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의 양면성
박무형
거미란 혐오의 대상이었다. 내 어릴 적 기억에 집안 구석이나 천장 같은 곳에 거미줄이 서려 있으면 우선 불결해 보이고 불쾌했다, 거기에 거미 한마리가 걸쳐 있으면 독충이 도사리고 있는 듯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해마다 설날이나 추석 명절 때가 오면 우리 집은 으레 온 식구가 집안 대청소를 했다. 거미줄은 제일 먼저 제거 되어야만 했다. 긴 대 빗자루로 거미줄을 쓸어내리면 거미줄에 매 달린 먼지와 함께 거미도 함께 머리위로 뒤집어쓰는 듯해서 질겁하고 몸을 움츠리곤 했다. 나중에 아버지로부터 검사를 받아야 하기에 알뜰하게 청소를 해야만 했다.
형과 나는 바깥채 길가 쪽 가게안과 그 옆에 붙은 창고 청소를 맡았고 누나들 셋은 안채마루와 방들 창문청소를 맡았다. 여닫이 창문들은 문틀에서 떼어내어 먼지를 털어내고 물걸레로 유리창과 창틀을 닦았다. 창호지 문짝은 헌 창호지는 뜯어내고 새창호지를 붙였다. 청소 도중 거미들이 수시로 뛰쳐나와 누나들은 비명을 지르곤 했다.
요즘은 우리 주변에 거미가 눈에 띄지 않는다. 잦은 방역과 일상적인 청소로 환경이 깨끗해 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생활 주변 구석진 곳이나 음습한 폐가, 나무숲, 무성한 풀숲에는 거미가 진을 치고 있다. 거미가 음습한 곳을 좋아해서 그런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해충이나 독충들이 그런 곳에 꼬여들기 때문에 먹이 사냥을 위해서 그 곳에 거미줄을 친다는 것이다.
자라나면서 거미는 이미지와 다르게 인간에게 해로운 곤충을 잡아먹는 이로운 益蟲(익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만약 생태계에 벌레를 잡아먹는 작은 새들이 줄어들면 거미가 그만큼 늘어나야 해충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거미는 알을 낳으면 알주머니를 만들어 나무나 풀밭에 붙이고 풀이나 나뭇잎으로 위장을 하거나 어떤 종류의 거미는 알 주머니를 등에 붙이고 다닌다. 그 알이 부화를 하면 500~1000마리 정도가 되는데 이들은 유충이나 번데기의 변태를 거치지 않고 거미형상 그대로 태어나 제각기 독립하여 어미 곁을 떠난다.
옛날 시골집 뒷산에서 학교과제로 특이 야생초를 수집하다가 수풀언덕 흙더미 같은 곳에서 깨알 같은 거미새끼 문텅이가 흩어지면서 순식간에 사방으로 달아나는 광경을 목격했던 기억이 있다. 그 흙더미가 패인 오목한 곳에서 거미새끼들이 부화한지 얼마 아된 것 같았다. 어떻게 그 많은 새끼들이 한 순간에 자취를 감추는 것이었을 가 참으로 신기로운 일이었다. 나중에 '거미새끼 흩어지듯 도망갔다' 라는 비유를 접하고 그때의 광경에 실감을 느꼈다.
언젠가 어느 동영상에서, 바다 거북이가 바닷가 모래톱 안쪽에 알들을 산란하자 갖 태어난 새끼거북이 수백마리가 일제이 바다를 향하여 기우둥거리며 달려나가는 장관을 본적이 있다. 그때 속도가 느린 그들 대부분이 때맞추어 몰려든 갈매기와 왕 도마뱀의 먹이가되고 지극히 일부만이 살아서 바닷물에 도달하는 처절한 장면이 충격적이었다.
그 많게 흩어찐 거미새끼들도 얼마나 살아 남아서 거미줄을 치고 있을가 궁금한 생각이 든다. 아마도 운좋게도 천적 포식자들을 피한 거미 일부만이 각자도생하며, 그제는 자신이 포식자가 되어 거미줄로 진을치고 먹이감을 기다리고 있었을 터였다. 거미가 거미줄을 치는 그 정교한 기술은 신비롭다.
거미는 항문가까운 배의 끝에 위치한 방적돌기라는 실샘으로 실을 생산한다. 즉 거미줄은 뱃속에 거미줄이 감겨져 있는 것이 아니라 실의 본바탕이 되는액체가 토사관(방적돌기)을 통하여 나오는 찰나 공기에 접촉되어 굳어져 실이되는 것이라 한다.
이 거미줄이 내구성이 강하고 동시에 탁월한 인장력과 가연성을 유지하는 특수한 섬유조직으로 되어 있디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와 더불어 거미줄이 외부의 힘에 의해 변형된 이후에도 특이한 분자구조 때문에 초기의상태로 쉽게 되돌아 가는 자동기억소재로 되어 있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됬다.
이것은 또한 방수기능 월등하고, 높은 열 전도율과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가장 강한 천연 섬유소재로서 연구개발의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한국 과학기술 연구원에 따르면 앞으로 무공해의 특수 섬유조직으로 우주시대의 방한복을 만드는데도 활용될 전망을 비추고 있다.
거미는 그 형태가 보기 흉하고, 섬뜩해 보이지만 사실은 해충을 잡아먹으므로 익충(益蟲)이 되고 있거니와 거미줄의 특성을 살린 특수섬유조직 개발된다면 이 또한 우리 인류에게 크게 기여하는 고마운 존재가 될 것이다. 따라서 거미는 더욱 잘 보호하여야 지구의 생물이다.
아침 산길에서 나무에 걸친 거미줄과 거미를 다시 본다. 으시시한 거미줄에 맺힌 아침이슬은 그렇게도 영롱하고 아름답게 비친다.
첫댓글 거미의 생태, 공부 잘 했습니다.
거미줄에서 방탄복을 만들 날도 곧 온다지요?
아 네! 거미줄이 강철보다 강한 인장력과 가연성, 그리고 내구성을 가진 특수섬유 조직으로 되어 있다하니 앞으로 방탄복의 소재로 각광을 받을 것이라 합니다. 군인들이나 특수요원들의 전투복의 원단으로 상용화 된다면 거미를 누에처럼 대량 사육을 해야 되지않을까 생각을 해 봤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와 같은 인공 섬유로 개발생산을 해야 되겠지요. 댓글 감사합니다.
한의원에 누워서 선생님 글을 자세히 읽었어요.바쁘신 상황 중에 거미 이야기를 섬세하게 표현하신 열정이 놀랍네요. 글쓰기가 일상에 원동력이 되시리라 짐작됩니다. 덕분에 거미의 생태에 대해 잘 알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