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홈즈와 아바타만 가지고 따져본다면
현재 블럭버스터 영화는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 것 같다
두 영화는 확실히 90년대 미국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아바타는 그렇다쳐도 셜록홈즈까지 이런 현상을 보이는건 참으로 유감이다
아마 대중문화 최초의 빠, 덕후, 팬덤, 폐인... 이런 개념을 만들어 낸 것이
바로 셜록홈즈일것이다
이 양반들 성화에 죽은 홈즈도 벌떡 되살아 났고
베이커 거리에 소설속의 집을 실제로 사서 박물관으로 만들고...
요즘의 스타워즈나 스타트랙 팬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을 양반들이다
결국 아무리 원작의 이미지를 살리려고해도 이들의 입맛을 전부 맛추진 못할터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원작을 무시(?)하고 새로운 홈즈를 만들어 내는것..
삼국지, 왓치맨, 배트맨.. 등등
유명 소설이나 코믹북 등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를 만들 경우
어디까지 원작과 일치하게 만들것이냐 하는 것은 언제나 뜨거운 감자였다
항상 논란이 되었지만 결과론적으로는 원작을 무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무시라기보다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새롭게 재창조한다는게 더 알맞은 표현이겠지만...
할튼.. 표현이야 뭐가 됐건 이게 정답이다.
게다가 홈즈 같은 경우는 지금까지 영화로도 수백편(아마도) 만들어졌고
드라마, 연극, 만화 등 온갖 장르로 만들어지면서 그때마다 성격이나 컨셉도 제각각이었다
그러니 이번에 홈즈에 대한 재해석을 한게 처음 있는 시도는 아니었단 소리다
액션홈즈 역시 홈즈를 보는 시각중 하나일 뿐인 것이다
아니 액션 홈즈라는 컨셉 자체는 솔직히 나쁘다고는 볼 수 없다
뭐 이렇게 멋대로 바꿔버리는건 원작에 대한 모욕이라는 둥 악평을 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시대가 바뀌면 원작에 대한 해석도 바뀌는게 오히려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100년 전의 소설을 영화화 하는데 100년동안 계속 똑같은 모습으로만 나온다면...
그게 더 억지스러운거 아닐까?
특히 외모적인 부분에서 무슨 키가 어떻고 코가 어떻고...
홈즈는 영국 신사인데 영화속에서는 그게 아니고....
미스 캐스팅이고 어쩌고 하는데.....그런건 너무 신경쓰지 말자
다우니 주니어는 전통적인 소설속 홈즈와는 이미지가 다를지 모르지만
가이리치의 액션홈즈의 이미지에는 그리 나쁘진 않다
(물론 애초에 이런 액션홈즈라는 대전제가 맘에 안든다면 어쩔수없지만)
그런데 가이리치가 재창조한 홈즈가 너무나 터무니없는건 아닌게
논란이 되는걸 따로 떼어서 살펴보면
원작에서도 홈즈는 권투와 펜싱에 능하다고 나오니 액션홈즈가 완전 엉터리는 아니다
게다가 권투시합 때에도 그냥 무작정 팔을 휘두르는게 아니라
나름 싸움도 계획적으로 쉽고 빠르게..뭐 이런식으로 표현을 하고 있으니
누구말처럼 콤퓨타 달린 불도저..쯤으로 생각하면 될듯..나쁘지 않다
또 홈즈는 영국신사라는 선입관이 있는데
소설속의 홈즈는 심한 약쟁이에 굉장히 신경질스럽고, 안하무인이고
경찰들 놀려먹고, 벽에다가 총질하고, 해비스모커에, 강박증적이고...등등등
(홈즈는 슬림하고 날카로운 느낌이 강한데.. 이건 아무래도 성격이 예민해서 그럴거라는...쿨럭..)
암튼 당시의 기준으로도 내세울만한 전형적인 신사는 아니었을거라고 추리해볼수있다
뭐 당시엔 마약이 합법이었다지만..그래도 심한 중독자였으니 그의 생활이 어떠했을지 추리가능..
그러니 영화속에서의 방탕한 모습이 그리 어이없는 묘사는 아닌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미친놈처럼 가슴팍을 풀어헤치고 있는게 아니라
레스토랑에 가거나 사건현장이나 공식석상에 갈때는
정장 쫙 차려입고 깔끔하게 해서 가니까 때와 장소는 가릴줄 아는 신사쯤으로 표현되었다..
그러니 이것 역시 너무 원작과 동떨어진 묘사는 아니라고 볼수있다
물론 단편적으로 본다면야 전부 허용한도 내에 들어가지만
이 모든걸 다 하나로 모으면...
분명 지금까지 봐왔던 홈즈의 이미지와는 상당히 다르긴하다
하지만 지금 그런 캐릭의 외형적 이미지는 문제도 아니다
정작 문제는 이거다
영화 전반의 느낌이 탐정물의 느낌이 아니라 리썰웨폰의 느낌이 너무 강하다는 거다
홈즈와 왓슨 콤비&아이린은 마치 릭스와 머터프&로나콜처럼 이리뛰고 저리뛰고
미친놈처럼 온 도시를 헤집고 다니며 시한폭탄처럼 사고를 치고 다닌다.
그리고 급박한 액션씬을 펼치다가도 반박자 쉬면서 농담따먹기를 하는 모양새나
이젠 너랑 콤비 안해 사건은 너 혼자 해결해~하면서 관심없는척 하는 왓슨은
마치 이젠 은퇴해야지..하면서도 멜깁슨을 따라 사건현장에 뛰어드는 데니글로버를 꼭 닮았다
또 홈즈가 유치장에 들어갔을때는 막 이죽거리면서 그곳의 범죄자와 친구(?)가 되고
경찰과 통성명을 하고 하는 모습은 비버리힐스캅의 에디머피를 떠올리게 한다
암튼 이 영화는 영국의 탐정영화가 아니라 미국의 90년대 코믹액션무비로 밖에 안보인다 (비버리힐스캅은 80년대지만..)
이게 문제인 것이다
영국의 권위있는 인기 탐정을 영국감독이 미국배우를 대리고 와서
엄하게 미국식 버디무비로 만드는건 정말 잘못된 선택이었다
뭐 애초에 액션홈즈라는 설정으로는 이런식으로밖엔 진행이 되지 않는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홈즈를 설정했다면 적어도 같은 영국계인 007스타일로 갔어야 맞는거다
뭐 다행히(?) 어느정도 007영화에서 보아오던 클리셰가 나오기는 한다
스펙터의 1인자 블로펠트를 떠올리게 하는 모리어티
죠스를 닮은 거인
나름 최신무기
본드걸을 대신하는 본드보이
대륙정복을 꿈꾸는 배포 큰 악당....
이런 것들이 보이고 있다
아마 감독은 007시리즈를 대신할 새로운 현대 액션 어드벤쳐영화의 원형으로 홈즈를 선택했고
이걸 정통 탐정물이 아니라 주류 액션 어드벤처영화로 만들려고 계획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긴 그러고보니 얼핏보면 홈즈는 또 007영화와도 비슷하다고 생각되어진다
둘다 원작이 영국의 소설이기도 하고..탐정과 스파이는 같은 카테고리니까..
그러면 이건 007이 소속된 M16이 만들어지기 전의 영국 비밀스파이에 관한 영화일지도...
말하자면 007프리퀄 007더비기닝..이 되는 셈이다
음.. 그럴싸하다..
이렇게 단서들을 하나하나 추리해보면 캐릭터건 액션이건 전부 허용범위안에 포함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이건 솔직히 홈즈영화라고 하기는 어렵다
다시 말하지만 그냥 헐리우드 액션버디무비일뿐..
만약 정말로 007영화처럼 만들려고 했다손치더라도 이것 또한 그리 성공적이지는 못하다
007이라기보다는 그냥 리썰웨폰처럼 보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홈즈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데
그렇다면 원작에 대한 관객의 최소한의 기대는 충족시켜줘야 하는게 맞는거다
아무리 자기 스타일대로 원작을 재해석했다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마지노선이라는게 있다
홈즈영화를 만든다면 적어도 홈즈처럼은 보이게 해야할거 아니냐고
관객은 홈즈라는 이름때문에 홈즈를 보러 극장을 찾는거니까 말이다
하지만 가이리치의 셜록홈즈는 홈즈가 아니다
가장 큰 실수는 결정적으로 추리하는게 나오지 않는 점이다
중간중간 사건과는 전혀 무관하게 추리하는 장면을 삽입해 놓아서
그나마 간신히 아! 이 양반이 홈즈였구나..하고 알아차릴 정도다
정작 본 사건에 대해서는 단서를 수집하고 심각하게 추리를 하고..
그래서 그걸 토대로 범인을 찾아내는 그런 모습은 없다
단지 마지막에 순식간에 그동안 살짝 스쳐갔던 장면들을 되뇌이며
이건 이랬고 저건 저랬기 때문에 너가 범인이다
하고 김전일처럼 외칠뿐이다
난 그런 결과발표가 듣고싶었던게 아니라 사건현장에서 단서를 찾아내고
그걸 따라 범인에게 한발짝씩 다가가는 홈즈만의 수사모습이 보고싶었던거다.
단 한가지 지금껏 항상 늙고 뚱뚱한 몸에 콧수염을 기른 모습으로 나왔던 왓슨이 아니라
차라리 홈즈역에 더 어울릴만한 슬림한 왓슨은 좋았다
근데 이걸로 약간 야오이적인 느낌을 주려고했던거 같은데 그마저도 실패..
가이리치는 액션을 선택한 대신 홈즈를 버렸다
그냥 007영화 정도로 생각한다면 그럭저럭 볼만하지만
홈즈영화로는 낙제점이다
PS1
어쩌면 내가 이렇게 홈즈를 홈즈처럼 느끼지 못하는건
홈즈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새롭게 홈즈를 재해석한 미드 하우스 봤기때문에..
(그래서 이름도 홈에서 따온 하우스!!)
하긴 이런걸 봤으니 다른 홈즈가 눈에 찰리 없는건 당연하지!!
그렇지.. 이 외모와 성격, 머리회전이면 홈즈가 따로없지...
하우스와 윌슨 콤비는 21세기 최고의 홈즈와 왓슨이다
당시 한국에서 방영할때의 타이틀은 명탐정번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