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번기 시작되기 전
미루었던 숙제를 해치우려고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떠나는 첫날 아침 夢雨를 맞으며
꿀벌들이 좋아하는 야생찔레와 황매화를
가까이 돌담에서 멀리 돌담까지 빙둘러 옮겨심고
심는 과정에 만난 해묵은 달래 몇뿌리 캐서
산초두부 양념장을 만들어 아침을 뚝딱 해결했다
적당히 젖은 땅은 경칩을 하루앞두고
관목을 옮겨심기 딱좋은 조건이어서
아침설겆이는 미루고 다시 밭으로
총총
구입한 벌침용 벌들이 5일째 죽지않고 건재한 데 힘입어
가평 예수마을에 사시는 선교사님 손목의 통증을
가볍게 해드리자하고
갑자기 1박여행을 결정하고
순식간에 일상의 루틴 빨리감기
구름에 달가듯 느긋이 계획했던
젖은 낙엽을 끌어모아 생태화장실앞에 쌓기 시작,
시작이 반이다
제법 큰 퇴비만들 낙엽더미가 모아지고
예정했던 산밭 하루 두 고랑뒤집기 미션은
오늘은 한 고랑만 실행
원치않는 외식을 피하기위해
감자를 적당한 굵기로 채썰어
맷돌통밀가루.생콩가루섞어 전 부치고
남은 김치콩나물국 동치미
삶은 계란 두개로 든든한 점심까지 먹고
오후 2시출발
예정대로 5시 전에 도착
손목과 곡지혈에 직침후 발침한 후
발효찐콩 시연끝내고
창의적인 채식인들의 저녁을 먹었다
*볶은 곡식으로 만든 죽같은 밥에 한식
*롤러로 누른 귀리에
(발효찐콩)두유+사과썬것+견과류+건포도 +꿀등을 넣어 먹는
헬렌니어링式 채식인식단
이렇게 하루가 저물어 농부는 하루를 벌다
칠순의 드라이버는
바야흐로 당일치기 원거리 여행은 무모하기에
유난히 가평 양평은 우리와 인연이 깊은 곳이어서
지인들이 많이 산다
물맑은 예수마을 1박 후
16시간 간헐적 단식이 일상인 선교사친구와
온수 3컵 마신 후
맥문동 계피 대추 생강 함께 넣고 끓였다는
건강차 한 잔
사과.계란.백설기 한조각으로 가벼운 아침먹고
생명의 빛 예수마을 출발
칠순후반에 인플란트시술중이신
용문읍에 사시는 은퇴목사님과 잠깐 회동
새로운 출발을 위해 임야매각을 의뢰한
양평읍 '집팔고'사무실에서 차 한잔 상담
지곡리 택지개발유지인 언니부부와의 만남은
남은 여정의 시간단축을 위해
불가피한 외식으로 결정
괴산집콕 농부인 우리부부는
급격히 변하는 수도외곽의 외식문화에
다시한번 큰 충격을 받았다
용문산 관광단지 입구이긴하지만
비수기 평일인데
도심 사무실 밀집지역의 맛집보다 더 붐빈다
주차장은 운동장만하고
계속 밀려드는 손님을 감당하느라
서빙하는 직원이나 카운터 직원이나
교통정리하는 경찰의 빠른 손짓 발짓처럼
숨이 찬다
보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숨이 찬다
먹는 둥 마는 둥
그래 맛은 있었으니 분명히 먹었다
우리네 외식문화는
우리 삶터 일터와 꼭 닮았다
더 놀라운 건 쭈꾸미의 원산지와
탁월한 메뉴조합과 그 맛
한국인의 손 맛은 신기에 가까워
가히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만하다
우선 숯불 맛 쭈꾸미의 원산지는 베트남이다
감자옹심이 들깨탕 동치미
콩나물 무생채
콩나물무침과 무생채는
매운 쭈꾸미볶음에 섞어먹는다
추위가 채 가시지않은 계절에
얼음띄운 동치미 역시 기막힌 조합이다
메뉴구성은 100점
가정에서 손님초대요리로도 손색이 없고
조리준비시간도 효율적일듯 하다
우리 근해의 오염정도나 가격을 생각한다면
베트남産 쭈꾸미 역시 탁월한 선택이겠지만
식자재의 탄소발자국에 생각이 미치면
온몸의 힘이 빠지며 무력해진다
산업화와 자본의 거대한 흐름은
우리모두를 익사시킬 것이다
오는 길에 들른 앙성에 자리잡은
파주 본가 황희정승
10대손이자 귀촌한 전직 AI 전문가
젊은 주역사가와의 두시간에 걸친 만남은
주역해설에 따라 줄줄이 들려오는
AI와 빅데이터와 사물의 영성과 신라의 외세에 힘입은 통일과 백제후손 일본의 변질된 호전적야심과 고구려와 본토 평양과 거슬러 천손 만손?까지 이르는 ..ㅠ
더이상의 수용 입력이 불가해진 우리는
큰 미션만 안고 돌아섰다
칠순나이에 왜 이리 폭풍같은 지식탐구에 밀려다니고 있는가
몸이 후패해지니
정신이 말똥말똥해져
탐문 탐구의 세계에 더 몰입되고
입력의 공간은 여전하나
정리하고 집적하는 도구사용이 벅벅거린다
젊을 때처럼 입력된만큼 위로 쌓고 올렸다가
내려와서 다시 쌓는 작업이 왜 잘안되는가?
계속 밀려들어가기만하고
다시 출력되는게 쉽지않다고 할까
암튼 잠시
일시정지
밭일수행을 하고나면 접지되서
머리속 분화구도가 좀 나아질지몰라
돌아오는 길은 유기농콩 직구하러
충주 소태 구룡리 유기농가에 들르고
일주일 쌀과 두부와 엿기름 구입차
충주한살림 칠금매장까지 방문했다
다락골로 돌아오는 길
이미 어둠이 깔리기시작했다
엿기름도 다시 길러보자
소분된 비닐봉투쓰레기가 너무 많이 쌓인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일박 베낭 각자 둘러매고
나는 ' 집밥'지으러 사랑채 두계단아래
난방없는 주방으로 내려가고
시굴사랑은 군불때러 별채 아궁이로 건너갔다
가장 빠른 매생이 떡국 조리를 시작한다
찬물에 다시마 세조각 넣어놓고
빠른 조리를 위해
전기 포트에 스텐레스 우유통 속
솔티 약수물을 부어 끓이는 동안
뒤꼍에 묻힌 항아리에서 동치미 꺼내고
툇마루에 올려둔 떡국,
김치냉장고의 들깻가루, 주방찬장의 건매생이
겨우내 비닐푸대속에 키운 대파를 다듬고
천정의 철제바구니에서 계란을 꺼냈다
육수가 끓기시작하면
다시마를 건져내고 전기포트의 끓인 물을 보충,
멸치와 새우를 넣는다
잠시후 물에 담가두었던 떡국, 매생이,
마늘 파 들깻가루 .계란을 넣고 뚜껑을 닫는다
아
여행중에 두끼 외식은 아니했다
장하다
이번달엔
문화 외식 식자재구입
50만원 한도내에서 가능할까
명색이 자급농을 베게삼아 꿈꿔왔던 골짜기살림
아이들이 독립한 후에도
그 꿈을 이루지못한다
나눔을 줄일것인가
집밥연구를 줄일것인가
작물수확과 작물종류를 어떻게 늘릴것인가
세상도 감당치못할 미션을 설정하고
아직도 25년째
목욕탕 수영같은 서투른 농사를 짓는다
그래도 내일은 열릴테니
솟아오르는 땅의 정기를 딛고
하늘의 활기를 잡아두르고
성령을 사모하며 묵상하며
거룩한 아침밥을 다시 준비하자
식자재구입과 소비행동은
무한한 비닐과 미세 플라스틱과
열거하기에도 머리 아픈
천연계에서 분해 불가능한 쓰레기를 남긴다
매일 절망이다
불법가축농장에
하루걸러 포크레인이 드나드는 난개발에
쓰레기가득한 이 골짜기에
자연은 없다
첫댓글 잘읽었습니다. 언니, 선배님, 구역장님(나의 첫) 의 삶을 쫒아가고 싶지만 실천못하고 멀리서 응원하고 존경합니다..
보고싶은 후배가 댓글을 달아 넘 기뻐요
아들 한의원이 어디있는지 주소보내줘요
신난다 꼭 주고 싶은게 있었어요
핑게가 없었는데
맞춤형 선물있어요 😍
후배가 네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