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 우리의 가락 동시조집 『수평선 먼 섬으로 나비가 팔랑팔랑』 전병호 (지은이),김혜원 (그림)도토리숲

[숲지기]

전병호 (지은이), 김혜원 (그림) | 도토리숲 | 2022년 5월

우리의 가락 동시조집

『수평선 먼 섬으로 나비가 팔랑팔랑』

전병호 (지은이),김혜원 (그림)도토리숲

함영연

『수평선 먼 섬으로 나비가 팔랑팔랑』은 독자들을 기꺼이 동시조의 세계로 초대한다. 시조는 우리 시가 문학의 뿌리이다. 이웃 일본은 하이쿠, 중국이 두보와 이백 등의 고전 시에 대해 자긍심이 크다면, 우리는 고유의 정형시 시조에 대해 민족문화의 긍지를 갖고 있다. 시인은 후손인 우리가 시조를 계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시인의 말에서 밝히고 있다. 그러기 위해 어릴 때부터 시조를 자주 만나게 해야 한다.

동시조는 아이들의 생활과 정서를 시조의 정형률에 맞춰 45자 안에 압축하여 함축적으로 내용을 전달한다. 동시조를 읊다보면 동심과 함께 행간과 행간, 여백, 리듬과 운율, 상상력을 함께 느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수평선 먼 섬으로 나비가 팔랑팔랑』 동시조집이 반갑다.

풀밭에 넘어진 동생 / 일으키려 달려가니 // 민들레와 눈 맞추고 / 방긋방긋 웃고 있 다.// 누가 더 예쁜 꽃이니? / 나비가 날며 묻는다.//(누구에게 앉을까 전문)

키 낮은 민들레는 허리를 굽혀야 자세히 볼 수 있다. 낮아져야 볼 수 있는 물상의 참된 가치를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형상화하고 있다. 민들레꽃은 지나가던 아기를 멈추게 하고 엄마와 잡은 손도 조용히 내려놓고 풀밭에 쪼그리고 앉아 들여다보게 하는 힘(민들레의 힘)이 있다. 민들레꽃을 바라보는 아이 꽃도 어여쁘기 그지없다.

나무는 비가 오면 / 우산을 꺼내들지// 하늘 높이 들어 올린/ 연초록 잎사귀 우산// 작은 새/몸을 떨며 와/비를 피하고 가지.// (나무 우산 전문)

비가 오면 우산을 꺼내드는 나무에 작은 새들이 찾아든다. 품어주고, 나눠주고 베풀어주는 나무의 심성이 오롯이 보인다. 우산 이미지로 대상을 은유하고 있으며 형식면에서는 종장의 3.5 자수율을 지키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입춘 지나 땅속에서/잠이 깬 풀씨는// 추워도 가장 추운 날/ 기다렸다가 싹이 튼다.// 그 래야 꽃샘추위도/ 이겨낼 수 있단다.//(풀씨 전문)

자수율을 벗어난 부분이 보이나 길게, 짧게 읊는다면 음보율을 살릴 수 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면서도 느껴지는 내면의 깊이에 나를 돌아보게 한다. 고통 앞에 유약하지 않고 단단해져야 한다는 걸 풀씨는 알려준다. 고통이 어디 꽃샘추위밖에 없겠는가. 풀씨는 가장 추운 날 싹을 틔워서 고통을 극복하는 탄력성을 지닌다.

『수평선 먼 섬으로 나비가 팔랑팔랑』 동시조집이, 이 땅의 아이들에게 우리 고유의 정형시인 시조에 대해 민족문화의 긍지를 지니게 하는 데 일조하리라 믿는다.

출처 : 생명과문학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