국의 연극은 신극(新劇) 이후부터 현대극에 이르기까지 희극(喜劇)의 풍토를 개척하는데 소홀해 왔고 따라서 볼만한 작품도 거의 없었다. 이러한 불모(不毛)에서 <맹진사댁 경사>가 나왔다는 것은 극히 드문 예외라 하겠다. 한국의 전통극은 독특한 해학(諧謔)과 풍자성을 갖고 있지만 그것을 제대로 계승·발전시킬 작가는 없었다. 그러한 터에 오영진이 나와 그 작업을 1940년대에 훌륭히 해냈다는 것은 희극 작가로서 오영진의 역량과 재능을 입증하는 것이고 나아가 한국의 현대 희극이 지향해야 할 한 이정표(里程標)를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그는 1970년에도 그와 같은 계열의 희극 <허생전>을 써서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구(舊)결혼제도의 모순과 인습을 풍자한 이 작품의 내용은 한국의 고유한 생활풍속과 사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줄거리를 약술하면, 세도 가문과 사돈을 맺어 위세를 부리고 싶은 맹진사는 무남독녀 갑분이를 김판서 댁 미언과 혼인시키기로 약속하고는 우쭐댄다. 맹 진사는 김 판서 댁과의 혼사를 위해 도라지골에를 다녀온다. 숙부 맹효원은 매매혼을 치른다고 맹 진사에게 불호령을 내린다. 하녀 이쁜이는 시집가게 된 갑분 아씨를 따라 가게 해 달라고 통사정한다. 맹 진사는 김 판서 댁과의 혼인으로 세도를 얻으려는 권세욕을 드러낸다.
혼인 날자를 눈 앞에 두고 과객 차림으로 찾아온 김명정이 신랑이 절름발이라고 귀띔하자 맹진사 댁은 발칵 뒤집힌다. 김 판서의 사촌 동생 김명정이 나타나 신랑이 절름발이라고 소문을 낸다. 맹 진사 댁 일가친척이 모여 문제의 상황을 두고 의논한다.
신랑이 절름발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갑분이는 시집가기를 거부한다. 이쁜이는 갑분에게 몸보다는 마음이 중요하다며 설득을 한다. 이 모습을 본 맹 진사는 묘안을 짜내 이쁜이를 갑분이로 꾸며 혼례를 치르려 한다. 우선 갑분이를 운산골 맹초시 댁으로 피신시킨다.
대리 신부가 되라고 하는 상전들의 설득을 이쁜이는 완강히 거절한다. 이쁜이와 짝을 이루려던 삼돌이는 이쁜이를 대신하여 갑분 아씨를 달라고 떼를 쓴다. 맹진사는 돈 꾸러미를 내밀어 삼돌이를 달랜다.
혼례식 날에 나타난 신랑이 멀쩡한 대장부임이 밝혀지자 맹 진사 댁은 다시 소동이 벌어지나 맹 노인의 성화로 이쁜이와 미언의 혼례가 치러진다.
첫날 밤, 이쁜이는 미언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용서를 빈다. 미언은 거짓 소문을 낸 것은 자신이 꾸민 일이라고 고백하고, 건강하고 다정다감한 이쁜이를 아내로 맞아들인다.
연극 <맹진사댁 경사>에서는 김도훈의 연출력과 작품에 내재한 반전의 미학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 작품에서는 세 차례의 커다란 반전이 이루어진다. 첫 번째는 김명정이 신랑이 절름발이라는 소문을 퍼뜨리는 부분으로, 명문가와 혼인한다는 사실에 잔뜩 흥겨웠던 맹 진사의 가문은 좌절에 부딪히게 된다. 두 번째는 갑분이를 대신하여 몸종인 이쁜이를 신부로 교체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에서 맹 진사의 추악상이 심화된다. 마지막으로 건장한 풍채의 신랑 미언의 등장이 세 번째 반전이다. 이 단계에서 미언과 이쁜이의 결혼은 신분과 조건을 초월한 진정한 사랑으로 승화되고 상대적으로 맹 진사의 모순은 더욱 극단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연출은 작품에서 남녀 출연자의 성별을 바꾸기도 해 이방을 비롯해 하인을 여성출연자로 대체시키고, 맹 씨 문중사람들도 여성출연자에게 남성분장과 남성복장을 입혀 등장시킨다. 역대 영화나 연극에서 이쁜이를 꽃 같은 미모의 여배우를 등장시켰는데, 이번 연극에서는 체구가 남자처럼 당당하고 건강한 여배우를 등장시켜 극을 이끌어 나가도록 연출했다. 바로 (사)생활연극협회의 목표인 평범한 모습의 비전문 연극인이라도 누구나 주인공을 맡아 할 수 있다는 근본원칙을 연출가로서 실천해 보였음을 확인하게 된다. 덧붙여 비전문연극인 출연자들의 놀라운 기량을 관객은 접하게 된다.
무대는 맹진사댁의 대청이 주 무대다. 상 하수가 등퇴장 로로 설정되고, 혼례를 치를 상과 팔폭 병풍 그리고 신혼 방은 엷은 망사막을 휘장처럼 사용해 관객이 신방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했다. 시대적 배경에 어울리는 의상을 착용을 하고, 각자 신분에 어울리도록 갓을 쓰기도 한다. 신랑신부의 혼례복도 정성을 들인 게 눈에 띈다. 동전꾸러미 같은 소품 하나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완벽한 연출을 기했다.
최창주 교수가 맹노인으로 출연해 놀라운 연기력을 창출해 낸다. 명 영화배우이자 영화제 심사위원인 이화시가 한씨부인 역을 맡아 극 분위기 창출에 기여한다. 박영갑이 맹효원, 정애경이 참봉 역으로 출연해 남자보다 기발한 참봉 역을 연기해 낸다. 김진태가 맹진사 역으로 출연해 호연을 보인다. 김정민이 유모, 고미숙과 백금옥 이 문중사람 역, 김미진이 김명정, 양선아가 갑분이, 김지혜가 맹노인, 박소연이 이쁜이, 진주호가 삼돌이, 이정우가 길보, 조성우가 김미언, 박재민이 노비 그리고 고은지가 소리꾼 겸 해설자로 출연해 기량을 발휘한다.
예술감독 최영환, 기획 유승희, 무대디자인 신황철, 분장디자인 박팔영, 의상디자인 채필병, 스틸사진 김일현, 조명디자인 박현주, 조연출 안숙녀 김지혜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어우러져, (사)한국생활연극협회 창립기념공연 정중헌 제작 기획, 오영진 작, 한윤섭 각색, 김도훈 연출의 <맹진사댁 경사>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창출시킴으로 해서 (사)한국생활연극협회의 발전적인 앞날을 예측케 했다.
1월 28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