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터, 일터, 쉼터를 간직한 쇠목 정자>
우항리에는 노인들이 아끼면서 잘 이용하는 정자가 있다. 쇠목마을의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쇠머리 부근에 지어진 정자이다.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쇠목정자라 할 수 있을 게다. 우항리전통마을숲에 서낭당과 솟대와 함께 우뚝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항리 전통마을 숲>지도에는 빠져 있다. 가장 효용성이 높으면서도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니 왜일까. 아마도 너무 편하고 너무 많이 이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가깝고 편한 사람은 깊이 생각하지 않은 경향이 있듯이 쇠목정자는 우항리에서 그런 존재이다.
정자에 오르면 소세바위, 서낭당이 바로 옆에 있고, 멀리는 하대리 일원이 다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우항리 마을사람들의 동선(動線)이 눈에 들어와서 그 풍광이 대단하다. 그 뿐이 아니다. 정자에 오르면 우항리의 역사가 눈으로 보면서 설명이 가능하다. 누구나 올라 쉴 수 있는 우항리 최고의 공간이다. 그 때문에 이곳은 복터, 일터, 쉼터로서의 3터로 활용된다.
옛날 이 마을에 입향한 성주 이 씨는 풍수의 대가를 데리고 와서 형세를 보았다. 그때 바로 이 마을이 소의 형상을 하고 있어 부자가 될 땅이라 했다. 의식이 풍족하여 배부르고 등 따습게 살 수 있는 곳이라니 복터(福地)가 아니겠는가. 복지는 복을 누리고 살만한 땅이다. 마을사람들은 그 때문에 이곳이 한우 일 번지가 되었고, 농공단지 등이 들어왔다고 말한다. 자연스럽게 일터가 형성되고 있다.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체는 행복이다. 건강한 몸으로 자신의 생계를 꾸려갈 수 있는 일은 우리가 꿈꾸는 낙원의 모습이다. 그렇게 열심히 일한 다음 편히 쉬면서 사색하고 탐구할 수 있다면 그 보다 좋은 곳은 없다. 우항의 쇠목정자는 그런 우항의 3터를 모두 일고 있는 곳이다. 아니 3터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쇠목정자가 3터의 공간임은 조금만 정자를 관찰해 보면 알 수 있다. 3월이 한창인 봄날 아직 추운 기운이 사라지지 않은 날이었다. 우항리 노인들은 공공근로를 하다가 하나 둘 쇠목정자로 모였다. 다들 손에는 비닐봉지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그때 노인은 이야기했다.
“쇠목마을에는 코로나가 안 올 거야.”
“암만 그렇지요.”
노인들은 그 다음 이야기하지 않고 다들 뭔가를 되새기고 있었다. 아마도 우항마을의 형상과 역사와 살아온 날들을 되짚어 보는 느낌이었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기에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았다. 한참을 그렇게 먼 하늘만 쳐다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문화마을 김 씨네 집에서 딸을 낳았대요.”
“하~ 잘 됐구먼.”
“마을에는 애 우는 소리가 나야지요.”
노인들은 모두 좋아라 했다.
2021년 3월 8일 쇠목정자에서 본 상황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설정해 봤다. 실제로 그날 이 정자에서 만난 노인들은 일상처럼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처럼 쇠목정자는 우항리에서 정말 중요한 문화․생활․교육공간으로 소용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