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반, 우려 반 논란 속 ‘수능 체제 개편안’ 짚어보기

[신현주]

기대 반, 우려 반 논란 속 ‘수능 체제 개편안’ 짚어보기

여러 변화를 겪어온 수능이 또 한 번 진통을 겪고 있다. 새 교육정책을 놓고 수많은 갑론을박도 오간다. 하지만 달라진 입시 제도를 잘못 이해하면 결국 고생하는 건 우리 아이들이다.
수능 체제 개편안을 둘러싼 학부모들의 생각과 길잡이가 되어줄 입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수능 시험 2회 실시, 응시 과목 축소, 국·영·수 수준별 시험. 지난 19일 중장기대입선진화연구회가 발표한 2014학년 수능 개편 시안의 골자다. ‘20년 만의 대수술’이라 일컬어지는 이번 개편은 고교 선진화(학점제·수준별 수업)와 입학사정관제 확대 정책과 같은 맥락에서 추진돼온 것으로, ‘공교육 중심과 수험생 부담 완화’가 목표다.
또 국·영·수 세 교과를 수준별로 편성하고 지나치게 세분화된 교과목을 유사 분야끼리 통합하는 2009 개정교육과정이 내년 고교 1학년에 적용되는 바, 이들이 2014학년 수능에 응시하므로 이에 맞춰 수능 체제를 개편한다는 게 그 취지다. 발표된 개편안에 대해 학부모들의 마음은 기대 반 우려 반. 이에 따른 부작용은 없을지,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적잖이 혼란스럽다.

수능 2번 기회의 의미

무엇보다 학부모들이 반색하는 부분은 수능 시험 2회 실시. 단 한 번 시험으로 대학을 결정하는 것보다 수험생들의 압박감을 덜어주는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위권 이상이면 시험을 두 번 모두 치를 텐데 오히려 수험 부담을 가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1994년 수능 첫 세대로, 복수 수능 시험 체제에서 수능을 치렀다는 김수경(35)씨는 “난도 조정에 실패하면 한 번 보나 두 번 보나 별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수능 시험이 어느 기준을 정해 합격, 불합격을 가른다면 시험 기회를 한 번 더 준다는 게 의미 있지만 상대평가인 현행 체제하에서는 두 번 시험을 보아 잘 본 성적을 대학에 낸다고 해도 수험생들 간에 유·불리 문제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최재은(40·서울 송파구 방이동)씨도 “난도 조절에 실패하면 우수한 학생을 뽑으려는 대학들은 논술이나 면접시험을 강화할 텐데 아이들의 부담이 이중 삼중으로 커지지 않겠느냐”고 걱정했다. 심지어 수준별로 치를 A·B형을 모두 준비하다 막판에 선택하는 양상도 보일 수 있을 터. 수능 시험 2회 실시가 과연 아이들에게 득일지, 실일지. 부모들의 마음은 오락가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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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시험 2회는 합리적, 논술 영향력 커질 듯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 연수국장인 배명고등학교 채용석 교사는 “평소 모의고사 성적과 수능에서 다른 성적을 내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다. 수험생들이 자기 실력을 정확하게 규명할 수 있다는 면에서 시험을 두 번 보고 그중 좋은 성적을 쓰는 건 일정 정도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수능 초창기에 복수 시험을 실시했다가 두 번째 시험을 너무 어렵게 내 난도 조절에 실패, 1년 만에 1회 체제로 돌아간 예전과 달리 심각한 난도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 당시는 원점수 체제였지만, 개편되는 수능은 백분위 대비 변환표준점수 체제(32페이지 참조)기 때문이다. 이 체제가 적용되면 수험생들의 영역별 변별력도 달라질 전망. 현행 입시에서는 수험생들의 분포가 최상위권은 적고 중위권 이하부터 인원이 크게 늘어나는 구조여서 수학을 잘하는 학생들의 표준점수가 크게 유리한 시험 제도였으나, 백분위 대비 변환표준점수로 바뀌면 이른바 등수로 점수를 매기기에 수학 잘하는 학생들의 표준점수 상의 유리함은 없어지고 상대적으로 중·상위권 학생들이 유리해진다. 단 백분위는 점수 폭이 좁기 때문에 동점자가 많이 발생해 학생들 간 수능 점수 격차가 낮아질 수 있어 상·하위권을 막론하고 논술의 영향력은 커질 수 있다는 진단이 우세하다.

결국은 국·영·수?!

국·영·수 수준별 시험을 교과서 범위 내에서 출제하겠다는 게 개편안의 핵심. 게다가 시험 과목 수도 줄이니 사교육도 주춤할 것이라는 게 교과부의 기대다. 하지만 사교육이 맹위를 떨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불거진다. 고1, 중2 남매를 둔 김선정(43·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씨는 “시험 과목이 줄어들고 국·영·수 위주가 되면 최상위권 경쟁은 바늘 끝 싸움이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특히 사탐·과탐 같은 암기 과목의 경우 1차 시험을 본 뒤 2주 내에 단기 정리를 할 수 있으니 족집게 과외를 비롯한 사교육이 성행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중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최다희(39)씨 의견은 좀 다르다. “아이가 국어 과목을 어려워해 걱정이었는데 A형을 치르면 되니 한시름 놨다”며 “사교육은 이러나저러나 존재할 테고 어차피 국·영·수는 지금도 열심히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아이가 잘하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의견을 보탰다. 역기능과 순기능이 공존하는 국·영·수 수준별 시험, 입시 전문가들은 어떻게 해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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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집중으로 불필요한 사교육 줄여야
국·영·수 수준별 시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2009 개정교육과정을 알아야 한다. 개정교육과정의 특징은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을 빼고 공통교육과정을 운영, 단위 학교의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재량권이 대폭 확대된 것. 채용석 교사는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이 싹 빠진 상황에서 각 고등학교의 공통분모인 국·영·수 과목의 수준별 출제는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투스청솔평가연구소 오종운 소장은 기본형 A, 심화형 B에 대한 선택의 문제도 바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수준별 시험을 치르는 방안은 6가지 조합. 국·영·수 순서대로 AAA, AAB, ABA, ABB, BAA, BBA 형태다. 1차 때 이중 한 조합을 고르면 2차에서 특정 과목을 다른 수준 시험으로 바꿀 수 없다. 상위권 수험생들이 선호할 만한 국어B·수학B 동시 응시가 불가능해지니 과열 경쟁을 막을 제어장치는 있는 셈이라는 것. 무엇보다 오 소장은 국·영·수 수준별 시험을 수준을 정한다기보다 ‘적성을 파악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것을 당부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을 선택, 집중해서 공부하면 오히려 불필요한 사교육비를 경감할 수도 있다는 게 오 소장의 견해다.

Tip

2014학년 수능 시험 개편안 골자
·보름 간격으로 11월 두 차례 수능 시행
·2회 응시 후 과목별로 좋은 성적 제출 가능
·국·영·수는 쉬운 A형과 현 수능 수준의 B형 중 수준별 선택 응시
·사회탐구 6과목, 과학탐구 4과목, 직업탐구 5과목으로 축소 조정
·사회·과학·직업탐구 영역 중 1과목만 선택 응시
·제2외국어·한문은 존속 여부 논의 중
·수능 표준점수의 대안으로 백분위를 활용한 변환표준점수 체제 제시


표준점수 vs. 백분위 변환표준점수제

표준점수
평균과 학생의 원점수의 차이(편차). 시험이 어려워 전체 평균이 낮은 수학 같은 영역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면 표준점수는 크게 높아지고 반대의 경우는 크게 낮아진다. 선택과목이 많은 수능에서 어려운 과목을 선택한 학생들이 총점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나, 영역별·과목별 난도에 따라 점수 차가 너무 크게 나는 등 다양한 문제점을 노출해왔다.

백분위 변환표준점수제
영역별·과목별 난도에 관계없이 등수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는 형태. 1등부터 100등까지 나눠 등수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기 때문에 각 과목 만점자는 모두 동일한 점수를 받는다. 표준점수제는 똑같이 만점을 받았다 하더라도 수리 영역 만점자와 언어 영역 만점자는 점수 차가 15점 이상 나기도 하지만, 백분위 변환표준점수제는 수리 영역 만점자와 언어 영역 만점자가 똑같은 점수를 받는다.

당장 코앞에 닥친 고교 선택은 어떻게?

옳고 그름을 떠나 변경된 입시 정책에 최초로 적용되는 현 중3 학생들과 부모들은 상당히 부담스럽다. 고교 진학을 코앞에 둔 시점이니 바뀐 입시 제도가 누구보다 고민스러울 밖에. 중3 딸의 진로를 외고로 정했던 황수연(42·경기 용인시 동백동)씨도 같은 입장. “전체적으로 수능의 비중이 약화된 시점에 내신의 불리함을 안고 특목고에 가느니 차라리 일반계 고등학교에 진학해 내신 관리를 잘하는 것이 향후 대입에 대처하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반면 특목고를 접고 일반계 고등학교로 아이의 진로를 틀었던 한은경(43·서울 동작구 흑석동)씨는 “상황이 이쯤 되니 오히려 국·영·수 과목을 심화해줄 여건이 되는 특목고가 나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든단다. 개편안 발표와 동시에 많은 학부모들이 가장 염려스러워 하는 건 일선 고교에 개편안을 수용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과정이 준비되었느냐는 부분. “수준별 수업을 위한 교과 교실제 활성화 등 일선 고교의 교육과정 개편이 정착된 후 수능 개편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당장 내년부터 모든 학교에서 이 부분을 준비해줄 수 있냐”는 게 학부모들의 한결같은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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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전형 다양화… 고교 특성&진로 고려해야
대학 입시의 큰 축인 수능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니 상대적으로 대학별 고사, 내신, 비교과가 중요해질 터. 이 말은 ‘수능’ 외에 대학으로 가는 길은 현재보다 폭넓어진다는 뜻도 된다. 따라서 “특목고냐 일반계 고등학교냐를 결정하기보다 진학할 고등학교의 특성과 진로를 명확히 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오종운 소장은 강조한다. 일례로 80단위 이상을 전공 교과에 투자해야 하는 외고는 일반계고보다 대입에서 불리할 수도 있다는 얘기. 완전히 적성이 정해졌다면 특목고, 아니라면 일반계고나 자율고에 진학하는 게 유리하다. 또 어느 고등학교를 진학하든 내년부터는 학교별로 2009 개정교육과정 시스템이 마련, 학교 측에서도 대학 입시 변화에 따른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를 적극 반영할 거라는 얘기도 새겨둘 만한 부분이다.

1995년생 아이들 ‘마루타’ 되지 않길

입학사정관제와 수시 전형이 크게 확대되는 등 현 정부 들어 자주 바뀌는 입시안. 이번 개편안도 2년 만에 대폭 바뀌는 것이다. 정부의 교육정책 방향에 따라 새 제도의 수명은 또 달라질 수 있을 터. 2014년 대입에 개편안을 시행해보고 몇몇 문제점으로 꼽히는 부분들을 그 다음해에 또 바꾸면 “현재 중2, 중3 연년생 형제를 키우는 집은 대략 난감”이라는 장명희(41·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씨의 얘기가 현실성 없지도 않다. “백년지대계인 교육정책을 바꿀 때는 공청회를 통해 여론 수렴을 하고, 시행 시기도 여유를 가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이번 수능 체제 개편안이 아이들을 위한 긍정적 변화로 자리 잡았으면”하는 게 부모들의 한결같은 바람. 바뀐 입시 제도에 대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부모들의 공통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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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에 충실하라!
입시 전문가들은 “수능 체제가 바뀌더라도 수능 공부 방법에는 큰 변화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B형은 현 수능과 비슷한 수준이고, A형은 기초 수준이지만 수능 자체가 교과서를 암기하는 식으론 풀 수 없기 때문. 지금과 마찬가지로 문제 해결력을 기르는 공부 방법이 2014학년 수능에서도 유효하다. 단 논술의 영향력이 커지고, 영어 문제의 50퍼센트가 듣기로 출제되니 평소 논술과 영어 듣기평가 학습을 꾸준히 해두는 것이 좋다. 일선 학교의 한 진학 전문 교사는 “이번 개편안에 대해 여론 수렴 과정이 있을 예정이므로 지나치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며 “제도 개편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도 충분하게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