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양천구에서 조금만 여유를 갖고 둘러보면 쉽게 자연과 만날 수 있는 곳이 적지 않다. 강서구 주민들에게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쉼터로 사랑 받는 곳이 바로 우장산! 행복플러스가 강서구 주민 김석원, 권준환씨 가족과 함께 우장산에 올랐다. 지난 2005년 강서구에 둥지를 튼 두 가족은 하루도 빠짐없이 우장산을 찾을 만큼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이 두 가족과 함께 늦가을의 우장산 등반 시작!
우장산은?
우장산(雨裝山)은 옛날에 가뭄이 들었을 때 기우제를 드렸던 산이라고 한다. 기우제를 지내고 하산하는 길이면 어김없이 비가 내려 기우제를 찾았던 이들이 비옷인 ‘우장’(雨裝)을 준비했다고 이름 붙여졌다. 최근 인근 발산동, 화곡동 등 강서구 주민 외에도 영등포구와 마포구에서 찾아오는 원정객들도 생길 만큼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김석원(51)ㆍ채광은(46)씨 부부는 강북구 수유리에서 20년 넘게 살다 내발산동으로 이사 왔다. 처음 이곳 생활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아 몇 달간 직장이 있는 수유리 근처에 가서 술도 먹고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했다고. 김씨의 이유 있는 방황(?)에 종지부를 찍게 해준 건 다름 아닌 우장산이었다. “원래 산을 좋아해 주말마다 북한산, 수락산 등을 찾곤 했죠. 어느 날 아내가 우장산을 추천해 주더군요. 집에서 가깝고 산세가 험하지 않아 자주 찾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낯선 동네에 정을 붙이게 해주었죠.”
김씨의 설명처럼 우장산은 100m가 되지 않은(98.9m) 야트막한 동네 뒷산이다. 남쪽의 검두산(鈐頭山)과 북쪽의 원당산(元堂山) 두 개의 봉우리를 합친 산으로 총면적도 356㎢에 불과해 산이라기보다 공원에 가깝다. 때문에 본격적인 산행에 도전하려는 사람들이 찾기에 왠지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 그러나 산을 찾는 이유가 오로지 힘들게 정상에 오르는 만족감에 있지 않다면, 우장산은 산행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게 한다.
일곱 살, 다섯 살 남매를 키우고 있는 권준환(39)ㆍ권차리(32) 부부 역시 우장산이 아이들과 함께 찾을 수 있어 더욱 좋은 곳이라고 말한다. “산을 좋아하지만 아이들이 어려 높은 산은 엄두도 못내요. 그런데 우장산은 등산로나 시설물이 잘 관리되고 있어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게 할 수 있죠. 온 가족이 정상에서 ‘야~호~’ 외치는 맛도 꽤 괜찮거든요. 계절마다 각기 다른 꽃과 나무들을 볼 수 있어 생태학습장으로도 그만이죠.” 특히 강서구청이 7월부터 12월까지 매월 둘째 주 토요일에 마련하는 ‘자연체험교실’은 숲에 사는 식물이나 곤충, 동물들의 생태에 대한 숲 해설가의 설명을 들으며 산행을 즐길 수 있어 주민들의 호응이 높다.
주민들이 추천하는 여기!
국궁장 ‘공항정’
문화예술회관에서 원당산 코스로 5분 정도 올라가다 보면 등산로 한 쪽에 국궁장 ‘공항정’이 있다. 삼국시대에 발명된 국궁은 주로 전쟁이나 사냥에 사용되었지만, 평시에는 왕이나 귀족 선비들의 오락거리로 애용되었던 전통 레포츠. 사정거리가 145m, 조준장치가 없어 높은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권준환씨는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드는 레포츠다. 평소 안 쓰던 팔 근육을 단련하고 집중력 키우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이 곳 국궁장은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돼 있다. 성인 남자의 경우 한두 달 정도 기초 교육을 받으면 웬만한 수준의 활 쏘기가 가능하다. 월 회비 4만원(3개월 후 정회원이 될 경우 3만원)만 내면 활 쏘기 교육부터 장비 대여까지 모두 받을 수 있다. 문의 (02)2698-0507(공항정 관리사무소)
다목적 운동장(인조잔디축구장)
조각의 거리가 끝나는 강서기능대학 정문 앞을 지나 약 10분 정도 걷다 보면 현대식 시설의 종합 운동장이 나타난다. 천연잔디가 깔린 축구장과 충격방지 경주용 트랙으로 이루어진 이곳은 시설이나 규모 면에서 선수용 축구장에 비해 부족함이 없다.
김석원씨의 장녀 김슬기(21)씨는 자주 이곳을 찾는다고. “몸매 관리를 위해 이곳에서 거의 매일 운동해요. 협소한 아파트 단지와 달리 이곳은 넓고 조명 시설도 있어 야간에도 운동할 수 있어 좋아요. 부상 방지 시설도 잘되어 있어 어린 동생들과 오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죠.” 이용시간 오전 6시~오후 10시. 문의 (02)2600-6410 (강서구청 문화체육과)
가장 편하고 안락한 '순환 코스'
‘순환 코스’는 강서문화예술회관에서 출발해 조각의 거리, 서울강서기능대학, 다목적 운동장, 문화의 광장에 이르는 등산로. 길이 약 1.4㎞. 이 코스는 특히 요즘 단풍과 낙엽으로 단장하고 주민들에게 손짓하고 있는 곳이다. 다른 코스에 비해 경사가 완만하지만 등산로가 길어 완주하는데 시간이 상당히 걸린다. 벤치나 휴식 공간이 많아 편하게 산행을 즐기고 싶은 주민들에게 알맞다. 또한 오르막길 곳곳에 원당산 코스로 이어지는 작은 산책로도 있어 시간 남는 사람은 욕심을 내볼 만하다.
순환 코스가 끝나는 지점에 문화의 광장이 있다. 강서구가 조성한 이곳은 도시, 자연, 예술이 어우러진 공간. 숲 속 야외무대에서는 다채로운 공연행사가, 강서구의 몽마르트 언덕으로 불리는 ‘화가로’에서는 중견 미술인들과 함께 하는 그림 그리기 행사 및 전시회 등이 열려 다양한 문화 체험도 맛볼 수 있다.
우장산 등산로는 대부분 강서문화예술회관에서 시작된다. 우장산의 모든 등산로가 만나는 지점에 있어 등산객들은 대부분 이곳을 출발지로 삼는다. 우장산 등산로는 총 3개. 조각의 거리를 지나는 ‘순환 코스’와 검두산과 원당산을 오르는 코스가 있다. 각각의 코스는 나름대로 완만하거나 가파르기도 해, 산에 오르는 취향 따라 골라 오를 수 있다.
‘검두산 코스’는 약수터에서 남쪽으로 체력단련장과 강서청소년회관을 경유해 정상에 있는 새마을지도자탑까지 오르는 등산로. 길이 약 650m. 강서문화예술회관 앞 약수터는 강서구청이 정기적으로 수질 검사해 맑은 물을 마실 수 있다. 김석원씨는 수도꼭지를 틀면 바로 물이 쏟아질 만큼 수량도 풍부하다고.
“이사한 후 계속 이곳에서 물을 길어다 먹고 있어요. 물맛이 좋아 생수 사먹거나 수돗물을 끓여먹은 적이 없죠.” 약수터 지나면 펼쳐지는 등산로를 따라 10여분 정도 올라가면 두 갈래길이 나온다. 직진하면 강서청소년회관으로, 오른쪽 언덕으로 접어들면 산 정상으로 갈 수 있다. 검두산 코스는 경사도가 심한 편. 그래서 새마을지도자탑에 도달할 무렵이면 제법 숨이 차고 땀도 난다. 도로에서 멀지 않은 곳이지만 무성하게 서있는 나무나 각종 야생화 덕분에 깊은 산 속에 온 듯한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
야생화 산책로가 반기는 '원당산 코스'
강서문화예술회관에서 출발해 우장산 안내도 왼쪽 길을 거쳐, 국궁장과 체력단련장에 이르는 길이 약 950m의 등산로다. 150m 정도 올라가면 두 갈래길이 나오는데, 왼쪽으로 난 길이 원당산 코스다. 왼쪽으로 김포공항을 비롯한 주변 정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천천히 호흡 조절하며 올라가다 보면 낮은 산 오르는 재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국궁장을 지나 500m 정도 꾸준히 올라가면 작은 정자가 나온다. 잠시 숨을 고른 뒤 10분 정도 걸어가면 원당산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정상에는 체육시설을 갖춘 체력단련장이 있다.
이 코스에는 은방울꽃, 매발톱꽃, 바위취 등 24종의 야생화 10만여 종이 피어 있는 ‘야생화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특히 국궁장 뒤편 산중턱에 자리한 ‘쪽동백 군락지’는 도심에서 쪽동백꽃을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기도 하다. 채광은씨는 항상 우장산 꽃을 보며 살고 있다고 자랑한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우장산이 보이는데 봄여름가을겨울 각기 다른 꽃을 보면서 계절의 변화를 실감해요. 등산로에서 주운 낙엽이나 꽃을 말려 아이들에게 선물로 주기도 하죠.”
주변 먹을거리
우장산 바로 밑에는 특별히 찾아갈 만한 식당이 없다. 하지만 지하철5호선 발산역 방향으로 10분 정도 걸어 내려오면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먹자골목이 있다. 이곳 맛집 중에서 등산객들의 칼칼한 목을 시원하게 달래주는 곳이 바로 홍어회와 막걸리로 유명한 ‘토담집’(02-3661-1077)이다. 토담집은 코끝까지 찡하게 만드는 삭힌 홍어맛을 제대로 내 강서구 미식가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가게 뒤쪽을 개조해 아예 ‘홍어 숙성실’까지 따로 만들어 놓고 있다. 매콤한 끝 맛이 일품인 해풍고추로만 담근다는 묵은지 김치, 홍어, 돼지고기가 곁들여진 삼합이 4만원. 가족 단위 손님을 위해 홍어탕(2만5000원), 파전(6000원), 도토리묵(5000원) 등의 메뉴도 있다.
좀 더 값싸고 푸짐하게 요리를 즐기며 산행의 피로를 푸는 등산객들은 ‘해촌 샤브칼국수’(02-3664-1114)를 찾는다. 얼큰한 육수에 야채와 버섯을 익혀 소스에 찍어먹는 맛이 일품. 국수를 먹고 난 뒤에 나오는 볶음밥도 별미다. 샤브칼국수(5,000원).
꽃게와 콩나물, 조랭이떡을 넣은 꽃게찜으로 유명한 ‘맹순이네 꽃게찜’(02-3361-6570)도 우장산 찾는 등산객들의 단골 음식점. 한 접시만 시켜도 3명이 배불리 먹을 수 있을 만큼 양도 푸짐하다. 꽃게찜(4만~5만5000원), 아귀찜(3만~4만원).
첫댓글 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