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악단서 활동하는 韓 단원들 공연 없는 시즌 귀국해 합동 공연
김성현 기자
지난 30일 서울 대학로 NC문화재단 지하 연습실. 국내외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는 단원 70여 명이
모여서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함께 '랩소디 인 블루'를 연습하고 있었다. 그런데 독특한 점이 있었다.
마땅히 한복판에 보여야 하는 지휘자가 없었던 것. 지난해부터 지휘자 없이 연주하는 초유의 실험을
벌이고 있는 '고잉 홈(Going Home) 프로젝트'의 리허설 광경이다. 프랑스 툴루즈 카피톨 국립
오케스트라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원씨는 "단원들이 지휘자 역할까지 하면서 쌍방향적
토론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https://youtu.be/JXcHZkN2-PM
조지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 (Gershwin - Rhapsody in Blue )
백만장 넘게 팔린 클래식과 재즈의 만남,
올스타전은 프로 스포츠만 열리는 것이 아니다. 매년 여름이면 해외 명문 악단에서 활동하는 한국
단원들이 귀국해서 '오케스트라 드림팀'을 결성한다. 피아니스트 손열음 등이 주축이 된 '고잉 홈 프로젝트',
올해 20회를 맞은 평창대관령음악제의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등이 대표적이다. '고잉 홈 프로젝트'는
8월 1~3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세 차례 연주회를 연다. 1~2일은 지휘자 없이, 마지막 3일은 지휘자
(발렌틴 우류핀)와 함께하는 비교 체험 무대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 같은 유럽 무대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을 모아서 경기를 치르는 올스타전 같다"(음악 칼럼니스트 이지영)는 평이다.
매년 여름 '오케스트라 올스타전'이 벌어지는 이유가 뭘까. 미국·유럽에선 학교의 학기처럼 오케스트라
시즌도 매년 9월에 시작해서 이듬해 6월쯤 끝난다. 7~8월 여름휴가 기간에 귀국하는 해외 악단 단원들이
별도의 '드림팀'을 결성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해외 진출이 바이올린·첼로 등 현악기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목관·금관 등으로 한층 다양해진
것도 특징이다. 평창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에 참여한 클라리넷 김한(파리 국립오페라 수석),
'고잉 홈 프로젝트'에 합류한 오보에 함경(핀란드 방송 교향악단), 바순 유성권(베를린 방송 교향악단)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여름마다 다양한 페스티벌과 프로젝트를 통해서 국내에 모이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고 있는 셈이다. 음악 칼럼니스트 황장원씨는 "2000년대 말러 교향곡 전곡 시리즈를 통해서 전
세계 음악팬들을 끌어모았던 루체른 페스티벌처럼 장기적인 기획을 통해서 국내 음악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