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이에게 보내는 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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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아,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고 있어?
혁이의 오늘이 어쨌든 즐겁고 어쨌든 행복한 하루가 되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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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갈 때마다 한강 위를 지나갈 땐 기분이 묘해. 물 위를 가로지르며 스쳐가는 풍경이란 게 사실은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잖아.
그래서 지하철이던 버스던 그 시간 동안만큼은 들여다보던 휴대폰을 잠시 내려놓고 감성에 젖은 채 멍하게 창밖을 바라보곤 해.
특히 가끔 사녹을 가려고 전날밤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다 조용하고 텅 빈 버스 안에서 아침 해가 떠오르는 순간의 한강을 마주할 때가 있는데 아침이 시작되는 풍경이 그렇게 예쁘더라고.
'서울 살면 이런 풍경을 보면서 사는 건가? 부럽다' 라는 생각이 드는데 사실 막상 서울에 살면 그게 너무 익숙한 풍경이라 잘 인지하지 못하겠지?
아무튼 가끔 보는 사람 눈에는 물과 하늘이 만나는 순간 그 안에 깊게 빠져드는 기분이라 눈도 마음도 탁 트이며 시원해서 정말 좋아해.
그런데 이 날은 아쉽게도 미세먼지도, 초미세먼지도 위험 수준을 보일 정도로 엄청 나쁜 날이어서 세상이 뿌옇게 흐린 탓에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없는 게 너무 아쉬웠어.
기차가 달리고 달려 도착한 곳은 '대전'이야. 오늘은 같이 간단한 대전 랜선 여행 하자!
🪧 대전시민천문대
사실 이번엔 뭘 해야겠다, 하고 간 게 아니었다 보니 이미 해가 진 저녁인데 뭘 할까, 생각하다 특이하게도 산속이 아닌 길가 어딘가에 천문대가 있길래 거길 가보려고 해.
내가 별 보는 것도, 천문대도 좋아해서 여기서 조금 더 오래 있다 가고 싶은데 그러려면 오늘은 천문대 하나만 여행을 해야 할 것 같아. 그래도 괜찮지? 🤭
입구에서 자기 별자리에 맞는 바코드 스티커를 붙인 리플릿을 하나씩 나눠주시더라고.
'이게 뭐지?' 했더니 전시를 관람할 때 바코드를 인식시키면 자기 별자리에 맞는 전시를 관람할 수 있대.
혁이는 4월 17일 생이니까 양자리지? 양자리 바코드 인식해 줄게!
짠! 아무것도 없던 종이에 맞춰 인식된 바코드의 영상이 종이를 채워졌어. 완전 맞춤형 전시라서 더 좋은 것 같아. 😆
양자리는 풍성한 황금털을 가진 양의 모습으로 11월 가을밤에 만날 수 있대.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 혁이는 4월 생인데 별자리는 11월이 돼서야 볼 수 있는 게?
자신의 별자리는 내가 태어난 날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내가 태어나던 날 태양과 겹치는 별자리가 내 별자리가 되는 거래.
그런데 태양과 별자리가 겹치는 순간엔 별자리를 볼 수가 없대. 생각해 보면 그렇지? 태양이 있으면 당연히 별을 볼 수가 없잖아.
그래서 별자리가 보이려면 태양이 옆으로 지나간 시간, 그러니까 4개월 전의 밤하늘에서 내 별자리를 만날 수 있는 거래.
그리고 또 하나 더! 별자리는 지금으로부터 5천 년쯤 전에 만들어졌는데 지구 자전축이 세차운동에 의해 춘분점의 위치가 변하는 바람에 그때랑 지금이랑은 지구와 태양의 위치가 바뀌어버렸대.
그 덕에 옛날엔 볼 수 없던 새로운 별자리를 볼 수 있게 됐는데 그게 '뱀주인자리' 라고 불리는 별자리야.
근데 종교적인 문제나 이런저런 이유로 학회에선 황도 13궁으로 얘기하지만 일반적으로 말할 땐 그냥 예전처럼 황도 12궁으로 사용한대.
그러니까 별자리가 하나 더 생겼어도 혁이는 그냥 계속 양자리 하면 된다는 뜻! ㅋㅋㅋㅋㅋ
여기도 뭐가 있어! 또 바코드를 인식하고 정해진 위치에 맞춰 종이를 올려놓으니 영상이 시작 돼.
이번엔 직접 스크롤을 움직여 1~5단계에 걸쳐 시간대별로 빛났던 별을 볼 수 있네.
그거 알아? 옛날 사람들은 양자리가 되면 봄이 왔다고 생각했대. 그래서 양자리는 봄의 시작을 알리는 별자리라고 해.
따뜻한 봄날에 태어나 봄처럼 따뜻하고 예쁜 본혁이랑 잘 어울리지?
혁이도 많은 사람들한테 언제나 봄날 같은 따스함을 선물해 주고, 마음속에 예쁜 사랑이란 꽃을 피우게 만들어주잖아. 🥰
앞에 설명이 길어졌지만 아무리 그래도 천문대를 왔는데 별을 안 보고 갈 순 없잖아!
지금은 1월,,, 이라기엔 아직 시작된 지 얼마 안 돼서 12월이라고 치고, 아무튼! 커다란 망원경이 있는 주관측실에선 목성과 그 위성인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를 볼 수 있어.
망원경을 통해 봐도 아주 작게 보이고, 위성들은 점처럼 보이지만 지구랑 목성 사이의 거리가 KTX를 타고 최고속도로 가도 217년이 걸릴 정도로 멀어서 어쩔 수 없대.
목성을 봤으니 옆에 있는 보조관측실로 가보자! 여기선 안드로메다자리의 감마별인 '알마크'와 플레이아데스 성단, 오리온성운을 관측할 수 있어.
이 모든 걸 혁이한테도 보여주고 싶었는데 관측할 때도 망원경을 건들면 안 된다고 하셔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어. 🥲
다음에 여유가 생기면 그땐 천문대 한 번 가 보는 거 어때? 밤하늘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점보다도 작은 내가 드넓은 우주에 몸을 맡기고 둥둥 유영하는 기분이 들곤 해.
어딘가 편안한 그 느낌이 좋아서 자꾸 올려다보게 되는 것 같아. 반짝이는 것도 예쁘고!
이것도 혁이랑 비슷하네. 수많은 사람들 중 가장 빛나는 사람을 찾으면 그건 혁이일 거고 그 옆에 똑같이 밝게 빛나는 6개의 별들을 쭈욱 이어 보면 7개의 별이 모여 템페스트가 될 테니까 말이야.
그리고 나는 언제나 상대적으로 어두운 무대 아래에서 무대 위에 있는 템페스트를 바라보며 행복해할 거고 말이야! 😊
전시도 보고, 천지 관측도 하고, 천체 투영관의 영상도 보고. 그러다 보니 오래 있었으니까 이제 다른 곳을 가볼까?
아, 가기 전에 별자리를 배경으로 춤추는 로봇 보고 갈래? 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