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의 조건
(Terms of Endearment)
영화 '애정의 조건(Terms of Endearment/1984)' - 사실 오래전에 이 영화를 첨 봤을 땐 그저 그렇고 그런,
흔히 있을 수 있는 조금은 불쌍한 모녀의 평범한 가정사 스토리 같아 큰 감동이 없어 잊고 있다가 얼마전 종로
실버극장에 킬링타임차 들어갔다가 이 작품을 다시 보고, 어럽쇼 그게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필자
애호 시네마 리스트에 올라있는 비망록을 들쳐보고 주저없이 문득 붓을 들게 됐음을 밝혀두고 싶다.
또한 '애정의 조건'이라면 그 제목이 "사랑은 잠시 내게 머물다 말없이 떠나버리고 밀려오는 시련 속에 서 있어도
나는 울지 못하는 작은 새"로 시작되는 최유나의 가요가 훨씬 더 귀에 익었다고나 할까다.
30여년간 모녀의 애틋한 사랑과 갈등을 리얼하게 그려낸 감동적인 이 코믹 영화는 아카데미 11개부문 노미에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각색상을 수상한 수준급 이상의 작품이다. 남편이 죽자 자신의
슬픔 보다 아빠를 잃은 어린 딸에게 지나친 관심과 애정을 쏟는 품위있는 자칭 귀부인이 말괄량이로 성장해서
가정을 이루고 기복 심한 삶을 살다가 타계하기까지 딸의 일생을 돌보는 과정이 고스란히 보인다.
그리고 홀어머니의 각별한 정성 속에서 귀하게 자라난 딸이 짝을 찾아 어머니의 품을 떠날 때 얼마나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고 또 여성의 입장에서 진정한 애정의 조건이 무엇인지를 탐색하는 과정을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승화시켜
잔잔하면서도 코믹하게 그려 가슴을 적시게 하는 영화가 바로 이 작품이란 평가를 받는다.
어머니의 눈에는 성차잖지만 교사를 지망하는 플랩과 그를 좋아하는 엠마의 즐거운 한때
중년 과부 '오로라 그린웨이(셜리 맥클레인/Shirley Maclaine)'는 어린 딸 '엠마(제니퍼 조시/Jennifer Josey)'가
유아 돌연사라도 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애지중지하다 못해 5분마다 자고 있는 딸을 깨워 숨쉬는 소리를 듣고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극성스런 여성이다. 남편을 잃자 마음이 텅비고 허전한 오로라는 어린 엠마와 함께 자야
잠이 드는 딸바보의 엄마이기도 하다. 자라서 철이 든 '엠마(데브라 윙어/Debra Winger)'는 엄마의 지나친 집착
으로부터 하루 빨리 벗어나기 위해 극구 반대에도 불구하고 21세 어린 나이에 서둘러 도피성 결혼을 한다.
귀하게 키운 자기 딸에 비해 장래성마저 없어 보이는 '플랩 호튼(제프 다니엘스/Jeff Daniels)'이 사윗감으로서
전혀 못마땅한 오로라는 외동딸 결혼식에도 참석치 않는 비정함을 보인다. 휴스턴에 살고 있는 보스톤 출신의
교양있는 부인 오로로는 하나뿐인 딸 엠마에게 그리도 집착하며 끔찍히도 애정을 쏟지만 그러나 딸 엠마는 도에
넘치는 간섭으로 자신을 못살게 닦달하는 엄마가 보기싫고 귀찮기만 했다. 그래서 엠마는 교사 지망생 이웃 청년
플랩에게 일생을 맡기고 엄마를 떠난 것이었다. 그러나 고집이 세지만 인자한 엄마 오로라와 개성이 강한 딸 엠마는
마찰도 잦지만 한편으론 서로를 너무나 아끼는 자매나 친구같은 사이이기도 하다.
남편과 아빠를 잃은 엄마 오로라와 엠딸 마는 모녀이기 전에 다정한 오누이다
오로라는 기껏해야 교사가 되겠다는 작은 꿈을 가진 청년이 마음에 들지 않아 결혼식마저 불참했지만 엠마는
플랩과 보란 듯이 사랑의 도피를 하여 애기 셋을 낳게 된다. 그러자 오로라는 마지못해 엠마와 플랩의 결혼을
인정하게 되고 이어 또 플랩은 노력 끝에 대학교수로 임용이 되어 이로 인해 아이오와로 이사를 가게 된다.
혼자가 되었지만 여전히 아름답고 교양있는 오로라는 뭇 남성들에게 구애를 받는다. 그 중 이웃에 이사온 괴팍한
남자 '가레트 브리드러브(잭 니콜슨/Jack Nicholson)'라는 전직 우주비행사도 데이트를 신청하지만 처음엔
이를 거절한다. 그러나 딸이 떠난 후 혼자 적적하게 지내던 오로라는 어느날 갑자기 그와 가까워지며 사랑에 빠진다.
싱글로 외롭게 살지만 여전히 아름다움을 유지하며 교양있는 미모의 오로라는 흔들림이 없었으나 실의에 빠진
삶이 두렵자 가레트에게는 걷잡을 수 없이 이끌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남편을 잃은 후 잠시도 곁눈질 할
시간을 갖지 못하던 오로라는 여성편력이 복잡한 가레트와 만년의 로맨스를 즐기지만 살아온 길이 다르기에
두 사람은 옥신각신 농도짙은 사랑의 시행착오도 겪으며 옥신각신한다.
따라서 천방지축형 성격을 가진 우주비행사와 갖가지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하며 만남과 헤어짐도 되풀이 된다.
홀로 사는 오로라에게 이웃에 이사온 전직 우주비행사 가레트가 등장한다
아무 연고 없는 아이오와에서 육아에 전념하던 엠마는 어느새 나이가 들어가자 남자가 밥술이나 먹게 되면 젊은
여자를 찾게 되나니, 플랩 역시 예외는 아닌듯 어린 여학생과 바람을 피운다. 남편 불륜에 마음 상해 집을 나온
엠마가 몹시도 괴로워하던 중 마트에서 지갑이 비어 곤경에 처한 자신을 도와준 은행원 '샘 번스(존 리스고/John
Lithgow)'와 맞바람을 피며 친해진다. 한동안 아이를 키우는 일에만 전념하던 엠마는 또 오랜만에 친구 '패시 클락
(리자 하트 캐롤/Lisa Hart Carroll)'과 만나 뉴욕을 구경하고 패시의 친구들을 소개받으며 외로움을 달래고 우울증
현상에서 탈피하려 애쓴다.
그러나 능력있는 커리어우먼들인 패시의 친구들은 은근하게 엠마를 무시하고 엠마는 자신의 현실에 충격을
받는다. 그러던 중 설상가상으로 암 진단을 받게 된다. 별거하던 남편이 용서를 구하며 화해를 제의하자 좋아는
하지만 엠마는 고향으로 돌아와 엄마의 간호를 받으며 병원에서 지낸다. 엠마가 뜻밖의 중병 판정을 받고 시한부
삶을 살아가는 슬픈 장면은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도 남는다. 사랑스런 아이들을 남겨둔 채 자신의 목숨이
꺼져가는 것을 감지한 엠마는 서서히 주변을 정리하고, 간호하던 엄마가 바라보는 가운데 끝내 그녀는 큰 두려움
없이 평온하게 세상을 마감한다.
비록 시작은 불순했으나 오로라와 가레트는
이젠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이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엠마가 병실에서 어린 두 아들, '타미(트로이 비죱/Trot Bishop)'와 '테디(허클베리 폭스/Huckleberry Fox)'에게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모습과 눈을 마주치면서 마지막 숨을 거두는 임종 장면은 이 세상 태어난 누구나가 겪는
죽음이긴 하지만 뜨거워지는 눈시울과 흐르는 눈물을 감출 길이 없다. 엠마를 하늘 나라로 떠나 보내고 어린 손녀
'멜라니(메간 모리스/Megan Morris)'를 안고 미소를 짓는 오로라의 모습을 라스트 신으로 보여준 제작 및 감독은
'제임스 브룩스(James L. Brooks)'가 맡았고 '래리 맥머티(Larry Mcmurty)'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13년 뒤 셜리 맥클레인과 잭 니콜슨이 옛 역을 다시 맡아 속편이 나왔지만 필자는 접하지 못했다.
엄마 오로라와 딸 엠마를 각각 열연한, '아파트 열쇠를 빌려줍니다(The Apartment/1960)'의 셜리 매크레인과
'사관과 신사(An Officer and a Gentleman/1982)'서 열연한 데브라 윙어는 나란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연기생활 26년만에 늦깎이로 셜리 매크레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또 오로라의 남자,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1975)'에서 돋보인 잭 니콜슨과 엠마의 남자, '클리프 행어
(Cliffhanger/1993)'에서 활약한 존 리스고우도 함께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잭 니콜슨에게 수상의
영광이 돌아갔다.
아내의 품으로 다시 돌아왔으나 이미 엠마는 죽음을 선고받은 뒤라 더욱 슬픈 부부의 재회
어린 시절, 아빠와 남편을 잃은 딸과 엄마의 이야기를 테마로 프로팅하여 자식의 결혼과 출산, 육아문제, 돈문제,
불륜관계, 부모와 자식관계, 직장에 따른 거처문제, 질병문제 등등 이 모든 게 사람사는 세상이야기이며. 평범한
미국사회의 아주 소박하고 거짓없는 인생살이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이에 더하여 엄마의 느즈막 제2의 황혼사랑
행각과 자식을 부모에 앞세워 보내는 비극적 장면, 남겨진 가족들이 실의를 극복하려 애쓰며 함께 미래를 기약하는
모습 등 우리 모두의 삶의 이야기들이 여과없이 나열되는 인생 스토리가 바로 이 영화란 게 필자의 결론이다.
일시적인 오류로 인하여 이미지를 불러올 수 없습니다. 원본 이미지가 삭제되어 이미지를 불러올 수 없습니다. 뷰어 내 로딩이 불가능한 큰 사이즈의 이미지입니다.
죽음을 앞두고 사랑하는 두 아들 타미와 테디를 불러 엄마없는 세상의 굳센 삶을 당부하는 엠마
All of the Above Still Photos and Articles are
Collected, Arranged and Written by Sand Peb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