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한 사람이 나타나면 혼자서 능력이 있어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그 한 사람에게 남다른 뛰어난 점이 있기는 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혼자서 이루어내는 것은 아닙니다. 드러나든 드러나지 않든 분명 주변에 돕는 자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흔히 말하듯 세상에 독불장군은 없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대부분 그 가족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 사람이 영웅으로 등장하기 위해 알게 모르게 그 가족이 또한 마음을 썼다는 것이지요. 때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것도 그 사람을 만드는데 기여한 셈입니다.
반세기 전의 일입니다. 어렴풋이 기억합니다. 온 세상이 떠들썩했습니다. 마치 이제 곧 평범한 우리들도 저 드넓은 우주로 나갈 때가 올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계수나무와 토끼만 있던 곳에 우리도 곧 갈 수 있을 듯했습니다. 만화나 소설, 영화 속에서나 상상해보았던 일이 현실로 나타날 때가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드디어 인간의 발자국이 저 머나먼 하늘에 떠있는 달에까지 갔다는 사실은 광활한 우주에 대한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었습니다. 매일 변하는 모습을 보며 꿈만 꾸던 대상이 구체적 현실로 나타나게 되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결코 꿈으로만 끝날 일이 아니로구나 하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직접 가보지는 못하여도 이제부터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보고 들을 수 있는 기회도 오려니 기대를 갖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사실 결과만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시간을 함께 지낼 수도 없는 일이고 일일이 따라다니며 확인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그러니 나타난 결과만 볼 수 있습니다. 참으로 감사하게 그 한 사람의 영웅이 되는 과정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신비스러운 광활한 우주와 달에서 보는 이곳 지구의 아름다운 모습은 덤으로 보게 되었고 이 광경을 볼 수 있게 된 과정을 보게 된 것입니다. 실제 달에 다녀온 사람은 세 사람이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함께 애썼는지 알게 됩니다. 물론 이전에 그 신비한 우주와 지구의 모습은 보여준 예가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보게 되는 것이지만 초점이 다릅니다. 물체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마치 내가 달 표면에 있는 듯한 경험을 하면서도 보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삶의 연장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점에서 사람을 보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서 그것을 현장에서 직접 겪는 그 사람의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말입니다.
전인미답의 여행을 떠납니다. 어쩌면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혹시 그렇게 되면 나는 역사에 영웅으로 기록되겠지요. 명예를 안고 떠나는 것입니다. 자기야 명예로운 죽음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의 아내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요? 그야 국가에서 보장해주겠지요. 그러나 분명 남편이 있다는 것과 없다는 사실, 아비가 있다는 것과 없다는 사실은 다릅니다. 우리네 인생 속에는 돈으로 결코 채울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 것은 당연히 극복하고 살리라 도외시하는 건가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도 안 될 것입니다. 남편과 아비의 명예를 안고 늠름하게 사는 것, 그래야 합니다. 그것이 희망사항입니다. 그러나 직접 당하는 당사자들에게는 그 후 하루하루 견뎌내야 할 짐이고 숙제입니다.
귀엽고 예쁜 딸이 병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닐’은 그 딸 ‘캐리’를 가슴에서 떠나보내지 못합니다. 그러면서 아무에게도 표현을 하지 않습니다. 혼자의 마음속에 깊이 잠겨있습니다. 그 뒤 아들 하나를 가집니다. 딸이 아닌 아들을. 어쩌면 그래서 더 생각날 수도 있습니다. 항상 캐리의 팔찌를 지니고 다닙니다. 아픕니다. 그런데 자기만 아픈가요? 아내는 아프지 않은가요? 부부가 캐리에 대해서는 아무 이야기를 나누지 않습니다. 어쩌면 금기사항입니다. 차라리 서로 이야기하며 치유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캐리를 달에까지 데려갑니다. 그곳에 묻습니다. 아마도 하늘나라로 보내는 의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이제 마음 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늘을 난다는 것이 보통 일이겠습니까? 그런데 지구 밖으로 나가는 일은 오죽하겠습니까? 우주선이 얼마나 대단한 기구인가 생각해봅니다. 그럼에도 아주 작은 나사 하나 빠져도 대형사고가 발생하게 됩니다. 어느 것 하나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되지요. 또한 훈련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상에서의 생활과는 다릅니다. 우주로 나가면 어디가 위고 어디가 아래고 하는 것이 없습니다. 빙빙 돌 수도 있습니다. 그 모든 과정을 훈련해야 합니다. 훈련 중 동료를 잃기도 합니다. 그 모든 아픔을 이기고 그 먼 길을 떠나는 것입니다. 인류 최초로 나가는 길, 돌아온다는 기약도 없습니다. 다만 희망이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이루어냅니다.
시작에는 언제나 용기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한 사람의 인생이 세계인의 역사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사람도 개인의 인생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저 멀리 우주에 나가도 결국 우리는 인간입니다. 위대한 일과 사소한 일이 조합하여 역사를 만드는 것이지요. 무한한 공간 속에 한 점 지구와 그 속에 이 작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이 놀라운 역사, 어찌 경이롭지 않겠습니까? 영화 ‘퍼스트맨’을 보았습니다.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