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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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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반(사진과문학)-이원규 스크랩 Autumn leaves - Cannonball Adderley
金誾 추천 0 조회 107 16.07.07 12:39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스탠더드의 대명사 ‘Autumn leaves’를 새롭게 재현한 앨범은 마일스의 쿨(cool)한 트럼펫 사운드가 캐논볼 애덜리의 블루지하고 호방한 알토 색소폰 사운드가 대비되며 ‘모던 재즈 연주사상 최상의 조합’

재즈는 명곡보단 명연주라고 하듯 수많은 ‘Autumn leave’중 캐논볼 애덜리와 마일스 데이비스의 이 버전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최고의 재즈 연주로 사랑받는다.

1946년 불란서 출신 명배우 이브 몽땅이 영화 “밤의 눈”을 통해 하모니카와 소개한 이 불세출의 노래(우리에겐 고엽이란 제목이 더 익숙)는 캐논볼의 버전을 통해 여타 재즈뮤지션들에게 널리 회자되며 명 스탠더드로 자리했다.

행크 존스의 피아노, 아트 블레이키의 드럼, 샘 존스의 베이스가 참여, 이른바 ‘하드밥 전성시대의 주역’들이 함께한 앨범 곳곳엔 캐논볼 에덜리 특유의 호방하고 블루지한 알토 선율이 흐른다. 콜 포터의 스탠더드 “Love for sale"은 구수하고, 드럼-베이스-피아노가 자아내는 강력한 그루브에 넘실대는 캐논볼과 마일스의 유니즌이 압권인 ”One for daddy - O "는 여전히 새롭고, 아늑한 느낌의 발라드 연주 ”Dancing in the dark" 역시 필청 트랙이다.


                                                                    *


  한쪽 벽면을 온통 차지하고 있는 빛바랜 LP들, 이름만 익숙한 명기들에서 뿜어 나오는 사운드가 '파블로'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서울에서도 애써 피하고 싶었던 재즈 클럽을 이곳 제주도, 그것도 작은 골목 사이사이를 물어물어 찾아온 이유라?
  캠퍼스는 최루가스와 날 선 구호들로 어지러웠다. 시절에 관계없이 그는 잔디밭에 앉아 기타를 튕기며 줄곧 노래를 불렀고 일군의 여학생들은 환호했다. 선배 또한 최루가스를 가득 안고 찾아와 틈틈이 그와 함께 낄낄거렸고 내키면 가끔씩 기타를 잡기도 하고 그의 기타반주에 맞춰 팝송 나부랭이를 낮게 읊조렸다. 최루가스와 선동 구호가 난무한 현실과 하염없는 비상을 꿈꾸는 미완의 젊은 열정이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것들이 이루는 대비가 혼란스럽기도 아름답기도 했다. 그 풍경이 어쩜 나는 그리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때의 그가 방배동의 재즈 클럽을 접고 몇 년 전부터 제주도에 내려와 아예 정착했다는 소식을 들은 후, 백교수가 세미나 동행 여부를 물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그를 만나야겠다는 결심이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를 통해 선배를 꼭 만나고싶었는지도. 선배의 친구인 그로부터 사라져야만 했던 선배에 대한 어떤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계획된 방문이기도 했다.
  "야, 오로라. 노래 한 번 불러봐라."
  그 때 무얼 불렀더라, 피식 웃음이 나왔다. 조금도 주저함 없이 나는 아마 '노란 셔츠 입은 말없는 그 사나이'를 뽕짝에 맞는 수준으로 불렀을 것이다. 어설픈 내 노래가 끝나자마자 그와 선배는 박장대소를 했다. 그 후 교내에서 그를 볼라치면 왠지 부끄러움이 몰려왔고 그는 서슴없이 다가와 내 머리를 헝클이거나 때론 내 볼을 꼬집었다. 선배와 관계없이, 선배의 허락도 없이. 어느 날은 자기가 읽었다던 시집 몇 권과 몇 장의 자작시를 적은 엽서를 건네주기도 했었다.
  몇 테이블에 단골로 보이는 남자들이 앉아 있었다.
  "저 사장님은?"
  쭈뼛거리며 바에 접근해 직원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물었다.
  "아마 30분쯤 후에는."
  남자는 쓰윽 내 몸을 훑더니 무심한 듯 말을 던졌다. 바 끝자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칠레산 익숙한 와인 한 병을 주문했다.
  "곡 신청도 되나요?"
  남자가고개를 끄덕였다. Cannnball Adderley의  Autumn Leaves와 Dancing in the Dark를 적은 메모지를 건넸다. 곧 지직대는 소리와 함께 Autumn Leaves 가 흘러나왔다. 이브 몽땅의 보컬로 듣는 것과 다르게 색소폰으로 듣는 곡은 왠지 느리게 이쪽저쪽으로 어깨를 흔들지 않을 수 없게 했다. 소리에 취해 나도 모르게 입술이 달그락거렸다.
 
  낙엽이 무수히 나뒹글어요
  추억과 미련도 마찬가지로
  그리고 북풍은 낙엽들을 실어 나르는 군요.
  망각의 싸늘한 밤에
  보세요. 난 잊어버리지 않았어요.
  그대가 내게 들려주었던 그 노래를
  그건 한 곡조의 노래예요. 우리와 닮은
  그대는 나를 사랑했고, 난 그대를 사랑했어요. 
 
  글쎄 살아오면서 나는 누군가를 진정 사랑해 본 적이 있었을까? 그건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었을까? 연주를 듣는 내내 나에게 묻고 또 물었다. 대답이 필요했다. 나도 뭔가 내 자신을 정리하며 살 필요가 있었으므로.
  마일스의 Somethin' Else가 연이어졌다.
  "이건 세기의 마스터피스야."

  "마스터피스?"

  음악에 대해 문외한 이었던 내가 얼마나 한심했을까? 

  "이 놈이?"

  그가 해맑게 웃었고 주저리주저리 캐논볼 애덜리, 마일스 데이비스 와 행크 존스,  샘 존스와 아트 블래키에 대해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다. 열어 들떠서.  그 순간만은 상기 선배의 현실의 벽, 왜 자신이 목청을 높일 수 밖에 없었는지, 열변을 토하던 그 시대의 열정을 웃돌았다.


  그때 그는 학교 앞 '나는 섬'이라는 다방의 디제이였었다. 팝송을 주로 들려주었던 디제이와 다르게 그는 주로 낯선 재즈곡들을 들려주며 진지하게 뭔가를 설명하려고 애를 썼다. 그의 입을 통해 처음으로 들었던 세기의 음반들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고 또 가끔씩 숨죽이며 들어왔던 까닭은 그 때문은 분명 아니었다. 애써 그렇게 생각을 미루었다.
  육중한 철문을 미는 소리가 들렸다. 나도 모르게 고개가 돌아갔고 그는 예상했던 대로 멋진 중년의 신사가 되어있었다.  나도 모르게 입 꼬리가 올라갔고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향해 몇 걸음을 떼었다.
  "저 알아보시겠어요, 영문과 후배 로라?"
  "어, 로라? 늘 시인이 되겠다고 시집나부랭이를 끼고 다니던 . 이게 얼마만이야? 아마 졸업하고 처음이지? 너 결혼했다며? 늘 네 옆구리에 달고 다니던 그 순진남하고. 그래 지금도 깨가 쏟아지냐? 애들은 몇이고?"
  속사포로 물어대는 그의 질문들이 버겁기도 했지만 한 눈에 나를 알아보는 그가 참으로 고마웠다.
  "선배님요. 숨도 좀 쉬고 말하심 안되겠습니까? 저까지 숨이 차네요."
  "그 쪼그마하고 잘 웃던 쓸데없이 자주 울던 찌질이 로라가 지금 내 앞에 있다니 믿기지 않아서 참. 그런 로라가 이제 중년의 그윽한 여인이 되어가고 있네. 그래도 그때 시절이 좀 남아 있기는 하다야, 참 풋풋했었는데. 허허허!!!"
  그가 품어내는 너털웃음이 긴장감을 완화시켜 주었다. 그에게 다가갔더니 그가 양손을 벌리며 나를 가볍게 안았다.
  "선배님, 너무 멋있어요. 뭐 옛날보다 조금 못하지만. 낄낄낄"
  그의 품에서 빠져 나오며  터져나오는 웃음을 어찌할 수 없었다.
  "야, 그 웃음 한 번 오랫만에 듣네. 그래 그 웃음소리를 들으니 다시 그 애송이 이삔 로라가 정말 맞네. 허허허!!!"
  이렇듯 둘 사이에는 20여년 가까운 세월을 뛰어 넘어 추억할 일들이 많았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있었다. 참으로 즐거웠고 참으로 슬펐으며 고통스러웠던, 참으로 부끄럽고 참으로 아리송했고 모든 것이 혼돈이었던. 그러나 미래에 대한 장미 빛 꿈으로 가득 찼던. 그 시절이 바로 우리 앞에 있었다. 이제 막 사십줄 중반에 들어서고 있는 그의 지난했던 삶의 흔적이 얼굴 곳곳에 나타나고 있었다. 그 또한 나의 지난했던 삶의 흔적을 이미 꿰뚫고 있으리라 생각하니 뭔가 부끄러움과 싸한 것들이 가슴을 훑어왔다. 
  나는 내 계획대로 은근히 상기 선배의 이야기를 꺼냈다. 둘은 아삼육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는 철저하고 냉정한 현실주의자이며 동시에 이상주의자여서 열렬한 학생운동의 대가였던 선배는 그런 현실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오직 인생엔 노래할 일만 있다고 늘 주장하던 그 사이의 교감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그 당시에는 참 믿기지 않았었는데.
  지난주에도 여길 다녀갔고 서울 모 신문사 기자가 되어 세상의 모든 불의를 책임지고자 한다고, 여전히 그놈의 허무맹랑한 꿈을 꾸고있는 친구를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자랑스럽다고.
  그랬었구나. 상기 선배가 정말 신문기자가 되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아직도 그 시절의 열정을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태우고 있다는 사실이 반갑기도 했고 또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서울에 올라가면 꼭 상기선배를 한 번 만나보리라 계획하고 파블로를 빠져 나왔다. 적당히 취기 오른 발걸음도 뒤엉긴 생각들도 거침없이 흔들렸다.
  "아직도 사회정의 실현을 꿈꾸는, 지 앞가림도 못하는 잡종들이 판치는 세상이야."
  백교수의 짙은 분노가 이상기 기자였을지도 모른다는, 뭔가 이상기 기자와 백교수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을지 모른다는 터무니없는 예감이 불안을 몰고왔다.  
 
- 미래의 소설,  '결정적 순간들' 의 한 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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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 16.07.08 13:10

      첫댓글 언니도 재즈를 좋아하는구나...
      저도 재즈의 자유로움을 사랑하는 한사람입니다~
      수년동안 단골로 가던 대학로 '천년동안도' 재즈크럽이 문을 닫아서 요즘 많이 아쉬워요...
      저는 재즈를 들을때 콘트라베이스의 저음을 특히 좋아 합니다~
      내 심장의 울림 같아서...ㅎ
      담에 재즈 예기해용~ㅎ

    • 작성자 16.07.07 13:56

      헐. 이건 또 뭘까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악기음이 콘트라베이스 인뎅...요즈음 글쓰다 뻘짓이 하고 싶을때 내가 좋아하는 음악에 대한 짧은 글 써보려고 연습 중...난 재즈도 좋고 월드뮤직도 좋아해요.
      천년동안도 문 닫았구나. 아쉽겠다요. 홍대쪽이나 이태원으로 물 갈아타셔야 할 듯..

    • 16.07.07 13:54

      @金誾 음...역쉬 그래서 우리가 통했구나..ㅎ

    • 작성자 16.07.07 13:55

      @뮤즈(박명림) ㅎㅎㅎ.이번달에 못봐서 어떡해용.
      더운 여름철 몸 조심하시고 9월 부산 아지트에서는 꼭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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