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제목
"토비아스 레베르거"展
전시 장소
아트선재센터
전시 기간
2004.06.06 ~ 2004.08.01
전시 의의
세계적인 설치작가 토비아스 레베르거의 개인전이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오는
6월 6일부터 8월 1일까지 개최된다. 토비아스는 2003년 베니스 비엔날레 이태리관
대표 작가로 참가하였고, 독일은 물론 프랑스, 이태리, 미국, 멕시코 등 전 세계에
수 차례의 개인전을 가졌는데, 아시아에서의 대규모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 주제
이번 전시를 총체적으로 아우르는 컨셉은 "빛"이라고 할 수 있다.
빛은 우리의 시지각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우리의 기억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토비아스는 빛이라는 요소를 이용해 특정 상태와 상황을 이끌어 내고 그것을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이용한다. 또한 작가는 빛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국면
(물리적, 철학적, 정신적, 생물학적)을 관람자들에게 발견하게 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시각을 유도해 내려 한다. 이러한 새로운 시각을 통해 작가가 이끌어내고자
하는 것은 고대에서의 "Blind seer" 개념, 즉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가능성,
나아가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다. 또한 토비아스는 그의 작업 과정에
있어서 미술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현대 사회에서의 미술 혹은 미술가의 새로운
기능과 역할에 대해 신념을 갖고 이를 응용하는데, 하나의 방편으로 디자인적인
요소들을 결합하고 응용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작품 "Videobibliothek"를
위한 10여 개의 케비넷과, 미술가를 위한 오피스의 인테리어들을 디자인하였는데,
이를 한국 측의 장인과 협업하여 작품으로 완성해 낸다. 이러한 토비아스의 작품은
외향적으로 전통적인 작품의 전형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패션, 인테리어, 디자인
등과 같은 타 쟝르의 범주에 더 가까운 듯이 보인다. 하지만 이는 미술의 전통에
있어서 미술가의 다양한 역할, 즉 궁중 벽화를 제작하기도 하였고, 패트론들의
초상화를 그려주기도 하였으며, 다양한 실내 장식물들을 제작하기도 하였던
"미술가"이면서 "디자이너"이기도 하고 "장인"이기도 했던 그 "사이에 존재하는
역할"을 받아들임으로써, 보다 적극적으로 현실에 개입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전시 작품
아트선재센터 전시장 2층에는 대규모 설치작품 3점이 보여지는데,
이번 전시에서 전시장이 미로와 같이 바뀌게 된다. 입구의 벽을 따라 들어가면,
관람객들은 대각선으로 놓여진 스크린과 마주치게 되는데, 이 작품은 "Shining
Shining Shining"이다. 이 작품에서는 3개의 영상물들이 서로 반사되어 스크린에
투영되기 때문에, 또렷한 형상이 가시화되기 보다는 부드럽고 희미한 느낌만이
남게 된다. 관람객들은 그 스크린 뒤로 어떤 움직임들을 포착할 수도 있고 희미한
사운드를 감지할 수도 있지만, 정확히 어떤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며 그 흔적만을 보게 되는 것이다. 이 작품의 제목은 영화계의 거장 스탠리
큐브릭의 "The Shining"에서 비롯되었는데, 흥미로운 사실은 이 영화의 제목
또한 존 레논의 노래 "Instant Karma"에 나오는 "We all shine on"이란 가사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토비아스의 작품에 있어서 "Shining"이란
불교나 힌두교에서 말하는 Karma, 즉 죽은 뒤에 얻게 되는 새로운 존재 혹은
해탈, 광명, 깨달음 등의 뜻을 함유하고 있으며, 또한 영화 "The Shining"의
스토리에서와 같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능력"을 암시하기도 한다.
이 작품을 지나면, 아트선재센터 전시장의 둥근 벽과 평행하게 만들어진 복도로
들어가게 되고, 10여 개의 대형 케비넷과 TV 모니터들이 어우러져 설치된 작품
"Videobibliothek"를 만나게 된다. 이 특이한 모형의 대형 가구들은 모두 이번
전시를 위해서 토비아스가 직접 디자인 하여 한국에서 새롭게 제작한 것들이다.
이 작품의 모니터에서는 특정 컨셉을 갖고 있는 영상물이 보여지는데, 이 모니터
들은 모두 벽을 향하고 있어, 관람객들은 벽에 반사되는 간접적인 빛만을 감지할
뿐 장면들을 직접 보지는 못한다. 관람객들은 이렇게 벽을 보고 서 있는 모니터
들에 마주치면서, 미술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보이는 것의 부제"를 의도한 것에
의구심을 갖게 되는데, 작가는 이를 통해 그들의 상상력과 기억을 자극시키며
또한 각기 나름의 해석을 유도해 내도록 하고 있다. 이는 토비아스가 생각하는
작품 감상의 열린 개념을 드러내고 있는데, 즉 "감상에 있어서 지각과 수용이라는
문제는, 볼 것을 제공하는 작가와 원하는 것을 보려는 관람객 사이의 타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복도에서 나오면, 미술가를 위한 오피스를 모델화한 공간 작업이
선보인다. 이 작품은 토비아스가 꾸준히 보여주었던 공간 모델링과 공간 디자인
작품들의 연계 선상에서 볼 수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동시대 미술 창작을
활성화 할 기관의 오피스" 모형을 제안하는데, 그 기관은 작가를 위한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다. 토비아스의 이러한 공간 작업들을 살펴 보면
일종의 협력 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즉 수요자가 특정 공간을 제안하면
작가는 그 수요자가 생각하는 공간의 컨셉, 실질적인 요구 사항 등을 고려하여
"가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구현되는" 공간을 다시 한번 제안하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작품을 통해서 하나의 주제를 놓고도 모든 사람들이 각기 다른
시각을 갖게 되는 것, 혹은 작가의 입장에서 특정 주제나 목적을 가지고
작품을 구상한 후 그것을 현실화 시킬 때에 발생되는 유연한 변화들,
그리고 예술과 삶이 공존할 때 발생하는 문제 등 많은 것을 다루고 있다.
전시장 3층에 들어서면, 형형색색의 유리로 만들어진 222개의 램프가 펼쳐진다.
3층을 통틀어 설치되는 이 작품 "7 Ends of the World"는 2003년 베니스 비엔날레
에서 선보인 바 있는데, 무라노 섬의 유리 장인들과의 협조 하에 제작되었다.
이 램프의 빛은 전세계 7군데의 장소(루마니아의 호박 밭, 히말리아의 산 끝자락,
일본 교토 시내의 버거킹, 독일 프랑크프루트내 맥주바의 개수대, 라스베가스의 운하,
어떤 도시의 주차장과 화장실)에 설치된 인터넷에 의해 달라지는데,
각 지역의 빛의 양이 변화함에 따라 램프의 빛의 상태 또한 변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