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모니카.

저녁에 산타모니카를 갔었다. 전에 애들이 같이 왔을때 갔었는데, 그때는 너무 추워서 제대로 구경도 못했기 때문이다. 켄은 주차를 하다가 주차 할 수 없는 곳이었다면서 다시 차를 빼서 다른쪽으로 간다고 갔다. 둘만 남겨진 시간.. "와..이쁘다." "이뻐? 나도 여기 거의 2년만에 와서..." "가로등이 크리스마스 같아 보인다." 저녁에 노란 가로등이 빼곡히 길에 늘어서 있어서 언뜻 보기엔 아직도 크리스마스가..아닌가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람들은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꽤 있었다. 대부분 연인들..연주하는 사람들. 춤을 추는 사람들.. 그것을 구경하는 사람들.. 우리는 횡단보도를 건너기에 앞서 서 있었다. "추워?" "아니..괜찮아." "비비안. 우리 이러고 있으니까 데이트하는 것 같다. 그치?" "응..그렇네.." 문뜩 문뜩 이 녀석의 이런 말들이 내 가슴을 참 아프게 한다. 우리 둘은 이런저런 곳을 구경하다가 카우보이식 모자를 파는 곳도 가서 보고, 옷도 보면서 웃고 떠들었다. 어울린다느니 안 어울린다느니.. "너 이런거 좋아했구나?" "응 나 이런 서부모자 되게 좋아해." "어울려보이나?" 그리고 다른 샵에도 가고 또 구경도 하고 나왔다. 반대편에 빅토리아 시크렛이 보인다. "너 저 가게 뭐 파는지 알어?" "모르겠는데..가고 싶어?" "너랑은 못 가지." "왜?" "여자 란제리 샵이거든." "왜 안돼? 가자.가자~ 나 가고 싶어~" "안돼! 켄오면 둘이서 가야지~ 후후후" 한참을 우리는 샵을 이리저리 구경도 하고 옷이 있으면 서로 봐주기도 했다. 어울릴까? 안 어울릴까? 그 순간 우리는 정말 데이트하는 연인 같았을 것이다. 나중에 켄이 전화가 왔다. 어디에 있냐고. 와서 세명이서 우리는 걸었다. 늘 그랬듯이 나는 자연스레 두 남자의 팔짱을 같이 끼고 걸었다. 켄은 아끼의 팔짱을 끼는게 영 마음에 안드는지 자기 쪽으로 끌었지만, 나는 신경쓰지 않았다. 기타를 치는 한 흑인 남자의 기타연주를 들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기도 하고.. 켄은 한 조그만 가구점에서 싼 철제소파를 샀다. 그 무거운걸 들고 가는 모습을 뒤에서 보고 아끼와 나는 웃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좋은 기억이었다. 단 둘이 그렇게 오랬동안 번화가를 걸은 적은 없는 것 같으니까 말이다. "다음에 일본에 가면 또 이렇게 걷자.." "응 그러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