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 五 章
밝혀지지 않았던 비사(秘事), 천라오검혈비국(天羅五劫血秘國),
"이.......... 이럴수가.............!"
사사린! 이 순간 그의 전신은 폭풍 속의 낙엽과도 같이 뒤흔들리고 있었다.
그의 눈은 경악으로 한껏 치떠져 있었으며,그의 안면근육은 사자(死者)의 그
것인 양 푸르텡텡하게 변색되어 있었다. 사사린! 설사 하늘이 조각조각 부서
진다해도 눈 하나 깜박이지 당을 그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놀라고 있는가?
왜.........? 아아...... 이럴수가.......! 사사린의 전면! 폐허! 사사린의
눈앞에는 산산히 부서지고 불탄 흔적만이 남은 폐허가 전개되어 있었던 것이
다. 그의 발 밑으로는 무참히 쪼개진 현판이 나뒹굴고 있었다.
<뇌정(雷霆)........... 마찰(魔刹)>
오오.. 그렇다. 이곳은 ㅅ사린에게 잇어 고향이요. 요람과도 같은 뇌정마찰
이었다. 그의 성장과 추억의 그림자가 깃들어 있었던 뇌정마찰, 헌데, 그 뇌
정마찰은 예날의 위용은 도저히 찾아 볼 수 없을만큼 참혹하게 파괴되어 있
었으니........ 마치, 엄청난 대강진과 대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것처럼 뇌정
마찰은 파혜쳐져 있었던 것이다.
"우........ 욱! 누구냐? 누가......... 나의 땅을 이렇게 만들었느냐?"
일순, 사사린은 분노의 대갈을 터뜨렸다. 허나, 들려오는 것은 덧 없는 메아
리 뿐이었다. 그때, 사사린의 뇌리로 불현듯 스쳐가는 불길한 생각,
"뇌정마찰이......... 이 지경이 되었다면...........?"
사사린은 문득 눈썹을 파르르 떨며 그대로 신형을 날렸다.
"사부님--------!"
휘-------- 익! 범황삼천종! 그들의 상태는 참혹하기 그지 없었다. 뇌정패불
의 우측은 불에 그슬린 듯 태워져 있었으며 좌측은 흡사 빙인을 연상시키 듯
하얀 서리로 뒤덮여 있었다. 대지신모, 그녀의 상태는 그보다 더욱 참혹했다.
대지신모의 새하얀 백옥같은 살결은 거북의 등껍질같이 균욜되어 있었던 것
이다. 금령대천불은 그래도 좀 나은 편이었다. 그는 심장에 한 자루의 묵검
(墨劍)을 은 채 누워 있었다. 천축의 전설적인 기인들-------- 범황삼천종!
그들은......... 과연 죽었단말인가?
콰------------ 꽝!
"사부님!"
그나마 간신히 지탱하고 있던 천뢰전의 벽면이 산산히 부숴지며 한 인영이
짓쳐들었다. 문득,
".........!"
막 천뢰전을 들어서던 사사린은 그대로 석상과도 같이 신형이 굳어졌다.
"사............ 부............."
사사린의 입에서 넋이 나간 듯한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그의 눈은 무섭게 가
라앉기 시작했다. 범인이 분노하면 이성을 상실하거나 자신의 모든 기능을
망각의 늪으로 빠뜨리고 만다. 그러나, 사사린은 무서울 정도로 마음을 가라
앉혔다. 그의 눈은 무저의 심해를 보는 듯 침잠되었다. 허나, 그의 분노...
살심(殺心)....... 울분.......... 회한의 폭죽은 서서히 응어리지고 있었다.
그의 뇌리로....... 가슴으로.............. 이윽고, 뚜벅! 뚜벅! 영원히 음
직일 것 같지 않던 사사린의 신형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기 시작했
다. 그 한 걸음에 천만 근의 분노를 실은 채........... 사사린은 천천히 무
릅을 꿇었다.
".........!"
범황삼천종의 처참한 신형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엄청난 화염의 불꽃을 내
재하고 있었다. 흡사, 폭발하기 직전의 활화산과도 같이........
"..........?"
문득, 그의 시선으로 한 줄기 이채의 빛이 스쳤다. 뇌정패불, 그의 손 끝이
바닥을 파고들며 한 줄기 글을 만들어 놓은 것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었다.
<지옥..... 혈황(地獄血皇)! 지옥(地獄)........ 조심....... 천뢰비고(天雷
秘庫)............. 삼(三)....... 금붕(金鵬............ 으로.........>
뇌정패불이 남긴 글귀는 두서없이 휘갈겨져 있었다. 생명의 기력이 다한 듯
한 극한의 상황에서 쓴 글....... 순간,
"지옥혈황!"
사사린의 입에서 급기야 영어질 듯 엄청난 노호성이 터져나왔다. 그의 가슴
속에 응어려져 있던 분노가 드디어 폭발한 것이었다. 일순,
"울--------- 컥!"
사사린의 입에서 한 사발의 묵혈이 분출되었다. 그와 아울러,
"지옥.... 혈황! 너를......... 죽이리라! 이 세상에서 가장........ 잔혹스
런........ 방법............ 으로..........."
쿠------ 웅! 심화(心火)! 사사린은 들끓는 심화를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혼
절하고 말았다.
...............
스윽!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사사린은 겨우 정신을 차렸다. 콰우우-----
파파파팟! 사사린의 전신에서 엄청난 분노의 불길이 일더니, 슈유욱! 순식간
에 흔적도 없이 체내로 갈무리 되었다. 눈.......! 분노의 불길은 안으로 억
누른 사사린의 눈에서 이글거리던 안광이 잦아들고, 어느 듯 분노가 극에 이
르러 형성된 절대무심의 차가운 빛으로 변했다. 뚜벅뚜벅! 사시린의 폭풍의
눈과도 같은 발걸음은 뇌정마찰의 힌쪽 귀퉁이로 찾아들고 있었다.
<천뢰비고(天雷秘庫).>
------- 뇌정마찰의 지하에는 견고하기 이를데 없는 지하밀전이 자리잡고 있
었다. 뇌정마찰의 모든 것이 집합되어 있는 비고가.........
그그그긍--------! 거대한 철문이 둔중한 쇳소리를 내며 열렸다. 천뢰비고는
방원 일천장에 달하는 엄청난 서고였다. 일천개의 서가에 각기 일천권의 서
책이 꽃혀 있는 천하유일의 대서고(大書庫),
"...........!"
사사린은 천뢰비고의 문을 열고 천천히 들어섰다. 그의 눈에 일천개의 서가
중 하나를 직시하고 있었다.
<삼(三)............. 만상일천예(萬像一千藝).>
천뢰비고 안의 일천 개에 달하는 서가는 각기 한 부류의 서책을 집대성해 놓
은 것이었다. 세번 째 서가, 그곳에는 일천 가지에 달하는 초절진법서가 꽃
혀져 있었다. 뚜벅........ 뚜벅...........! 사사린은 세 번째 서가로 다가
가 서슴없이 그 중 한권의 책을 뽑아들었다.
<내실기관비경(內室機關秘經).>
사사린이 뽑아든 낡은 고경(古經)은 실내에 설치할 수 있는 모든 기관토목술
을 기술한 기관서책이었다.
"...........!"
그는 묵묵히 내실기관비경을 펼쳐보았다.
<서가잠밀비해(書架潛密秘解).>
"서가잠밀비해.......... 실내의 서가를 이용한 기관술........ 그렇군! 사
부님이 말씀하시고자 한 것은 바로 이것이었군!"
사사린은 책을 덮으며 거개를 끄뜩였다. 이어, 스---- 윽! 그는 잠시 서가를
주시하더니 손을 뻗어 여기저기의 책을 뽑기 시작했다. 두서없이 취해지는
그의 행동, 그가 이십여권의 책을 뽑아든 순간, 돌연, 그----- 그그그------
그긍! 육중한 서가가 중심을 축으로 하여 회전하는 것이 아닌가? 그와 아울
러, 원래의 서가가 자리잡고 있던 곳에는 자그만한 밀동이 드러났다.
"과연.........?"
사사린은 고개를 끄뜩이며 밀동으로 손을 뻗었다. 밀동 안에는 한 개의 쇠로
만든 상자가 들어 있었다.
"대채 이 안에 무엇이 있기에......... 뇌정대사부께서 그런 극한상황에서도
알리려 했을까?"
사사린은 호기심 어린 눈길로 그것을 내려다 보며 중얼거렸다. 끼--- 익! 쇠
상자 안에는 세 권의 비급과 한 통의 서찰이 들어 있었다.
<뇌정마해(雷霆魔解)>
<대지천라경(大地天羅經)>
<금불천예(金佛天藝)>
세 권의 고경은 바로 범황삼천종의 비전천무(秘傳天武)가 담긴 비급이었다.
"......?"
사사린은 세 권의 비급을 품속으로 갈무리하며 서찰을 펴 보았다. 그것은
뇌정패불이 남긴 글이었다.
<사린.......... 나의 사랑하는 제자에게 남긴다. 네가 이 글을 볼 때는 노
부들이 아마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다. 녀석......... 슬퍼 할 것 없다.
우리들은 이미 살만큼 살았으니까! 얼마 전부터 범항삼성의 기운이 쇠하여지
면서 우리들의 앞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적살기(赤殺氣) 사
이에 미미한 명광(明光)이 비치지만....... 사랑하는 제자야.......... 우선
은 너의 신세부터 알려주마........>
자신의 신세 내력을 여태껏 그는 알지 못했던 것이다.
<십 오년 전, 노납은 성역인 애불륵사륵에서 너를 발견 하였다. 당시 너는
한 여아의 극심한 보살핌으로 살 수 있었다. 이름으 모르나........ 그 여아
는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 허나 노납은 그 여아를 그대로 두었다. 왜냐햐면,
그 여아는 천하에 드물기 짝이 없는 천년빙정지신으로 타고난 아이였기에 능
히 애블륵사봉의 빙정을 흡수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그 여아는 천
년빙궁에 거두어 질것이다. 네 신세를 확실히 알고 싶으면 천년빙궁을 찾으
면 될 것이다. 현제, 천년빙궁의 소재지는 노납도 알 수가 없으나 기회가 닿
는다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요근래 노납이 천기를 본 바에 의하면
중원과 변황이 온통 혈류(血流)에 휩싸여 있는 것으로 보아 조만간 엄청난
혈겁이 천하를 강타할 것이다. 그것을 평정 할 수 있는 사람은 환우에 오직
너 하나 뿐이다. 치우천좌성! 네 가슴에는 일곱 개의 별이 있다. 오직 심안
(心眼)으로만 볼 수 있는 고금제일무적신체의 치우천좌성이다.>
"치우천좌성!"
사사린은 일순 고개를 갸웃하며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 보았다.
"아무것도 없는데...........?"
그는 모르겟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서찰로 시선을 돌렷다. 헌데, 오오......
사사린은 몰랐다.
치우천좌성---------!
천인성(天人星)이라 불리우는 전설의 성체, 천인(天人)의 지혜와 파천(破天)
의 무위(武威)를 지니고 탄생한다는 그 무적지신을 자신이 타고났음을 사사
린은 알지 못햇으니............. 금령대천불은 명경지수와도 같은 심안으로
그것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일곱 개의 별, 전설은 말한다. 칠좌성이 현신
할 때 천지는 광명의 천신을 맞이하리라!
"천..... 라....... 오...... 겁..... 혈비........ 국(天羅五劫血秘國)!"
서찰을 잃어내려가던 사사린의 얼굴은 온통 경악과 불신의 빛으로 물들어 있
었다. 대체..... 무슨 글을 보았기에.........? 이제, `혀지지 않았던 도저
히 믿을 수 없는 비밀이 드러난다.
백 년 전, 천하가 인정하는 변황최강삼새가 있었다. 일컬어,
<범황삼패천(梵皇三覇天)>,
------- 뇌정마찰(雷霆魔刹),
------- 대지신궁(大地神宮),
------- 성령천불사원(聖靈天佛寺阮),
한개....... 일문의 힘으로 중원과 맞설 수 있다고 알려진 막강한 전력을 지
녔던 초강파들....... 한데, 어느 날인가? 폭풍이 휘몰아치고 낙뢰가 천지를
박살내며 떨어지던 그 날, 그들 범황삼패천은 천하가 모르는 곳에서 이제껏
아무도 알지 못했던 그 무엇과 천지붕멸의 대결전을 치루게 되었다. 삼파의
정예----- 오만 이천의 무적군단, 처저란 사투는 장장 일년을 끌었으며.....
피(血)는 산하를 적토(赤土)로 만들고 시신은 천리에 깔렸다.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없을 대혈전(大血戰)! 그리고 승리! 허나, 그것은 찢기고 박살난 승
리였다. 생존자 심천이 말해 주 듯 그것은 승리가 아니었다. 오호라.......
이로서 범황삼패천의 이름은 천하에서 사라졌다. 무림역사상, 이제껏 단 한
번도 출현치 않앗으며, 아무도 알지 못했던 신비와 전율의 세력,
<천라오겁혈비국(天羅五劫血秘國).>
그렇게 불리워진 천외천(天外天)의 괴이국(怪異國)들,
흑해(黑海)--------!
아득한 태고시대............ 죽음과 검은 바다 위에 떠 있던 고도가 가대한
바다의 해일 속에 침물되었고, 고도의 인간들은 모두 수장되고 말았다. 그러
나, 한 인간이 있어 물 속에서도 살 수 잇엇으니 그로부터 부어족이 생성되
었다. 용린(龍鱗) 이 단단한 갑린(甲鱗)을 가지고 있는 무적해인들, 그들이
살고 있다는 전설지가 흑해--------- 죽음의 검은 바다였다.
축융마염봉--------!
열 두개의 활화산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는 불의 왕국, 일명(一名)------- 백
야마염국(白夜魔琰國)이라 불리우는 화인들의 천국,
북천빙설국(北天氷雪國)------!
전설속의 설인(雪人)들만의 천국, 얼음으로 주식을 삼고 빙정을 흡수하며 산
다는 얼음 인간들........ 한 번의 입김에 조그만한 호수쯤은 간단하게 얼음
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는 설인들만의 설국! 그곳이 북천빙설국이었다.
암흑유혼계(暗黑幽魂界)-------!
지저세계! 만장지하에 살고 있다는 빛이 없는 암흑 속에 살고 있다는 암흑의
인간들, 사후세계의 실질적인 지배자들, 어둠이 있는한 그들은 무적이 될 수
있었다
청동용골족(靑銅龍骨族)------!
범인의 세 배에 달하는 거구를 지닌 초거인들만의 대인국(大人國)! 선천적으
로 엄청난 신력을 타고 나며 그들의 신체는 이 세상 그 무엇으로도 벨 수 없
는 무적천강지신을 이루고 있었다.
------- 천라오겁혈비국(天羅五劫血秘國).
흑해(黑海)-------!
축융마염봉(祝融魔琰峯)-------!
북천빙설국(北天氷雪國)-------!
암흑유혼계(暗黑幽魂界)-------!
청동용골족(靑銅龍骨族)-------!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 있던 천외천의 비역들......... 그들은 일시에 역사의
표면에 나서길 원했다. 허나, 인간은 그것을 용납치 않았다. 토화라국(吐火
蘿國)의 절대오지인 천황대밀림에서 편쳐진 인간과 괴이족의 일년여에 걸친
대격돌 속에 그들은 패하고 말았던 것이다. 부어족은 차디찬 바다로.......
설인들은 은륜(銀輪)의 세계로...........
.............
피 눈물을 흘리며 역사를 저주하며 패주하던 그들은 하늘을 향하여 환호성을
내질렀다.
------- 삼천 년,
그 이전에는 본국의 국주(國主)되는 분들을 실종시키어 우리들을 파
묻혀 버리더니........ 하늘이여..... 너를 저주한다.허나 기억할지
어다! 오행(五行)이 깨지고..... 제왕(帝王)의 바람(風)이 불때....
우리는 다시 진군할 것이다!
인간에 눌려 역사의 주인이 되지 못한 괴이족들....... 그들은.......... 그
렇게 사라져야만 했다. 어둠의 뒤안길로.......... 과연........?
- 五 章 終 -
첫댓글 즐감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