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욜.
날이 너무 덥고 습하길래 일찌감치 잠자리 마련을 거실에다 했다.
널찍한 거실(? 장미할매랑 바보가 쓰기엔...) 매트을 깔고, 그 위에 얇은 이불을 깔고, 에어컨을 틀고....흠냐흠냐 ZZzz
일욜, 핸폰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잠에서 깼다.
배아퍼...ㅠㅠ
장미할매나 바보나 찬 곳이나 찬 것이나...별루라서, 차가운 에어컨 바람에 탈이 났나보다.
물을 끓여 마시고, 에어컨을 꺼버리고, 주방 및 거실 창문을 활짝 열고, 선풍기를 틀어 찬 공기를 내보내고,....
어느새 알람이 울리고 있다.
산엘 갈 수 있으려나...???
그래도 일단은.....나서 봐야지!!!
산행 준비를 마치고, 장미할매와 열시간이 넘는 긴 이별의 안타까움을 긴 인사로 마무리 하고 현관문을 나섰다.
집결지 도착, 김밥 한 줄을 사고, 예의 두 분과 만나 인사, 버스가 도착하고, 출발~
이번 버스는 다른 때와 달리 구리를 시작으로 퇴계원, 내각리, 장현, 내촌,...등의 역순으로 움직이며 탑님들을 태우고
포천 백운산 광덕고개를 향하여 고고~~ !!
(08:3636) 달리는 버스에서 조우한 낮달
한참을 가다 문득 창밖을 바라봤는데, 어머나...웬 낮달이 저렇게 크게 떠 있는 것인지.
폰카를 꺼내 열심히 찍는다.
과연 이게 제대로 찍혔으려나...?? 반신반의를 하며 결과물을 확인하니, 생각보다 잘 찍혔다.
맑은 하늘, 푸른 산, 그리고 그 산자락 위에 걸린 낮달....
오늘도 왠지 예감 좋은 하루~~
(08:3658) 개구진 두 분
낮달도 찍었겠다 그 실력으로 요분들의 개구진 모습을 담아 봐...???
여기좀 보세요~~
찰칵~
역시, 한치의 예상도 벗어남 없이 찍혀주시는 이 두분의 표정.
혼자 키득키득.... ^^
어느새 배앓이는 많이 가라앉아서 큰 불편함이 없어졌다.
만쉐리~~!!!
(09:1643) 쨍하게 떠 있는 태양
드디어 광덕고개에 도착을 했다.
무심코 올려다 본 하늘엔 벌써부터 이글거리는 태양이 거리낌 없는 모습으로 우릴 내려다보고 있다.
오늘은 또 얼마나 더우려나~
걱정을 하며 광덕고개 상가 옆으로 난 들머리 계단으로 향한다.
계단을 오르려는 산꾼들의 행렬이 타 산악회와 합쳐져 줄줄이 이어져 있고, 바보도 그 줄을 이어 섰다.
자, 오늘도 작정한 하루치 고난의 행군을 즐기기 위하여 출발이다.
(09:1807) 들머리 표정
타 산악회와 섞여 익숙하지 않은 속도로 걸을음 떼려니 답답증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저 계단부터가 대체가 없는 외길...
살다보면 대안도 없는 난국의 순간을 뜻하지 않게 만나게 되는데,
이럴 땐 고민도 필요 없고 무슨 쉼이고 나발이고도 필요 없다.
그저 정통으로 맞닥트리며 시간을 믿고 시간 따라 묵묵히 지나는 수 밖에.
그러다 보면 어느새 맑은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는 세상에 나와 있게 된다.
기다리며....한 발 옮기며...
그런 무한 반복의 시간이 지나다 보니 어느새 내 앞에 아무도 없다.
(09:4327) 한적한 바람의 길
오르느라 흘려진 땀방울이 시원한 산바람에 산뜻하게 제거된다.
오늘의 산 인심은 덥기는 하나 습함이 별로 없고 우거진 나무 그늘이어서, 바람이 한 자락 불어올 때 마다 흔들리는
나뭇잎의 춤사위 구경에 땀구멍이 제 할 일을 잊었는지 지난 대간길의 흐르는 땀과는 비교가 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광덕고걔에서의 걱정은...그야말로 반은 기우가 되었다.
룰루랄라~~
양 손을 벌려가며 바람의 길을 통과한다.
기분 좋은 걸음이다.
(09:4542) 이정표 앞에서
지지베님과 두런두런 이야길 나누며 걷다보니 어느새 정상이 2.04km 남았다는 이정표 앞에 도착한다.
그새 1.16km를 진행했단다.
사진 한 장 찍으시지요~ 라고 말씀드리니 바로 이정표 앞에 서 주신 지지베님.
감사합니다~~ ^^
사실, 바보가 사진을 잘 찍어서 사진을 많이 찍는 게 아니라는 것은 우리 탑님들 모두가 알고 계실 터.
그럼에도 기꺼이 찍혀 주심에 바보는 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덕분에 바보의 산행기가 조금 더 사실적으로 작성이 될 수 있는 근거가 생기게 되니.
(10:0058) 헬기장에서
백운산의 산로는 큰 어려움이 없다.
평평한 길 조금 걷다가...적당한 오르막을 오르고, 또 편안한 길 가다가 또 적당한 오르막을 오르고...
요런 셋뚜의 길을 몇 번 반복하면 정상이 뿅~~ 나타나는 산으로, 위험구간도 별로 없어서 겨울 설산 등반으로도
인기가 많은 산이다.
2.04km 이정표를 지나 적당한 오르막을 오르고 나니 헬기장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정상은 1.36km로 절반을 조금 지난 지점이 되겠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데 차례차례 올라서시는 탑님들.
회장님, 지지베님, 천마님, 산여행님 사진을 한 장 찍으려니 바로 보이시는 춘풍님, 그 뒤로 산신령님 가을하늘님...^^
또 한 장 사진을 찍고 나니 태희마님, 후니님, 상록수님....제대로 단체가 되었다.
이에 식사시간에 대한 긴급 토론이 이뤄졌고, 정상을 지나면 있는 평상에서 식사를 하자는 의견.
결론이 났으니 바보는 무조건 쉼 없이 정상을 향하여,
달려라..달려라...달려라 바보~~♬
(10:1052) 이 바위는 무슨 바위...???
오르막을 올라 열심히 걷다보니 우측으로 이렇게 커다란 바위가, 시원한 입김을 불어주며
안뇽~~~??? 하고 인사를 건넨다.
오..?? 넌 누구니...??
엄청 상냥하구나. 만약에 네 이름이 없다면 상냥바위라고 내가 지어줄게.. 맘에 들었음 좋겠어~
이 바위를 지나며 산로는 기존과 조금 다른 양상이 된다.
약간의 바윗길도 지나게 되고, 경사도 조금 더 가팔라지고....아주 조금 험난해 졌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뭐....이정도면 거저먹는 길이지......라고 생각하다가....
조금 긴 오르막을 만나며....에너지가 급 고갈됨을 느끼기 시작하며, 역시 산은 산이야.
거저먹는다는 말이 산행에서 있을 수 있는 말이냐고...!!
급 취소~ ㅠㅠ
헥헥 대며 오르는데 위에서 내려오시는 여성 두 분을 만났다.
벌써 다녀오시는 거예요...??? 부럽습니다...!!! 하며 말을 건네니 앞선 분은 빙그레~ 웃으며 내려가시고
뒤에 오시던 분은, 거의 다 왔어요~~ 한 5분 정도 오르시면 되세요~~ 라고 하신다.
5분도 넘 멀어요~ 라고 대답하니, 씨익 웃으시며,
아마 정상에 오르면 바로 내려오고싶어 질 거에요~ 가 보시면 알아요~~ 라고 하시곤 내려가신다.
(10:2854) 드디어 정상
그분들 말씀대로 오르막을 오르다 오른쪽으로 살짝 휘어져 조금 더 오르니 백운산 정상이 뽕~~ 나타나긴 했는데,
내리꽂는 햇살에 그대로 노출 된 백운산 정상. 아까의 그 여성분 말씀이 뭔지를 정확히 알겠다.
인증 사진을 찍고 나니 어디 있을 곳도 없고.
토욜이 산이슬님 생신이셔서...정상에서 정상주를 나누며 생신축하를 겸하고 싶었는데(토욜 인사는 드렸으니)
뜨거운 햇살을 피해 기다릴 곳이 없다.
그래도 곧 오시겠지....하고 정상 표지석 앞에서 홀로 서성이다가...소나무님에게 전활 한다.
조오...기 바로 아래 계시단다.
몇 걸음 잽싸게 내려서니 저 앞 평상에 모여계시다가 웃으며 반가이 맞아주시는 선두클럽님들.
산이좋아 대장님이 참이스리를 한 잔 건네주신다.
어머....술이 물같어...이게 뭔일이에요~~!!!
호들갑을 떠는 바보.
(10:2936) 정상에 걸린, 흑룡사 쪽으로 진행하지 말라는 현수막
조금 있으려니 선두클럽님들이 슬슬 자리 뜨실 채비를 하신다.
바보도 함께하고 싶었지만 꼭 하고픈 게 있으니....홀로 남아있겠다고 하며 어서들 내려가시라 하는데,
산이좋아 대장님과 소나무님이 바보를 홀로 두고 가시기가 그렇다며 함께 남아 주신댄다.
흑흑~~ 이리 고맙고 감사할 데가....
오대양 태평스같은 두 분의 맴이라 생각하며 감동을 하고 있는데 마침 정상에서 내려서시는 두 분.
산이슬님과 육체이탈님이시다. 다른 분들은 이미 저쪽에서 드시고 계시고, 두 분만 먼저 진행을 하셨단다.
잽싸게 잔을 채우고, 산이슬님의 건강을 위하여, 건배~~!!
이즈음, 흑룡사 쪽으로 먼저 내려서신 선두님들이 다시 올라서고 계신다.
이래저래 그쪽으로는 못 가게 되어있고, 몇몇 분들은 우야둥둥 가시겠다며 진행을 하셨다고 하신다.
제일 억울하신 분은 메이님.
바보에게, 한 잔 센 걸루 할겨...?? 하시는 것을 아뇨~ 라고 답 드리고 어서 내려가시라 했는데,
네~~!! 라고 말씀 드렸다면... 죄송합니다, 메이님~~ ㅠㅠ
제일 다행인 분은 오대양 태평스만큼이나 넓은 맴을 보여주신 두 분 ^^
(11:2851) 하산
어느덧 회장님 일행이 도착을 하시고, 후미님들을 기다렸다가 모두 함께 하산을 하기로 한다.
잠시후 후미님들도 도착하시고, 태평소님표 방울토마토도 맛보며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그리고, 다시 광덕고개를 향하여 출발~~
푸른 숲길, 조붓한 산로를 따라 탑님들의 긴 행렬이 멋지게 이어지고 있다.
분명히 더운 날씨인데 왜 이리 마음이가 시원한 것일까...??
후후~
일사불란한 행렬에 올라 타 쉼 없이 걷다보니 앞서 가시던 산신령님이 잠시 걸음을 멈추신다.
이에 동행자님도 멈추셨다.
바보도 멈췄다.
잠시 후
다시 함께 걸어가시는 두 분을 뒤에서 바라보며, 두 분의 우정이 저 무성한 숲보다 더 곧고 넓음을 느낀다.
(12:0740) 나이 듦을 봐 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어느새 백운산 정상에서 2.04km 떨어진 지점을 통과하고 있다.
슬슬 최종 목적지가 가까이 다가옴을 느낀다.
걸음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조금 더 진행을 하는데, 좌측으로 [히어리]라고 쓰여 진 아주 오래 된 안내판을 만나게 되었다.
정상을 오를 때에도 봤던 안내판인데, 오를 땐 급한 맘에 그냥 지나쳤던 것이 하산 길의 여유로움엔 궁금증이 생긴다.
이게 뭘까....???
일단 사진을 찍고.
(12:1908) 히어리 안내판
히어리
조선납판화(korean winter hazel : 한국겨울 개암나무),
우리나라에서만 나는 특산식물이며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식물로 특별 보호를 받고 있다고 한다.
송광납판화라고도 하는데, 이는 송광사 근처에서 처음 발견되어 그대로....꽃명 히어리도 그 마을 사람들이 알 수 없는
사투리로 히어리...라고 해서 그대로....정식 명칭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저렇게 안내판을 방치하고 있는데...보호를 받고 있는 게 맞는 것인지....
곰곰 ㅡ,.ㅡ;::
(12:3541) 산행 종료
이제 산행은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첫 발을 디뎠던 계단을 올라 계속 되던 오르막을 이제 조심스럽게 내려서고 있다.
그리고 곧 예의 그 광덕고개 상가 앞으로 내려선다.
산행 종료다.
살살 내리기 시작하는 비에 고민이 시작되고 있는데....나타난 우리의 버스~
와우~~
버스 사장님 쵝오~~~
이렇게 8월의 정기산행 포천 백운산 구간은,
본래 계획이었던 흑룡사 구간으로의 하산은 변경이 되었지만,
산들산들 부는 바람에 건들건들 어깨를 흔들어 가며 가볍게 정상엘 올랐고,
모두 함께 하산하며 더욱 단합 된 탑의 뜨거운 기운을 나누게 되었다.
(12:1121) ^^
마지막으로,
군살 항~~개 없으신 내발로님의 하얀 다리를 공유하며,
이상,
산행후기 끄읕!!
-------------------------------------------------------------------------------- ^^
※ 사진은 낼에나....
참, 저를 수중 세계로 인도하셨던 분
저보다 더 놀라셨을텐데....저 괜찮아요.
다음 산행에서 더욱 반갑게 뵙겠습니다~~
히어리 꽃 ^^
첫댓글 짧은 구간이지만 흑룡사 방향으로 이동 해 알탕까지 하려했는데 ~~~~
쩨거나~~~
원점산행으로 마무리~~~
그나저나 인어가되어 돌아와 억울하다고 통곡하시더니 괜찮다니 다행입니다.
건강 모습으로 담 산행때 뵙겠습니다!
저는 인어는....아니니까요.
장미바보는 울보야 ㅋ
ㅠㅠ
언제나 장미바보님 글 속에서 저 만 보는 저는 오늘도 급 바보구나를 깨달았습니다.. 헐~~~...
흑룡사를 왜 흥룡사로 생각한것인지
빠른 수정 하러 갑니다~~...ㅋㅋ
그리고......
울며불며 수고 많으셨습니다..😜
죄송합니다.. 꾸벅...근디 저 말을 꼭 쓰고 싶었습니다.. 넓은 아량을..~ 👍
늘~~ 사랑합니다....❤️🌹
계곡물에 발 담구고 쪼매만 있어도 발꼬락에 쥐가 나는 바보에게
차가운 물의 잠수는.....ㅠㅠ
솔직히 겁나 놀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