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서전(自敍傳)을 쓰자는 운동이 여기 저기서 일고 있다. 특히 노년층을 상대로 이 같은 움직임이 드세다.
자서전은 전기(傳記)와 다르다. 전기(傳記-Biography)는 실재 존재했던 인물의 생애를 쓴 글을 말한다.
전기는 한 사람의 일생을 제3자인 다른 작가가 엮어 낸다는 데에서 자서전과 구별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자서전(自敍傳Autobiography)은 실재 인물인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스스로 쓴 글이다.
나는 어렸을 때 아버님으로부터 위인전기를 많이 읽으라는 말씀을 듣고
[풀루타크 영웅전-Parallel Lives]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은 고대 로마 오현제(五賢帝-Five good emperors) 시기의
그리스인 작가이자 철학자였던 플루타르코스가 쓴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역사책이다.
로마사 연구자들에게 로마 제국의 국력을 종합하여 보았을 때 단연 로마의 최전성기라 일컬어졌고,
실제 로마인들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따라서 오현제 시대 이후에도 이 다섯 사람을 배출한 가문의
명성과 권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났다.
그 계보는 네르바→트라야누스→하드리아누스→안토니누스 피우스→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로 이어진다.
많은 세월이 그리고 시대가 바뀐 요즘은 자기 자신이 쓴 자서전을 써보자는 추세이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조지아주의 붉은 언덕에서 노예의 후손들과 노예 주인의 후손들이 형제처럼 손을 맞잡고
나란히 식탁에 마주 앉게 되는 꿈입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내 아이들이 피부색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고
인격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나라에서 살게 되는 꿈입니다.]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자서전 [나에게는 꿈이 있다 - I Have a Dream]에 실려 있는 말이다.
이 말은 미국인들의 가슴속에 고금의 진리처럼 살아 있다.
서양에서 자서전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문학장르 중 하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내 출판시장에서 자서전은 장사가 안 되는 아이템 중 하나라고 한다.
왜 한국에서는 자서전이 대접을 못 받고 있을까.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자서전을 찾기가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인 평가는 [자서전은 개인사를 솔직담백하게 기록한 것이다.
정치적'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인생을 미화하고 과장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자서전 토양이 황폐화됐다.
대필을 많이 하는 관행도 자서전 내용을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데 일조했다.
자서전이 국민적 신뢰를 잃으니 자연스럽게 건전한 자서전 문화가 뿌리내리지 못해 귀감이 되는 자서전도
찾기가 힘들어졌다. 또 타인의 삶을 포용하고 인정해주기보다 배척하려는 경향도
자서전 문화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서전을 쓰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도 좋은 일이다.
자서전을 쓰는 데 도움이 되는 몇 가지를 열거해 보기로 한다.
1. 자서전(autobiography)이란 자기가 살아온 지금까지 일생의 뜻 깊은 경험, 느낌, 생각, 인간관계,
성공과 실패 등을 질서 있게 정리해 놓은 글이다. 일정한 인생관 혹은 가치체계에 기초해
문학·예술적으로 기록하면 좋을 것이다.
2. 자서전과 비슷한 종류의 저술에는 몇 가지가 있다. 전기, 회고록, 일대기, 자전적 소설, 평전, 신앙간증집 등이다.
3. 자서전은 자기가 살아온 체험, 업적, 환경, 생각, 인간관계, 시대상 등을 질서있게 기록한 문학 형식이다.
4. 자서전을 쓰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우선 자세한 이력서를 기록하는 일이다. 태어나면서부터 현재까지의
기록해 두어야 할 사실들을 발굴해서 정리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들을 우선순위별로 기록 정리하는 것이다.
5. 자서전은 개인의 역사이기 때문에 역사 기록하는 방법에도 상식 수준의 지식을 가져야 한다.
지나치게 자신의 기분을 앞세워 주관적으로만 쓰지 말고 확인된 객관적 사실들을 활용해야 한다.
특히 다른 관계된 사람들을 증오하거나 명예훼손해서는 안 된다.
6. 자서전은 시대상황과도 밀접하게 연관되기 때문에 그 때의 시대상황을 정확하고 자세하게 탐구해야 한다.
가령 일제강점기를 거쳐 왔다면 그 때의 정확한 사실, 6.25 때 피란을 왔다면 그 때에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상황,
가령 미국 이민을 왔다면 그 시절의 한국과 미국의 여러 사정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활용해야 한다.
7. 자서전 쓰기에 대한 참고서나 다른 사람의 자서전들을 몇 가지 읽어야 한다. 구글이나 유튜브나 백과사전 등을
검색하면 더 좋은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8. 자서전은 자신을 발견하고 기록을 남기기 위해 쓰지만 다른 사람에게 읽히기 위한 목적도 있어야 한다.
독자들을 생각해 그들이 이해하기 쉽고 공감할 수 있으며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도록 기술해야 한다.
또한 현재 뿐 아니라 후대 독자들도 고려해야 한다.
9. 자서전에서 강조될 내용은 첫째로 본인에게 뜻 깊은 내용, 둘째로 다른 사람, 곧 읽는 이들에게 감동이나
유익을 줄 수 있는 내용, 셋째로 역사의 기록이라야 한다.
10. 자서전의 구성은 발단, 전개, 갈등, 절정· 반전·파국, 대단원 등의 구성법을 각 사건별,
그리고 전체적 구성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비전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