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루의 서해랑길 기행, 부안 50코스(부안 군청↔동진강 석천휴게소) 걷기
봄날의 여행길은 같은 길을 가도 매 주간마다 그 풍경이 달라진다. 울긋불긋 꽃대궐 차렸던 봄꽃들이 지기 바쁘게 초목들은
다시 연초록 산하를 그려낸다. 지평선을 가르는 서해안 고속도로를 따라 부안으로 가는 길도 마찬가지, 김제평야는 어느덧
보리밭이 그려내는 초록물결로 일렁거린다. 지난 주말, 서해랑길 50코스를 걸었다. 부안 서해랑길 50코스는 변산반도가 있
어 해안선이 긴 부안군의 7번째 구간이다. 부안군청을 들머리로 해 동진면 장등리 들길을 지나며 김제시 죽산면 동진강변
으로 이어지는 구간이다.
오전 11시, 날씨는 때 이른 고온 현상으로 부안 군청 앞은 벌써 초여름 같았다. 청사 뒤 상소산은 신록이 무성하고, 청사 뜨
락의 터줏대감인 듯한 백 년 거목인 낙우송도 가지가지마다 무성한 잎을 피워 넓은 청사 마당에 큰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
다. 부안읍의 동문안 당산을 거쳐 선은마을 신석정(辛夕汀. 1907~1974) 고택을 찾았다. 그는 1940년대를 대표하는 한국 문
학가로, 청정하고 애수가 담긴 목가적인 시인으로 불린다. "산은 한사코 높아서 아름답고, 아무 죄 없는 짐승과 에레나 보다
어여쁜 꽃들이 모여서 살기에 더 아름답다"라고 노래한 선생은 생전 이곳에 초가(草家)를 짓고 청구원(靑丘園)이라 하며 지
냈다 전한다. 야트막한 구릉지에 남향의 4간 초옥이 그림 같이 앉았고, 그 앞쪽 광장에는 석정 문학관이 마주하고 있었다.
전시관도 들러 보았다. 그동안 어렴풋이 만 알았던 시인의 참모습을 다시 한번 살펴볼 수 있어서 유익했다.
청구원 이웃한 이갑수 고택을 잠시 둘러보고, 마을 뒤 언덕 넘어 봉황교차로 옆을 지나서 신흥마을을 찾았다. 이 마을은 부
안읍 경계의 동진면 내기리에 있는 조그만 마을로 쌍구제를 품고 있다. 마을 뒤 낮은 솔숲은 백로들의 서식지였다. 키 높은
소나무 가지 끝 마다마다에 백로들이 집을 짓고 갓 부화해 낸 새끼들을 키우고 있었다. 고마제 호수가 이웃해 있어 이들의
서식 환경은 좋은 것 같았다. 그렇지만 학소(鶴巢)들이 좁은 솔숲에 밀집해 있어서 소나무가 성장을 멈추고 고사 위기에 처
한 것이 안타까웠다. 고마제를 찾았다. 서쪽 내기리와 동쪽 장등리에 걸쳐 있는 호수는 규모가 크고, 특히 서. 남. 동쪽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곡선이 반복되는 호반은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올봄은 강수량이 많았던 탓에 만수위를 이룬 호수는 보기
만 해도 시원스럽고 아름다웠다. 구간마다 작은 공원으로 짤 꾸며져 있어서 끝없이 이어지는 호반길은 지루할 틈이 없었다.
고마 호숫가 궁월마을을 뒤로하고 장동마을을 찾았다. 마을 앞 들녘에는 이모작 보리밭들이 끝없이 펼쳐지고, 갓 핀 보리이
삭들이 바람결에 일렁거리며 연신 녹색 물결을 그려내고 있었다. 이 마을은 부안군의 동북쪽 가장자리 마을로, 김제시와 지
경을 이루는 동진강(東津江)에 연해 있다. 동진강 동진대교를 건넜다. 정읍(井邑) 내장산을 발원해 50여 km를 흘러온 동진
강은 이곳에서 큰 대하를 이루고 서해로 간다. 다리 끝 강변에는 이곳이 김제시임을 알리는 '지평선 김제'라는 큰 글자 간판
이 반겼다. 김제시 죽산면 서포리의 동진강 석천휴게소 앞이다.
촬영, 2024, 04, 27.
▼ 부안군청 내 50코스 들머리 안내판
▼ 부안군청
▼ 부안 50코스 / (부안군청-동문안 당산-석정문학관-고마제-동진강 석천 휴게소)
▼ 석정로 동문안 당산
▼ 부안읍 선은마을 동구
▼ 청구원 / 신석정 고택
▼ 석정 문학관
▼志在高山流水 / 석정의 좌우명
▼전시실
▼선은 마을 경로당
▼ 이갑수 고택 - 1
▼ 이갑수 고택 - 2
▼봉황교차로 가는 재넘이길
▼ 변산바다로 봉황 교차로 주변
▼ 동진면 내기리, 신흥마을 가는 길
▼ 내기리 신흥마을 학소림(鶴巢林) / 소나무 숲
▼ 신흥 마을 회관
▼ 쌍구제 - 1
▼ 쌍구제 - 2 / 마을 뒤 소나무 숲은 학소림
▼ 머위
▼ 동진면 내기리와 장등리에 걸쳐 있는 고마제
▼ 고마 광장
▼ 고마정 주변
▼ 고마제 못줄다리
▼ 장들리, 사과나무 농장
▼ 사과나무 꽃
▼ 장등리, 궁월마을 쪽
▼고마제 솟대 - 1
▼ 고마제 솟대 - 2
▼지나온 고마제 남쪽 호반
▼궁월 마을
▼궁월 마을 동구
▼장동 마을 가는 길
▼장동 마을 앞뜰 보리밭 - 1
▼ 장동 마을 앞뜰 보리밭 - 2
▼장동 마을 회관
▼동진대교 가는 길
▼ 동진대교
▼ 동진강 둔치
▼동진강
▼동진대교 동단 김제시 들머리
▼김제시 죽산면 서포리, 동진강 석천휴게소 / 서해랑길 50코스 날머리이자 김제 51코스 들머리
▼석천휴게소 앞 동진강 강변
첫댓글 서해랑길에 석정 고택도 있고, 장동마을 보리밭도 있군요.
자세히 담아오시고,멋진 기행문을 선사하시니 항상 감사드립니다~!
글 솜씨도 좋고,사진 솜씨도 좋으시고, 심성도 아름답군요
잘 감상했습니다.
신석정 선생님 문학관을 자세히 관람한 기억 납니다.
고마제라는 너른 호수 옆에 무슨 찜질방이 있어서 재작년 하룻밤 묵은 기억도 나고, 주변 너른 벌판 끝 사방이 들판인 동진강과 고부천 사이 평야를 탐방한 기억 새롭습니다.
백산성 47m높이 산은 1894년 주변 노민들이 모여 동학 접주 전봉준,김개남 등이 모여 흰옷 입은 산같았다는 동학 창의비를 여기에다 첨부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고 해봅니다.
왜냐하면 역사 탐방을 하다보니 그 곳 백산 삼거리에 일제 시대 쌀을 수탈해가려 커다란 정미소 두 굴뚝이 남아있고, 주변 화호,백산에 일인 구마모토 농장이었고,
아픈 우리나라의 역사지만, 여전히 일제강점기의 흔적은 정읍군 신태인 읍 화호와 부안군 백산이 붙어있어 일제 강점기 당시 쌀을 대량으로 수확했던 평야 지역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