꺄오- 오늘은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요코하마 가는날!
준비를 마치고서 운동화를 신는 순간 발에 통증이 밀려온다.
오늘이 여행 4일째. 발은 부을대로 부웠고 너무너무 아프다.
애초에 엄마가 신으라했던 신발로 신었더라면 덜 아팠을텐데
끝까지 고집피우고 이딴 얄구진 신발을 신었으니 발이 아플수밖에..
(절대 컨버스 신고 가지마세요! 정말 발바닥 죽어나요..)
(되도록이면 푹신한 에어 들어간 신발이 좋을것같아요^^)
엄마도 나와 마찬가지로 아프겠지. 아픈티 내지말고 오늘도 열심히!
오늘은 좀 서둘러서 호텔을 나왔다. 역에 도착했을때가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니 평소에 비하면 한시간정도 서두른셈이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 가장 기대하던곳이 바로 요코하마이기 때문에^^
우리는 표를 끊기 직전까지 지유가오카를 들를것인가 말것인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지유가오카를 가는 특별한 목적은 없었다.
단지 예쁜 상점들과 예쁜 카페에서 차 한잔이 하고 싶은 정도?
하지만 지유가오카를 가기위해선 환승도 해야되고 복잡하구..
요코하마까지는 바로 가는게 있어서 편하구.. 시간도 아끼구..
그래 바로 내사랑 요코하마로 가는거다.
그래서 사쿠라기쵸행 표를 끊었다. 가격은 450엔. 정말 덜덜덜한 가격.
출근시간이 지난지라 전철안은 조용했다.
그덕에 피곤에 지칠대로 지친 엄마와 나는 앉자마자 잠이 들었다.
달콤한 잠에 빠져있던중 불길한 예감에 눈이 확 떠졌다.
전광판을 보니 요코하마역을 지나고 있었다!!!!!!!!! 이런..
엄마와 나는 당황해서 '어떡해어떡해'를 연발하고 있는데 방송에서
'이번역은 사쿠라기쵸,사쿠라기쵸입니다.' 맞다...
우리 사쿠라기쵸역에서 내리지. 하핫.. 정말 한번을 그냥 넘어가지
않는 우리 모녀^^ 자느냐고 헝클어진 머리를 정돈하며
엄마와 나는 애써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진정할 수 있었다.
드디어 사쿠라기쵸역 도착! 와우- 내리자마자 도쿄랑은 다른 느낌.
마치 첨단도시(?)에 와있는것같아..ㅆ..다.. (표현이요것밖에안되요ㅠㅠ)
도착한 시간은 9시 40분. 아직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거의 없다.
도쿄처럼 붐비지도 않고 북적거리며 시끄럽지도 않다.
엄마와 나는 우선 저멀리 보이는 벤치에 가보기로 한다.
와와와와와아아아아아아아아- 관람차 정말 입이 떡벌어지게 크다.
아직 아침이라 작동중이 아니었지만 정말 크고 예쁘고
태어나서 본 관람차라고는 에흥랜드에 있는 조그만것과 며칠전
본 오다이바 팔레트타운의 대관람차뿐이었는데..
에흥랜드에서 관람차 타면서도 덜덜덜 떨었는데 저걸 타면 난 죽어버리겠지?
도시 한복판에 이런 큰 관람차가 있다는게 정말 기발하고 특이한것같다.
앞엔 바다가 펼쳐지고 뒤로는 고층건물들이 가득하다.
내가 정말 꿈에 그리던 요코하마에 온것일까? 바다에 풍덩 빠져버리고 싶었다.(빠지든지)
저~기 사진을 찍고 계시는분은 중국관광객. 이른시간임에도 오셔서 사진을 찍고계신다.
사람이라곤 저분들과 우리뿐이라 좀 뻘쭘하긴 했지만 오히려 사람이 없으니 조용하니 좋았다.
벤치에 앉아 이른 오전의 한산한 요코하마를 실컷 느끼고 아까렝가창고를
가기위해 발을 돌린다. 어딘지 길은 잘 모르지만 해안선을 따라 무작정 걸어본다.
키샤미치. 예전에 증기기관차가 오가던 철교였던곳.
나무가 깔려있어 굉장히 분위기 있고 특이하고 예쁘고
여기서 보는 전경도 꽤나 멋지고 저녁에 이곳에서 야경을 보면 참
예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여기서 사진촬영도 했더랬다.
언제봐도 예쁜 대관람차. 아직 돌아가지 않아 심심하긴 하지만
그냥 보고있어도 너무 신기하고 예쁘고 저 뒤에 보이는 반달모양 호텔도 그렇고
요코하마에 온지 단 20분. 하지만 신기하고 즐거운것 투성이다.
요것이 바로 퀸즈스퀘어 오쿄하마. 똑같이 생긴 건물 세개가 통로로 연결이 되어있다.
요거 건물이 어째 좀 휘었다. 나야 워낙 가이드북이나 사진으로 많이 봐온곳이라
'음, 퀸스스퀘어네' 했지만 처음보는 엄마는 '와아- 저거 쌍둥이다,쌍둥이!'라며
신기해하고 즐거운 엄마를 보니 나도 기분이 업되서 너무너무 좋았다.
아까렝가창고 가는길에 본 정말 신기하게 생긴 호텔.
규모도 어마어마 하다. 이런 호텔에서 묵으려면 엄청시리 돈이 많이 들겠지?
가운데 뚤린 곳으로 저 멀리 아까렝가 창고가 보이기 시작한다.
가던길 우연히 마주친 강아지 한마리. 강아지라고 하기엔 너무너무 크지만..
일본에서 4일동안 정말 많은 개를 봤다. 특히 오다이바나 요코하마.
호랑이만한 개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도 굉장히 많았다.
일본은 애완동물 가격이 굉장히 비싼걸로 알고있는데 저만한 개를 키우려면..
이 강아지. 목걸이도 심상치가 않다. 사진으론 잘 표현이 되지않았지만
온통 큐빅투성이고 가죽도 음.. 단단한 근육으로 다져진 소가죽인듯했다.
정말 개팔자가 상팔자라더니. 난 한번 와볼까말까한 요코하마에서
넌 목에 큐빅을 두르고 아주 여유로히 산책을 즐기는구나.
드디어 내 눈앞에 뻘건벽돌창고가 나타났다. 횡단보도를 건너며 찍은사진.
'이게 정말 예전에 창고로 쓰이던곳이 맞나' 싶을정도로 너무 이국적이고 멋지다.
상상했던것보다 규모도 굉장히 크고 완공된지 거의 100년이 되어가는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잘 보존이 되어있어 또 한번 놀랐다.
아까렝가창고는 1호관과 2호관이 있는데 쇼핑몰과 레스토랑이 있는
1호관은 아직 한곳도 오픈을 하지 않은 상태다. 그래서 해변가로 가보기로 한다.
벤치에 앉아있으니 바닷바람과 냄새가 물씬 풍겨온다. 비록 물은 더러웠지만.
화요일 요코하마의 아침은 너무나도 평화로웠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강아지를 데리고나와 산책을 한다.
음- 저기 멀리 오삼바시터미널이 보인다. 어여 가보자.
4일째라 발이 너무 아파서 걷는게 너무 힘들었지만 그래도 해변가를 보며
걷는것도 시원하고 상쾌해서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터미널 가는길에 마주친 상점하나. 훈남 직원이 일찍부터 창문을 열심히
닦고있고 그 옆엔 또다른 훈남이 화분에 물을 주고 있다. 아.. 훈훈해.
레스토랑일거라 생각했는데 여긴 옷가게였다. 들어가보고 싶었으나 쑥스러워서..(모가..?)
가게 뒷편에서 한 할머니께서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계신다.
아.. 이할머니 그림실력이 굉장하셨다. 해변가를 바라보며 아까렝가창고와
미나또미라이 그리고 관람차를 그리시고 계셨는데 그림 굿굿.
요코하마는 참 자유로우면서도 조용하고 평화로운것같아 너무 좋다.
할머니가 그리시던 모습이 바로 요런 풍경이었다.
수상버스가 오가고있다. 사진실력이 꽝인 내가 찍어도 요렇게 멋있는데
좋은 카메라와 좋은 실력이 있는분이라면 아마 더더더더욱 멋있을것이다.
밤에 보면 정말 최고겠지. 밤에 또 여길 올수있으려나.
터미널은 너무너무 멋있는 곳이었다. 바닥이 나무로 되어있고 곳곳엔
잔디가 깔려있어 산책이나 피크닉을 하기엔 너무 좋은곳이었다.
터미널에 도착했을때 마침 무척이나 큰 호화여객선이 도착한 직후였다.
자세히 보면 파란색 옷을 입은 두명의 사람이 있는데 이 배.. 정말 크다.
배앞엔 수많은 집들이 수북히 쌓여있고 덕분에 세계각지 외국인들을
만날수가 있었고 그래서 더욱 이국적으로 느껴졌다.
앗, 저 멀리 한국말이 쓰인 팻말을 든 아줌마들이 여럿 보인다.
오늘 무슨 공연이라도 있는건가? 엄마와 나는 잽싸게 달려가봤다.
이분들의 정체는 요즘 급부상중인 한류열풍의 주인공(?) 소지섭의 팬분들이셨다.
(제가 쓰면서도 민망하네요..)
난 슬금슬금 다가가 '저기.. 지금 뭐하고 계시는거에요?^^'라고 물었고
이분들은 갑자기 꺌꺌꺌꺌 웃으시더니 '우리 소지섭씨 퐌이에요~'라며
이번에 소지섭의 군제대를 위해 축하동영상을 찍는중이라고 하셨다.
옆에서 엄마가 '소지섭 공익아니야? 제대는 무슨.. 맨날 출퇴근하자녀.'라고..
'이분들은 소지섭이 공익인지 모르는가부다..'라고 답하고
정말 일본의 이런분들을 만나는게 처음이라 신기한듯 보고있었다.
한 아줌마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수고하셨습니다'가 순서가 어떻게 되냐구 물으신다.
이분들 처음에는 '수고하셨습다니' 요렇게 서계셔서 얼른 자리를 바꿔드렸다.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아주 흥쾌히 허락해주셨고 쑥스러우셨는지
'우리들.. 바보아줌마처럼 보이죠?'라며 웃으신다.
뭐.. 이런분들을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도 많지만 내가 보기엔 적극적이고
자신이 하고싶어서 하는일이고 또 굉장히 열정적이어서 좋아보였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이분들의 메세지.. 굉장히 서툰 한국어로
'소지섭쒸. 제대 느무느무 추카해여~~ 오빠 느무느무 보고시포쏘요.
소지섭쒸. 느무느무 살람해요~ 꺄아아아아아아아아~'
그 멘트를 듣는순간 나와 엄마는 자지러질수밖에 없었다..
근데 갑자기 우리 곁으로 다가오는 한 중년의 아저씨.
대뜸 명함을 주시더니 '오레.. 최진희씨 환데스'란 말을 하신다.
처음에는 최진실씨 팬이라는줄 알고 '아아~ 최진실데스까?'
요랬더랬다. 근데 그분의 명함을 보니 뒷면에 가수 최진희와
찍은 사진이 떡하니 붙어있다.
이분 갑자기 최진희의 '사랑의미로'를 부르기 시작한다.
어쩔줄 몰라하던 엄마는 어느새 그분과 하나가 되어 사랑의미로를 부르는중..
이분.. 1절을 다 불렀더랬다. 노래가 끝나고 이분은 최진희 팬이셔서
미사리를 자주 가신다며 최진희 노래 너무 잘한다고 열변을..
얼떨결에 일본아저씨와 사랑의미로를 부른 엄마는 황당해했지만 무척이나
즐거워하는 눈치였다. 여행하면서 유명한곳을 보는것보다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교류를 하는것이 가장 즐겁고 기억에 오래 남았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소지섭을 열렬히 응원하던 아줌마들과 사랑의미로를
유창한 발음으로 부르시던 아저씨는 잊지못할것같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악소리-. 위를 보니 헉 뮤직비디오 촬영을 하고있다.
근데 왜 주위에 사람이 하나도 없지. 아무래도 유명인이 아닌가보다.
찍으면 안될것같아 밑에 숨어서 몰래몰래 찍었더랬다.
솔직히 노래도 없이 기타를 치며 표정연기를 하는게 어찌나 웃기던지..
나중에는 막 반팔이랑 나시로 갈아입고 오더니 아주 부담스런 표정을..
엄마와 나는 아무곳에 털썩 앉아 한국에서 챙겨온 식혜를 마셨다.
아.. 넓은 바다와 미나또미라이를 보며 마시는 그 인스턴트 식혜가 어찌나 맛있던지.
지금도 그 달콤하고 시원한 식혜의 맛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음-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엄마와 나는 다시 발걸음을 돌린다.
차이나타운을 찾아가는길. 길거리에는 이국적인 레스토랑이 꽤나 많고
많은 사람들이 브런치를 즐기고있다.
한 카페를 지나가면서 맡았던 달콤한 캬라멜팝콘향이 너무 그립다.
길거리에서 음료수를 홍보하고있던 예쁘장한 언니들.
차가 너무 특이해서 사진촬영을 요청했고 흔쾌히 포즈를 취해주셨다.
아무리 봐도 왼쪽분 이윤미를 닮았고 오른쪽분은 권은아를 닮았다.
이 예쁜 언니들은 우리에게 시원한 음료수를 한개씩 주셨다.
주시는것까진 좋았으나 따주시기까지..이 추운날 아이스박스에서
금방 꺼낸 탄산음료를 마시는건 너무 곤욕이었기에..
하지만 고맙게 인사를 하고 돌아서서 잽싸게 벤치에 앉아 빈 페트병에
음료수 두 캔을 옮겼더랬다. 참 이 알뜰정신은..
이 음료수 하루동안 정말 유용하게 잘 마셨다!
굉장히 번쩍번쩍 빛나던 건물. 차이나타운 가는 길인데 아까 오삼바시
터미널에서 보던 풍경과는 굉장히 다른 모습이다.
건물들이 빼곡히 늘어서있고 무척이나 비싸보이는 차들이 빠르게 달린다.
굉장히 쉽게 차이나타운 도착. 오늘 왠일인지 길이 참 순조롭게 찾아진다.
우리옆으로 지나가던 굉장히 예쁜 버스.
'あかいくつ'라고 쓰여있는데 빨간구두버스인가?^^;
걸어다니는게 너무 힘들어서 우리도 버스를 이용하고싶었으나
방법을 몰라서 한번도 타보지를 못했다.
요코하마의 차이나타운은 우리나라에 비해 좀 규모가 크고 굉장히 북적거린다.
굉장히 중국스럽게(?) 생긴 식당들이 빼곡히 늘어서있다.
여기선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군밤을 팔고있는데 한국사람인걸 딱 알고
'맛있어,맛있어'라며 손에 군밤 하나를 쥐어준다.
한국에선 2천원이면 사먹을 군밤이 여기선 굉장히 비쌌던걸로 기억한다.
대부분 팔고있는것이 만두였는데 만두 하나의 가격이 500엔.
크기는 엄청 컸지만 만두치고 만만치않은 가격.
우리옆으로 지나가던 한 한국인 아줌마가 '저거 먹느니 밥을 사먹고말겠다.'라고한다.
엄마도 '저거 하나가 500엔이야? 그돈으로 차라리 밥을 사먹지'라고
1분전에 말했는데 역시 한국 아줌마들의 마음은 다 똑같은가보다.
그래서 내심 만두가 먹고싶었던 나는 차마 말을 하지 못했더랬다.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몰려있는곳. 간판에 떡하니 '중국요리챔피온'이라 쓰여있다.
한국에서 맛집이라고 알아온곳들에 여태까지 전부 깜빡 속은지라 이곳 역시
의심이 되었지만 속는셈치고 그냥 사먹어보기로 한다.
이 만쥬는 한개에 90엔. 크기는 나에게는 한입정도 될것같고 녹차맛이 난다.
하지만 맛은 쉐...ㅅ이었다. 내 이럴줄 알았어. 90엔짜리가 맛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냐만은.. 그래도 요건 아니잖아..
이 익숙한 의상.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열풍이었던 이 옷.
일본에서도 이소룡 츄리닝이 유행인가보다. 사이즈가 너무 귀여워.
사람들로 무척 북적이던 관제묘. 입구에서부터 향이 코를 찌른다.
모기향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냄새가 너무 좋았다.
길거리에 놓여있던 인력거. 영업을 하는건지는 모르겠으나 이 날 인력거를
타는 사람은 한명도 보지못한것같다.
점심시간이 다 되어 식사를 어디서 할까 고민을 하며 차이나타운을 전부
돌았지만 중국음식을 워낙 싫어하는 엄마는 어느곳도 선택하지 못했다.
난 한번쯤은 중국코스요리가 먹어보고싶었으나 어제는 내가 먹고싶은걸로
먹었으니 오늘은 엄마뜻대로 따라주기로 했다.
그래서 아까 아까렝가창고에서 보았던 괜찮은 레스토랑으로 결정.
귀여운(??) 우리모녀는 점심을 하기위해 다시 아까렝가창고로 갔다.
지금 생각하면 참 무모하고 엉뚱하고 쌩뚱맞은 짓이었다고 생각한다.
아이고..발바닥아.. 컨버스를 신고서 4일을 버티는건 정말 무리!
(정말 절대로 컨버스 신고 여행가지 마세요. 전 죽을뻔했어요..)
또다시 아까렝가창고에 도착했고 아까 봐두었던 레스토랑으로 갔다.
이곳 런치세트의 가격은 1080엔. 1080엔에 메인메뉴와 음료 그리고
수프나 크레페중 하나를 택할 수 있었다. 차이나타운에서 잘못
선택해서 실패를 하느니 그나마 저렴한 가격에 안전한 메뉴라 생각했다.
하지만 주문을 하기까지의 과정이 너무나도 힘이 들었다.
알바생과 서로 어찌나 말이 안통하던지 메인과 음료, 디저트를 고르는게
너무너무 힘이 들었다.
음식이 나오기까지 기다리는동안 엄마와 나는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안에서 먹을수도 있고 밖에서도 먹을수있게 되어있는데 이 날 햇빛이 너무
좋았으므로 밖에서 먹기로 결정. 다행이 유리벽으로 막아져있어 바람은 들어오지않는다.
드디어 식사가 나오고 원래 식당가면 쑥스러워서 사진을 잘 못찍는데
너무 먹음직스러워서 언넝 찍었다. 이건 엄마가 주문한것.
정체불명의 음식이라 뭐라 말은 못하지만 굉장히 맛있어보였다.
저 수프는 아마 감자수프인듯했는데 굉장히 맛있었고 커피는 보나마나 뷁.
소세지가 오동통하게 톡 터지고 둘러싸고 있는건 뭔지는 모르겠으나
고소하고 쫄깃했다. 수북하게 담겨나오는 상추샐러드도 굉장히 새콤했다.
요건 내가시킨것. 이건 더더욱 정체불명의 음식. 사진도 보지못하고
고른 메뉴라 그냥 아무거나 고른건데 이것도 특이하고 새콤하고..또 먹고싶다.
똑같은 반죽에 토마토와 채소가 가득 들어가있고 그위엔 파마산치즈가 가득
그리고 얇은 정체불명의 고기가 올려져있다. 반죽을 조금 잘라서 채소와
고기를 같이 싸먹는건데 요거요거 고소하고 참 맛있었다.
바닷가를 보며 먹는 점심은 굉장히 분위기 있고 꿀맛이었다.
사진은 없지만 난 디저트로 크레페를 선택했다.
메인에 있는 똑같은 반죽위에 메이플 시럽과 바닐라아이스크림이 올려져있는데
좀 많이 달긴했지만 따뜻한 반죽안에 시원한 아이스크림이 너무 좋았다.
우리의 바로 옆옆 테이블에 정말 훈남훈녀 커플이 바싹붙어 햄버거를
먹고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자꾸 그쪽으로 눈이 가는 바람에 남자랑
계속 눈이 마주쳤고 여자는 어느새 나를 야리고 있었다. (나도 관심없그든????)
아까렝까안은 굉장히 독특하고 예쁘장한 상점들이 가득하다.
가격이 심히 비싸다는게 흠이지만 예쁜 물건들이 너무나도 많다.
상점을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 엄마와 나는 아픈발을 부여잡고 쇼핑에 돌입!
한국이랑 똑같은 물건도 있고 생전 처음보는 신기한것들도 잔뜩이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든곳이 1층에 있는 모자가게와 몇층인지는 기억안나지만 팬시점.
모자가게엔 정말 독특하고 예쁘고 멋진 모자들이 많았는데 가격이...
'이 모자 진짜 웃기게 생겼다ㅋㅋㅋ'하고 비웃으며 든게 12000엔..덜덜덜..
살포시 내려놓고 엄마와 나는 도저히 안되겠어서 휴게실(?)로 질주했다.
(입구쯤에 유리막으로 되서 네모나고 빨간 큰소파 있는곳이 있어요.)
달콤한 아이스크림으로도 풀리지않는것 하나. 바로 발바닥 통증이었다.
통증은 최고의 경지에 다달았고 발바닥이 자기 좀 살려달라고 외치는것 같았다.
눈물이 찔끔 날정도로 아팠고 더이상 걷는건 무리란 생각이 들었다.
몹쓸 신발.. 엄마 앞에선 최대한 기운 내려 했지만 정말 너무너무 아프다.
그 당시엔 창피한것도 없었다. 나는 잽싸게 운동화를 벗고 발바닥을 막 때렸다;;
사람들 사이에서 발바닥을 주무르며 내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들..
'오기전에 운동도 좀 할걸.. 신발도 꼭 요딴걸 가져와가지고..'
'내가 이정돈데 엄마는 오죽할까나. 그냥 지금 도쿄로 가버려?'등등.
에휴.그래도 이대로는 못가지. 나는 다시 가이드북을 뒤적거렸다.
우리가 아직 안간곳은 야마떼와 모또마찌.
'엄마, 우리 야마떼 갈까? 솔직히 난 별로 안끌리는데..'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가보자.. 다리 많이 아포?' '아니..이제 괜찮다~'
그리해서 우리는 야마떼를 찾아 나섰다.
오늘만 이길을 몇번을 가는지 참. 차이나타운을 보러갔다가 점심을 하기위해
다시 아까렝까창고로 왔고 또 다시 야마떼를 찾아나선다.
몸뚱아리가 남아날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무조건 가보는거다!
야마떼 가는길에 야마시따공원을 거치게된다. 요코하마에는 참 많은 외국인이 있다.
내가 갔던 시간이 국제학교아이들의 체육시간이었는지 공원에는 각국의 아이들이
체육복을 입고 나와 달리기를 하고 있었고 얘네들의 대화는 영어, 쪼끄만것들이 참 유창하다.
난 요코하마의 그 이국적이고 조용한 느낌이 참 좋았다. 하지만 좀 심심한곳이기도 하다.^^
우연히 발견한 마린타워. 생각보다 정말 높고 크다.
이거 낮에보면 그저그렇지만 밤에 불이 켜지만 정말정말 예쁘다!
비록 저녁엔 너무 힘이들어서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요거요거 정말 신기하다. 컨테이너박스를 세워올려놓은건데 정말 크다!
이걸 참 어떻게 만들어놓은건지..저~기 보이는 아이들. 내가 말한 국제학교의 아이들이다.
티쳐가 하도 훈훈하시길래 부탁드려 사진도 찍었더랬다.
가는길에 발견한 우물. 한자를 몰라 비록 읽을수는 없었지만 링에 나오는 우물같았다.
꽤 깊었는데 속안이 시커매가지고 정말 뭐가 튀어나올것같았다.
가이드북을 열심히 보며 야마떼를 찾기위해 애쓰는 우리 어머니.
이 날 정말 많이 힘들었을텐데 나 하나라도 더 보여주려고 애쓰는
엄마가 너무 고맙고 또 너무 미안했다. 엄마 사랑해ㅠㅠ
꺄악- 드디어 도착했다! 뭐 확신은 없지만 건물들을 보니 왠지 야마떼스럽다.
얼른 가이드북을 뒤져보니 아 여기가 영국관이로구나!
그때는 생각도 못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왜 안들어가봤나 싶다.
영국관 앞에 있는 장미정원모습. 봄이라면 꽃이 활짝 펴서 굉장히 예쁠텐데
겨울이라 허허벌판인게 너무 아쉬웠다.
어딘지 자세히 기억이 나지않지마 아마 국제학교였던것같다.
야마떼의 건물은 하나같이 예쁘고 이국적이다. 나도 이런학교 다녀보고..싶..다.
여기가 예전엔 뭐하는곳인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은 카페로 이용되는듯했다.
사람이 없어 정말 조용하고 이런곳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차를 마시면
정말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아쉬우면 혼자라도.
이런 예쁜곳에서 함께 차를 마실 사람은 없지만 혼자 사진은 찍을 수 있다!
나한테 신경도 안쓰는데 사람들 앞에서 사진 찍는것이 괜히 쑥스러워
잘 찍지 못하는 나인데 야마떼엔 워낙 사람이 없어서 사진찍기가 너무 편했다.
우연히 발견한 대빵만한 나침반. 근데 이거 나침반 맞나?^^;
에이.. 나침반이든 나부깽이든 크게 상관없다.
야마떼엔 전부 이런곳이라 이름을 일일히 알기가 너무 힘들다.
그냥 예쁘다~하고 느끼면 그걸로 된거니 굳이 이름은 알 필요가 없다.(사실생각이잘..)
어쩜 이렇게 예쁘고 잘 관리했는지 정말 야마떼 안왔으면 큰일날뻔 했다.
워낙 다녀본곳이 없어 생전 처음 이런곳을 보는 나는 종일 눈을 똥그랗게 뜨고 다녔는데
엄마가 한국에도 대사관이나 영사관 사는곳은 요렇게 잘 해놨다가 하신다.
이건 아마도 그냥 가정집. 그냥 가정집이라고 하기엔 좀 거대한 가정집.
요코하마가 땅값이 굉장히 올랐다고 얼마전 티비에서 보았는데 이런 크고
좋은 집에서 살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돈이 있어야할까.
엄마가 옆에서 '아~ 정말 여기서 살면 너무 좋겠다~'고 은근 협박을 한다.
나는 '알았어. 나중에 돈 왕창 벌어서 요코하마에 딱 저만한 집 지어줄게.'라고
엄마의 장단에 맞추었다. 몸은 많이 힘들었지만 엄마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여행한다는것이 좋았다.
야마떼 111번관. 미국인 환전상이 살던 집이라는데 여기 정말 고급스럽다.
여기 직원분들이 지나치게 칼퇴근을 하셔서 들어가보지는 못했지만 2층 홀에선
베이비브릿지가 한눈에 들어올듯했다. 아 멋져라~
좀 더 안으로 들어가보면 이런 동네가 나온다. 작고 아담한게 어찌나 이쁘던지.
평일이어서 그런지 인적이 굉장히 드물었고 조용한 느낌이 너무 좋았다.
길을 묻기위해 저~기 작은 수퍼에 가보았는데 굉장히 친절하고 상냥한
할머니께서 운영을 하신다. 주인분이나 수퍼나 우리나라 구멍가게와 흡사하다.
이 작은 길에 집들이 빼곡히 들어있고 그 사이로 자동차들이 지나다닌다.
열심히 어느 한 집을 찍고있는데 초등학교 아이가 겁에 질려 집안으로 들어간다.
아마 하교하는길이었나본데 그 집은 그 아이의 집이었다. 내가 도둑인줄 알았나...
화장실에 간 엄마를 기다리다가 찍은 사진.
이 때가 4시가 조금 넘은 시간인데 벌써 어둑어둑해지며 노을이 지고있다.
확실히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해가 뜨고 지는시간이 빠르다.
그래서 더 하루가 짧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걷다보니 어쩌다 미나또노미에루오까공원에 오게되었다.
언덕에 위치해있어 항구와 마린타워, 그리고 야마시따 공원까지 보인다.
오다이바의 레인보우브릿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베이비브릿지.
요코하마에서 여태 그런 느낌을 못받았지만 전망대에서 바라보니
정말 항구도시라는것을 확실히 느낄수가 있었다.
워낙 바다를 좋아하는 나는 굉장히 고급스럽고 잘 짜여진 느낌의 오다이바도
물론 좋았지만 이렇게 바다냄새가 나고 분주한 항구도시가 물씬 느껴지는
요코하마의 베이비브릿지가 너무 좋았다. 전망대 난간에 매달려서
베이비브릿지를 바라보며 차갑게 불던 바람의 느낌은 지금도 생생하다.
여태 내가 여행을 거의 주도했었는데 왠일인지 오늘은 엄마가 더 적극적이다.
열심히 가이드북을 펼쳐보며 여기저기를 다 가보자고 하신다.
'이야.. 야마떼가 이렇게 좋을줄몰랐네. 아까렝까에서 시간 축내지말고
얼른 여기 왔으면 좋았을뻔 했어. 여기가 이렇게 좋을줄 누가 알았어.'라며..
엄마가 신나하는 모습을 보니까 기분이 째질듯이 좋았다.
그래서 엄마의 다음 목적지는 외국인묘지. '여기 참이쁘다~여기 가보자.'라며
나의 팔을 이끈다. 엄마에게 길신이 강림한걸까. 길도 무척이나 잘찾는다.
그리하여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었던 외국인묘지.
싱싱해보이는 꽃한다발이 놓여져있다. 이때가 좀 어둑해질때가
수많은 묘지가 좀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남의 묘지를 찍고있자니 기분이 참 묘했지만 여기서 보는 전망이 참 멋지다.
4시까지밖에 개방을 하지않아 들어갈수는 없었지만 담 너머로 보는
묘지와 전망도 꽤나 멋졌다. 아마 봄이 되면 꽃들이 많이 펴서 훨씬 예쁠것같다.
이렇게 예쁜 모습으로 노을이 지고있다. 요코하마에 도착한게 금방 같은데
벌써 한국으로 떠나기전날 밤이 저물어가고있다.
묘지 바로 맞은편으로 보이는 야마떼10번관.
겉에서 봤을땐 디자인이 참 예쁜 프랑스 레스토랑이라고만 생각했다.
지금은 프랑스레스토랑으로 쓰이고 있는데 사람들이 꽤나 북적거린다.
이집은 50여년의 전통(?)을 가진 스테이크가 유명하다..고 백배즐기기 쓰여있다.
그만큼 가격도 굉장히 비싸다. 식사가 부담스러울때는 잠깐 들러서 커피,차를
마셔보는것도 좋다..라고 또 백배즐기기에 쓰여있다.
하지만 우리는 커피도 부담스러운데 어떡해? 그래서 그냥 지나쳤다.
정원에 굉장히 크고 울창한 나무 한그루가 있다. 여기가 어디일까.
옆을 보니 야마떼 자료관이 있다. 이곳의 공원은 꽁짜인데 안타깝게도
야마떼에선 전부 입장시간을 놓쳐 한곳도 들어갈수가 없었다.
야마떼가 이렇게 좋을줄 알았다면 아까렝까창고에서 바로 야마떼로 올걸.
왜 괜히 아까렝까창고에서 차이나타운 갔다가 또 아까렝까 갔다가 야마떼로 왔는지.
지금 생각하면 왜 그 고생을 했는지 참 엄마도 나도 귀엽다;;;;;;
야마떼 성공회 교회. 안타깝게 들어가볼수는 없다.
건물이 굉장히 독특하고 이국적이다. 언뜻보면 교도소스럽기도 하지만.
우연히 발견한 공중전화박스.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녹이 슬어있고
안에 있는 전화기도 굉장히 오래되보인다. 도쿄에서도 보지못한 공중전화였다.
안에도 들어가보았는데 들어가기 힘들정도로 작다. (니가뚱뚱한거야..)
야마떼 234번관. 솔직히 야마떼에선 어디가 어디인지 분간하기가 힘들다.
그냥 예뻐서 열심히 구경을 하고 사진을 찍었는데 이렇게 여행기를 쓰며
가이드북을 보니 '아,여기가 야마떼 234관이로구나!' 요런 식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가장 즐겁게 여행을 하는것은 가이드북에만 쓰여있는
곳을 애써 찾아가기보다는 발길이 닿는대로 걷다보면 좋은곳이 나타나고
굳이 가이드북에는 없지만 그곳이 어디라도 내 마음에 와닿는다면 그것이
나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게 여행을 하고싶었지만 첫 해외여행이라 가이드북을 손에서
놓을수없는건 어쩔수가 없었다. 다음엔 꼭 진정 자유로운 여행을 하고싶다.
철장 너머로 보이는 거대한 이곳이 베릭홀이다.
정말 거대하고 고급스럽고 멋있지만 대문은 단단히도 잠겨있었다.
그 충격에 사진은 흔들리고 말았다. 아니 이때가 5시 8분인가 그랬는데
도대체 직원분들은 얼마나 칼퇴근을 하시는걸까..
그래서 도둑고양이처럼 난간에 올라가 틈사이로 찍은 사진.
안에 정말 볼만한곳이 많다던데 들어가보지 못하는게 너무 안타깝다.
다음에 요코하마에 온다면 제일 먼저 야마떼에 오겠다고 다짐을 했다.
음- 이제 슬슬 야경을 보러 가볼까나. 신나게 구경을 하긴했는데
어떻게 다시 돌아가야할지 모르겠다. 굉장히 멀리 걸어온것 같은데
다리가 너무 아파 다시 돌아갈 엄두가 나질않는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버스를 탈수도 없고.
그냥 걸어보기로 하고 '걷다보면 어디든 나오겠지~'하는 생각으로 무작정 걸었다.
날이 많이 어두워져 무척 무서웠지만 '그래봤자 지가 요코하마밖에 더되냐'는
생각으로 무작정 걷다보니 우연히 눈앞에 펼쳐진 광경.
꺄악- 여기가 모또마치???? 왠일....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모토마치가 엄마와 내 눈앞에 튀어나와버렸다.
보자마자 엄마와 내가 내뱉은 말은 '와- 진짜예뻐. 진짜예쁘다. 여길 안오려하다니..'등등
우리 모녀는 거의 무아지경 상태였다. 좁은 거리에 아기자기하고 예쁜 상점들이 가득하다.
걷는내내 마치 유럽의 어느 거리를 걷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특히나 아기자기한 물건이나 인테리어소품을 좋아하는 엄마가 무척 신났다.
건물들이 하나같이 전부 동화에서 톡 튀어나온듯하게 생겼다.
굉장히 이국적인 느낌의 모또마치. 무척이나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이런 귀여운 상점도 있다. 여기가 쿠키나 초코렛을 파는 곳이었나..
내심 초코렛을 하나 사고싶었지만 나에게는 돈이 없었다.
옷가게 앞에 떡하니 주차되있는 자동차. 차안에 마네킹과 강아지모형을 보면
알겠지만 이차는 주차되있는게 아니다. 근데 가게 문을 닫을때 이 차는
어쩌는지 너무 궁금했다. 설마 정말 주차해놓은건가.
비록 모또마치에선 30분정도밖에 안되는 짧은시간을 보냈지만 너무 좋았다.
왜 자꾸 요코하마는 가려고하면 새로운게 나타나고 또 나타나는지..
(요코하마를 구석구석 보고싶으신분은 꼭 일찍일찍 서두르세요!
저는 처음에 야마떼랑 모또마치는 안갈생각이어서 늦장부리다가
야마떼에선 한군데도 들어가보지 못하고 모또마치도 너무 지쳐서 대충 봤어요.
정말 둘다 너무너무 좋은곳이에요. 꼭 일찍 서두르셔서 전부 보고 오세요~)
이젠 정말 야경보러 가야지- 어느새 날은 완전히 어두워진 상태다.
'○○아, 일본 정말 해 빨리진다. 그치?'
'나는 한 4일 지내보니까 잘 모르겠어~ 빨리 지는건가?'
'응, 지금쯤이면 엄마가 딱 가게 여는 시간인데 그땐 그래도 환하잖아.'
'그러고보니까 그러네..비행기안에서 요코하마 보여서 흥분한게
진짜 어제같은데 우리 벌써 내일 간다. 그치 엄마?'
'원래 여행이 그런거야. 수학여행만 해도 지겨워죽어도 마지막날은
꼭 아쉽잖아. 좀 아쉬움이 있어야 여행이지~'
'아~ 가기싫다. 나 요코하마에서 확 살아버리고싶다.'
'여기 사는 사람도 다 똑같아~ 사람 사는건 어딜가나 똑같은거야.
살아보면 알지만 어딜가나 살다보면 다 똑같아져~'
'그래도.. 나중에 한번쯤은 요코하마에서 살아보고싶어'
'그래~ 돈 많이 벌어서 살아. 그때가서 엄마 모른척하지마라'
'당연하지.' 바람이 많이 불어 추웠지만 엄마와 손을 꼭 붙잡고
걸으며 나눈 대화에 마음은 따뜻하게 느껴졌다.
드디어 저멀리 관람차가 보이기 시작한다.
여기가 야마시따 공원인데 굉장히 멀리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예쁜 나머지 사진을 찍었지만 발로 찍은 사진이 되어버렸다.
낮에 보았던 훈남이 화분에 물을주던 옷가게. 아직도 영업중이다.
요코하마는 너무나도 조용-하고 해도 빨리 지고 느긋하고.
그때의 그 느낌을 말로는 표현할수는 없지만 그 느낌이 난 너무 좋았다.
요코하마의 야경은 정말 듣던대로 환상적인 모습이었다.
내가 보고 느낀 그 광경을 사진으로 담지못한다는것이 너무 아쉽다.
실력이 이정도밖에 되지않아 비록 사진은 이모양이지만.
신호를 기다리는 엄마의 뒷모습. 무척이나 피곤해보인다.
낮에 꼭 야경을 보겠다고 다짐한 오삼바시터미널은 끝내 가지못했다.
하루종일 요코하마를 도보로 돌아다닌탓에 발바닥에 피가 날지경이었고
다크서클은 무릎까지 내려오려 발버둥을 치고있었다.
월드포터스. 낮에는 별 느낌이 없는 곳이었는데 밤이 되니 굉장히 멋지다.
나는 잘 모르지만 엄마가 '정말 일본은 많이 앞서있구나. 우리나라도
10년후쯤이면 아마 이렇게 될거야.'라는 말을 한다.
정말로 수시로 색과 모양이 바뀌던 관람차.
사진은 이따구지만 정말 멋지다! 에이..오삼바시에서 봤더라며 더 멋질텐데.
삼각대없이 사진을 찍기란 정말 너무 힘든 일이었다.
어떻게든 찍어보려 발버둥을 쳤고 수많은 사진들중 그나마 건진게 이거다.
(정말 코앞에서 보이는 관람차는 너무예뻐요!)
꼭 타보고싶었는데 타는사람이 없더라는..
(사진이 요따구라 죄송해요..ㅠㅠ)
나는 오삼바시터미널에 가서 야경을 보고싶었지만 차마 말이 안나와
그냥 이정도로 만족을 하고 전철을 타러가기로 한다.
길을 찾던중 얼떨결에 들어오게된 코스모월드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솔직히 놀이기구는 시시한것들이 잔뜩이고 사람을 보기가 힘들다.
근데 여기가 은근히 복잡해 엄마와 나는 출구를 찾지못하고 또 헤매기시작.
결국 데이트를 하고있던 완전정말 선남선녀커플에게 출구를 물었다.
둘다 너무 귀엽게 활짝 웃으며 자기들을 따라오랜다..
정말 둘다 너무 예쁘장하게생겨서 뭐라뭐라 얘길 하는데 얼마나 부럽던지.
이 두사람과 더 걷다가는 속이 터질것만같아서 역까지 데려다주겠다는걸;;
'괜찮아요. 이제 알것같아요^^'라는 말을 남기고 잽싸게 거절했다.
하지만 내가 알긴뭘알어. 그 커플이 돌아가자마자 엄마와 나는 또 쩔쩔..
그 시간이 마침 퇴근시간이라 노트북가방에 바바리코트를 입은 아저씨에게
'사꾸라기쬬'역을 여쭈었다. '나도 가는길이니 같이 가죠'라고 하신다.
근데 이 아저씨 어찌나 걸음이 빠르신지.. 요코하마를 좀 더 즐기며 사진이
찍고싶었던 나는 사진찍을 겨를도 없이 아저씨 뒤를 졸졸 쫓아갔다.
빛의속도로 걸으시는 아저씨를 힘겹게 따라가며 찍은 사진.
발로찍은사진보다 못한 수준이라 도저히 크게 올릴수가 없다.
'엄마,잠깐만~'이라며 일본어를 전혀 못하는 엄마를 그아저씨에게 맡겨두고
난 온힘을 다해 마지막으로 셔터를 누르고누르고..
엄마는 어쩔줄 몰라 '야....빨..리와..' 이러며 발만 동동 구르고.
어딜보고 찍는지도 모르고 급하게 찍어야했던 닛뽐마루호.
낮에도 웅장해서 멋졌지만 밤이되니 정말 멋있었다.
신호를 기다리던중 엄마에게 '엄마, 마지막!!'이란 말을 남기고
잽싸게 달려가서 찍은 사진. 이게 내가 본 요코하마의 마지막 풍경이다.
너무 아쉽고 발이 떨어지지않지만 언젠간 또 올수있겠지!
뭐가 그리 급하신지 빛의속도로 걷던 아저씨가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일본엔..여행?' 처음엔 너무 당황해서 못알아들어서 '네네네??'라며
버벅거렸더랬다. 그러다 아저씨의 걸음도 조금은 느려지면서
그제서야 말을 알아들을수가 있었다.
'일본엔 여행온거에요?' '아..네~ 여행왔어요. 내일 떠나요.'
'아~즐거웠나요?' '네..너무 즐거웠죠~ 요코하마 너무 좋네요.'
'한국인이죠? 제 주위에 일때문에 한국사람이 아주 많아요.'
'아 정말요? 그럼 한국어 할줄아는거 있으세요?^^'
'허허허허허허허허.. 한국어는 못합니다.' ;;;;;;;
'하지만 한국에 가본적은 있습니다.'
'언제 와보셨어요~?'
'10년전에 출장으로 갔었죠. 그때 롯훼호텔에서 묵었었어요.'
'아~ 서울에는 롯데호텔이 두개에요~'
'그래요? 하지만 서울은 너무추워요. 정말 끔찍하게 추웠어요'
'도쿄와보니까 만만치않게 추운데요~? 한국도 10년전만큼 춥진
않아요~ 많이 따뜻해졌거든요^^ 근데 지금 집에 가세요?'
'네~ 저는 퇴근하고 바로 집으로 갑니다..'
만난지 5분도 안된 어느 일본인과 나는 이런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었다.
비록 걸음이 너무 빨라서 사진은 제대로 찍을 수 없었지만
해외로 여행와서 현지인과 이렇게나 긴 대화를 나눌 기회는 그다지 흔한
기회가 아니고 지금도 그분의 낮은 목소리와 웃는얼굴이 기억에 남는다.
아쉽게도 너무 금방 역에 도착해버렸고 그분께서는 우리에게
'한국엔 잘 돌아가세요~ 좋은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네요.'라는 말을
남기게 우리와 다른 전철을 타셨다.
너무 아쉬운 일본에서의 마지막 밤이지만 그만큼 내가 평소에 겪을수
없었던것과 많은것을 얻을수있었던 하루였다.
비록 요코하마에서의 하루가 몸은 제일 힘들고 고단했지만
오삼바시터미널에서 마주친 귀여운 소지섭팬아줌마들과 우리에게
명함을 건내며 갑자기 '사랑의미로'를 부르던 할아버지도
걸음이 너무 빨라 짧은 다리로 쫓아가는게 너무 힘들었지만
외국인인 나에게 선뜻 다정하게 말을 걸어준 직장인아저씨도..
아마 요코하마에서의 추억이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남을것이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많이 따뜻하고 너무나도 그립다.
내생에 가장 행복했던 시간을 꼽으라면 첫번째로 요코하마에서의
하루라고 말할수있을정도로 그만큼 나에겐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다음에 또 일본에 오게된다면 제일먼저 요코하마를 찾을것이다.
요코하마! 그때까지 안녕.
첫댓글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이 정도 여행기 쓰실려면 정말 오래걸리셨겠습니다. 그리고 사진도 참 잘 찍으셨네요. 무슨 사진기로 찍으셨나요? 전체적으로 사진의 구도라든지 여행의 느낌을 충분히 느낄수있는 좋은 사진 같습니다.
불루라이트 요코하마 요코하마 베이스타스
너무 부럽습니다. 저런 여유는 정말 정신건강에 너무 좋지요. 저도 회사다닐때 집사람이랑 큰마음먹고 휴가내서 이틀동안 동경시내를 미친듯이 돌아다녔었죠. 너무너무 힘들었지만 너무너무 좋았다는거...그이후로 집사람 변변한 여행한번 못시켜주고,참.....님! 정말 사진 멋있습니다. 음식도..............정체불명의 고기는 돼지뒷다리살 그대로 숙성시킨겁니다. 물론 생고기라거라는거.....멜론과 와인과 함께하면 숨넘어간다는거......벤타나스에도 전채로 있는데....너무 땡기네용. 어리신거 같으신데 해외여행은 많이 갈수록 좋습니다. 나중에 다 살이되고 피가 되지요. 기회있으시면 자주 나가세용......
마치 제가여행한거같은 느낌이드네요^^* 사진과 적절한설명 넘 재밌게 잘보았습니다 좋은여행기 감사합니다^^*
넘 멋지세요저두 모친과 넘 여행하고픈데부산 시내에서도 서로 멀리하는 두사람이 그 먼곳에 간다는 자체가 굉장한 모험과 같거든요^^ 아름다운여행이어요^^
멋진사진과 더불어 행복한 글 잘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