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여행_리뷰5 #트레킹(오스트레일리안 캠프)
사랑코트에서 신영의 기적을 체험하고,
함자학교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인 양 모든 체력을 쏟아낸
우리 일행은 호텔로 복귀하자마자 식음을 마다하고
살면서 그렇게 맛있는 잠을 잔 적이 또 있을까 싶은
꿀잠을 맛보았습니다.
불면증 해소에도 나인도어스 공정여행!
팔이 떨어져라 재능을 선물한 신영 누나는 염소를 끌고
마사지 샵을 찾았습니다.
이제 염소도 편히 좀 쉬어볼까 하는데
분명히 애인도, 가족도 아니라고 했건만,
왜 칸막이만 있는 방에 몰아 넣어가지고!
마사지 받는 동안 옆 침대의 그녀는
“재형아, 모기가 얼굴을 세 번 물었어.
재형아 모기 좀 어떻게 하라고 해”
결국 염소는 목줄을 풀지 못한 채 마사지를 받았다는
얼굴이 따끔하고도 온몸이 시원한 이야기
신영 누나는 꽤 만족스러웠다고 합니다.
저는 솔직히 그저 그랬습니다.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오늘도 역시 새벽에 산책인지 조깅인지를 하자는
말을 남기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소식이 없었습니다.
저는 대표님과 효원이와 함께 조촐하게 맥주를 마시며
똠양꿍의 인문학을 설파했습니다.
그게 뭔지 궁금하다면 연락주세요.
인문학도 역시 나인도어스(키득)
나마스떼! 굿모닝 네팔!
드디어 날이면 날마다 오지 않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그날이 왔습니다.
우리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
해발 2,040m 오스트레일리안 캠프로 떠납니다.
포카라 날씨 블루스.
찌아 한 잔, 분위기 한 스푼, 달달한 공기 한 모금.
떠나기 전 히말라야 원정대의 사고소식을 접했습니다.
안타까운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그 곳에서 생과 사의 거리는 불과 찰나에 있는 것.
누군가에게 슬픔과 원망으로 기억될 그 곳을,
누군가는 만나기를 갈망하며 또 길을 나서는 아이러니.
히말라야가 허락하지 않을 때 정상에 설 수도,
바라 볼 수조차 없는 것이 자연 앞에 선
인간의 무기력함이 아닌가.
캠프에서 맞이하는 밤은 차갑다고 해 얇은 패딩까지 챙겼습니다. 등산복과 트레킹화를 착용했지만,
장비가 체력을 보충해주지는 않습니다.
출발하기가 무섭게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습니다.
사진을 몇 장 찍다 보니 벌써 아득해지는 일행들.
제 앞에서 걸으며 더블데이트를 즐기고 있는 젊은 커플들의
모습 속에서 나의 추억들을 소환합니다.
그들의 웃음 꽃 속에서 해맑게 웃던 내 모습도 찾습니다.
남자는 자켓을 입고 스키니 진에 구두를,
여자는 꽃무늬 원피스에 플랫슈즈를 신었습니다.
사랑에는 장비가 필요치 않습니다.
그녀의 손만 꼭 잡으면 세상 어디든 그만이니까요.
두 갈래 길에서 그들과 헤어졌습니다.
산을 오를 때는 맑은 공기, 흙과 바위, 나무와 꽃을
감상하는 것으로 충분한데 생각이 끼어드는 것을 보니
집중하지 못 하고 있나 봅니다.
잠시 서서 눈을 감고 숨을 고르며 잠든 감각을 다시 깨웁니다.
호흡을 쫒아 몸의 구석구석을 다녀옵니다.
가만히 의도를 내려놓고 조금 떨어져 지켜봅니다.
날숨이 멎고 들숨이 시작되기 전 그 사이 간극을 점차 늘려갑니다. 그리고 그 긴 간극 사이에 머뭅니다.
이제 모든 집착을 내려놓습니다.
이 고요함 속에 그대로 있어야 하는
데...... 저만치서 신영누나가 부릅니다.
“재형아, 괜찮아?”
거참. 지 염소는 어찌나 챙기는지!
외딴 집이 있는데요.
일행들이 잠시 쉬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노부부가 거주하고 계신 곳인데, 트레킹 하는 이들에게
잠시 쉬어가는 공간을 제공하고 계셨습니다.
마당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은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때마침 자식들도 축제기간을 맞아 집에 다니러 온 모양입니다.
그들과 짧은 추억의 온도를 카메라에 담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계단 계단 계단 계단 계단 계단을 걸어
소똥 소똥 소똥 소똥 소똥을 피해 올라가는데요,
도대체 이 길로 올라간 소의 정체는 뭡니까?
똥의 크기로 봐서는 공룡의 그것으로 의심된다고 하는데......(믿거나 말거나)
산에 오르는 흔한 모습
“얼마나 남았어요?”하는 초행자의 질문에
“이제 다 왔습니다. 10분만 더 가면 됩니다.
저기까지만 가면 됩니다.”를 무한 반복하는
대표님과 부펜드라의 음흉한 미소.
산에 다니는 분들은 다 거짓말쟁이입니다.
이럴 때보면 부펜드라 정말 한국사람 같아요!
안개일까? 구름 위에 오른 것일까?
다가갈수록 빠져드는 몽환적인 느낌.
마을이 보입니다. 도착했나본데요.
'Welcome to Austrailian Camp'가 적힌 팻말이 보이네요.
입구를 들어서며 느낀 성취감과 함께 찾아오는 평온함이란
마침내 지구 끝에 도달한 누군가의 그것이 이러하지 않았을까.
다들 허기를 느낄 시간이라 도착하자마자 식사를 주문했습니다.
식사가 준비되는 동안 각자 방을 찾아 짐을 풀고 나왔습니다.
흐린 날씨 탓에 오스트레일리안 캠프만 뚝 떼어
허공에 옮겨 놓은 것처럼 사방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산신령이 나오든, 내가 산신령이 되든,
둘 중 하나는 충분할 것 같은 날씨.
식사 후 폰타나까지 산책을 갑니다.
폰타나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로 가는 입구입니다.
미리 받아둔 입산허가증을 이곳에서 확인 받아야
안나푸르나로 가는 첫발을 디딜수 있다고 하는데요,
맑은 날 히말라야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주요 체크포인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날씨에 그런 기대를 하기 보다는
오늘 저녁에 마실 락시를 구하러 간다,
뭐 그런 전향적인 자세로 가야하지 않을까요?
테이블을 잡고 미리 락시를 맛보았는데요, 보드카와 비슷합니다. 대표님의 자랑스럽게 던지는 한마디
“시내에서는 절대 구할 수 없는 맛이다!”
오늘 우리가 구한 락시는 판매용이 아니라고 합니다.
축제기간 가족끼리 마시기 위해 정성껏 준비한 술을
그동안 부펜드라가 쌓아온 친분 덕에 마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부펜드라도 다른 곳에서는 락시를 마시지 않고
꼭 이 곳에서만 맛본다고 하네요.
캠프에서도 명절 준비를 합니다.
때마침 염소 잡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잔인하다 하시는 분들도 계실 테니 디테일한 묘사는 생략.
저는 시골에서 자라 어릴 때부터 봐온 너무 익숙한 모습이라 불편함 없이 오히려 반가웠습니다.
궤변이라 할 수 있겠지만, 채소도 소리를 지르지 못할 뿐,
뽑고 꺾을 때 아파하는 생명체랍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을 누군가는 그렇게 잔인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그것이 인간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모순이기도 하지요.
네 가구가 함께 모여 사는지,
장만한 염소를 어느 한쪽도 많아 보이지 않게
신중하게 4등분으로 나누는 솔로몬의 모습이 #정겹습니다.
좌우지간 저는 잡은 염소를 장만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보며 사진도 몇장 남겼습니다.
저녁시간, 야외테이블에서 식사를 할 수 없어
실내로 들어왔습니다.
어두워지니 급격하게 추워지기도 했거니와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거든요.
양철지붕에 부서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먹는
달밧, 뚝바, 탄두리 치킨, 락시, 맥주,
그리고 서로의 생각이 부딪히며 충돌하는 논쟁
락시 맛은 정말 일품입니다.
"수수의 구수함과 막걸리의 새콤함이 느껴진다."
장금이의 경지에 이른 대표님의 미각을 빌려 표현해봅니다.
화제를 전환하기에는 우리의 사고가 너무나 젊고 건강했으며 네팔 히말라야 해발 2,040m 오스트레일리안 캠프에도
대한민국의 보다 성숙한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과
개인의 기호에 대한 존중을 지지하는 목소리로
또 한 걸음 진보하는 오늘 밤
논쟁은 또 다른 논쟁을 낳고,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오늘 밤만은
사랑을 대신해 눈물의 씨앗이기도 했습니다.
“재형아, 일어나라. 어서 일어나서 밖에 나와 봐라.”
“안 돼. 안 돼. 꿈에서 까지 날 부르지 마.”
신영 누나의 목소리는 꿈이 아닌 현실에서 나를 깨우고 있었고, 잠들기 전의 불편한 기분은 깨는 순간 다시 타올라 폭발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웃고 있는 그녀 앞에서,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갠 하늘에 떠오른 태양 앞에서,
소심하게 던지는 뒤끝은 정말이지 부질없는 것이었습니다.
마침내 우리가 그렇게 갈망하던
히말라야를 붉게 물들이는 일출이
내 코앞에서, 내 눈 속으로, 벌어진 입사이로도 스며들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fZcSzTt_yA
‘아, 신영누나 화내서 미안해’
‘아, 효원아, 오빠가 잘 못 챙겨서 미안해’
‘아, 인화형님, 어린놈이 자꾸 잔소리해서 미안해.’
‘시언 누나, 그냥 미안해. 인화형님 몫까지 미안해’
‘대표님, 돈 없다고 징징대서 미안해.’
본능적인, 너무나 일차원적인,
약간은 몸에 좋은 과장을 첨가해 표현하자면
“정말, 태어나서 그런 엄청난 것은 처음 봤습니다.”
안나푸르나는 산스크리트 어로 '수확의 여신'을 뜻 한다는데
그래서인지 정말 밥공기를 수북히 담아 놓은 것 같습니다.
푸르나! 완벽이란 정말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겠지요.
바람이 불어 눈이 날리는 모습이 꼭 안나푸르나 정상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보이네요.
그때 옆에 있던 부펜드라가 말했습니다.
“설인이 꼭대기 올라가서 또 담배피우네.” (아이X유!)
오!. 마차푸차레, 오! 나의 여신이여......
이런 것을 두고 혹자는 형언할 수 없는 대자연이라 표현하겠지만, 저는 또 한 번 모세 신영의 기적이라 굳게 믿으며
다시는 그녀에게 화를 내지 않겠다는 맹세를 더해,
한참을 아무 말 할 수 없이 선명하게 보이는 히말라야 산맥과 그녀를 번갈아 바라만 보았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당부 드립니다.
죽기 전까지 해야 할 버킷리스트를 가지고 있다면
지금 꼭 히말라야 트레킹을 추가하세요.
#광고! 히말라야 트레킹은 나인도어스와 함께,
트레킹 전문 가이드 부펜드라 상시 대기!
인솔 전문 염소 항시 대기!
그 이후의 일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점심으로 무엇을 먹었는지, 더 무엇을 했는지......
우리가 하산 할 무렵,
거친 눈보라가 쳤고 히말라야는 다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계단 계단 계단 계단 계단 계단 계단을 걸어
소똥 소똥 소똥 소똥 소똥을 피해 내려왔겠지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 길을 올라간 소의 정체는......공룡!
내려오는 길, 멀찍이 숲속에서 원숭이가 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문득, 지혜로운_원숭이(3Wise monkeys)가 떠오릅니다.
제가 처음 타투로 새기려던 것이기도 했는데요,
다들 잘 아시겠지만, 그 뜻을 옮겨보겠습니다.
논어 ‘안연편’ 중
안연이 공자에게 인(仁)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공자가 말씀하시기를,
극기복례(克己復禮), 자기를 이기고 예(禮)로 돌아오는 것이다.
즉, 욕망이나 사(詐)된 마음을 자신의 의지력으로 억제하고
예의에 어그러지지 않도록 함이 인(仁)이다.
안연이 인(仁)을 실천하는 조목은 무엇이냐 물으니
공자 말씀이, 비례물시(非禮勿視), 비례물청(非禮勿聽),
비례물언(非禮勿言), 비례물동(非禮勿動)이라고 했다.
예(禮)가 아니면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고,
행동하지도 말라는 것이라 했다.
참 많은 반성이 뒤따릅니다.
나의 욕망으로,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로 인해
상처를 받은 이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자기 성찰에도 역시 나인도어스!)
마지막으로 여행이란?
곧 인생이요,
‘안전이란 대개 미신이다. 그것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인생은 대담한 모험이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
명언을 인용하는 것으로 여러분의 도전의지를 자극해봅니다.
또한,
‘나는 위대하고 고귀한 임무를 완수하기를 열망한다.
하지만 나의 주된 임무이자 기쁨은 작은 임무라도
위대하고 고귀한 임무인 듯 완수해나가는 것이다.’
이 말씀을 남긴 헬렌켈러 누님에게 존경을 표함과
동시에
‘무엇을 하든 집중해서 끝없이 무언가를 하고 있어라.’
주문한 주전부리연구소 소장 이선원 옹에게 감사드립니다.
너무나 장황해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
네팔여행 리뷰를 마칩니다.
그 이후?
두말할 것도 없이
비행기만 타면 잠...... 잠...... 잠......
"그러거나 말거나"
https://www.youtube.com/watch?v=_wp4O7v5320
#나인도어스_네팔여행
첫댓글 요기서는 금메달~^^♡
안나푸르나..어릴적(?) 류시화님의 책으로
막연히 동경하게 되었던
안나푸르나..
그러나 저질체력과 귀차니즘으로
네버에버 갈수 없을 안나푸르나입니다ㅠ
그런데 우리 호밀님이 글을 이리도
잘쓰실 줄 몰랐네요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쿄쿄쿄쿄. 재미있다니 안도하며 점심을 삼키는 호밀^^
출석합니다
출석합니다
이른아침 출석하구 갑니당~~^^)/날이 많이 추워요~~다들 감기조심 하세요^^♡
비염도졌다. 감기 조심하셔요^^
출석합니다
*수 ////////////
*요 q/\ /\p
*일 (// ▽ //)
즐겁고 신나게 활짝 웃는 하루되세요
네팔여행기
즐감 하였습니다
무사귀환 환영합니다 🏡🏡🏡
감사합니다. 함께 해주셔서 행복합니다^^
출석합니다!^^
사진과 글 모두 좋습니다^^
오후 출석~ 메에~
음메에에에~^^
만다꼬 고생해서 저 멀고 높은곳을..
가마이 앉아서 그림과 감상까지 할 수 있는데ㅎㅎ
그래도 여행은 나인도어스로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A/S
이거 뭐 짜고친듯 ㅋㅋ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캬~~~~~ 같이 다녀온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ㅎㅎ
출석합니다 부럽고 멋집니다
감사합니다~^^
문팬이 더 멋지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