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기간 : 3박 4일(2019년 4월 9일 ~ 4월 12일)
▶ 여행방법 : 여행사 패키지여행
▶ 여행지역
ㅇ 제1일 : 인천, 항주, 황산시
ㅇ 제2일 : 황산시, 황산
ㅇ 제3일 : 황산, 항주
ㅇ 제4일 : 항주, 인천
▶ 여행인원 : 17명(남자 9명, 여자 8명 - 이중 부부 5쌍)
▶ 이동차량 : 33인승 버스
1. 불암산, 서울 외곽도로로 인천공항을 가는 중에 차창 밖으로 바라보았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1172405CB86AD620)
▶ 제1일 : 2019.4.9.(화), 흐림
무릇 여행은 가기 전과 가고 난 다음이 여행 당일보다 더 즐겁다.
여행을 가기 전에는 설레는 나날이 즐겁다. 아울러 사소한 일이라도 여행을 그르치지나 않을
까 매사에 몸을 사리게 된다. 이를 테면 팔다리 등 육신을 무탈하게 보존하여야 함은 물론이
거니와 설사나 감기 따위에도 걸리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한다. 제대를 앞둔 말년 병장이 떨
어지는 낙엽도 피한다는 그런 몸가짐을 유지한다.
아내의 여행 짐은 옷가지가 대종이지만 나는 카메라와 그 액세서리에 몰두한다. 재작년에
옥룡설산은 달랑 카메라 1대만 가지고 갔다가 그 카메라 렌즈가 고장이 나서 낭패를 보았다.
스마트 폰의 카메라가 고화질이라고 하지만 그건 명산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메인 카메라는
황산을 위해서 마련한 풀 프레임 니콘 D750이고 서브 카메라는 여태 사용하던 크롭바디 니
콘 D300이다. 사진 백업을 위해 노트북도 가져간다.
2. 도봉산, 서울 외곽도로로 인천공항을 가는 중에 차창 밖으로 바라보았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1858405CB86AD727)
서울은 흐리다. 항주는 비가 내린다고 한다.
항주 가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는 300석쯤 되는 좌석이 완전히 다 찼다. 항주까지 비행시간
2시간 15분을 예상한다. 이륙하자마자 음료수가 나오고 이어 기내식이 나온다. 창 쪽에 앉았
지만 밖은 흐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스크린이 개인 좌석마다 부착되었다. 심심
하지 않다.
스크린을 열어 시간이 잘 가는 스토쿠를 푸는데 아내가 머리 아프게 비행기에서도 그걸 하느
냐고 핀잔하는 바람에 그만두고 영화 한 편을 골랐다. 우리나라에서 금년 초에 개봉하여 호
평을 받은 미국 영화 ‘그린 북(Green Book, 2018)’이다. 스크린이 작고 화질이 선명하지 못
하지만 이내 영화 속으로 빠져든다. 직장을 잃은 토니(백인)가 피아니스트인 셜리(흑인) 박
사의 미국 남부 투어공연 운전기사로 2달간 고용되어 그들이 겪는 일상을 담았다.
시대배경인 1962년 남부는 인종차별이 특히 심했다. ‘그린 북’은 그런 지역에 대한 흑인의
여행안내서이다. 뉴욕의 밑바닥에서 막일로 살아가는 토니와 우아한 교양과 지성을 겸비한
천재 피아니스트 셜리 박사가 마침내 맺게 되는 우정은 진한 감동을 자아낸다.
러닝 타임 130분. 한 순간도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허리우드 영화를 참 잘 만든다고 종종 감탄한다. 흑백간의 갈등을 그린 이전의 수작으로
‘42(2013)’를 들 수 있겠다. 흑인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입성하여 인종차별을 딛고 자신의 등
번호 42번을 영구 결번으로 남긴 전설의 야구선수 재키 로빈슨의 이야기다. 또 ‘히든 피겨스
(Hidden Figures, 2016)’도 그에 못지않은 수작이다. 미국과 소련이 치열한 우주개발을 경
쟁하던 때, 천부적인 두뇌와 재능을 가진 흑인 여성들이 NASA 최초의 우주궤도 비행프로젝
트에 참여하여 모멸적인 인종차별을 딛고 당당히 제 역할을 해내는 이야기이다. 이 모두 실
화이기에 더욱 감동을 느끼게 한다.
항주 공항에 도착하자 현지가이드가 팻말 들고 기다린다. 현지가이드는 길림성 연변의 조선
족 출신이다. 이름은 정철, 나이는 40대, 활달한 남자다. 황산시에 산 지 13년이 되었다고 한
다. 몇 년 전에는 롯데여행사에 현지가이드로 고용되어 일했는데 어느 날 고객 중 한 분이 본
사에 불만을 제기하여 해고되었다고 한다.
3. 항주송성경구(杭州宋城景區) 광고판
![](https://t1.daumcdn.net/cfile/cafe/991F40405CB86AD730)
오늘 일정은 ‘송성천고정(宋城千古情)’ 가무쇼를 보는 것이다. 공연이 시작하는18시 30분까
지는 여유가 있어 극장이 있는 민속촌을 자유로이 관광하고 단체로 저녁식사 후 가무쇼를 보
기로 한다. 그런데 천둥치고 소낙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니 하릴없이 민속촌 가게 주변의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며 시간을 보냈다.
4. 항주송성경구(杭州宋城景區) 민속촌, 소낙비가 내렸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B946405CB86AD834)
5. 항주송성경구(杭州宋城景區) 민속촌, 소낙비가 내렸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7FCD405CB86AD925)
6. 황정견의 송풍각 시비
![](https://t1.daumcdn.net/cfile/cafe/995C3B455CB86D7709)
북송시대 시인인 황정견(黃庭見, 1045~1105)의 시 「송풍각(松風閣)」의 시비다. 황정견
의 붓글씨 그대로 각자했다.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는 명필이다.
依山築閣見平川 산에 기댄 누각에 오르니 너른 들이 보이고
夜闌箕斗插屋椽 밤이 되자 난간과 서까래 사이로 별이 보이는데
我來名之意適然 내가 와서 이름 지은 송풍각이 적절하네
老松魁梧數百年 노송과 오동나무는 수백 년을
斧斤所赦令參天 도끼질을 피하여 하늘을 찌를 듯 솟았네
風鳴媧皇五十弦 바람소리 여와의 거문고 소리 같아
洗耳不須菩薩泉 보살천에서 귀를 씻을 필요가 없네
嘉二三子甚好賢 아름다운 그대들 만난 것이 너무 좋아
力貧買酒醉此筵 가난하지만 술을 사서 이 자리에서 취해보네
夜雨鳴廊到曉懸 밤비는 행랑을 울리며 새벽까지 내리는데
相看不歸臥僧氈 서로 보며 돌아가지 않고 스님 담요에 누웠네
泉枯石燥復潺湲 말랐던 샘물은 다시 돌 위로 졸졸 흐르고
山川光暉為我妍 산천은 날 보란 듯이 곱게 단장하였네
野僧早饑不能饘 시골 중은 가뭄 들어 죽도 먹지 못하더니
曉見寒溪有炊煙 새벽녘 냇가에서 불을 지피는지 연기가 보이네
東坡道人已沈泉 동파 도인은 이미 저 세상으로 갔는데
張侯何時到眼前 내 벗 장뢰는 언제 다시 볼 수 있으려나
釣臺驚濤可晝眠 조대에서는 거센 파도에도 낮잠을 잘만한데
怡亭看篆蛟龍纏 이정에 새긴 전서체는 교룡이 얽혀 있네
安得此身脫拘攣 언제쯤 이 몸이 벼슬에서 풀려나
舟載諸友長周旋 친구들과 배 타고 유람에 나설 수 있을까
7. 항주송성경구(杭州宋城景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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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성이라는 영어 알파벳의 어색하다.
8-1. 송성천고정 가무쇼 광고판 일부, 글씨가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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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송성천고정 가무쇼 광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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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무쇼를 공연하는 극장은 객석이 5,000석이나 된다고 한다. 평일인데도 만석이다. 이와 같
은 규모의 극장이 근처에 또 하나 있다. 공연시간 60분, 1일 공연 8회다. ‘송성천고정’은 5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장(序場)은 良渚之光(양서지광, 살기 좋은 물가의 빛)이다.
항주는 아득한 옛날부터 인류가 살기에 매우 적합한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었다는 내용이다.
제1장은 宋宮宴舞(송궁연무)이다.
남송도 한때 경제와 기술, 문화, 예술 등이 크게 번창하였다. 외국과의 무역량은 당시 세계
최대였다고 한다. 궁중 또한 풍요를 맘껏 즐겼다. 남송의 시인 임승(林升, 생몰년 미상)은
「题临安邸(제임안저, 임안의 객잔)」에서 이렇게 풍자했다.
山外青山楼外楼 산 밖의 푸른 산, 누각 밖의 누각
西湖歌舞几时休 서호의 가무는 언제나 그칠 것인가
暖风熏得游人醉 따뜻한 바람에 취한 나그네
直把杭州作汴州 항주를 변주로 여기고 있네
9. 송궁연무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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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송궁연무의 한 장면
![](https://t1.daumcdn.net/cfile/cafe/99294C355CB86BAC05)
11. 송궁연무의 한 장면
![](https://t1.daumcdn.net/cfile/cafe/99814A355CB86BAC16)
우리나라의 아리랑 무용도 나온다. 사드배치의 여파로 한때 중단되었다가 작년부터 다시 올
렸다고 한다.
제2장은 金戈鐵馬(금과철마)이다.
금은 1126년에 송의 휘종과 흠종 두 황제를 포로로 잡아갔다. 이를 정강의 변(靖康之變)이
라고 한다. 이때 악비(岳飛, 1103~1142)가 금과의 전쟁에 용맹분투하였다. 악비는 간신 진
회(秦檜)의 모함으로 나이 38세에 죽임을 당했다. 그는 무장이자 학자이며 서예가이기도 했
다. 그의 시 「池州翠微亭(지주의 취미정)」에는 저물어가는 송조를 붙들려는 충정이 짙게
배어있다.
經年塵土滿征衣 일 년 내내 출정하여 싸워 군복은 먼지가 가득 묻고
特特尋芳上翠微 틈을 타 말을 타고 취미정에 와 아름다운 경치를 찾네
好水好山看不足 조국의 강산 아무리 봐도 더 보고 싶은데
馬蹄催趂月明歸 말굽소리에 밝은 달빛아래 귀로에 올랐네
12. 金戈鐵馬(금과철마)의 악비 장군 전투 장면
![](https://t1.daumcdn.net/cfile/cafe/99F2B8355CB86BAD26)
제3장은 西子傳說(서자전설)이다.
살기 좋아 ‘인간천당(人間天堂)’이라는 항주의 서호에 전해오는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를 연
출한다.
제4장은 魅力杭州(매력항주)이다.
항주에 오는 사람은 누구나 매력에 흠뻑 빠지도록 미녀들의 춤과 수많은 나비들의 군무를 보
여준다.
13. 西子傳說(서자전설)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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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西子傳說(서자전설)에 나오는 뇌봉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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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魅力杭州(매력항주)의 한 장면
![](https://t1.daumcdn.net/cfile/cafe/99205C355CB86BAE1A)
지금은 절강성(浙江省)의 성도인 항주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멀리는 춘추시대 오나
라와 월나라가 패권을 다툰 곳이고, 금(金) 나라가 1126년 송의 수도인 개봉(開封)을 점령
하고 휘종(徽宗)과 흠종(欽宗)을 포로로 잡아갔다. 이때의 난을 피해 남쪽으로 도망한 흠종
의 동생 고종(高宗, 재위 1127∼1162)이 이곳 항주에 도읍하여 남송(南宋)을 재건하였다.
그때는 항주를 임안(臨安)이라고 불렀다. 고종이 ‘임시로 안정을 취한 곳’이라는 뜻이다.
1234년 몽골은 금을 멸망시키고, 1276년 임안까지 점령하였다. 1279년 남송은 애산(厓山)
전투에서 몽골군에 결정적으로 패배하여 멸망하였다. 남송은 겨우 9대 152년간 존속하였다.
그래도 남송의 체면을 살린 것은 문천상(文天祥, 1236~1282)이었다. 그는 몽골과 협상을
위해 파견되었으나 항론하다가 구류 당하였고, 얼마 뒤 도망쳐 돌아와 복건(福建)에서 군대
를 조직하여 몽골에 대항해서 싸웠지만, 전투 중에 포로가 되어 3년간 북경의 감옥에 갇혔
다. 몽골의 쿠빌라이 칸(원나라의 시조)은 그의 재능을 아껴 벼슬을 간절히 권하였으나 끝
내 거절하고 사형을 받았다. 그의 나이 47세 때였다. 그가 옥중에서 지은 시 「정기가(正氣
歌)」는 고금의 명시로 꼽힌다. 「정기가(正氣歌)」(함석헌 역)의 끝 부분이다. 비장하다.
嗟哉沮洳場 아아, 슬프다. 이 진탕 속이
爲我安樂國 나의 즐거운 나라 됐구나.
豈有他繆巧 어찌 무슨 잔재주 있어
陰陽不能賊 음양이 도둑질 못한 것일까.
顧此耿耿在 돌아보아 이 속에 깜박이는 빛
仰視浮雲白 우러러 저기 떠도는 흰 구름
悠悠我心悲 끝없는 내 마음의 슬픔
蒼天曷有極 푸른 하늘인들 다하랴만은
哲人日已遠 어진 이들 가신 날은 이미 멀어도
典刑在宿昔 그 본 때는 아직 엊그제로다.
風檐展書讀 처마 밑에 책 펴 읽고 나니
古道照顔色 옛길 내 낯을 비쳐주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