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따스한 것 두 가지
지난번 성남 누비길 때
겨울 산행에 필요한 것 두 가지가 생각났다.
하나는 따스한 커피였고
다른 하나는 발열팩이었다.
장갑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발열팩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열팩하면 생각나는 것은
강화 나들길 5코스 때 함께 걸었던
서울 둘레길 100인 원정대 5기 7조 조장님이었다.
그때 국화저수지 즈음에서
발열팩 하나를 주셨는데 지금도 그 따스함을 잊을 수가 없다.
그런데 마침 발열팩까지는 아니지만
발열팩을 가장한 기기를 하나 얻었다.
사실 보조 배터리인데 이와 더불어 발열 기능까지 할 수 있는 기기다.
얼마 전 평화 누리길로부터 받은 선물 중 하나다.
그래서 이번에 발열팩을 챙겨 넣었다.
그리고 커피도…
또한 장갑도 이제 겨울에 끼던 장갑으로 바꾸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중무장’까지는 아니지만
지난번 길나섬보다 한참 업그레이드 된 준비가 되었던 셈이다.
우선 커피..
생각보다 일찍 마쳐서
괜히 추운 곳에서 점심을 먹기 보단
점심을 집으로 가져가서 먹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점심이라야 빵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커피가 생각났다.
아무리 보온 기능이 좋다고 하더라도
텀블러의 보온 기능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커피를 한 입도 대지 않고 집으로 가져간다면
그건 어쩌면 손해 막심이었다.
괜히 먹지도 않을 것 한 30킬로를 이고 지고 다닌 격이고,
또한 실제 버리기까지도 하고..
그래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이제 장소를 정해야 했다.
국사봉을 지나 하오 고개를 건너서 응달산과 태봉산 존에 들어오니
생각보다 많은 쉼터가 있었다.
와우… 여기가 이랬나?
쉴 곳이 지천에 널려 있었다.
그렇지만 너무 이른 시간은 피하기로 하고
하산 직전이라도 괜찮으니
대략 11시 30분 언저리쯤으로 점심 시간을 맞추었다.
그 시간에 지나간 곳이 마침 태봉산 정상 아래의
성남 누비길 태봉산 구간의 인증용 스탬프를 찍는 곳이었다.
그곳이 갈림길이었는데 삼거리에 예쁜 벤치가 있었다.
그곳에서 배낭을 풀고, 배낭 털이를 하기로 했다.
이제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이 하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산 중에서 따스한 커피와 함께 빵을 먹으니
늘 먹던 빵이었는데 빵이 색다른 맛이었다.
아~ 진작 이럴 걸..
강남 테헤란 대로를 걷다 보면
bread & coffee, coffee & cake 라는 광고가 붙은 Café가 참 많다.
이른 아침에 미려한 백열 조명이 흐르는
그 거리의 Cafe에서 풍겨 나오는 빵 냄새를 맡으면
여간 해서 Café 안을 들어가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 그걸 산 위에서 먹고 있는 중이었다.
강남의 테헤란로의 Café가 전혀 부럽지 않은 시간이었다.
태봉산 아래 쉼터는
손돌목 돈대 안같은 느낌이었다.
[9] 평화 누리길 양철 머그 컵
커피를 가져갔으니 당연히 컵도 있어야 했다.
보온 기능이 좋은 머그 컵이 있는데
이걸 배낭 속에 넣을까 하다가 그 대신
평화 누리길 행사를 통해서 받은
양철로 된 머그 컵을 넣었다.
그런데 예전에도 느꼈지만
이 양철 머그 컵의 열 전도성이 매우 높았고
보온 기능은 아예 없다.
즉 뜨거운 커피를 담아 두어도 보온 기능이 그리 좋지는 않음을 의미했다.
그래서 보온이 되는 보온 컵을 선호하는데
이 컵을 배낭에 넣은 이유가 뭘까?
딱히 없었다.
다만 야전에서는 야전의 느낌을 갖기 위함이랄까?
원~ 군대도 아니고…
그래서
보온에 대한 기대는 별로 없었다.
그저 빵을 먹는 동안
찬 바람에 커피가 급격하게 식지만 않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런데 걱정하던 바람은 불지 않았는데
이 양철 머그 컵에 정말 탁월한 기능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건 커피의 뜨거움이 순식간에 손으로 전달된다는 사실이었다.
커피를 부어 놓고
양 손으로 컵을 만지니
그 뜨거움이 그대로 내 손에 전해졌다.
데일 정도의 뜨거움은 양철을 통해서
손으로 만지기에 적당한 따스한 온도로 변환되어
내 손에 전달되었다.
손이 언 상태는 아니었지만
손이 따뜻해지니 참 좋았다.
‘아 좋다….’
정말 좋았다. 앞으로 가야 할 고봉준령이 남아 있는 것도 아니고
이제 하산 길만 남았으며
남아 있는 거리도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겨울에 이 양철 머그 컵은 매우 유용할 것 같다.
어쩌면 남들은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느지막하게 하나씩 알아가고 있는 느낌이랄까?
맞다.
난 등산 왕초보였다………
[10] ‘보조 배터리’
지난 주 1차 성남 누비길을 걸었을 때
대지산을 내려와
구미동으로 가려는 도중 갑자기 휴대폰에서 급격한 알람이 떴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소리였다.
그리고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트랭글에서 나오는 경고음이었다.
경고 내용인 즉
배터리가 10% 이하가 되었다는 경고음이었는데
배터리는 이미 8% 정도였다.
어~ 이상하다.
한 삼십 여분 전에 확인 했었을 때 배터리가 한 50% 분명 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배터리 잔량이 8%라니?..
그런데 그것도 문제였지만
그나마 남은 8%도 금새 소진되더니
트랭글에서 마지막 경고음이 뜨고 휴대폰이 확 죽어버렸다.
‘어 뭐야?.. 뭐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보조 배터리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조금의 시간을 두고
다시 부팅을 했다.
그랬더니 배터리 잔량은 원래대로 돌아와서 50% 부근을 알리고 있었다.
분명 어떤 이유 때문에
배터리가 갑자기 소진된 것이다.
마침 산길샘이나 트랭글로 궤적을 기록 중이었고
이제 거의 목표지점에 도달 일보 직전인데
하필이면 휴대폰이 죽은 것이었다.
다행히 살리긴 살렸는데
또 언제 이런 일이 발생할지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일단
휴대폰을 차갑지 않도록 주머니에 넣었다.
다른 할 수 있는 것도 있었지만,
괜히 그 일을 하는 동안 배터리가 없어질까 봐 그건 나중에 시간 날 때 하기로 했다.
그리고 오리역에 빨리 도착하기 위해 발걸음을 빠르게 했다.
드디어 오리역이 보이기 시작 했는데
그 즈음 다시 경고음이 울린다.
이번에도 아까와 동일한 경고음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까와 달리 휴대폰 화면을 보면서 걸었다.
내 휴대폰에서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였다.
8% 잔량은 4%로 떨어질 즈음
다행히 오리역에 도착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트랭글과 산길샘의 마무리부터 했다.
그걸 하고 나니
휴대폰이 다시 경고음을 내더니 푹 꺼져버렸다.
마지막 할 일을 다 하고 스스로 산화(!)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전철을 탑승하고 휴대폰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이 휴대폰으로 이런 적은 없었는데
처음 발생한 일이었다.
그런데 휴대폰을 산지 벌써 2년이 되었음이 생각났다.
보통 휴대폰 – 안드로이드 폰 - 이 2년을 넘기기 시작하면
4번 정도 있는 OS 업데이트도 끝나서 더 이상의 업데이트도 되지 않고
또한 배터리의 충전 효율이 현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나마 배터리의 동작 온도가 10 ~ 30도인데
영하의 기온에 가로로 부는 찬바람까지 혹독하게 맞았으니
그런 환경에 배터리가 갑자기 훅간 것 같은 느낌이다.
그 동안은 배터리 나름 새것이라서
영하의 기온이라도 버텨 왔는데,
이제 배터리를 교체 해야 할 시점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2년 지났다고 그냥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바꾸기 전에 일단 더 테스트가 필요했다.
그래서 할 일은 배터리를 분석하는 일이었다.
그것을 생각하곤
전철 안에서 휴대폰을 켜고 분석 작업을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전력 소비가 큰 상위 랭커 앱을 찾아보았더니
트랭글과 산길샘 말고 다른 것이 있었다.
그것 역시 걷기 앱이었는데,
분명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백그라운드에서 가동되며 전력을 먹고 있었다.
그래서 가차 없이 그 앱부터 지웠다.
혹시 이 놈이 주범이 아닌가 싶은…
그리고 외부 테스트도 필요했다.
그래서 마침 성남 누비길의 다른 구간이지만
거의 같은 거리와 환경인 누비길이
배터리를 시험하기로 정했다.
대신 휴대폰의 배터리를 급속하게 소진시키는 상황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어깨에 매다는 대신
아주 초창기에 그랬던 것처럼
휴대폰을 주머니 속에 넣었다.
주머니 속은 따스했기 때문이다.
다만 앉다가 주머니 속의 스마트폰이 슬그머니 미끄러져 빠져
분실될까 봐 앉았다가 일어날 때는 앉았던 주위를 둘러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더 강력한 백업이 필요했다.
그래서 평화 누리길에서 받은
발열도 되고 동시에 배터리의 전력 충전에도 쓸 수 있는
보조 배터리를 챙겨 넣었다.
물론 보조 배터리를 쓸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으로….
[11] 보조 배터리의 엉뚱한 역할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었음인지
간간히 배터리 잔량을 체크해보았지만
이상이 없었다.
오히려 그 지운 앱 때문인지
배터리 소모량이 예전보다 더 더뎠다.
다행이었다.
그런데 세상은 늘 이렇게 쉽게 돌아가지만은 않는 것 같다.
청계산의 석기봉과 망경대를 지나
이수봉으로 가자면 헬기장을 거치는데
그곳에는 넓은 평상이 있다.
그곳에서 나름 하산을 위해 배낭에서 스틱을 꺼냈다.
잠시 중간 정비하기에는 딱 좋았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평상 위에 놓은 카메라의 배터리 잔량으로 눈길이 갔다.
그런데 카메라의 배터리 잔량이 1/3 아래로 내려가 있는 것이 아닌가?
세 개의 눈금 중에서 이미 2개가 소진되고
나머지 1개만 남은 상태였다.
분명 완충해서 왔고
또한 그곳까지 오는 동안 무슨 사진을 그리 많이 찍으면서 온 것도 아닌었다.
더군다나 플래시를 가동시킨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 전체 코스의 반 밖에 오지 않았는데
벌써 배터리가 간당간당 해진 점이었다.
아직 남은 거리가 구만리였다.
이러한 상황은 동두천 소요산에서 생겼던
카메라 조리개 문제급보다 더 컸다.
배터리가 없으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날씨가 차가우니
온갖 배터리에 문제들이 생기는 것 같다.
새 배터리야 추위에도 문제 없이 견디지만
오래된 배터리일수록
추위에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의미로 보면, 배터리나 사람이나 내내 마찬가지다.
이미 배터리는 그런 특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현실에서 그 상황을 만나니 패닉이다.
아직은 하나의 눈금은 남았으니
비상 조치를 하기로 했다.
그래서 일단 사진 찍기를 최소화했다.
별 것 아닌 것은 스킵하기로…
그리고 주요 랜드마크만 찍기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보조 배터리가 생각났다.
그 배터리를 카메라에 연결할 수는 없어도
발열 기능이 있었다.
그래서 그 동안 사용하지 않고 배낭 속에 넣어둔
배터리를 꺼내서 가동시켰다.
초록색 불이 들어오고 발열 중임을 알렸다.
그리고 보조 배터리와 카메라 배터리를 손수건으로 함께 싸서
주머니에 넣었다.
말하자면 발열 기능을 이용해서 배터리 속의 전해질 활성화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한 20~ 30분쯤 뒤에 배터리를 꺼내서 카메라에 넣었다.
그리고 가동…
그랬더니 짜잔~..
카메라의 배터리 용량은 세 개의 눈금을 가리키며
완충 상태를 알렸다.
와우~ 다행이었다. 테스트로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그래도 잔량은 변함이 없었다.
그 이후로도 간간히 카메라의 배터리 잔량을 살폈는데
집까지 오는 동안 눈금에는 변함이 없었다.
사실 겨울용 장갑
그리고 별로 춥지 않은 날씨 때문에 발열 기능이 딱히 필요하지 않았고,
또한 스마트폰도 주머니 속에 넣었음인지
오동작을 일으키지 않아서 보조 배터리 가능도 필요하지 않았는데
생각하지도 않게
엉뚱한 곳에서
발열 기능은 카메라 배터리를 살리는데 훌륭한 도구가 되었다.
평화 누리길에서 받은 보조 배터리와 양철 머그 컵이
이번 투어를 무사하게 마칠 수 있도록,
그리고 따듯하게 걸을 수 있도록
혁혁한 일조를 했음은 두말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시 한번 평화 누리길에 감사했다.
[12] 안내목 & 안내 리본
성남 누비길에서 안내목과 안내 리본은 늘 빈약했다.
지난 주 걸었던
누비길 오른편에서도 확실히 증명되었다.
그리고 예전에 걸어본 경험에 의하면
태봉산 구간에서는 가장 최악이었다.
그런데 그곳에 천지가 개벽할 변화가 있었다.
하오고개를 지나
응달산, 태봉산 구간에 안내 리본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물론 코너 구간 구간에 모두 걸려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많은 누비길 리본은 처음이었다.
안내 리본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태봉산 구간에는 아리까리한 구간이 있었는데
그곳에 알바 방지용으로 안내목과 안내판이 설치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덕인지 아니면 다른 요인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태봉산 정상을 오르는 여러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삼년 전만 해도
응달산과 태봉산을 포함해서
태봉산 전 구간에서 딱 한 사람만 보았을 뿐이었다.
정말 천지가 개벽한 느낌이었다..
[13] 재미있는 리본
이번 산행에는 낯익은 비실이 부부나 또는 무영객
아니면 반바지님의 안내 리본이나 봉우리 정상표지를 발견할 수 없었다.
대신 하오 고개 위쪽 방송용 안테나 부근에
안내 리본이 많이 걸려 있었는데
아마 광청종주 때문이 아닐까 싶다.
누비길 때문에 그리 많이 걸려 있을 리는 없다.
그 리본 중에서 재미있었던 리본은
노란 바탕에 쓰여진
‘폭풍 전야’였다.
조용하지만 뭔가 일어나기 일보 직전의 상황이랄까?..
그런데 그런 리본 타이틀을 쓴 이유는 뭘까?
혹시 태풍이나 폭풍이라면
휘몰아 치면서 걷는 이미지를 줄 수 있지만
그 전야라면 알쏭달쏭하다.
그런데 혹시…
일출 보다는 일출 일보 직전이 더 아름답다는 것과 같이
폭풍보다는 폭풍전야가 더 무섭다는 것을 의미하는 걸까?
뭔가 일어난 시간보다는
일어나기 전 시간이 고통스럽고 두려운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로
일출 보다는 일출 직전을 좋아하는
나와 왠지 통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반드시 그런 것 같지도 않고…
잘 모르겠다.
암튼 알쏭달쏭한 산객임은 분명할 것 같다.
그냥 ‘숨차’ 이렇게 하지….^^^
[14] ‘동막천’
하산을 하고 조금 걸으니
미금역과 오리역 사이를 가로 지르는 동막천에 도착했다.
그곳부터 오리역은 지천이다.
드디어 다 온 것이다.
그런데 동막천의 풍경이 가히 아름답다.
천을 따라 한 편에는 갈대가 우거져 있다.
그리고 북쪽 길과 남쪽 길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있었는데
징검다리 옆으로 눈이 군데군데 있었다.
그리고 물이 눈과 닿은 곳에는
차가운 날씨 때문에 얼음이 얼어
수정 같은 것이 걸려 있었다.
오래 전
강화 나들길 3코스의 길정 저수지에서 보았던
크리스탈 수준은 아니었지만
아파트 단지 속에서 이런 것을 볼 수 있음이 놀라웠다.
오~ 멋지다..
그렇게 성남 누비길 7개 코스를 마쳤다.
두 번째 투어는
비록 눈길은 아니었지만
청계산이나 응달산, 또는 태봉산의 산길 옆으로
나즈막하게 쌓인 눈을 보며 걷던
일종의 “세미” 눈 Trekking이었다.
이렇게 또 하나의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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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때 국어 선생님은
두 번째 보다는
첫 번째 유형의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셨다.
매 순간 가장 크고 좋은 것을 택하는 사람…
그 순간
사실 좀 갸우뚱했다.
인생의 목표를 ‘늘 좋은 것, 늘 1등 인 것’에 둔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인생의 목표가 다른 곳에 있다면
둘째도 크게 나쁘지 않은 것 같은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사과 10개라는 한정된 자원이라는 조건이라면
선생님 말씀이 맞을 수도 있겠지만
인생이란 끝없이 변화하고 수많은 변곡점을 만나면서
사과의 개수가 늘 바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운에 따라서 그리고 각자 하기에 따라
기회라는 것이 만들어지고 없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고정된 수의 사과는
오류의 가능성이 큰 가정일 수 있다.
또한 모든 일에서 1등을 한다고
인생 전반적으로 1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내내 꼴찌를 한다고 해서 인생에서 꼴찌는 아닐 것이다.
사과 10개 대신
내 앞에 놓인 수 많은 산봉우리와 길들…
길을 걷는 것도 또한 산을 오르는 것도
나름의 철학이 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제일 작은 길부터 걷든
또는 제일 높은 산부터 오르던.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 있다.
그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
인생 100세 시대에서
걸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적지 않은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연금 이야기가 아니라
길나섬 이야기다.
그래서 30년 이상
아무리 좋아도 같은 길, 그리고 같은 둘레길만을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30년 동안 서울 둘레길, 강화 나들길만 걸을 수는 없지 않을까?
물론 무릎 상황은 늘 잠재된 폭탄이지만
그건 발생했을때 전반적인 전략을 수정하면 된다.
최근 수명산 선생님이 보내주신
대구의 ‘비실이 부부님’ 관련 소식은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컸다.
그 분들은
참으로 오랜 시간 동안
그리고 두 분이 함께 재미있고 정답게
또한 늘 새롭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신 분들이다.
늘 새로운 지맥 길을 찾아 나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결과
나를 포함해서 여러 사람들에게서
덤으로 한껏 존경을 받으시는 분들이 되셨다.
그런 큰 그림…
내년에는 역량만 된다면 그런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
TV에서 이야기를 하는
인생 100세 시대에 걸맞게
내가 하고자 하는 것과 병행해서
오랫동안 할 수 있는 길나섬에 대한 청사진…
그걸 생각하니
한 살 나이 더 먹는 것이 크게 걱정스럽지 않다.
오히려 새해의 햇살이 그리워지는 시간이다.…………………..###
첫댓글 겨울이되면 걱정거리 중에 하나가 다른 길동무들 처럼 따뜻한 장갑을 낄 수 없는 것이지요. 그리고 디카 배터리도 왜그렇게 잘 소모되는지, 예전같으면 식당을 예약해서 점심을 해결했는데 배낭무게도 이젠 무겁고 양지바른 곳 찾기도 올겨울은 이렇게 보내야 할것 같습니다. 이정표와 리본 요즘은 트랭글이 친구가 되어주지요. 비실이부부 리본을 만났으면 더 반가웠을 터인데 올겨울 또 하나의 추억거리를 남겼군요.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러게요 비실이 부부님의 리본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지맥 길도 아닌 것 같고요. 또 다른 길에서 뵙게 되겠지요. 수명산 선생님께서 보내 주신 예전 사진과 비교해보면 그 동안 세월의 연륜이 느껴지던걸요. 남들에게서만 그런 것은 아니고 저도 그렇겠지요. 감사합니다.
오늘의 핫한 주제는 배터리에서 배터리로..서울둘레길 100인 원정대로 1기+2기 걷고..역방향으로도 걷고 이어서 북한산둘레길을 걷는 것을 즐겨합니다..서울둘레길과 북한산둘레길이 잔 재미는 없을지 몰라도 개인적인 관점에서 사시사철 그때 그때 다르더군요..냥 편하게 동네공원에 가듯...2016년 강화나들길 걷다가 10코스 난징저수지 언덕에서 예기치 않게 다리근육 파열로 하차했었습니다..지금 다시 강화나들길을 수명산님과 걷고 있지만..망망대해(?)와 갯벌 그리고 제방길 ..그외 그이상도 그 이하도..교통도 불편하고 시간도 길에 허비되고 ...서울둘레길+북한산둘레길은 교통과 접근성이 썩 괜찮은 길입니다..걷다가 식상하면 북한산이나 도봉산 잠깐 올라갔다 내려 올 수도 있고요..냥 그렇다는 것이니 오해 없으시길요~
저무는 2020년.. 개인적으로 교회 근처에는 가지 않지만 성탄절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아 네 선생님.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 북한산/서울 둘레길 그리고 강화 나들길입니다. 예전 글에서도 밝혔듯이. 그렇지만 그렇게 좋은 길이라고 하더라도 30년 정도의 장기간 그 길만 걷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표현이었습니다. 싫다는 것이 절대로 아니고요. 표현이 어눌했던 것 같습니다. 서울 둘레길 30번 이상 걸었습니다. 그리고 그 길에서 수명산 선생님도 만나서 이곳에 오게 되었고요. 그러니 서울 둘레길이 싫증 나서 그런 것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암튼 댓글 감사드립니다. 성당 다니고 있습니다만, 크리스마스에 미사는 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대신 멋진 곳으로 길나섬 계획 중입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도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