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신숲 플라타너스 외 1편 / 김종호
우람한 저 나무가 우리에겐 앨범이지
오십 년을 들추어도 생생한 기억이라
팔 벌려 껴안아 본 둥치 추억 둘레 세 아름
저 소나문 할머닐까 어머닐까 속리산 어귀에서 복천암을 지나올 때
늦깎이 한글 공부 재미를 붙였는지
‘니’ 자를 겨우 써 놓고 참 잘 썼지 하시네 | 나의 숲 / 오성남
여기, 학이 날 형세로 우뚝이 솟은 이 숲은 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가 가꾸어 온 울창했던 나의 숲
두 그루의 거송이 큰 그늘을 드리울 땐 꿩, 노루 온갖 새들 날아들어 숲속이 들썩들썩 훈훈했건만 서산 너머 해지듯 노송이 고사하고 쭉쭉 자란 재목들도 대처로 나아가니 빈 숲을 지키는 등 굽은 나무에 한줄기 쓸쓸한 바람이 인다
수액이 줄고 나이테가 늘어가면 하늘을 꼿꼿이 바라보기보다는 뒤를 자꾸 돌아본다 했던가
삼대가 한데 몸 비비며 송진 같은 땀방울로 절정의 숲을 가꾸었던, 더러는 고막을 울리는 불협화음까지도 지나고 보니 다 눈시울 붉어지는 그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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