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수마라톤대회가 대박이 터졌단다.
통일만 대박인줄 알았더니...ㅎ
지난해에 막말파문으로 심각한 위기까지 맞았는데 축소되거나 데미지를 입은 게 아니고 되려 4대 메이저가 되었으니 그야말로 대역전.
그런데 그 배경을 놓고 보면 자력으로 손님을 유치해 커졌다기 보다는 이웃의 아픔이 반사적으로 작용한 것인데 십여년간 고공행진을 이어오던 고성대회가 폐지된 게 바로 그것.
12월 초순에 대회를 신청했는데 마감일까지 입금을 안했다고 그 다음날 아침에 창구들 닫아버리는 통에 별수없이 뻐꾸기의 길을 가게 되었다.
어차피 기록을 내기 위해서 가는 대회도 아닌데 배번이 있으면 어떻고 그렇지 않으면 또 어떠리!
아침 7시에 안선생님과 만나 남원으로 내려가는 고속도로를 달려 순천을 거쳐 여수까지 직빵으로 내달리는데 순천에서 여수 엑스포로 들어가는 길이 2년전 이 대회를 뛰기 위해 내려갈 때와는 달리 고속도로 수준으로 잘 정비가 되어 있다.
그 덕에 일찌감치 도착해 대회장을 둘러보며 해양엑스포의 추억을 되세겨 보는 여유를 누릴 수 있다.
풀코스 참가자만 해도 1500명이 넘는다니 조중동 다음으로 4대 메이저라고 하는 표현이 전혀 과장된 게 아니다.
더군다나 엑스포가 열렸던 그 넓직한 공간과 건물을 활용할 수가 있는 장점에다가 기차역이 함께 있기 때문에 접근성 또한 최고가 아닐런지...다만 올해는 철도 파업으로 인해 그쪽으론 재미를 보지 못했다고 ...
얹혀서 달리는 판이라 복장을 제대로 갖추는 것도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들어 거의 평상복 수준으로 입었다.
등산복 반바지에 평범한 긴팔 티셔츠를 입었으니 동네 슈퍼에 라면 사러 갔다가 도로에서 마라톤대회가 열리는 것을 보고 덩달아 합류해서 달리는 컨셉이 되었다.
오동도 방향으로 편도 1.5Km지점까지 아주 느리게 달리며 워밍업을 하는데 말끔하게 정리된 주변 풍경과 달리 몸은 엄청나게 불편하기만 하다.
지난 연말부터 계속 여기저기 여행과 등산을 다녀왔고 주님을 꾸준히 모신 데다가 제대로 된 런닝은 해보지 못했기 때문인데 등산으로 인한 근육과 관절의 피로가 제법 남아있는 반면에 체력은 떨어진 상태라 악수가 겹친 격.
몸 상태로 봐선 5분 페이스도 쉽지는 않겠다는 전망이 나오며 3Km남짓한 워밍을 마친다.
기온이 4℃내외를 가리키고 있는데 마라톤을 하기엔 가장 이상적인 수준이지만 훈련삼아 달리는 입장에선 다소 낮은 듯 느껴진다.
10시에 풀코스가 출발하고 난 뒤 무려 15분을 기다렸다가 하프를 출발시킨다.
반환점이 3군데나 되기 때문에 겹치는 혼잡을 덜어보려고 그렇게 한 듯.
대열의 중간 부근에 섰다가 출발 이후 아주 조금씩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며 몸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만 속도를 유지하는 쪽으로 달려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편하지가 않다.
어색하고 뻣뻣하고 무겁고 답답하고...이상하고...
5Km 22:17
10Km 21:47 [44:04] (4'28", 4'19", 4'15", 4'25", 4'18")
15Km 22:32 [1:06:36] (4'52", 4'16", 4'25", 4'29", 2'27")
20Km 26:23 [1:32:59] (4'38", 5'04", 5'30", 5'38", 5'32")
Finish 04:00 [1:36:59]
맨 초기에 5분 페이스로 출발해서 점점 가속을 해 나가다가 4'30"안쪽으로 순항하는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렸는데 3번째 반환점을 앞두고 부턴 갑자기 의욕도 체력도 함께 떨어지며 본의 아니게 쿨링다운이 되어 버렸다.
후반 6Km정도는 완전히 조깅모드로 몸을 달래며 대회장까지 돌아오는 것으로 마무리.
마치 풀코스를 뛰다가 퍼진 것 마냥 배도 고프고 만사가 다 귀찮게 느껴진다.
이게 바로 정신력의 차이!
제대로 신청한 대회에서는 절대로 이런 마음이 들지 않을 텐데 얹혀서 뛰는 입장이다보니...
어쨌거나 이렇게 대회장에 와서 달렸으니 이 정도라도 훈련주가 된 것이지 만일 혼자서 연습주로 달린 상황이었으면 20Km가 넘는 거리 조차도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정리했을 것이 뻔하다.
새로운 시즌의 시작이 바로 오늘이니 아주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
대회장에서 이것저것 주전부리를 해서 배를 채우고 여수 옛날동네 어드메에서 목욕을 하고 전주로 돌아오니 3시20분, 점심은 대충 챙겼으니 저녁을 먹어야 되는데 아직 시간이 이르길래 5시에 다시 헤쳐모여!
병주아빠까지 합류해서 서곡 오리집에서 일차, 리치웰에서 2차, 집에 돌아와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