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일기

[버들치]

오전...
비가내려 바깥놀이를 못하니 딱하다.
아들놈들의 에너지는 언제나 하늘을 찌른다.
어제 재미났던 상민이의 친구는 댓바람부터 연짱 전화를 한다.
"버들치...10시까지 못기다려요.
지금가면 안되요?"
ㅎㅎㅎ 세번을 거니 거절을 못하겠다.
"그래 와~~조심해서..."서둘러 세수하고 잠옷을 갈아입는다.
셋이 집안에서 전쟁을 하길래 우산을 챙겨들고 집을 나선다.
"가자~~이런날은 도서관에서 책빌려다 부칭개먹으면 딱이여."
애들 학교는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라서 비가와도 상관없다.
비맞은 자작나무의 백색이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교장선생님이 학교 여기저기 나무며 꽃이며 많이도 심어놓으셨다.
난 사실 이걸보고도 이사를 결심했다.
현관앞 작은 인공연못에 부들과 옥잠화도 이쁘다.
각 층마다 작은 실내화단을 만들어 야생화를 제법 심으셨다.
도서관에서 1시간 30분정도 책을 보니 점심시간이 되었다.
눈만뜨면 책부터 잡는 상민이를 보고자란탓인지
상진이도 떠듬거리며 책보기를 즐겨한다.
요즘은 거의 만화책을 보지만...
두놈은 신났는데 큰놈 친구는 답답하고 싫증이 나서 집에가자고 조른다.
그래도 상민이가 고양이학교라는 동화책 한권을 다볼때까지 참아준다.
나도 오랜만에 동화책한권을 다보았다.
내 나이 10살이라는...
눈높이를 맞추려면 애들 생각을 읽어야한다.ㅎㅎㅎ
점심은 떡볶이와 호박부칭개를 해먹었다.
동네 친구들까지 불러서 한바탕 .
역시 함께 먹어야 맛나다.

거의 아들네놈이 마루 소파에서 전쟁놀이를 한다고 총을 들고
난리가 났다.
소릴 지르며 그만하라해도 들리지도 않나보다.
아들데리러 온 엄마가 그 모습을 보고 거의 기겁을 한다.
"ㅎㅎㅎ 냅둬~~정말 재미있나벼..."

이사하고 죄 빨아놓은 얻어온 소파가 부서질 판이라 더이상은 안되겠다.
"얘들아~~영화보러 갈래?"
비오는날 실내에서 놀아야하니 별수가 없다.
집근처 영화관을 보아놓은 터라
몇년만에 우리아들놈들은 호강을 하게 되었다.
애니매이션 '카'를 보러갔다.
난 그동안 장을 보기위해 팝콘을 쥐어주고 의자에 앉히고 자리를 뜬다.
영화관에서 남들 다 먹는 팝콘타령을 하는데
그것도 추억이라는 생각이 들어 흔쾌히 사준다.

비오는날 장바구니들고 고무신을 신고
시내 노은동 한복판을 누빈다. ㅎㅎㅎ
예전 목화손 틀어 이불솜을 만들던 집을 찾아가니 아직도 그자리다.
반가웠다.
며칠전 애들 침대 매트리스 커버를 보러갔는데
홑겹에 수표 한장을 달라더라.흐미~~브랜드는 무서버...

누벼서 만든 순면 매트리스커버가 딱 절반값도 안되더라.
내 특이한 패션에 주인아줌마가
"진짜 편한 바지 입으셨네요..."하더니
내 얼굴이 문득 생각났다보다.
"어머...기억하시네요.
이 동네로 다시 이사 왔어요"ㅎㅎㅎ

얼마전 은행갔을때도 경비서는 총각이 알은체를 해서 반가웠다.
아직도 장가 못갔다고 함시롱...

장을 봐다 집에 놓고 아이들을 챙기러 영화관으로 가니
네놈이 달려나온다.
"진짜 재미있다..."
팝콘에 콜라 사달라고 조를까 집에서 컵이랑 물이랑 가져간걸
하나씩 쥐어주고 챙겨나오라 했더니
컵을 하나씩들고 팝콘쓰레기를 챙겨 달려나오는 모습이 우습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잘 보냈다.
둘째놈이 그런다.
"엄마 이사오니까 좋은것도 많네..."
"그래도 추동에 집 나오면 빨리 이사 다시 가자" 허걱~~

[하늬아줌마]

버들치님 생활이 눈에 보이는듯~애들방학이면 엄마들 고생하지요 나이드니까 그것도 부러워요..

[풀씨]

오늘도 비 오는데 어찌 하실 셈인가요? ㅎㅎㅎㅎ 근처 개울 없나요? 비 맞으며 미꾸라지 잡으면 재밋을텐데...

[오늘은좋은날]

와, 멋진 엄마네요. 함깨 어울리고 놀아주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엄마는 최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