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체증으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부딪치기도 하지만 서로 삿대질하면서 욕하는
모습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무질서 속에 질서가 존재하고 있다.
1986년 개방정책을 천명한 이후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베트남의 주요 교통수단은 오토바이다.
가구당 1대 이상 보급된 오토바이는 이제 매년 100만 대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1995년 베트남에 처음 왔을 때나 지금이나
오토바이 행렬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거리를 질주하고 있다.
처음에는 베트남 사람들이 왜 저녁에도 오토바이를 타고 시내를 돌아다닐까 궁금했다. 나중에야 안 것이지만, 한낮에 섭씨 37도 이상의 열기를 받은 시멘트로 지은 집 안이 너무 더워서 밖으로 나온 것이었다.
그래서 베트남 사람들은 저녁을 먹은 후 오토바이를 타고 시내를 돌아다니거나 카페에서 차를 마신 후 집 안의 열기가 식을 즈음인 오후 9시나 10시경에 집에 들어간다.
이렇다 보니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하는 사람도 하루 평균 30여 명에 달한다. 베트남 교통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좌회전 신호가 없다는 것이다.
초록색 신호등에 불이 들어오면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뒤섞여서 좌회전을
먼저 하려고 큰 혼잡을 빚는다. 특히 로터리 구간에서는 한밤중에 직진하는 차량과 좌회전하는 차량이 부딪쳐 대형사고가 곧잘 일어난다.
오토바이 운행을 단속하는 법규는 ▲음주운전 ▲면허증 미소지 ▲정원 외
승차 등이다. 음주운전은 거의 걸리지 않고, 면허증 미소지자는 재수 없으면 걸리는 정도다.
또 승차 정원은 2명인데, 5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가더라도 거의 문제가 없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폭주족이 문제지만 여기서도 가끔 젊은이들이 굉장한
속력으로 시내를 질주하기도 한다. 특히 베트남과 인근 국가 간에 축구경기가 있으면 승패에 관계없이 오토바이 사고로 여러 명이 죽기도 한다.
최근에 하노이, 호치민 등 큰 도시에 공공버스가 생겼다. 사람들이 공공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오토바이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오토바이가 천지인 이곳 베트남에서도 무질서
속에 질서가 존재하고 있다. 서행 차량이 방향지시등을 켜면 바로 길을 비켜 준다든지, 오토바이가 좌회전을 할 때 뒷자리에 앉은 사람이 손을 들어
표시해 준다든지 하면서 서로 뒤엉켜 있지만 교통경찰 없이도 스스로 제
갈 길을 찾아가고 있다.
섭씨 37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운 날씨에도 교통체증으로 인해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오토바이들끼리 부딪치기도 하고, 차 앞으로 불쑥불쑥
오토바이가 끼어들기도 하지만 자동차 운전자나,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서로 욕을 하거나 싸우지 않는다. 서로 참고 인내한다. 택시 기사나 자가용
운전자,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서로 삿대질하면서 소리지르는 모습을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이러한 인내와 참을성이 중국, 프랑스, 미국 등 강대국들과의 끊임없는 전쟁에도 버텨 내고 마침내 승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이런
힘이 앞으로 베트남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베트남의
미래는 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