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넓게 퍼져 나가던 토요일!
떼밀려 가듯한 일상을 지내다 보면 전혀 나의 의지와는 관계없는 일들이 벌어지기도 하더라.
그러한 잡다한 일들로 부터 많이 피곤해져 있었던 나는,
고 알량한 자존감과 멘탈수호(?)를 위하여 잠시 모든것들로 부터 떨어져 보려한다..후훗~
늦은 아침 식사가 끝나고 커피가 다 식어 가도록 찾는이 없는 이 아침은 실로 신기하리라 만치 괴괴하다.
아~ 정말 오랫만 이다.
친지의 칠순잔치에 옆지기 혼자 보내놓고 느즈막하게 "인천아트 플렛폼" 엘 나왔다.
겨울이 다 지나 갔다지만 연일 이어지는 꽃샘추위가 여간 맵짜한 것이 아니었는데
그 을씨년한 모습의 인천아트 플렛폼엔 예상외의 따스하고 축복같은 햇살이....
何如間 지금 내 54세의 봄날에 대하여 딱 맞춤으로 부챗살 처럼 화~알짝 번져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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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아트플렛폼은 舊일본우선 주식회사(등록문화재 제248호) 등
(대한통운 창고건물,삼우인쇄소,피카소 작업실,영광수퍼,대진상사,양문교회등)을 리모델링 하여
창작 스튜디오,공방,자료관,교육관,전시장,공연장등 총13개에 달하는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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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에 오면 제법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도 주억 거려보고
가까이 다가 가보기도,혹은 멀리 떨어져서 보기도 한다.
그래도 제법 무엇인가 보려고 하는것이 있어야 할것인데...
보려한다 는것은 이해 하려는것의 다른말 일수도 있다.는 생각만 남겨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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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데스크에 사진촬영 가.부 확인하고 나선 애꿎은 카메라만 만지작 거리며 돌아 댕긴다.
전시된 작품들을 돌아보며 잘 이해되지 않는 작가들의 멘탈을 훔쳐 보려고 애를쓰다가
흉 될까봐서, 함부로 묻지도 않고......
난 또, 어절수 없이 그 별난 호기심을 걍 꾸~욱 눌러 참으며 지내 오고 있는참 이셨는데. 후훗~~
그 유별난 호기심 이란거, 아무리 해도 채워지질 않는걸 봐서는
언필칭 "문화의 허영" 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하지만 그러는 난 언제 까지든 목이 말라 있었다.
즉, 약간은 시니컬 허게
"잘 그렸군". 이러던가,
"에게게~ 저런걸...." ㅎ
편하게 일도양단 으루...돼지잡듯 잡아 버리고
얄짤 없이 호불호를 정해 버리고 말아버린 무서운 놈
그 "무식하면 용감 해진다" 는거 명언인것 같다던 그놈.
그놈이 이놈이다. 나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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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을 나오니 악마라도 넘어갈법한 유혹의 커피향이 그리워진다.(긴장 했었나?..)
사무동에 있는 카-페에 들러
이렇게 저렇게 다른삶을 꾸려가고 있는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에 빠져 있다가
쥔장의 권유에 따라 팜플렛을 얻어들고 A동에 들어서니 이게 웬일?
다양한 오브제와 설치물로서
시인 李箱 (1910~1937) 의 "봉별기" 를 모티브로
작품을 구성 해놓은 새로운 미술의 방식을 만날수 있었다.
순간적 이었지만 무엇에 홀린듯한 아니,강한 전류에 감전 된듯한 전율을 느낀다.
무엇 보다도 홍익대 대학원 출신의 홍지윤 작가의 이
"逢別" 이란 작품은 별다른 설명 없이도 작품전체에 흐르는 포스트 모더니즘을 이해할수 있다는 점에서
난해 하기만했던 기존의 설치미술 들과 확연하게 새로운 차이가 있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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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세살이요- 三月이요- 喀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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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혈을 하면서도 여관주인을 앞세워 장구소리 나는 집으로 찾아들어가 게서 금홍(錦紅)을 만난다.
그리고 그 "불협의 극한에 이른 장소인 '금홍의방'에서 여러번의 봉별을 이어가다가 결국에는 파하게 되는데
당시의 그에게서
포스트 모던과 가치혼돈의 틈을 살아가는 지금 우리들의 모습을 본다.
"봉별(逢別)" 은 그러한 내 주변 세상과의 접점과 불화(不和) 를 환유하기 위함 이다"
나는 李箱의 시: 꽃나무,소설: 봉별기 를 모티브로
1930년대 기생 금홍의 방을 나의 공감각적 작업 스타일을 통해 시각화 하여
이 혼돈의 시대에 단 한그루의 꽃나무 에서 피어날 유일한 꽃을 피워내고자
봉별(만남과이별)을 거듭하는 삶의가치와 현실을 말하려고 한다.
-작가의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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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멸 (生滅)
-홍지윤-
꽃 그림자 하나
꽃 한송이
꽃 그림자 둘
꽃 두송이
꽃 그림자 셋
꽃 세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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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그림자들
그 많던 꽃들
피었다가 시들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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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절, 이해하기 힘든 난해한 시만 쓰던 이상은 금홍에겐 나긋나긋한 시로
사랑을 표현 하기도 했고 다툼도 했다고 한다.
동거중에도 불란서 유학생 과 변호사 에게 금홍을 권 하기도 했다시피
자의식의 혼란과 난해한 그의 시들로 인하여 독자들로 부터 항의가 빗발치는 수난을겪고
결국 신문사의 연재에서 사라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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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도 (烏瞰圖) 시 제1호
13인의 아해가 도로를 질주하오
(길은 막다른 골목이 적당하오)
제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러오
제2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러오
제3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러오
............................................
제13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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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제2호
나의아버지가나의곁에서조을적에나는나의아버지가되고또나는나의아버지의
아버지가되고그런데도나의아버지는나의아버지대로나의아버지인데어쩌자고
나는자꾸나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가되니나는왜나의아버지를
껑충뛰여넘어야하는지나는왜드디어나와나의아버지와나의아버지의아버지와
나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노릇을 한꺼번에하면서살아야하는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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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다지 사랑한 그대여
내 한평생에 그대를 차마 잊을수 없소이다
내 차례에 못 올
사랑인줄은 알면서도 나 혼자는 꾸준히 생각하리다.
자 그러면 어여쁘소서
금홍에게 바친 <이런 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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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게하나 남겨주고 금홍은 갔다. 아니 왕복엽서 처럼 다시왔다.어지간히 금홍의 머릿내가 오래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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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결국
스물일곱에 일본 동경에서 이상이 죽었을때 그를 수습한 부인은
결혼한지 4달밖에 되지 않은 변동림 여사 였는데.
후에 김환기 화백과 재혼한 여사는 서울 한복판에 최초로 개인미술관을 만들었다.
종로구 부암동에 있던 한국 최초의 개인 미술관인 "환기미술관"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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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천재들에겐 이런 예술적 영감을 주던 여인들이 있었군.ㅎ
유럽의 많은 지식인들을 치마폭에 굴복시킨 죠르쥬 상드,그리고 루 살로메.......
그리구 여기 금.홍. 이........ㅎ
"속아도 꿈결,속여도 꿈결 구비구비 뜨내기 세상 그늘진 심정에 불질러 버려라 云云....
-봉별기 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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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장 안을 좌로,우로 열심히 다니며 작가의식속 수수께끼 같은 퍼즐을 맞추어 보며
무심했던 세월의 간극 사이를 오고가다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으로 문을 나서니 공연히 어찔어찔하다.
점심때가 한참이 지나도록 지향없이 배회하던 나는공자상이 있는 청.일 조계지 계단을 오른다.
청.일 조계지 경계옆
남의집 담장에서 넘어온 노랗게 핀 어사화 한가지 꺽어들고 층층계단에 철~푸덕 주저 앉자니
까닭없이 다리가 풀리고 시야가 흐려온다.
작은 체구가 금홍일 닮은(?) 사람이, 배시시 웃는다. 날이 너무 좋아서.......
뜨거워서 눈물이 날려구.....막
2012년 3월 마지막날 바 람
첫댓글 얼핏봐도 퀄리티 높은 작품들이 눈에 들어오는군요.
가까운 거리인데....한번 문화의 향기를 느끼러....늦가을에 한번 가봐야겟군요
우리생이 허허로울때,
온통 껍질만 남아버린것 처럼 그리, 외로움이 엄습해오면
꺼지지 않는 마음의 등불을 밝혀 듭니다.
냉정과 열정 사이에....
즐거운 걸음 되시길.^^
이런 문화공간도 부평에 있는지요...
![부끄](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26.gif)
.. ![부끄](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26.gif)
...
열악한 문화예술의 사각지대인 부평에도
그 향기 넘쳐나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