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나름 오랜 세월을 사유님의 소설을 읽으며 지내왔지만 이렇게 감상을 남기는 것은 부끄럽게도 처음인 듯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한 마디 코멘트 남기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었을까, 싶으면서도... 사유님 소설을 읽으면 할 말이 뭉게뭉게 부풀어오르다 뒤엉켜버려서 정작 한 마디도 쓰질 못 했어요. 특히 신기원음양사단은 해마다 한 번씩은 꼭 정주행하게 되는데, 그렇게 지나온 세월만큼 받은 영향이 큰데도 어떤 부분이 어떻게 좋았는지 말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같은 학생으로서 청춘을 불사르다를 읽으며 민셩의 풋풋한 로맨스에 낄낄대던 시절을 지나, 이제 몇 년이고 오지 못하시는 사유님의 직장인 라이프에 동감하는 또 다른 직장인이 되도록ㅎㅎ 언제나 사유님께 참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유님이 무슨 생각으로 소설을 쓰시는지 저는 잘 모르지만, 덕분에 즐겁고, 행복하고, 가끔 위로도 받고, 눈물도 흘릴 수 있어 참 좋았어요. 그렇기에 빨리 다음 편으로 오시라고 별로 독촉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기다림을 무기로 압박하고 싶지도 않고, 그저 언제나 건강하게 잘 계시길 바랄 뿐입니다.
신기원음양사단은 여러 갈래의 철학을 담고 있지만, 아무래도 주요 인물 중 하나인 선호가 불교와 가깝다보니 불교철학이나 세계관이소설 속에 많이 나온 것 같아요. 제가 정신적으로 위태롭던 시절 신기원음양사단을 정주행하다가, 시즌1 거의 첫 부분, 저수지의 소녀귀신을 저승으로 인도하며 선호가 읊던 사홍서원 중 '번뇌무진서원단'이라는 글귀를 발견하고 한동안 마음에 그 글귀를 품고 다녔어요. 소설 속 인물들이 각자의 번뇌를 끊어내려 노력하고 서로에게 위로받을 때마다 그 이야기들을 읽는 저 역시도 위로받는 기분이 되어 참 따뜻했어요.
현실의 인물들을 모델로 이야기를 만들지만, 이제 사유님의 캐릭터들은 현실의 신화와 별개로 다른 시공간에 살아 있는 생생한 인물들이 된 것 같아요. 저는 그들이 만드는 유대를 부러워하기도 하고, 그들의 행복을 응원하기도 하면서 새삼 사유님이 참 존경스럽더라고요. 저도 가끔 소설이라 부르기 부끄러운 이야기들을 끄적이지만, 사유님이 그리시는 것만큼 생생하고 입체적인 캐릭터들을 이야기한 적은 없거든요. 단순히 믿는다, 와 같은 묘사 한 마디 대신 긴 세월 동안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서 "기다릴게" 한 마디에 눈물이 나게 하는 사유님의 소설을 저는 참 좋아합니다. 언젠가 신기원음양사단 같은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물론 하고요.
제 인생 한 부분에 존재해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오늘 정주행을 한 터라 조금 감상에 젖은 상태라 어째 조금 거창하고 무거운 표현처럼 들리지만ㅎㅎ 그래서 부담스럽게 느끼실까봐 조금 걱정도 되지만... 그래도 한 번은 꼭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사유님께... 소설을 쓰는 일도, 삶을 살아가는 일도, 힘들지 않을 수는 없지만...ㅠㅠ 최소한 즐거운 창작의 고통이고, 스스로 선택하여 짊어진 짐이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어떤 종교도 믿지 않지만, 제가 느낀 행복만큼 사유님께 행복을 기원하는 것으로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자 합니다.
건강하고 행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