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욕망의 연금술
강준만·전상민 지음
인물과사상사 / 2007년 8월 / 416쪽 / 13,000원
▣ 저자
강준만 - 대중문화 비평가이자 대한민국의 대표 논객인 강준만 교수(전북대 신문방송학과)는 학문 간의 경계, 전문가의 경계를 뛰어넘어 학문 신비주의에 갇혀 있는 지식을 대중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글을 쓴다. 지칠 줄 모르는 관심과 뜨거운 애정으로 한국 사회와 한국인을 예의 주시하며 관찰하고 성찰한다. 이 책 역시 강 교수의 그런 신념의 산물이다. 그에게 부당한 차별과 금기, 성역의 경계를 뛰어넘는다는 신념이 없었다면, 그가 무슨무슨 “쯩”이나 학벌에 연연해하는 사람이었다면, 아직 대학 4학년생인 전상민과의 공동 집필은 가당치 않았을 것이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 현대사 산책』 시리즈(전18권), 『역사는 커뮤니케이션이다』,『고독한 한국인』,『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쿨 에너지』 외 다수가 있다. 이 책은 전상민이 수집한 자료에 대한 또 다른 의미 부여와 2차 해석을 풀어내는 식으로 집필되었다.
전상민 - 광고 전문가를 꿈꾸는 인재로 제4회 영에이지 FUN & FREE 공모전 대상, 2005 한국 PR 협회 PR전략 콘테스트 우수상, 2006 대한민국 대학생 광고경진대회KOSAC 전국 본선 동상 등 각종 공모전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다. 현재 선샤인뉴스 편집장으로 있다. 이 책의 광고 자료 모음과 그에 따른 1차적 해석을 맡았다.
▣ Short Summary
본 저서는 광고가 브랜드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기업의 이윤을 창출하는 경제적인 활동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이는 광고가 잠시 기억되었다가 흘러 떠내려가는 하수 같은 존재가 아니라 문화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어서 삶의 패턴에 변화를 주기도 하며 즐겁고 유쾌한 신종 언어를 만들어 냄으로써 인간관계를 윤택하게 하기도 하고, 사람들의 감성을 넉넉하게 만들어서 사회에 정감 넘치는 분위기를 창출하기도 한다는 것을 상기시키면서, 광고의 존재를 새롭게 인식시키고자 한다. 다시 말하면, 광고는 사회를 반영하기도 하고 사회가 광고를 반영하기도 하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봉’이라는 카피언어를 선풍적으로 유행시킴으로써 이 사회에 거대한 웃음의 파문을 만들어 내었던 주스 광고, ‘가슴이 따뜻한 사람과 만나고 싶습니다’라는 카피로 사람들의 가슴 깊숙한 곳까지 정감으로 파고 들어갔던 커피 광고, ‘눈높이’라는 신종 용어를 만들어 냄으로써 어린 아이들에 대한 교육에 새로운 지평을 제시해주었던 학습지 광고, 판소리의 대가 박동진 명창을 등장시켜 ‘우리 것이 소중한 것이여’라는 카피로 한국 것에 대한 애착심을 불러일으키고 신토불이 문화를 고양시켰던 의약품 광고 등, 저서는 1990년대 광고의 자취를 살펴보면서 광고는 단순한 브랜드의 선전이 아니라 분명한 문화이며 이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또 하나의 힘이 된다는 사실을 설파하고 있다.
▣ 차례
머리말; 광고는 역사다
1990년 따봉! 따봉! 따봉!
01 롯데 델몬트 주스; 전국을 휩쓴 낯선 한마디 “따봉!”/ 02 럭키 랑데뷰 샴푸; 맞벌이 부부의 아침 / 03 한국네슬레 커피; 나의 선택, 나의 초이스 / 04 동서식품 맥심커피; 가슴이 따뜻한 사람과 만나고 싶다 / 05 동서식품 맥심모카골드; 저도 사실은 부드러운 여자예요 / 06 이랜드 캐주얼웨어; 대학 캠퍼스문화 마케팅 / 07 공익광고;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아직 이르다’
1991년 ‘눈높이’의 대중화
01 게토레이; 7천만의 갈증을 풀고 싶습니다 / 02 스포츠 음료; 물보다 흡수가 빨라야 한다! / 03 대우전자 가전제품; 연속극, 광고 안으로 들어오다 / 04 럭키 수퍼타이; 개구리소년을 찾습니다 / 05 대교 학습지; 눈높이 철학의 실천
1992년 우리의 것은 소중한 것이여
01 공익광고가 본 ‘잠실의 광란’; 어른들이 나서야 할 때가 아닐까요? / 02 경동보일러; 아버님 댁에 놓아드려야겠어요 / 03 솔표 우황청심원; 우리의 것은 소중한 것이여 / 04 대우 자동차 티코; 작은 차, 큰 기쁨
1993년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입니다
01 럭키금성 고객만족 경영; 럭키 금성의 서류엔 결재란이 하나 더 있습니다 / 02 대한약사회와 한의사협회; 광고로 싸운 한약 분쟁 / 03 에이스 침대;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입니다 / 04 대우전자 탱크 주의; 제품은 튼튼하게 생활은 편리하게 / 05 동서식품 프리마; 아내는 여자보다 아름답다
1994년 X세대·미시 마케팅
01 이동통신 삐삐; 애인에게 거짓말하지 맙시다 / 02 삼성 세계일류 캠페인; 아무도 2등은 기억하지 않는다 / 03 한국통신 전화 캠페인; 귀가전화, 가족사랑의 시작입니다 / 04 태평양 화장품 트윈엑스; X세대 마케팅 / 05 그레이스 백화점 ‘미시’ 캠페인; 그녀의 새 이름, 미시 / 06 오리온 초코파이; 정(情)을 팝니다
1995년 한국 지형에 강하다
01 패션양말전문점 싹스탑; 양말도 옷이다! / 02 삼성생명 효 캠페인; 우리는 당신을 어머니라 부릅니다 / 03 가전3사의 냉장고 전쟁; 육각수 논쟁 / 04 세진컴퓨터랜드 돌풍; 컴맹 없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 05 한불화장품 ‘투앤비 롱래쉬 마스카라’; 그녀의 속눈썹은 길다 / 06 삼성전자 애니콜; 한국 지형에 강하다
1996년 아버지, 오늘 당신이 무척 그립습니다
01 김자옥과 ‘공주병 신드롬’; 공주병 마케팅 / 02 SK텔레콤 ‘디지털 011’;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 03 아버지 신드롬; 아버지, 오늘 당신이 무척 그립습니다 / 04 유공 엔크린; 찌꺼기 없는 휘발유 / 05 배스킨라빈스31;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1997년 랄랄라 라거 주세요
01 동양맥주 OB라거; 랄랄라 라거 주세요 / 02 아이비클럽 학생복; 다리가 길어 보여요 / 03 청바지 닉스; 닉스를 입지 않으면 미팅에 낄 수 없다 / 04 이승희 신드롬; 여자의 가슴이 바뀐다 / 05 신세기통신 파워디지털 017; 짜장면 시키신 분!
1998년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01 데이콤 국제전화; 낯익은 002, 낯선 국제전화 / 02 숙명여대 이미지 광고; 울어라 암탉아! / 03 동아제약 박카스; 647.5km 국토대장정 / 04 SK 텔레콤 휴대폰;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 05 LG 019 PCS; 사랑의 019 / 06 IMF 사태가 만든 광고 풍속; ‘기 살리기’와 ‘복고’
1999년 TTL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다
01 태평양 쥬디스; 웃자! 30대 피부 / 02 정부의 신지식인운동; 이 심형래더러 지식인이라고요? / 03 한솔PCS 018 투넘버서비스; 묻지마, 다쳐 / 04 SK 텔레콤 TTL; TTL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다
맺는말; 광고와 역사의 만남을 위해
광고, 욕망의 연금술
강준만·전상민 지음
인물과사상사 / 2007년 8월 / 416쪽 / 13,000원
1990년 따봉 따봉 따봉
롯데 델몬트 주스; 전국을 휩쓴 낯선 한마디 “따봉!”
국민 음료로 자리 잡은 오렌지 주스 시장은 롯데 델몬트 주스와 해태 썬키스트 훼미리 주스가 2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었다. 썬키스트는 캘리포니아를 배경으로 남궁원을 모델로 내세워 가족과 단란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주스 한 잔을 권하는 광고로 소비자를 매료하고 있었다. 반면 델몬트는 모델 중심에서 원산지 중심으로 광고의 설정을 바꾸기로 하고 브라질로 날아갔는데, 브라질에서 맛이 가장 우수한 오렌지 생산지 발렌시아 오렌지 농장에서 오렌지를 생산하는 생생한 광경을 촬영함으로써 강렬한 현장감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주고자 했다. 발렌시아산 오렌지는 캘리포니아산 오렌지보다 질이 우수하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실물적으로 느끼게 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런데 현지인들이 말할 때마다 따봉, 따봉 해서 그 뜻을 물어보았더니 ‘좋다’라는 말이라고 하고, 또한 ‘따봉’이라는 말이 어감도 좋고 신선하게 느껴져 카피 단어로 선택하게 된 것이다.
광고 파워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했다. 가히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대한민국 유행어로 자리 잡아갔다. 사람들은 ‘따봉’이라는 말을 들을 때는 웃음을 터뜨렸다. 1990년 대한민국은 ‘따봉’ 공화국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며, ‘따봉’이라는 단어는 스포츠신문, 방송, 코미디에서 단골메뉴처럼 사용되었다. 하지만 ‘따봉’ 열기와는 다르게 델몬트 주스가 썬키스트에 밀리는 엉뚱한 현상이 나타났는데, 이런 의외적인 사태는 사람들이 델몬트와 ‘따봉’이라는 말을 연관시켜서 생각하지 않고 그 단어 자체만을 재미로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대한민국 일등광고의 20법칙』이라는 책은 이런 광고들을 광고학에서는 흔히 ‘흡혈귀 광고(Vampire AD)’라는 말로 부른다. ‘제 살 깎아 먹는 광고’라는 뜻으로서 차별화된 광고 콘셉트를 통해 광고는 성공했지만, 제품과 브랜드의 연결고리가 약해 결국 선도 브랜드 썬키스트의 판매를 더 북돋아 준 결과가 된 것이다. 여기서 원론적으로 ‘좋은 광고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다. 정해동·박기철은 『통합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IMC』라는 책에서 “광고주가 좋아하는 광고가 가장 좋은 광고”라면서 최고의 광고는 소비자를 즐겁게 하면서 광고주의 의도대로 판매를 촉진시켜 실익을 창출하는 광고라고 주장했다.
동서식품 맥심커피; 가슴이 따뜻한 사람과 만나고 싶다
맥심은 시장 선도 브랜드로서 전체 커피시장의 활성화를 통해 시장 규모를 키우고 경쟁 브랜드인 테이스터스 초이스가 시장 장악에 성공하기 전에 확실한 브랜드력을 만들어간다는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 이를 위해 정통성과 함께 브랜드 파워를 높일 수 있는 광고 전략이 필요했는데, 이때 나온 광고 카피가 ‘가슴이 따뜻한 사람과 만나고 싶다’였다. 이 카피 문구는 소비자의 가슴을 따뜻한 정감으로 채워주는 조용하면서도 확실한 힘으로 나타났다. ‘가슴이 따뜻한 사람과 만나고 싶다’ 시리즈 광고의 스타트는 재미 소설가 김은국이 맡았는데, 소설 『순교자』로 유명했던 김은국은 당시 소련 중국 등에 있던 동포들의 삶을 다룬 프로그램에 출연해 사람들에게 호소력 있는 인물로서 인기를 얻고 있었다. 이런 김은국의 모습과 아름다운 영상, 시적인 카피가 어우러지면서 광고는 ‘커피의 명작’ 맥심의 따뜻한 이미지를 만들어갔다. ‘가슴이 따뜻한 사람과 만나고 싶다’는 카피와 함께 연속된 시리즈에 등장한 주옥같은 카피들은 맥심 광고를 광고가 아니라 분위기 넘치는 시의 잔치처럼 만들었다.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인생을 듣는다”, “뜨거운 커피를 마시듯, 천천히 살아온 날들이 아름답다”, “아직도 만남보다 소중한 말을 알지 못한다. 그리움보다 진한 말도 알지 못한다”.
감성력을 지닌 브랜드의 광고가 서정적으로 거듭난 순간이었다. 스타벅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감성이라는 코드였듯이 한국인에게 커피를 감성적으로 접근하게 해 준 것이 바로 맥심 광고였는데, 커피 한 잔을 통해 인생의 깊이와 진한 사람 냄새를 느낄 수 있게 해준 것이다. 1990년 이후 급격히 변화해 가는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변하지 않는 그 무엇인가를 찾고 싶었는데, 이와 같은 사회적인 정서에 부합한 광고가 맥심 광고였던 것이다. 미래학자 존 네이스비트가 말한 ‘하이테크-하이터치’ 원리, 곧 우리의 삶에 더 많은 하이테크(첨단기술)를 도입할수록 우리는 더 많은 하이터치(고감성) 갈망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은 감성 지향적인 존재임을 확인시켜주는 광고 전략이다. 감성적인 어루만짐은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어머니의 손과 같은 존재일 것이다.
1991년 ‘눈높이’의 대중화
대교 학습지; 눈높이 철학의 실천
1980년 말 학습지 시장 규모가 연간 3천억 원대로 급성장하는 바람에 80여 개의 학습지가 난립했다. 그 중에서도 1989년 웅진출판사, 동아출판사, 계몽사 등 대형 출판사들까지 학습지 시장에 뛰어들어 학습지 시장의 경쟁은 과열의 현장이 되었다. 당시 학습지 선두주자였던 대교에는 큰 시련이 두 번 있었는데, 정부가 내린 1989년 7.30 과외금지 조치와 대교 학습지의 본산인 일본 구몬수학 측의 무리한 요구였다. 과다한 로열티를 지불하고, ‘공문’ 학습지를 일본식 발음인 ‘구몬 학습지’로 교체하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교는 학습방식을 학생, 선생님, 학부모 등 삼위일체 학습에 근간을 둔 개인별 주간방문 학습지라는 독특한 학습관리 형태로 전환하고, ‘공문수학’을 ‘눈높이수학’이라는 브랜드로 교체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이 모험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게 했다.
‘공문수학’이라는 일본 브랜드에서 ‘눈높이수학’이라는 브랜드로 전환하는 것은 기존 브랜드 폐기 비용과 새로운 브랜드 창출 비용이라는 이중 부담을 낳게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매우 성공적으로 나타났다. “어린이 세계를 이해하려면 먼저 눈높이를 맞춰주세요. 칭찬보다 더 큰 가르침은 없습니다”라는 카피는 부모님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대교학습지의 위치를 최고의 브랜드로 공고히 다지게 만들었다. 이 ‘눈높이수학’이라는 카피 문구는 그대로 대교의 교육 정신이 반영된 것이기 때문에 그 위력은 더 한층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눈높이’ 브랜드에 관한 반응은 큰 파문을 일으키면서 대한민국 국민 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모든 사람이 일상용어로 사용할 만큼 유명한 단어가 된 것이다. 잘 만들어진 광고 카피 한 단어가 얼마나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가를 증명하는 좋은 증거물이 될 것이다.
1992년 우리의 것은 소중한 것이여
솔표 우황청심원; 우리의 것은 소중한 것이여
한국인의 집에 하나씩은 비치되어 있는 필수 약품으로, 특히 어린이나 노인들이 있는 집에는 어김없이 약품 상자에 들어 있는 중요한 약, 국민적 의약품이 바로 우황청심원인데, 한국인의 이와 같은 열광적인 성원에 힘입어 당시 제약시장은 우황청심원의 과열 경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문제는 1980년대 후반부터 들어온 중국산 우황청심환이었는데, 우황청심원의 본류가 마치 중국인 것처럼 오인되어 국내시장을 흔들고 있었다. 국내 제약업체와의 치열한 경쟁, 중국산에 대한 한국인의 지나친 선호, 이와 같은 환경에서 우황청심원을 차별화하여 솔표라는 브랜드의 품질을 알린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선 급선무는 중국산 ‘우황청심환’과의 차별화였는데, 분명하게 우리나라 것이 좋다는 것을 강력하게 알릴 수 있는 전략이 필요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선택된 전략이 한국의 전통문화와 우황청심원을 연결시킴으로써 한국의 전통의약품을 전통이라는 틀 안에서 민족의약품으로 상징화시키고, 민족적 공감대를 만들어보자는 판단이었다. 이런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전통문화의 상징인 판소리를 광고에 도입하기로 하고, 인간문화재 박동진 명창을 광고 전면에 내세웠다. “제비 물러 나간다 제비 후리러 나간다”고 선창하는 박동진 명창의 소리를 제자들이 따라 하는 장면을 연출하면서, “우리의 것은 소중한 것이여”라고 박동진 명창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카피는 단번에 솔표 우황청심원에 대한 이미지를 한국인의 대표적인 전통의약품으로 만드는 데 성공하게 만들었다. 다시 말하면 솔표 우황청심원이 한국인의 얼 깊은 곳까지 파고 들어가 중국산 우황청심환에 대한 인식을 부정적으로 바꾸어놓은 것이다. 광고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과거 어느 때보다 외래문화가 범람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 ‘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여’라는 한마디는 한국인의 가슴속에 계속적으로 메아리쳐야 할 애국정신이기도 한 것이다.
1993년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입니다
에이스 침대;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입니다
90년대 초부터 불어온 가구업계의 불황은 때 아닌 침대전쟁을 낳았다. 침체된 가구시장의 해결책으로 ‘레이디가구의 레스토닉 침대’, ‘삼익가구의 메리노스 침대’, ‘우아미가구의 플렉스라이나 침대’ 등 종합가구들이 침대시장에 적극 진출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에이스 가구가 차별화된 전략을 필요로 하게 되었는데, 이 전략의 방안으로 선택된 캐치프레이즈가 ‘None-Furniture=Bed’였다. 침대가 가구가 아니라는 말에 제작팀은 위험부담이 크다고 느꼈기 때문에 잠시 망설였지만 상식을 뒤엎는 역발상적인 시도에 승부수를 띄웠다.
‘침대는 과학입니다-에이스 침대’를 광고 카피로 내세우고 광고에 들어가자 그 위력은 대단했다. 거기다가 합리적이고 세련된 현대적 모델 가운데서 기능성과 합리적 소비에 어울리는 사람으로 선택된 박상원의 입에서 나온 광고 카피,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라는 말은 마술 같은 매력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갔다. 과학과 침대를 연결시키는 설정은 침대가 기능적인 측면에서 과학적이라면, 에이스 침대는 믿을 수 있는 침대라는 신뢰를 만들어낸 것이다. ‘None-Furniture=Bed’라는 핵심 콘셉트를 전달한 에이스 침대의 광고 덕분에 가구는 가구전문점에서, 침대는 침대전문점에서 구입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는데, 디자인과 가격을 중시하는 침대가 저 관여 제품에서 건강과 기능을 중시하는 고 관여 제품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1993년에는 전년 대비 80.4%나 매출이 상승했고, 시장 점유율은 1994년 34%, 1995년에는 38%로 성장 드라이브가 계속되었다. 에이스 침대는 침대의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고의 침대를 생산하는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을 했고, ‘침대과학’을 실현하는 세계적 침대 기업으로 발판을 구축했다.
동서식품 프리마; 아내는 여자보다 아름답다
동서식품 프리마는 한국에서 ‘커피 크리머’의 고유명사가 된 지 오래다. 프리마는 오페라의 꽃인 ‘프리마돈나’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하는데, 동서식품의 프리마 커피는 커피를 남편으로 프리마를 여자로 비유함으로써 남편 곁에 소중한 아내라는 애정 넘치는 가정적인 이미지와 함께 프리마의 이미지를 사랑스러운 아내처럼 승화시킨 것이다. 포근하고 넉넉한 남편 곁에 사랑스러운 아내라는 설정이 프리마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이다. “소중한 것은 늘 가까이에 있다”는 말로 많은 아내들을 감동시킨 프리마는 아내들의 마음속에 일체감으로 스며들어 갔으며 이는 한국 커피 시장에서 프리마의 위치를 확실하게 하는 계기가 되게 했다. 프리마 없는 커피를 생각할 수 없듯이 아내 없는 남편도 상상할 수 없다. 일을 하는 여자가 아니어도 좋다·따뜻한 친구·포근한 그녀·그 어느 여자보다 소중한 아내를 부르는 한마디 “아내는 여자보다 아름답다.” 이 불후의 명 카피가 그렇게 탄생한 것이다. 프리마 광고인지 아내의 광고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 프리마 광고는 은근하고 사랑스러운 아내 이미지로 소비자들의 가슴 깊은 곳까지 흘러 들어간 것이다.
“아내는 여자보다 아름답다”라는 카피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프리마의 부드러운 이미지와도 잘 맞았지만, 그보다 일종의 ‘아내예찬’ 카피로 ‘아내’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이러한 아내들의 절대지지는 프리마의 주 고객층이 주부라는 것에 비추어볼 때 성공의 보증수표였다. 광고는 커피의 구수한 향과 따뜻함, 깊은 맛을 ‘아내’에 비유하며 아내의 노동(평소 아내들이 커피를 타 주는 것)에 ‘찬사’로 답했다. 이 프리마 광고의 카피는 아내의 존재를 심미적인 존재로, 살림꾼으로서의 아내가 아니라 시적 감흥을 자아내는 우아하고 품격 높은 위상으로, 언제까지나 남편 곁에서 연인과 반려자의 복합체로 만든 것이었다.
1995년 한국 지형에 강하다
삼성전자 애니콜; 한국 지형에 강하다
우리나라 초창기 휴대폰 시장은 모토로라가 독점하고 있었다. 그런 견고한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 바로 삼성전자의 ‘애니콜’이었다. 1993년 11월 애니콜이 휴대폰 시장에 진출하기는 했지만 외국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무조건 높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철벽같은 한국인의 고정관념의 벽을 깨뜨리고 외국 제품과의 경쟁에서 이긴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삼성전자는 ‘휴대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하는 조사를 전격 단행했고 그 조사 결과로 휴대폰의 ‘속성지각’을 높이고자 했다. ‘속성지각’이란 ‘소비자가 한 제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파악하고, 소비자가 그 사실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분석’인데, 조사 결과는 소비자가 휴대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속성은 통화품질(통화성공률)이었다. 이 속성을 정확하게 파악한 삼성전자는 통화품질 중에서도 ‘한국 지형에서의 통화품질’로 범위를 좁히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쓴 것이다. 즉 한 가지를 선택하면 거기에 올인하는 전략이다. 그리고 나온 카피가 “한국 지형에 강하다”라는 카피다.
광고에서 애니콜은 “한국 지형에 강하다”는 콘셉트를 소비자에게 쉽게 알리기 위해 설악산, 한라산, 계룡산, 지리산, 북한산, 관악산 등으로부터 시작해 제주도, 울릉도, 변산반도 등에 이르기까지 한국 지형 모두를 샅샅이 훑어 갔고 이는 즉각적으로 광고로 만들어졌다. 우리나라 명산의 정상에서 이뤄지는 통화 모습은 광고에서 대단히 감동적이고 드라마틱하게 그려졌다. 이와 같은 콘셉트는 더 이상 어떤 휴대폰도 따라잡을 수 없는 확고한 애니콜만의 위치를 만들어주었다. 1988년 모토로라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78%에 이르렀지만 1995년 7월 신규 개통 수에서 삼성전자가 “51:45”로 모토로라를 따라잡고 말았다.
1996년 아버지, 오늘 당신이 무척 그립습니다
아버지 신드롬; 아버지, 오늘 당신이 무척 그립습니다
1996년에 몰려온 경제위기로 외채가 1천억 달러를 넘어서고 경상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으며, 주가지수는 연중 최저치를 연신 갱신했고, 중소기업들이 자고 일어나면 쓰러지는 불황의 한복판에서 대기업들의 감원정책이 수많은 실업자군을 만들어냈다. 이와 같은 억압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김정현 씨의 소설 『아버지』가 한국 중년남성을 울리면서 아버지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경제발전의 주역이었던 아버지들은 이제 갈 곳 없고 홀대받는 처량한 신세로 바뀌었다. 직장에선 명예퇴직으로, 가정에선 외톨이가 되어 가족사진에서까지 사라져버린 아버지들, 아픈 것보다 더 서러운 것은 아프다고 말조차 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하는데, 우리네 아버지들의 현실이 그랬다. 소설 『아버지』 광고의 “가정과 사회에서 항상 외로움을 느끼며 살아가는 이 시대 아버지들에게 바치는 눈물의 소설!”이라는 표현처럼 우리 아버지의 외로움은 누구도 해결해 줄 수 없는 것이었다.
산업화 이후 경제구조의 변화에 따라 아버지는 일터에서 보수 노동을 통해 가정을 부양하고 경제력을 책임지는 도구, ‘돈 벌어 오는 기계’로 전락했고, 누구에게도 어려움을 토로할 수 없는 외톨이가 되었다. 이와 같은 침울하고 암담한 사회 현실 속에서 김정현의 소설 『아버지』의 등장은 단숨에 한국사회를 아버지 신드롬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50대에 갑작스럽게 말기 암 선고를 받고 가족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 가출한 아버지, 죽음이 눈앞에 다가왔을 때 집으로 돌아와 가족의 품에서 죽어가는 아버지의 슬픈 모습을 담은 소설이다. 소설 『아버지』 제목의 카피로 사용된 “아버지, 오늘 당신이 무척 그립습니다”라는 메시지는 대한민국 아버지가 처해 있는 아버지의 슬픔과 고독에 대해 이 사회가 보내는 애정의 손짓이었기에, 소설 『아버지』에 대한 파장은 더욱더 큰 것이었다. 전통적인 가부장 제도의 몰락과 더불어 가장의 위상이 얼마나 추락했는가를 보여주는 사회적 고발장이며, 가정에는 어른 아버지, 인간적인 존재로서의 아버지, 가족의 사랑과 위로를 받을 자격이 있는 아버지, 그리고 가정의 마땅한 구심점이 되어야 할 ‘아버지의 존재’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는 소설가 김정현 씨의 고함 소리였다. 가정은 아버지가 아버지 자리에 있어서 가정다워지는 것이다.
1998년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숙명여대 이미지광고; 울어라 암탉아!
이제는 기존의 ‘00과 00명 모집’과 같은 모집단위와 모집인원, 지원방법 등을 알리는 상투적인 메시지의 대학신입생 모집광고가 퇴물이 되고, 대학 본관과 상징물 등을 보여주는 광고는 흥미를 끌 수 없게 되자, 학교를 이미지화해서 전략적으로 학생들에게 접근해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적인 요구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 모든 대학교의 실정이 되었다. 또한 대학 전형 시즌에만 한정되어 이뤄지던 광고 집행도 연중 이뤄지는 방식으로 바꾸어져 갔는데, 특히 이런 전략적이고 세련된 전fir에는 여자대학들이 앞장섰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는데, 근래에 와서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고 있고 여성들의 파워가 날로 강해지고 있는 반면에, 여자대학교는 여전히 구시대의 낡은 틀을 벗어버리지 못하고, 가냘프고 연약한 여성상의 패러다임 안에 갇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예전과 달리 여고생들이 여대보다는 남녀공학을 선호하면서 우수학생들이 여자대학을 외면하는 사태가 일어나자 비상이 걸린 것이다. 따라서 여대만이 누릴 수 있는 특색과 여대의 강점을 내세운 이미지 광고가 절실했는데, 대학 이미지 광고 중 최고의 수작으로 꼽히는 숙명여대광고도 이때 등장했다.
우리나라 대표적 사학으로 1906년 여성교육을 통한 구국 애족이라는 설립이념으로 국가와 민족에 봉사하는 여성지도자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었던 숙명여대는 아직도 ‘현모양처를 키우는 조용한 명문 여대생’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97년도에 시작된 광고는 이러한 이미지를 근본적으로 쇄신시켰는데, ‘튀는 광고’를 통해 ‘튀는 학교’로 변신을 시도한 것이다. 그 이미지 광고 카피가 “울어라 암탉아”, “나와라 여자 대통령! 없습니까? 19세 교수”였으며, 이 공격적인 카피는 숙명여대의 전통적인 분위기마저 바꾸어버리는 혁신적인 도전이었다. “암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는 고리타분한 여성 비하적인 사고를 근본적으로 뒤집어엎는 매우 혁명적인 슬로건이었다. 이런 역동적인 태도는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있어야 할 철학이 되기도 한 것이다.
SK 텔레콤 휴대폰;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1998년 우리나라 휴대폰 보급이 1천만대를 넘어섰다. 명실상부한 휴대폰 대중화가 이뤄진 것인데, 한국인에게 휴대전화는 종교가 될 만큼 휴대전화 범람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특히 SK텔레콤 광고에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광고로 어디서든지 잘 터지는 이동통신임을 강조하고 있었는데, 정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은 신경도 안 쓰고 큰 소리로 전화하는 사람들 때문에 얼굴을 찌푸리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대학 강의 중에도 벨소리 때문에 수업이 중단되는가 하면, 연극 공연 중에 휴대폰 벨소리가 울려 연극에 큰 피해를 주는 일까지 생겨났다. 휴대폰 소리는 이 사회에 하나의 큰 스트레스가 되었다. 이와 같은 반 휴대폰 분위기가 팽배하는 가운데 SK텔레콤에서 신선한 충격을 주는 광고를 낸 것이다.
코믹 배우 권용운이 나간 자리에 국민배우 한석규가 들어왔다. 그리고 정글도 해변도 아닌 한적한 대나무 숲을 찾은 한석규는 청송 스님과 함께 조용히 자연을 즐긴다. 한참을 아무 말 없이 걷고 있는데 눈치 없이 벨소리가 울리고 당황한 한석규는 성급히 전화기를 끈다. 청송 스님은 여전히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때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라고 말하는 한석규의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는 광고를 보는 사람에게 편안함을 느끼게 했다. 이 광고는 분명히 기존 이동통신의 광고와는 차별화가 이뤄진 의외성의 광고였다. 이동통신회사라면 당연히 통화를 부추기는 메시지나 광고를 띄울 것인데, 오히려 통화를 자제하자는 광고를 하니 이채로울 수밖에 없었다. 돈만 벌면 된다는 냉정한 이윤추구 중심의 기업이미지가 공익적 차원으로 그 수준을 높이는 새로운 스타일의 광고임에는 틀림없었다. 이런 마케팅을 ‘디마케팅(Demarketing)’이라고 하는데, 디마케팅(Demarketing)은 영어로 ‘줄이다’는 뜻의 디크리스(decreas)와 마케팅의 합성어로 기업이 고객과의 건실한 관계를 장기적으로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수요를 줄이는 마케팅 활동을 의미하며,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라는 카피로 다가오는 이 광고야말로 디마케팅 전략의 현장을 보여주었다.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강한 감성력으로 다가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길게 보는 통 큰 전략이었다.
1999년 TTL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다
정부의 신지식운동; 이 심형래더러 지식인이라고요?
신지식인은 매일경제와 이화정보화전략연구센터가 비전코리아 두뇌강국 보고대회에서 공동으로 발표한‘한국 신지식인 보고서’에서 처음 쓴 말인데, 정부 차원에서 “지식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능동적으로 창출하거나 새로운 발상으로 업무 방식을 혁신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해 공식화했다. 쉽게 말해 신지식인은 과거 농경산업사회와 달리 정보화 사회에 어울리는 지식인으로서 학력과 성별에 관계없이 지식을 이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이 곧 지식인이라는 것이다. 청와대가 발표한 9명의 신지식인 중에는 그 1호가 심형래이고, 그중에는 중국집 ‘번개배달’로 스타강사에 오른 조태운 등이 대표 신지식인으로 소개되었다.
이즈음 우리나라 신지식인 공식 1호 심형래가 등장한 광고가 매우 인상적인데, ‘영구’라는 바보 이미지로 기억되던 코미디언 심형래가 신지식인 1호로 선정되어 신지식인 홍보 광고 모델로 출연한 것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불굴의 투사처럼 목적을 향해 질주하는 도전정신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심형래는 99년 2월에는 홍콩 『아시아워크지』가 선정한 컴퓨터 테크놀로지 분야에서 아시아를 이끌어 갈 ‘차세대 리더’ 중 한 사람으로 뽑히는 영광을 안았다. 정부가 제작한 공익광고에 등장한 심형래가 던진 질문은 매우 도발적인 카피로 기억될 것이다. “이 심형래더러 지식인이라고요?” 그리고 심형래는 이어간다. “우리시대의 지식인 심형래, SF불모지 한국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용가리 신화를 설명하면서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니까 못하는 겁니다”라고 역설하고, “자기만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다면 당신도 신지식인입니다. 지식으로 제2건국을 이룩합시다”로 마무리하고 있다. 이 공익광고의 카피는 두고두고 음미할 가치가 있는 방향타와 같은 말이다.
SK 텔레콤 TTL; TTL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다
1999년 정체를 알 수 없는 광고 한 편이 많은 사람들의 주의를 집중시켰다. 화면이 밝아오면서 찰랑거리는 물이 카메라에 잡히는데, 물속에서 꽃잎을 움켜잡는 손가락이 나오고, 이어 한 소녀가 물속에서 건져 올린 물컹한 것을 입안으로 밀어 넣는다. 그 소녀의 입술 끝에 매달린 물체가 무엇일까 하고 궁금하게 생각할 때 화면 오른쪽 하단에 작은 상호가 뜨는데, 그건 SK 텔레콤 TTL이다. 이런 광고를 가리켜 티저(Teaser)광고라고 하는데, 브랜드는 숨긴 채 호기심을 유발하는 광고다. 이 TTL이 탄생한 동기는 011은 아저씨들만 쓰는 이동전화라는 신세대들의 고정관념이 팽배해지고 011이 젊은 층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창안해 낸 전략이었다. 이 Net세대들을 분석한 결과 Net세대들은 세상을 배우기 시작한 연령층이기 때문에 호기심이 많다는 것이고, 간섭을 싫어하며 정형화된 틀에 갇히기를 싫어해서 자유분방함을 추구하며, 창의적 활동이 왕성하고, 자기들만의 특별한 문화공간을 선호하며, 거기다가 이 세대들의 특징을 가장 확실하고 명료하게 들어내는 나이가 스무 살이라는 사실이었다.
이와 같은 분석이 끝나자 브랜드 전략은 이 분석의 결과에 맞추어졌다. 먼저 티저 광고를 시도함으로써 브랜드를 숨겨서 호기심을 극대화시키고, 스무 살의 신비 소녀 임은경을 등장시켜 Net 세대들의 대변자로 만들면서 이 신비 소녀와 일체감을 갖게 하고, TTL이라는 모호한 문자를 만들어서 네이밍 전략을 구사했다. 의미보다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철자의 배열을 활용하는 기법으로서,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TTL이다. “TTL은 The Twenty’s Life, The Twenty’s Liberty, Time to Love, Time to Leave, That’s the Life” 등 어떤 식의 해석도 가능한 열린 브랜드 네이밍이었다. 누구든지 나름대로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스스로의 TTL을 만들 수 있는 열린 공간, 즉 문화 공간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즉 CF를 통해 상품을 일방적으로 알리는 게 아니라 문화 공동체를 만들어 소비자 참여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작전을 구사하게 된 것으로서 단순한 상품 광고를 넘어 젊은 층을 위한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는 것이다. 이 브랜드 전략은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다.
첫댓글 '욕망의 연금술' 진정 많은 것을 자아내게 하네요.......진정한 나 자신이고 싶지만 사회의 일원이기에... 하지만, 긍정적인 욕망의 연금술은 삶의 일부분에 일종의 행복을 가져다 주기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