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의 딸>
70년대 목사들은 박윤선 목사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분이었다. 그는 한국 최초로 성경 주석을 완성한 성경 신학자요 오직 성경밖에 모르는 목사이다
그의 학구열은 방지일 목사의 글에 의하면 영어교과서 5권을 다 외우고 계시록을 영어, 라틴어, 우리성경으로 다 외울정도였고 신학생인때도 선교사가 통역을 맡길정도였다고 한다.
큰 아들이 돌이지나 아빠가 공부하고 있는 방에 들어가 똥을 싸서 맥질을 했는데도 모를 정도였다고 하니 그의 집중력을 알만하다.
그런데 박윤선 목사의 가족사에 대한 이야기가 십여년전에 둘째 딸 박혜란 목사가 "목사의 딸"이라는 책을 출간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었다.
박혜란 목사는 서울공대를 졸업하고 미국에 살면서 45세에 신학공부를 하고 목사가 되어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세상에 알려 박윤선 목사를 숭앙할 정도로 존경하고 따르던 제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딸 박혜란 목사는 노아의 아들 함과 같이 아버지의 허물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일부 사람들은 저주받을 딸이라고 분노하기도 했다.
그녀는 우리 한국 문화에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지만 아버지의 유교적이고 가부장적인 권위주의와 율법주의적인 신앙을 지적하였다.
밖에서는 존경받는 목사일지 모르지만 가정에서는 아내에게 폭력적이고 매정하고, 자녀에게 사랑으로 대하지 않았다는것이다.
그리고 아버지 박윤선은 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목회하는 일은 영적인 일이고 가정에서 아내와 자녀를 위한 일은 육적인 일로 여겼다는 것이다.
물질적으로 청렴결백했지만 가정사는 관심이 없어 어머니의 고생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아버지의 이분화된 잘못된 신앙 때문에 박혜란 목사는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는 것을 믿었지만 예수님의 십자가의 은혜로 죄 용서받은 자유함이 없었고 늘 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벌벌 떨었다고 한다.
자신이 나이가 들어 성경을 통해 복음을 깨닫고 신학을 공부한 후 아버지가 성경을 잘못 이해한 것과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었던 일에 대하여 아버지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냈는데 아버지는 딸을 찾아와 성경 구절을 보여 주면서(출21:17 자기 아버지나 어머니를 저주하는 자는 반드시 죽일지니라) 회개하라는 한 마디였다고 한다.
어제 페친 목사님이 자신의 교단 목사안수 문제의 글과 함께 박윤선 목사의 권위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인 행태를 여전히 교단 총회가 답습하고 여성 목사 안수를 거부한다는 요지의 글을 읽고 비단 박윤선 목사의 이야기만이 아닌 우리의 가정사의 이야기이고 아픔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대형교회 목사가 대기업같은 교회 성장을 이루었지만 자녀들이 스캔들을 일으키고 문제가 많으니 자기가 자식농사에 실패한것은 목회에 몰입하느라 자녀에게 자상한 아빠의 의무를 못했다고 고백하는걸 보았다.
또 어느대형교회 목사의 장례식에 아들 목사가 아버지 장례식에 참석하지도 않아 대문짝만하게 기사가 크게 난것도 봤다.
"목사의 딸"에 대한 사람들의 견해는 박윤선 목사가 시대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비난도 있지만 그는 기독교 신앙과 신학에 지대한 공헌을 남겼다고 변호하는 사람도 있다.
75세의 딸에 대해선 27년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시대의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어찌 아버지의 얼굴에 그리 먹칠할 수 있겠느냐고 딸을 비난하는 사람도 있지만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들은 한국 교회에 꼭 필요한 메시지이며 후배 목사들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도 했다.
나또한 엄격한 유교적이고 가부장적 문화에서 자란 박윤선 목사가 이해가 간다.
부인과 자녀를 겉으로 사랑한다고 표현하지 않아서 그렇지 부인 박애련씨가 까막눈이었다는데 부모님 몰래 밤에 업고 가출해서 보성 중학교에 입학 시켜서 함께 공부한것을 보면 아내를 사랑한 분이라고 생각하고 자녀들 또한 사랑한 분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6남매 자녀들은 십대에 어머니를 잃고 무심하고 매정하기만 아버지가 일방적이고 권위주의적인 행동에 받은 상처가 얼마나 컷을까를 생각하니 그 입장 또한 십분 이해가 간다.
새어머니에겐 폭력도 없고 친어머니에게선 볼수 없이 자상한 모습에서도 상처가 컷을 것이다.
대부분 상처한 남자들이 또 잃을까봐 후처한테는 잘한다는 설이 있는데 그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세상에 어디 완벽한 부모가 있으며, 부모의 마음을 다 헤아리는 자녀가 있겠는가만..
박목사는 암투병을 하면서 죽기전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자기 의"를 버리게 해달라는 회개의 기도를 드렸다는데 박혜란 목사와 자녀들에게 "미안하다, 잘못했다, 사랑한다"라는 그 한마디 말이 그리도 어려웠을까 하는 생각에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