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cfs8.blog.daum.net%2Fimage%2F14%2Fblog%2F2009%2F02%2F18%2F23%2F58%2F499c21fcb1f65%26filename%3DIMG_1890.JPG)
시샘달의 날씨답게 꽃샘잎샘 추위로 쌀쌀한 雨水 아침입니다.
"꽃샘 잎샘에 집안이 두루 안녕하십니까?"
라는 인삿말이 있습니다.
꽃샘추위의 의미를 한문으로는 화투연(花妬硏) 이라고 하는데
'꽃 피는 것을 샘하여 아양을 피운다'는 뜻이랍니다.
아침미사에 입고 갈 옷을 고르는데 검은 모직원피스를 입었다가
스타킹다리가 추울세라 바지로 갈아 입었다가
추기경님 연도중인데 싶어 ...다시 원피스로....
제대앞에 하얀국화꽃으로 둘러싸인 영정사진속의 추기경님의 얼굴은
너무나 익숙하여 동네할아버지같이 친근한 모습입니다.
미사 시작전에 마이크점검과 봉독할 부분 확인으로 독서대에 오르면서도
영정에 시선이 가고
내려와 절을 하면서도 영정속의 추기경님 얼굴만 눈에 들어옵니다.
독서전 기도를 드리면서도,
미사가 시작했는데도 눈길은 여전히 영정사진에서 떼어지지 않습니다.
문득 추기경님 어릴 때의 꿈은 장사꾼이 되는 것이었다...고 자서전에서
본 기억이 생각이 났습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읍내상점에 취직하여 몇 년쯤 장사를 배운 뒤 독립하여
25세에 장가를 가겠다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웠는데 대구 시내에서 열린
사제 서품식을 보고 온 어머니가 형과 나란히 앉혀 놓고
"너희는 커서 사제가 되거라" 라고 명령 했던 순간을
"청천벽력과 같았다'고 술회 하셨다지요.
'장사를 배워 독립한 후 25세에 장가가기'는 나름대로 골똘히 생각해서
세워 놓은 계획이었는데
'그 계획에 미련이 남았던지 신부가 된 후에도 굴뚝에서 저녁밥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집을 보면 부럽기만 했다'고 술회하신 추기경님.
영정속 추기경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성부와 성령과...."
신부님의 본기도가 끝나는 것에 화들짝 놀라서!!!
타이밍 놓친 것은 아니고~~.....
독서대에 올라가서 깊은 절을 하고,
마이크는 미사전에 미리 높낮이 조정을 해 두었으니....
"창세기의 말씀입니다."
목소리가 부드럽게, 매끄럽게 잘 나옵니다.
"주님께서는 사람들의 악이 세상에 많아지고..."
으응? 읽다보니 말씀이 다릅니다.
사십일 지난 뒤에 노아가 방주의 창을 열고 까마귀를 내 보내었다는 말씀으로
시작이 되는데 어찌된게야...
이런 이런...
미사전에 먼저 독서대에 올라서
먼저 마이크를 켜고 높낮이 조정을 한 후에
펼쳐진 부분이 맞는지 확인을 하고 말씀 쓰여있는 부분이 아랫쪽에 있으면
책을 독서대 위쪽으로 올려 놓습니다.
아래에 쓰인 부분을 읽느라 시선을 내려깔면
얼굴을 너무 숙이게 되는것 같아서이고,
책갈피를 넘겨서 말씀이 이어지면 미리 갈피를 잘 넘길수 있게 뒷장에 집게를
꽂아 둡니다.
오늘 말씀은 왼쪽 페이지에 화요일 말씀이 있었고 오른쪽 페이지 아랫쪽에
수요일 말씀이 있었는데 왜 왼쪽 윗단 말씀이 눈에 들어 왔을까요..
이런 이런^^
이런 일이....
언젠가 주일미사중 2독서부분이 펼져쳐 있는 부분을 읽다보니
이상타...이 말씀이 아니었는데...하여 다시 보니 토요일 말씀이었지요.
(아....그 날은 누군가의 말에 의하면 각 본당에서 대동소이한 일이 벌어졌을 걸~
하였기에 위로가 좀 되었습니다만...)
그때 이후로 이런 실수는 없었는데...
언젠가 금요일 저녁미사에서 제대를 담당하는 이가 잘못 펼쳐놓았을 때는
맞는 부분을 잘 찾아 봉독하였는데
이런 실수를 하다니...
곧 바로
"사십 일이 지난 뒤에 노아는 자기가 만든 방주의 창을 열고 까마귀를...."
아..까마귀는 제대로 내 보냈습니다...^^
엉뚱한 말씀을 읽었는데도 떨리지도 않고
목소리는 요근래 들어 가장 마음에 들게 부드럽게 매끄럽게 잘 나옵니다그려.
이런 ..독서봉독 몇 년차가 되었다고 이젠 강심장이 된건지..
아..그러고보니 미사가 시작되고 신부님의 본기도가 시작되면
제대에 올라 말씀선포한다는 경외심으로 가슴이 뛰기 시작하는데
오늘은 추기경님 영정에 집중이 되어 그조차 못느꼈으니 원...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cfs8.blog.daum.net%2Fimage%2F13%2Fblog%2F2009%2F02%2F18%2F23%2F55%2F499c215a72a4b%26filename%3DIMG_1895.JPG)
봉독을 마치고 자리에 앉기 전 뒷자리에 앉은 전례부장 C의 웃는 얼굴과
시선이 마주칩니다.
'왜 그랬는지 나도 몰라~~'
수요일 강론은 '열려라 칠성사' 공부입니다.
해설자인 S자매가 옆자리에 앉아 빙긋이 웃으며
"왜 그랬을까? ~ 실수를 않는 사람이..."
"그러게요...왜 그랬을까....에효~"
아..그런데 성당의 난방을 껐는지 원피스위에 얇은 전례복차림은
으슬으슬 한기가 돕니다.
C 가 춥지~ 하며 등을 쓸어줍니다.
영성체 후
영정에 깊은 절을 하는 시간입니다.
맨먼저 허리를 숙여 깊은 절을 하고 돌아 와 자리에 앉아
길게 늘어선 행렬을 보니 뭉클하니
눈시울이 더워집니다. 눈물이 맺힙니다.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생전에 부끄럽다 생각하신 것,
미국신부님의 구멍이 송송 뚫린 속옷을 보고는
한국의 어느 신부가 그처럼 낡은 속옷을 입어본 적이 있겠는가?
라고 생각할 수록 너무나 부끄러웠다고 하셨습니다.
가난한 신자들과 함께했던 본당 신부시절.
대구교구 안동본당에서의 초임 시골 신부 시절을 '꿈처럼 아름다웠던 시간'으로
행복했던 시절로 평생 기억하셨다지요.
어릴적 국화빵 팔러 간 어머니를 기다리며 바라보던
붉게 물든 저녁하늘을 그리워하시고,.
독일 유학시절 한 손으로 책장을 넘기면서 떠 먹은 밥이
가장 맛있었다고 하셨지요.
추기경님의 숱한 일화중에 몇 가지가 생각나서
눈물이 더 나온듯 합니다.
마침 성가전에 짧은 연도를 바치는데
영정의 모습과
티브이와 신문에서 본 투명관속에 누워계신 추기경님이 오버랩 됩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cfs8.blog.daum.net%2Fimage%2F15%2Fblog%2F2009%2F02%2F18%2F23%2F56%2F499c21a02bcb6%26filename%3DIMG_1893.JPG)
레지오후 단원들과 간단한 요기를 하고 긴연도를 바치고 나니
오후 세시가 다 되었습니다.
수요장터에 가니 채소가게 아저씨가
"명동성당에 다녀왔어요?" 묻습니다.
"명동성당까지는 못가고... 성당에서 연도 바치고 왔지요..."
"예전에 성철 스님때도 대단했는데...
그 보다 더 대단하니....나라의 큰 어른이셨는데...."
신자가 아닌 사람이라 그 말이 더 마음에 와 닿습니다.
"채소가게 아저씨 입교권면 해야겠네~~"
난로에서 익어가는 군고구마 냄새가 구수합니다.
기도 드리고 왔다고 군고구마를 쪼개어 나눠주는 아저씨...
이 아저씨 아무래도 입교할 날이 머잖은듯합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cfs8.blog.daum.net%2Fimage%2F10%2Fblog%2F2009%2F02%2F18%2F23%2F57%2F499c21bd3bda6%26filename%3DIMG_1891.JPG)
추기경님의 선종이 ‘웰다잉(well-dying)’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합니다.
아름답게 생을 마무리한 추기경님의 모습에서 ‘웰빙'만 좇던 사람들이
인생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 것이랍니다.
웰다잉은 정신적·육체적으로 품위 있고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겠다는 의지로
‘선하게 살다 복되게 마친다.’(善生福終)는 천주교식 선종의 의미가 속세에 투영된
개념이라고 합니다.
한 주일 전 쯤 산책길에서 얻어 온 개나리 가지를 항아리에 꽂았더니
드디어 노란 꽃잎이 열렸습니다.
선하게 살다 복되게 가신 우리 추기경님 영전에 바치고 싶은
개나리꽃이 노랗게 노랗게 피고 있습니다.
첫댓글 추기경님의 선종이 웰다잉(well-dying)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니 참으로 바람직한 바이러스 현상입니다...제발 백분의 일..아니 천분의 일 만이라도 그분을 닮게 하여주시옵소서..입니다..저는 어제 오후에 명동성당에 조문 다녀왔습니다..유리관속에 말없이 누워계신 추기경님의 마지막 모습을 뵐수 있다는게 얼마나 큰 영광이던지요...조문하는 순간 슬픔에 가슴은 미어지고 눈시울은 뜨거워지는데 차디찬 유리관 속에서 성령의 열기가 품어져 나오는 듯 느껴졌어요...님은 가시면서도 많은이에게 하염없이 넘치는 사랑을 퍼 부어 주시더군요...부디 무거운 십자가 내려놓으시고 이젠 하느님 품안에서 편안히 영면하시길 비옵니다~~~
다녀오신 이야기 경청합니다.집에서 티비로 보는데도 마음이 남다르던데...그러셨군요.
ㅎㅎㅎ 그런 실수정도야 누구에게나 있음직한 기억이 있을거예요, 저도 평일미사 전, 후로 연도를 비치고 집에 돌아와선 평화방송에서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연도에 추기경님의 유리관속에 누어계신 마지막 모습을 뵙고 있습니다. 연도를 바치다보면 생전의 추기경님께서 주신 사랑에 목이 메이곤합니다. 추기경님의 동기 신부님이 신학교 다닐때는 당신보다 공부도 못하셨고 강론도 못하셨는데 어찌나 많은 신자들을 인도하시던지 참 부럽고 자신이 부족한 사람임을 실감하셨다는 생전의 말씀, 그러나 추기경님은 당신 의 행동과 실천으로 더 많은 선교를 하셨다고 말씀드리고 싶었답니다.
옆지기 병원 다녀오며..답동 주교좌성당에서 김 추기경님 위해 연도바치고 왔지요.명동성당에는 김 추기경님 선종하시기 전날 옆지기와 10시 주일미사 잘하고 왔는데 그날 저녁 6시쯤 선종소식이..모든 신부님들을 배려하셨다구요..신부님들..주일날 오전에 쉬고 저녁부터 시작하여 5일장으로 금욜날 장례미사하시니..토욜은 명동성당에 혼배미사가 넘많다구요.모두 취소되지 않고..하느님께 가시면서까지..김추기경님이 배려해 주셨다구 미사하시는 신부님께서 (평화방송 TV에서)..오드리님 오늘 잘 지내셨지요? 맘은 그곳에..♡
<추기경님의 장례식이 천주교 서울 대교구장에서 교황장으로 격상됐습니다. 천주교 서울 대교구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오늘 정진석 추기경을 특사로 공식 임명해 고인의 장례 미사 등의 의식을 교황을 대신해 집행하도록 했다고 밝혔습니다.> 어젯밤 cu. 월례회 후 연도를 바치고 돌아오니 거의 밤 11시가 다 되었어요.. 그리고..오늘 아침엔 비몽사몽중이었다가 ..... 종일 평화방송 틀어 놓고 연도가 나오면 연도를 따라하고 유리관속 추기경님 뵙는 장면이 나오면 그 자리에 함께 있는마음이 되어 추기경님 뵈옵고... 늦은 오후에는 손님이 다녀가셨네요....
'선하게 살다가 복되게 가기' 추기경님 따라서 삶의 지표로 삼아 볼까 합니다...
저도 느즈막히 성당에 일이있어 갔다가 수고했다며 추기경님사진이 들어있는 엽서를 하나 받았답니다.명동성당서 오래도록 줄 서신분이 가져오신것이라하니 더욱 마음이 가더라고요.오늘 경황중에 빈손으로 들어닥친 이웃을 위해 귀한 향 가득한 녹차의 대접 정말 잘받았습니다.개나리가 어디에 피었을까 집으로 오는길에 어둔 차창밖을 기웃거리게 되더라고요,정성과 남다른 감각이 가득한 오드리님의 실제모습 뵙게되어 기뻤습니다.
개나리...~ 모월모일을 위해서 꽃이 피게 만들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