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 二十四 章
高老丹의 神秘
ꡔ학!ꡕ
ꡔ아!ꡕ
두 마디의 신음성이 일시에 터졌다.
발가벗은 알몸들. 번들거리는 땀에 푹 젖은 두 개의 알몸이 벼락같이 얽혀 한 차례 진저리를 친 후 불에 덴 듯이 떨어져 누웠다.
두 개의 알몸. 그들은 세상의 순리(順理)를 완전히 무시해 버렸다.
인간의 율법(律法)과 천리(天理)를 파괴해 버렸다.
두 알몸은 모두가 사내의 것들이다.
놀랍게도 금보성주 만금황 고노단과 산곡청이라 이름하는 동영의 사내였다.
반 년.. 백헌비가 반 년 전 이곳 금보성에 들기 직전 고노단을 찾았던 동영의 사내 산곡청이 반년 만에 다시 동영에서 중원으로 와서 고노단을 찾은 것이다.
반 년 만의 해후라서 그런가?
그들의 만남은 지금 두 사람이 누워 있는 침상을 땀으로 적셔 놓았다.
노고단은 가쁜 숨을 목젖 안으로 넘기며 산곡청의 허리를 쓰다듬었다.
ꡔ그 사이 군살이 붙었구나.ꡕ
산곡청의 허리는 보기에도 제법 굵어져 있었다. 산곡청은 얼굴을 붉혔다.
ꡔ죄송합니다. 노야께서 자주 불러 주시지 않은 탓으로 압니다.ꡕ
나직한 음성은 속삭이듯.. 고노단을 흥그럽게 만들었다.
ꡔ허허허, 네 애비 산곡건치(山谷建治)도.. 네 나이 땐 허리에 군살이 붙기 시작했었지.ꡕ
이 말로 미루어 고노단은 산곡청의 아버지인 산곡건치와도 해괴한 성(性)의 강(江)을 건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부자(父子)를 차례로 괴이한 성(性)의 도구로 삼다니..
고노단은 조금씩 호흡을 가다듬었고, 그의 늙은 손은 산곡청의 전신을 어루만졌다.
흡사 보기 좋은 도자기를 쓰다듬듯이..
ꡔ노야..!ꡕ
산곡청은 고노단의 손길이 묘한(?) 부위들을 쓰다듬을 때 마다 송곳에 찔린 나비같이 가닥거리며 가쁜 숨을 토했다. 실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가 지니고 있는 황금만으로도 사해(四海)를 메울 수 있다고 하는 황금의 신 고노단이 남색(男色)을 즐기다니! 그가 여지껏 가정을 꾸미지 않고 독신으로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남색의 취향 때문이란 겐가?
ꡔ동영의 소식을 듣고 싶다.ꡕ
고노단은 그 말을 던지며 스르르 두 눈을 감았다. 산곡청은 침상에서 일어나 앉아 고노단의 팔 다리를 쓰다듬기 시작하며, 서툰 중원 말로 동영의 소식을 전하기 시작했다.
...
산곡청의 나긋하고 부드러운 손길 아래서 고노단이 설풋 잠이 들려 했을 때, 약간 당황한 음성으로 나직하게 외치며 팽욱이 이 해괴한 모양의 침실로 뛰어들었다.
ꡔ노야!ꡕ
팽욱. 그는 고노단의 숨은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인 만큼 침실 안의 이런 해괴한 광경에도 단 한 점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이미 이런 일은 여러 번 대한 적이 있어 이제 그의 눈에는 오히려 평범하게 보일 정도인 모양이었다. 팽욱은 손에 한 통의 밀봉된 서찰을 들고 있었다.
고노단은 팽욱의 손으로부터 밀봉서를 받아 들었다. 그는 이미 그 서찰이 금라대상단의 금왕 하후당으로부터 날아든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봉투의 색깔은 연한 황색이었고, 황색의 봉투는 오직 금왕 하후당만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밀봉서찰은 바로 서하국에 파견되어 있는 금왕 하후당이 보내온 것이었다.
ꡔ...!ꡕ
밀봉서찰을 뜯어 읽어 보는 순간 고노단의 안색이 싹 변했다.
<..중략.. 본 상단 상행 실패. 일단의 정체불명의 괴상단이 우리가 계획했던 상술을 역이용하여 타타누발과 한 발 먼저 거래성립..>
고노단은 당혹하고 말았다. 천하에 그 어떤 일이 있어도 외눈 한 번 깜짝하지 않을 그가 놀라고 있는 것이다.
(그럴 리가? 이번 상행은 홍미.. 그 아이가 치밀하게 세운 것으로 노부조차도 그 치밀함에 놀랬을 정도인데.. 한데, 그 누가?)
그렇다. 비록 천하의 호색가이긴 하나 인색하기가 소금주머니 같은 서하국왕 타타누발로 하여금 절로 입이 헤벌어져 스스로 황금주머니를 풀어 버릴 정도로 고홍미의 계획은 치밀하다고 고노단은 생각했었다.
바꾸어 말해 이번 상행에 고노단 그가 직접 나섰다 해도 더 이상의 좋은 방법은 찾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천하에 그 누가 있어 오히려 고홍미의 계획을 역으로 이용하여 선수를 쳐들 수 있었던 것이며.. 무엇보다도 감히 누가 금보성의 거래에 정면으로 도전하여 들었단 것인가?
지금, 고노단은 이번 상행이 대실패로 끝난 것보다도 누군가 감히 자신의 일에 정면으로 도전해 들었단 것에 더욱 놀라고 있는 중이었다.
<..중략.. 신비상단의 수뇌는 소녀(少女)이고.. 그 소녀의 정체는 신비하여 소인이 아무리 알아 보아도 이름 석 자 조차도 알아낼 수 없었습니다. 대신 그 소녀의 용모파기(:인상착의)를 동봉하오니.. 하략.. 영(令)을 기다립니다.
금왕 하후당 배(拜).>
서찰 안에는 한 소녀의 인물화가 동봉되어 있었다. 인물화의 소녀. 얼마나 정교하게 묘사되어 있는지 금시라도 숨을 쉬며 그림 밖으로 걸어 나올 것만 같았다.
의복은 대식국풍이고, 그러나 흑요석같이 자리한 흑백 분명한 두 눈과 흑발로 미루어 대식국의 여인은 결코 아니었다. 한데.. 고노단의 곁에 다소곳이(?) 자리하고 있던 산곡청이 나직한 신음성을 흘렸다.
ꡔ으음..ꡕ
ꡔ알고 있느냐?ꡕ
고노단이 금시 눈치채고 산곡청에게 물었다.
ꡔ그렇습니다. 노야..! 이 소녀가 바로 소인이 좀 전에 말씀드린.. 가루야, 바로 가루야란 동영 황실의 황녀입니다.ꡕ
가루야__! 오오! 백헌비가 자신의 친누님이라 알고 있는 운명의 인물 가루야! 서하국왕 타타누발에게 기막힌 상술을 부리고, 신비의 상단을 이끌고 나타난 소녀가 바로 가루야였단 것인가?
놀라운 일.. 신비한 일.. 출운봉에서 운명의 악연을 만난 후 동굴에서 슬프게 울고 있었던 백초교, 아니 가루야.. 그녀가 무슨 인연을 얻었기에 신비상단의 주지자가 되어 서하국에 나타날 수 있었다는 것인가?
지난 일 년 사이.. 그 간의 경과는 알 수 없지만 가루야는 이런 모습으로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인데.. 그리고, 산곡청은 첫눈에 가루야를 알아 보았다. 이 자 역시 뒷배경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이번 일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산곡청__ 이 자의 진정한 무게는 어느 정도이며, 고노단에게 그 무게는 어떤 정도로 작용하고 있다는 겐가? 한편, 고노단은 가볍게 턱밑살을 경련시키고 있었다.
(가루야.. 백초교란 신분으로 백후량의 딸로 자란 여인.. 어떻게 가루야가 신비상단을 이끌고 나타날 수 있었단 말인가?)
이것으로 미루어 고노단은 이미 가루야와 백초교의 관계를 낱낱이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신비상단.. 가루야를 표면으로 내세울 정도의 두뇌와 감히 우리 금보성을 상대로 일을 꾀하려 들 배짱이 있는 존재라면..?)
돌연, 거기까지 생각을 한 고노단의 두 눈이 팟! 하고 예광을 뿜었다.
ꡔ...!ꡕ
그는 팽욱을 향해 눈길을 돌렸다. 팽욱도 이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 오직 무색하기만 하던 두 눈에 이채를 떠올린 채로 막 고노단을 향해 눈길을 던지고 있었다.
두 눈길이 마주 치고.. 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ꡔ황금산(黃金山)!ꡕ
황금산__ 이 이름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고노단과 팽욱은 찰나지간에 안색을 납덩이같이 굳혀 버렸다.
ꡔ결국..ꡕ
고노단은 심장이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무거운 음서을 내뿜었다.
ꡔ놈들이.. 드디어 행동을 시작했다!ꡕ
팽욱은 지그시 어금니를 물었다.
ꡔ노야, 놈들이 먼저 행동을 개시한 것은.. 혹, 놈들이 우리가 꾀하는 일을 눈치 챘기 때문이 아닐까요?ꡕ
ꡔ으음.ꡕ
팽욱은 계속하여 조심스럽게 말문을 이어갔다.
ꡔ아니면.. 비향정 쪽에 무슨 돌연한 변고라도..?ꡕ
일순, 고노단의 두 눈빛이 폭죽 터지듯 엄청난 안광을 뿜었다.
(비향정..!)
그 안광에는 형언할 수 없는 비감함과 분노.. 목마른 갈증.. 처절한 회한 같은 것들이 한데 뒤섞여 있었다. 그런데.. 비향정이라면__!
기억하는가? 천년마교의 마지막 후인이자 천의 얼굴을 한데 지녔다는 희대의 절세고인 파황마조(破荒魔祖)!
그가 스스로 잡혀 함거를 타고 황궁으로 호송되는 도중 관해현에서 우연한 인연으로 음식점 점소이인 왕탕에게 수모를 겪고 있던 백헌비를 만났고..
그리고, 그는 곧 출운봉에 있을 백헌비와 가루야의 악연을 예언했으며.. 그 악연은 후일 천연이 될 것이라 했던 인물. 그리고, 마지막으로 백헌비에게 이런 말을 남겼었다.
__후일 기회가 닿으면 열하성 중자정에 있는 비향정(悲香亭)을 찾으라! 그리고 말하라. 아직도 청춘(靑春)의 향기가 남아 있느냐고..
파황마조가 언급했던 비향정과 지금 고노단이 떠올리고 있는 비향정. 결국 이름은 같은 이름인데..
(황금산! 결국.. 일을 벌일 셈인가? 과거와 같이..)
고노단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말았다. 팽욱은 소리없이 고노단 앞을 떠났다.
...
한 동안 눈을 감고 있던 고노단이 아직도 단정하게 무릎을 꿇고 있는 산곡청의 손을 잡았다.
ꡔ손에도 군살이 붙었구나.ꡕ
산곡청이 말했다.
ꡔ노야, 제 자식놈이 열 세 살이 되었습니다. 놈에게는 군살이 없지요.ꡕ
X X X
다시 세월은 흘러 또 넉 달이 지나갔다. 그 사이 서하국으로 상행을 떠났었던 금왕 하후당이 풀기 빠진 빨래조각 같은 모습을 하고 돌아왔을 뿐. 금보성은 물론이고 세상은 그저 소리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백헌비. 그는 지금 팔짱을 낀 채 지극히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앞에는 식탁이 있었고, 백헌비를 위한 음식들이 장만되어 있었다.
ꡔ쩝..ꡕ
백헌비는 벌써 몇 차례나 소태 씹은 듯한 혓소리를 내고 있었다. 대체.. 무엇이 그를 이토록 못마땅하게 만든단 말인가?
식탁 위. 마련되어 있는 음식들.. 얼룩 한 점 없이 반짝이는 은접시에는 투명하거나, 푸르거나, 붉거나.. 한 여러 가지 음식들이 담겨져 있었다.
음식이란 표현은 사실 그의 욕구에 의한 것일 뿐이다. 접시에 담겨진 것들은 모조리 찰랑이는 액체들이었으니까. 식탁 근처에 어른거리는 푸른 화복의 주인은 진부인이었다.
바로 공녀 고홍미의 유모인 것이다. 지금껏 백헌비의 식사를 손수 수발해 온 그녀의 태도와 정성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접시 하나에 담긴 음식의 알맞은 온도와 농도.. 그러한 것들을 일일이 챙기는 그녀의 입에는 새하얀 백지 한 조각이 물려 있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일단 백헌비가 수저를 들기 시작하면 그녀의 입에선 그가 견딜 수 없는 말들이 쏟아져 나오곤 했다.
백헌비는 한참을 더 묵묵히 있다가 이윽고 수저를 들었다. 그는 먼저 비취빛 액체가 든 접시로 수저를 옮겼다. 그러자, 예외없는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ꡔ공자, 그것은 만년공청석유(萬年孔淸石乳)입니다. 천지간의 모든 음(陰)의 정화로써 그 기운은 극히 지음(至陰)한 것이지요.ꡕ
ꡔ...ꡕ
ꡔ오, 그건 칠엽영지화(七葉靈芝花)의 화수액으로서 버섯 종류의 하나인데 기이하게도 붉은 꽃이 피지요. 잎은 도합 일곱 개이며 그 잎과 꽃의 정액은 천하의 오대영물 중 하나로 친답니다. 뼈와 사를 불로(不老)케 하는 효험이 있지요.ꡕ
ꡔ...ꡕ
ꡔ바로 그것이 북천삼왕인 빙천삼의 영액입니다. 북빙해의 일천 장 빙해 밑에 자생하는 북천삼왕은 양(陽)의 기운이 너무 가공하여 빙해의 냉기(冷氣)로 겨우 다스려 폭바를 막고 있는 것이지요. 자연의 위력이란 참.. 아무튼 그 만년삼왕은..ꡕ
말을 하다 말고, 진부인은 질겁해 얼른 입을 꾹 다물었다. 백헌비, 어느 새 그가 수저를 놓고 팔장을 낀 본래의 자세로 돌아가 꿈쩍도 하지 않음을 깨달은 것이다.
진부인은 조심스레 그의 기색을 살피며 물었다.
ꡔ공자, 왜..?ꡕ
ꡔ왜냐고 물었소? 금보성은 지금 개를 키우고 있는 것이오, 아니면 사람을 키우고 있는 것이오?ꡕ
ꡔ공.. 자..ꡕ
진부인은 그의 험악한 얼굴에 놀라 질겁하며 한 걸음 물러섰다. 지난 육 개월 동안 줄곧이었다. 백헌비에겐 하루 세 끼의 식사 대신 금보성이 아니면 천하에 누구도 얻을 수 없는 이런 만고의 무가지보가 주어졌다.
단 한 끼도 거르거나 겹쳐지지 않고 그의 식탁에 오르는 영액들은 단 한 가지만으로도 영원한 주안의 공효와 장생무병의 효험을 주는 것들이었다.
설사 황제라 해도 이런 식사는 꿈도 꾸어 볼 수 없는 것이었다. 하나, 또한 식다 때마다 한 번도 거르지 않는 일이 있었으니__ 바로 그의 수저를 따라 다니며 일일이 그 효능과 가치를 읊어대는 진부인의 혀놀림이 바로 그것이다.
굶주린 창자만 채우자는게 식사의 본 뜻만은 아니다. 음식이란 저마다 지닌 향취와 씹히는 맛과 혓바닥의 오감을 통해 느낄 수 있는 미각이 다르게 마련이다.
식사란 바로 이런 여러 가지 즐거움을 통해 만족도가 더해 간다. 위장의 만복감은 곧 영혼의 만족으로도 통한다. 한데, 한 번 수저를 놀릴 때마다 따라붙은 진부인의 혀놀림을 통해 백헌비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이 금보성에 의해 사육되고 있다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되고 마는 것이었다.
한편, 진부인은 백헌비가 오늘 따라 유난히 짜증을 내자 당혹하고 말았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ꡔ유모, 유모이 잔소리가 나 고홍미에게는 달콤하고 정겹지만 다른 사람까지 그렇게 들어주진 않는다고 제가 늘 그렇게 말했지 않았어요?ꡕ
어디선가 듣는 이로 하여금 우선 시원한 청량감부터 맛보게 하는 신비무쌍의 옥음이 터졌다. 일순, 진부인은 곤경에서 헤어날 수 있게 된 것이 기쁜 듯 반색의 외침을 발했다.
ꡔ아가씨..ꡕ
그리고.. 나타난 사람은 바로 밀보공녀 고홍미였다. 첫 대면__ 백헌비와 고홍미의 첫 대면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첫댓글 잘보고갑니다
잘보았읍니다 감사
즐독하고 갑니다.
잘 읽었습니다~~
즐독!!
잘보곡 갑니다
잘읽었습니다!/ㅎ
저것중 단한가지라도 먹고잡다. 골고루 잘먹어야지 밥투정하면 안되는데~~~
크헤헤헤~~~해돋이 님....무슨 무공을 익히시려고 그럽니까~~~~
감사합니다...
즐독........
감사합니다.
백헌비와 고홍미
잘 읽고 갑니다.^^
항상 재미나게 보고갑니다...감사합니다...좋은하루되세요 ~~
고홍미의 활약이~``
감사합니다
줄겁게 열독하고 갑니다.감사 합니다.
잘보앗습니다.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