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호텔 즐기기! (방콕편 3)

[키노(땅콩)]

3월 1일

어제 급히 정한 일정대로라면 오늘은 왕궁이나 박물관, 그외의 방콕구경을 나가야 하는 날이었다.

편안하고 쾌적한 호텔에 반해버린 우리는 지친 몸과 MR. BEE에게 상처받은 영혼을 위해 오늘은 스스로에게 휴가를 주기로 했다.

그래서 호텔에 하루 연장을 부탁했는데....헉....BEE의 커미션이 들통났다.

방1개에 1700밧이란다. BEE는 2500밧이라고 했으며 내가 거부했을때 자신이 손해본다며 할인해준 그 금액 마저도 총액에서 800밧이 많은 돈이었다.

한번 더 찾아온 배신감....뭐...그도 처자식이 있을테니 먹고 살고자 한일인데...싶어 이해하기로 했다.

또한 그와의 인연은 모레 캄보디아 가는 버스만 타면 끝날 예정이니까.(물론 아직 남아있었다.ㅡㅡ;)

그에게 3박을 예약하지 않은 걸로 위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조식을 먹으러 갔다.

커피숖에 마련된 조식. 아메리칸 스타일 조식은 물론이고 현지식으로도 먹을 수 있을 만큼의 간단하지만 내실있는 차림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현지식이 있는 테이블엔 무섭게 생긴 아저씨들이 계셔서....촬영을 못했다는....아....겁쟁이 같으니라고..)

아침식사를 배부르게 먹고 커피를 마시며 일정을 의논했다.

오늘은 우선 호텔의 각 서비스를 이용하며 푹 쉬었다가 오후에 야시장엘 나가보고 필요한 물품을 좀 사기로 했다.

저녁엔 풀에서 수영도 하기로 했다.

나른한 시간 보내기.

대만 고궁박물원에서 가져온 팸플릿을 다시 읽어보고, Y는 중문판을, 나는 일문판을 나름 해석하느라 머리도 맞대고....물론 내가 Y에게 한자를 묻는 시간이 많았지만...ㅋㅋ...머리속에 다시 정리해 보았다.

싫증날 무렵 둘이 누워 어제 못다한 수다를(사실 매일 하지만 못다하는) 했다.

어느순간 조용하다 싶어 돌아보니 자고 있는 Y.

혼자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재밌는 영화를 발견해 한편 잘 봤다.

엄마와 네딸들의 이야기였는데 제목을 보지 못한것이 아쉬웠다.

영화를 다 보고 나도 모르게 잠들었는데....영화의 영향인지 한국의 엄마가 나온꿈.

어딘가의 전화를 받으시고는 무척 화를 내시다 결국엔 눈물까지 흘리시는 엄마.

한참을 달래드리다 잠을 깼다.

오후가 한참이었고 미처 끄지 못한 TV에선 한 여인이 울고 있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TV소리 때문에 그런 꿈을 꾼게지...하다가도 엄마가 무척 걱정되었다.

돌아와서 몇가지 일이 그 꿈과 연결되긴 했는데, 강한 울 엄마는 울진 않으셨다. (엄마를 닮았어야했어...ㅡㅡ;)

슬슬 배도 고프고 해서 다들 깨워 어제의 그 레스토랑으로 달려갔다.

Y의 스파게티가 토마토소스에서 크림소스로 바뀐것을 제외하고는 같은 메뉴를 시킨 우리.

곧....이렇게 되었다.

하하...언제나 먹성좋은 우리들...부끄럽다.

제법 어둑해지는 거리를 따라 야시장엘 나갔다.

여동생B의 수영복과 친구들에게 줄 약간의 기념품을 사러 돌아다니기 시작한 우리.

걷고 있는데 너무 예쁜 그림들을 파는 곳에서 우리의 발이 멈춰졌다.

농아 아저씨가 팔고 있었는데 우리가 손짓하며 예쁘단 얘길하면 이내 달려가 꺼내 오시는.....

무척 사고 싶었지만 보관과 운반이 용이하지 않아 돌아서려는데 아저씨의 간절함이 마음아팠다.

다음에 수트 케이스를 가지고 여행을 떠난다면 그때 꼭 사드리고 싶었다.

작은 불상을 파는곳.

나름 고미술사에서 조각을 전공했기에 대충 만든건 눈에 차지 않는데 그곳의 불상들은 제법 잘 만들어져 있었다.

두어개 고르고 가격을 흥정하는데 예쁜 아가씨가 200밧을 달라고 했다. 아주 작은 나무로 만든 것들이었는데..

조금 비싸다 싶어 하나 더 골라 100밧에 팔라고 하니 아가씨 줄 것 같았다.

과욕을 부려 조금만 더 깎아 달라고 하자 이 아가씨 옆의 아줌마에게 손짓으로 얘기를 했다.  아가씨도 농아였다.

옆의 아줌마 갑자기 화를 내시며 손날로 목을 치는 시늉을 하신다...그러면서 우릴 쫒아냈다.

돌아서 몇발짝을 걸었는데  Y와 여동생B가 뒤를 돌아보고는 기겁을 했다.

왜? 그 가게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우릴 노려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겁먹은 우리는 후딱 그 골목을 빠져나갔다. 그럴려고 한건 아닌데....나 원래 순한 사람인데...ㅠ.ㅜ...내가 심했나보다. 내일은 와서 100밧 조금 더 주고 사야지 하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래서 수영복을 살때는 조금 밖에 안 깎았고...여동생이 마음에 썩 들어하지 않는데도 그곳의 아줌마도 무섭게 굴까봐 이쁘다고 강요해서 샀다. 하지만 나중에 입어보니 예뻤다. 하하. 다행이다.

야시장이 끝나는 무렵에 큰 슈퍼가 있었다.

들어가서 망고의 황제 D를 위해 망고도 잔뜩 사고, 말린 과일을 튀겨놓은 과자도 사고, 모두가 반해버린 감자과자 lay-사워크림 앤 어니언맛 을 사왔다.

돌아오는 길.

nana지역은 유난히 나이 많은 영어인 할아버지와 젊고 작은 현지인 아가씨 커플이 많았다.

처음엔 그러려니 했지만 점점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 젊은 아가씨들의 차림새와 영어인 할아버지들의 눈빛, 태도 등이 너무 거슬렸다.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눈치를 보는 사람도 있고, 짜증스럽게 노려보는 사람도 있고, 경계하는 모습들을 보였다. 연애에 나이차는 없다지만 사랑한다면 다른이의 눈을 의식하질 말던지...ㅡㅡ;;

기분이 점점 언짢아졌다.

호텔로 돌아와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는데, 이번여행을 위해 준비한 Y의 수영복은 정말 섹시했다.

부끄러움 많은 우리들...다행이 수영장엔 아무도 없었다. (사실 그걸 노리고 밤수영을 하기로 한거다. ㅋ)

강아지 헤엄부터 목욕탕 잠수헤엄, 배영아닌 배영...정식 수영은 아무도 할 줄 몰라 그걸로 대결도 하고 서로 가르쳐주기도 하고 신나는 시간을 보냈다.

며칠간의 강행군(?)으로 뭉쳐있던 다리 근육들과 관절들이 편안해 지는 것을 느끼며 엽기 포즈로 사진을 찍어댔다.

 (수영복 씬이라..도저히...모두 공개할 수 없었습니다. Y를 제외한 모두는...완전 부끄럼쟁이들이거든요.ㅋ D의 팔은 저도 모르겠습니다~ 설마 저걸로 뭐라고 할까요...ㅋㅋ)

소리 지르고 즐거워하고 있는데 갑자기 옷 다입고 신발까지 신은 중동아저씨들이 들이닥쳤다.

낮잠을 자며 중동 아저씨들이 우릴 협박하는 꿈을 꾼 D와 그 얘기를 들은 우리는 그 아저씨들이 곧 내려올 것 같은 예감에 후다닥 나와버렸다.(조식 먹을때 유난히 중동아저씨들이 많은 것을 본 영향으로 그런 꿈을 꾼 것 같다.)

우리 방에서 다시 모인 넷. 망고와 과자를 열어놓고 파티를 벌였다.   

그러다 여동생B와 D가 나란히 걸으면 주변 사람들이 영어인 할아버지와 현지인 커플을 보는 불편한 눈초리를 받았단 얘길들었다.

순간, 아...내가 보는 눈길에서 느껴지는 경계심이 그들에게 불쾌감을 주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정을 잘 모르면서 내 느낌과 잣대로 모두를 의심해버린 내가 잘못했다 싶었다.

(D는 영어인이긴하지만 우리 일행중 가장 어린데도 이런 눈초리를 받는건, 가끔 얼빵해보이는 영어인 젊은 남자애들도 짙은 화장을 하고 야한 옷을 입은 현지인 여인과 걸어가는 것 이 종종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내 동생은 화장도 안하는데...ㅠ.ㅜ)

오늘은 하루종일 반성했는데 한번 더 반성하게 되는 시간들이었다.

내일은 제대로 관광을 하고, 모레는 캄보디아로 떠나는 날이다.

[로마노]

잘 익은 망고를 보니 입안 가득 군침이 고이네요...식후 소화에도 그만인데...태국에선 커미션을 일명 '카남'(번역하면 '물값')이라고 하는데...관광대국이라 그런지 매사에 커미션개념이 반영되어 있더라구요...BEE군과의 해프닝도 그냥 말 그대로 물값 정도 준 셈치시길...그게 님의 정신건강에 이롭지 않을까 합니다...역시 잘 보고 갑니다

[키노(땅콩)]

네..BEE에게 준 커미션은 어느정도 예상을 했고, 그에게 댓가를 치뤄야하는건 당연한 일이라 괜찮은데요...이상한데 소개해주고 많이 받으려고 했던 것 자체가 걸리기 시작한거죠..^^;...아직 그의 만행이 남았답니다.^^;;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꽃봉오리]

동남아는 역시 열대과일이 풍성한 축복받은 나라입니다. 우리식구들 과일 그것도 단맛의 열대과일 엄청 좋아하는데 둘째가 금년에 대학 들어가면 동남아로 가족 여행을 떠나 열대과일 실컷먹고 본전 뽑으려 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키노(땅콩)]

하하...목적있는 여행이네요^^;; 저번 여행에서 망고는 실컷 먹었습니다~ㅋㅋ 망고의 황제 D 덕분에요^^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오디]

사진 글 잘보고 가는데요 야한 사진도 좀 있네요 잘보고 갑니다 늘 많은 정보 주시느라 고생하시어서 미안 합니다

[키노(땅콩)]

>.< 부끄럽습니다..ㅋㅋㅋ...고생하진 않구요^^; 즐겁게 쓰고 즐겁게 읽어주시고 코멘트도 달아주시니 너무 감사할 따름이죠^^;

[단임골딱다구리]

다음 편 기대할께요^^저도 바가지 많이 당해 봤지만 가격이 안맞으면 안팔면되지 무례하군요ㅜ 자기가 그린 것도 아닐테고 물가 올라가면 가장 큰 피해자는 그들이 아닐까요?저는 현지인 과 같이 가니 80밧부르데요 ㅎ(전에200밧)

[키노(땅콩)]

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들의 가난한 삶을 생각하면 안 깎고 사줘도 되겠지만, 제 삶도 그닥 여유롭지 않고 그들이 일단 두배쯤은 부르는 것 같아서요, 속는 듯한 기분은 어쩔 수 없어 일단 깎게 되더라구요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