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는 pd 면접 첫날 면접을 보고 왔었고
먼저 이제서야 면접후기란 것을 써봅니다.
후기라할것까지는 없고 그냥 면접본 후의 제 느낌...
사실 글도 바로 올렸었는데공정경쟁 어쩌구 하는 글이 있기도 해서 바로 지웠습니다. 순간 내가 준 정보로 나보더 더 잘보면 그럼 나는.....하는 옹졸한 생각이 앞섰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겠죠.
아무튼 이렇게나마 후기란 것을 씁니다. 그런데 왜 후기방에 안쓰고 뒷 이야기에 끼적이냐하는
분도 있으실텐데 ...제가 최종합격되면 그때 후기방에 당당히 쓰고 싶습니다. 별나다고 하시는
분들의 쓴소리가 들리는 듯하네요. ^^ 어쨌든 시작합니다.
저는 정말 pd가 되고 싶었어요. 드라마 pd요. 어머니께서 어째 그렇게 tv를 좋아하냐고
tv 속으로 들어가라 들어가 하시며 구박하셨었는데 정말 tv 속으로 들어가게 생겼으니
면접 보기 전까지 전 손등을 꼬집어 보면서 이게 생시야 꿈이야 했답니다.
사실 저 한번도 sbs 목동센터에 가보지 않았었고 첫번째보다 두번째가 덜 떨릴 것 같아
사전답사랍시고 어머니와 33도가 육박하는 날씨에 면접 이틀 전 sbs 목동센터에 갔었습니다.
촌뜨기라 아니 조금 주눅이 들어서일까 울 씩씩한 어머니 들어가서 화장실 좀 가자고 끌었습니다.
소심한 저 ... 출입증 있어야 들어간다고 우겼습니다. 그래서 결국 목동센터 앞 공원 공중화장실을
이용했답니다.면접날 목동센터에 들어서는데 1층엔 누구나 다 들어가는구나 괜히 엄마를 말렸군하며 소심한 제 자신을 탓했답니다.
저는 9시 40분부터 면접이 시작하는 줄 알았고 그래서 8시 40분까지 갔는데 1등이더군요. 그 엘레베이터 있잖아요. 파리의 연인에서 나온 온통 유리로 된 엘레베이터요. 그거 타고 올라가고 싶었는데
이따가 내려올때 타보자했죠.
아! 공동1등이군요. 저 말고 정말 이쁘게 생기신 아나운서 지망생 남자분이 오셨더라구요. 화장도 하신
것 같구요. 전 거기가서 느낀 것이지만 아나운서 지망생분들 외모가 정말 출중하시더라구요. 오전에는 남자 아나운서 시험이었나봐요. 저는 남자분들만 봤는데 오후엔 여자분들 보셨다하더라구요.
아무튼 전 1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아니 제가 4번째 조였으니까 대략 3시간 기다렸죠. 그래도 어찌나 시간이 빨리 가던지 나름대로 예상질문문제를 뽑아간 것을 보고 또 보다보니 시간가는줄 몰랐습니다.
3인1조라서 전 4번째 조였습니다. 바로 앞에 조까지 면접 보시고 제가 면접장 들어가려할때 면접관님들 한 5분 쉬셨습니다. 면접관님들도 1시간 반을 계속 하시니 잠시 쉬고 싶어셨을거예요. 담배도 피우시고 물론 화장실도 급하신 분들도 계셨겠죠.
아무튼 제가 제일 앞장서서 들어갔는데 떨지말자 떨지말자 다짐했는데 떨리더군요. 사실 면접이 처음이었거든요. 저랑 같이 들어간 어떤 분은 경력자고 회사도 다니고 있는 것 같아 별로 안떠시는것 같던데..
지원분야를 먼저 여쭤 보셨고 그 분야에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이유를 말해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드라마를 지원했고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준비해갔던 대답을 하려고 노력했는데 이 놈의 성대가 뭘 잘못 먹었는지 주인 맘도 모르고 바이브레이션을 하는 바람에 ....^^
다른 두 분 정말 또박또박 잘 말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주눅들뻔한 찰라 저에게 자신감이란 것이 불쑥 찾아오더군요. 잘하자 나는 붙는다를 머리 속으로 한 백번은 되뇌이었습니다.
다음 질문은 라디오 pd를 지원한다는 다른 여자분에게 쏠렸습니다. 아마 라디오 국장님이셨나봐요.
저는 그 지원자분말씀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오~하며 떨지 않았던 대담함에 한번 더 놀랐습니다.
다른 분은 예능 pd지원하셨는데 웃찾사같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하셨는데 정말 끼가 많은 분이더군요. 학교다닐때 연출도 하셨었고 라디오 경품도 많이 타셨고 면접관님 한분이 꾼이라고 하시더라구요.
ㅋㅋㅋ 웃음이 삐져나와 죽는 줄 알았어요.
저는 어땠냐구요? 저는 그 두분에 비하면 나름대로 난 튀는 아이다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게 창피해질 정도였죠. 그래도 드라마 하나 만큼은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잘 만들 자신이 있었죠. 드라마 pd의 생활에 대해 아느냐하시는 질문에 미래 pd의 위상에 대해 떠들기도 했고 어떤 드라마를 만들고 싶으냐는 질문에 저는 시청자들이 제 이름과 제 드라마를 같이 기억해주는 그런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면접관님 말씀이 드라마 줄거리를 물어보시는 거라고 하셔서 필기시험때 쓴 드라마를 줄줄 읊어대다가 면접관님께서 결론을 말하라고 하셨어요. ^^ 그런데 자꾸만 면접관님께서 제 드라마 결말이 결국 주인공의 사랑이야기냐고 하셔서 저는 두손을 들어 액스표시를 하면서 절대 절대 사랑이야기가 아니라고 강조를 했죠. 면접관님들 저보고 어떤 생각하셨을지.....^^
그 외에는 라디오 드라마에 대해 또는 작가해보는것이 어떤가 하시는데 저는 어쩜 그렇게도 화려한 말솜씨가 없는지 ...단순하게 저는 영상을 구성하는 드라마 pd가 될거라고 잘라서 말씀드렸답니다. 저는
다른 것 생각해본적 한번도 없거든요. 앉으나 누우나 죽으나 사나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보고 사랑해서
드라마 기획안 쓰고 장면 하나하나 까지 다 이 머리속에 있는데 그걸 못하면 전 아마 사는게 사는 것이 아닐겁니다.
제 옆에 예능 pd 지원한분. 그 꾼님때문에 면접관님들 웃으셨고 저의 정말 어설픔에 면접관님들 웃으시더군요. 마지막으로 할말을 하는 것이 있는데...
사실 제가 준비한대로만 면접이 흘러갔다면 이런 상황이 올 것을 대비해서 목청을 가다듬었을 텐데..
벌떡 일어나 '이 세상위에 내가 있고 나를 사랑해주는~~~나의 사람들과 (면접관님들을 가르키면서)나의 길을 가고 싶어~~'까지 노래 한소절 씩씩하게 불러보고 나오려고 했는데...순간 고민을 했죠.
결국 노래는 부르지 않고 불끈 주먹을 지고 내 이름 석자 크게 한번 외치고 왔습니다.
그러고 나오는데 제가 생각해도 제가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오는 겁니다. 면접관님들 뭐 저런 것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하시는 분 백번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웃음이 나오는데 뱃속에서 너무 심하게 전쟁을 치르고 있더라구요. 그 순간 면접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까먹어버렸답니다.
전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려 그 유리로 된 엘레베이터 타고 내려왔는데 무슨 바이킹 타는 줄 알았답니다. 파리의 연인 보면서 꼭 한번 타보고 싶었거든요. 혼자 13층 아니 타긴 탔는데 21층까지 올라가더군요.
혼자 21층에서 내려오면서 오~~오~~~오~~~하며 신나게 무슨 놀이기구 탄것처럼 내려왔답니다.
어떤분 연예인도 보셨다던데 저는 한분도 못봤거든요. 그게 아쉽기도 했는데 그것 보다 더 아쉬운 것은 이대로 목동센터를 떠나야 한다는 것. 저는 지하철역으로 가는 내내 뒤를 계속 돌아보면서 수없이 외쳤죠. sbs야 기다려라 이 누님이 가신다. 꼭 다시오마. 하며 중얼중얼 ... 이 놈의 주먹은 시도 때도 없이 불끈 불끈 쥐어지고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데 .....
지하철 역에서 키위생과일주스로 빈 속을 좀 달래보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뭐랄까 ...홀가분하다 할까. 기분이 좋더라구요. 내가 처음 지원한 방송국 pd시험. 학력 연령 폐지에 환희했던 때,그리고 1차서류 전형 합격을 최종합격한것처럼 기뻐했던 때, 2차 필기시험 보고 온날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내 기분도 주룩주룩, 필기 붙었을때 엄마보고 내 허벅지랑 볼좀 꼬집어봐하며 눈물 한바가지 흘렸던 때,사전답사랍시고 와서 엄마랑 들어가니 마니 하며 토닥토닥 거렸을 때. 그리고 3차 면접을 보고 나온 나.
내가 기뻤던 것. 그렇게 소중하게 지나간 시간들과 내가 쓴 기획안이 먼지에 묻히지 않고 드라마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서 그게 기뻤던 것 같습니다. 발이 허공위로 둥둥둥.
후회는 없답니다. 누군가 이랬죠. 인생 뭐 있냐. 맞습니다. 인생 뭐 있습니까. 꿈이 있으면 하면 되는 거고 밥을 먹고 싶으면 밥을 먹으면 되죠. 웬 밥이냐구요? 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전 지금도 방송 모니터를 하면서 작문을 하고 오늘은 어떤 드라마를 써볼까 펜을 굴리고 있습니다. 아직 확실히 끝나지 않은 싸움때문이기도 하지만 내가 최종 합격을 한다해도 이런 습관이 되어버린 생활은 계속 될 것 같네요.
어쨌든 더운 여름. 없는 돈에 정장까지 사서 최선을 다해 예쁜 모습 보이는 나름대로 최소한의 예절을 지키려고 노력했고 거기다 스타킹까지 신었던 저. 사실 치마는 잘 안입어봐서. 어색했는데 엄마는 오늘 증말 이쁘다고 하시면서 버스 정류장까지 따라오셨었죠.
면접 본 이후. 며칠 마음을 못잡았었는데 전 다시 예전처럼 pd 시험을 보기 위해 스파책과 논술,작문,모니터링, 기획안과 씨름하며 더운 여름 날을 보내고 있답니다.
저는 후회는 없습니다. 그리고 참으로 행복합니다. 어제 전화 온 한 친구. 푸드스타일리스트가 되겠다던 친구였는데 준비하다가 지쳐서 결국 학원 강사가 되었습니다. 그 친구가 학원 강사 생활에 지쳐간다며 푸념을 늘어놓았습니다. 그 친구는 자신이 만든 빵을 저에게 제일 먼저 먹어보라고 했었습니다. 초콜릿 케익에 호두파이. 그 친구 양식, 한식, 제과제빵 자격증 딸때마다 전 그 친구 마루타였는데 그때가 참 그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전 행복합니다. 전 제 꿈을 이룰 수 있는 문턱까지 왔으니까요. 최종합격 발표가 제 드라마 pd로 향하는 꿈을 멈출 수는 없을 것입니다.
드라마 pd가 힘들다구 작년 여자 pd분 한분이 그만두셨다고 하시는 면접관님 말씀에 전 이렇게 대답했답니다. 저희 고등학교 가사 선생님 말씀이 여자가 아이를 낳을때 기차가 배위로 지나가는 고통이라고 하셨습니다. 여자가 그런 고통도 견디는데 저는 견딜 것입니다. 어쩌구 저쩌구....생각이 잘 안나네요.
드라마 pd가 되는 길에 최종합격 발표도 여자라는 내가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장애요인도 길가에 있는 돌부리에 불과합니다. 그냥 넘든지 밟고 지나가든지 아니면 뽑아버리든지 하면 되니까요.
여러분~~더운 여름. 땀 흘린 대가는 분명있을거예요. 그쵸?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달립시다. 삼순이 마지막 회에 제목이 이렇죠.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계속 달려라. 한번도 넘어지지 않은 것처럼' 우리에겐 아스팔트보다 더 뜨거운 꿈이 있잖아요.( 너무 진부한 표현인가? 나의 고질적인 병-어휘부족 ^^)
첫댓글 글 잘 읽었습니다. 땀을 흘린 대가는 반드시 돌아오게 마련이라고 하더라구요.
^^ 애쓰셨어요...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래요...
고맙습니다. 저도 꼭 후기를 썼으면 좋겠습니다. ^^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아요. 웃음, 감동, 재미, 교훈 다 있는데요?^-^ PD되시면 드라마 꼭 챙겨볼게요, 성함이???????^-^ㅎㅎ
참 마음이 따뜻하고 아름다우신 분이네요. 정말 멋집니다. 삼순이를 능가하는 멋진 드라마를 만드실 날이 꼭 올 것이라 믿습니다. 끝까지 달려보자구요!!!
고맙습니다. 제 이름은 제 아이디와 같답니다. ^^ 여러분들도 멋지십니다. 역시 칭찬은 고래도 아니 피래미(?)도 춤추게 하나봐요. 응원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멋진 드라마 만들기 위해 여러분들도 꿈을 이루기 위해 달려봅시다. 끝이 어딘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같이 시험본 사람입니다. 굉장히 얌전해 뵈더니 면접 장에선 너무 활발하고 열정적이어서 놀랐답니다. 수고하셨다는 말을 제대로 못하고 나왔네요. 정말 수고 하셨구요. 저는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안나고 횡설수설한 기억만.. 그래도 혜성님은 강한 인상을 남기는 데는 성공하신 듯 해요. 건투를 빌어요!
그 두분 중에 누구신가요? 꾼님은 아니신 것 같구 라디오 pd지원하셨던 분. 말 또박 또박 잘하셨던 분이군요.아마 그런 것 같군요. 회흐님도 건투를 빌어요. ^^
안녕하세요? "꾼님"입니다. ^^ 제게 이상한 예지능력같은 것이 있는데요, 면접장을 나오면서 문득 제 양쪽 두분중 한분이 왠지 여기에다 후기를 쓸 것 같다는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아니나다를까 오늘 아침에 이렇게 혜성님의 글을 보게 되었군요. 사실 "중간에 앉은 아저씨같은 분, 웃길려고 엄청 노력하더라"이렇게 묘사
될 까봐 내심 걱정했었는데.. 과찬의 말씀을 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혜성씨는 아직 어리시고 가능성도 많으시니까 그 열정 잃지 마시고 끝까지 전진하세요. 앗! 그리고 회흐님~ 면접들어가기 전에 저보고 "어려보이세요"라는 말 해주셔서 정말 맘이 편해졌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꾼님~ㅋㅋ 되셨죠? 축하해요. 저는 떨어졌답니다. 실망 안하려구 했는데 인간인지라 실망이란 것을 하게 되네요. 그래도 잘 추슬려야 또 내 드라마 방송될 그날을 위해 달리죠. 그리고 저 어리지 않는데...^^ 아무튼 꾼님~꼭 마지막까지 파이팅! 저도 파이팅!
합격한 것만해도 기분 좋은 일이지만 혜성님같이 순수한 열정을 가지신 분과 같이 면접봤다는 사실에 더 기분이 좋네요. 이 바닥에서 구르다 보면 어떻게든 또 보게 될 일이 있겠죠? ㅋ 파이팅~ (그나저나 혜성님 스타됐던데요? 이야기 꺼내니까 다들 "아~ 혜성이라는 사람?"이라고 물을 정도로 이미 유명해졌더군요.^^)
정말 글을 재밌게 잘 쓰시는 것 같아요.. 꼭 훌륭한 피디님이 되실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와,, 소름이 쫙 돋아요,, 언젠가는 꼭 하고 싶은 일 하실겁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