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경(2024),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과 분배 갈등:
정치 경제적 접근의 함의와 가능성 , 경희대학교
<용어 정리>
죄수의 딜레마: 죄수의 딜레마란 두 사람의 협력적인 선택이 둘 모두에게 최선의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한 선택으로 인해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나쁜 결과를 야기하는 현상을 말한다.
집합행동의 딜레마: 집단 또는 잠재적 집단이 공통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문제를 스스로의 노력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대규모 사회집단의 구성원들이 협동심을 발휘해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은, 공공재의 생산과 공급을 위해 스스로 시간·노력·비용 등을 투입하지 않으려고 하는 일부 구성원들의 무임승차(free-rider) 성향 때문이다.
레짐: 규범 및 규칙들의 총합을 말한다. 레짐은 인간의 행태나 인간 간의 상호관계를 일정한 방향으로 결정하는 틀을 제공한다.
상호작용하는 양면게임(two-level game)(이론) : 국내적 비준과 국제적 협상,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고려하게 되고, 이를 통해 상대국과의 이해관계도 충족하면서 국내적으로도 수용될 만한 선택을 하게 됨을 설명하는 이론
요소부존: 경제 내에 어떤 생산 요소가 얼마나 존재하느냐를 의미한다.
<내용 요약>
기후변화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고조되면서 각국이 기후변화라는 공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각국은 다른 이들의 노력에 무임승차 하려는 유인을 가지고 있고 지구 온난화라는 공공악재는 좀처럼 없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국제 정치학에서는 주요 행위자인 국가간 협력이 왜 어려우며 어떤 경우에 협력이 성공하거나 실패하는지를 관심있게 본다.
기존 국제정치학에서 국가간 협력의 실패문제를 설명하는 가장 전통적인 모델은 죄수의 딜레마 또는 집합행동의 딜레마 모델이다. 이 모델에서는 죄수의 딜레마 또는 집합행동의 딜레마에서 발생하는 무임승차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국가 레짐과 국제제도에 초점을 맞춘 각국의 기후변화 정책 참여도 메커니즘을 제시한다.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레짐을 규정할 때 이 레짐에 참여하는 것은 각국의 자발적인 의사에 달려있기 때문에 강력한 집행 메커니즘, 즉 높은 수준의 헌신을 요구하는 협정은 실패의 가능성이 높지만 요구하는 헌신의 정도가 낮은 협정의 경우 참가자의 순응의 정도가 높아져 정책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전통적 모델에서는 이러한 레짐 자체의 강도 뿐 아니라 유연성 또한 레짐에 대한 국가 참여를 도모할 가능성이 높은것으로 여기는데, 이러한 유연성 메커니즘은 모두가 협력하는 것 같은 외양을 갖췄지만 실제로 요구되는 헌신은 별로 크지 않아서 결론적으로 기후 협력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어렵게 된다. 이와 같이 국가 레짐과 국제제도에 초점을 맞춘 각국의 기후변화 정책 참여도 메커니즘을 따라간다면 국제사회는 기후협력이라는 과제를 영영 수행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요한건 기후문제에 있어서 각국이 협력하는 방식이 이러한 국가레짐과 국제제도에 규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Aklin과 Mildenberger는 연구(2020)를 진행하였는데, 집합행동의 딜레마의 논리로부터 각국의 협력방식과 국가레짐과의 관계성에 관한 검증 가능한 가설을 제시한 후 경험적 분석을 시도하였다. 그 가설은 다음과 같다. 1. 집합행동의 논리가 맞다면, 무임승차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즉 순응을 감시하고 위반을 처벌하는 기제를 포함할 것이다. 2. 국가들은 상호교환적인 방식으로 기후변화정책을 통과시킬 것이다. 3. 핵심행위자의 배신은 맞대응을 초래한다. 분석결과 이 가설에 맞지 않는 각국의 정치 행동이 여럿 관찰되었으며, 이 행동들은 죄수의 딜레마나 무임승차 이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웠다. 즉, 각국은 국가레짐과 국제제도와 관련한 기존의 모델에 맞추어서 행동한다기 보다는 다른 행동모델에 맞추어 행동한다는 것이다. 바로 그 다른 행동 모델이란 국내 수준에서의 정치적 갈등과 국제 수준 사이의 연계와 관련한 이론으로, 상호작용하는 양면게임(two-level game)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상호작용하는 양면게임 이론의 측면으로 국제 관계를 바라보았을 때 우리는 정의로운 전환의 실현 가능성을 기대해볼 수 있다. 정의로운 전환이란 탄소 의존으로부터 탈피하는 에너지 전환 과정이 그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되는 산업지역, 노동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들이 순조롭게 타 산업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비용을 함께 부담함으로써, 정의로운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개념이다. 이 정의로운 전환에 대해서는 두 가지 정치경제이론을 적용할 수 있는데, 이 두가지 이론 다 자기이익에 중요성을 부여하며 상이한 집단적 선호로 인해 발생하는 분배갈등에 주의를 기울이는, 다시 말해서 국내수준에서의 정치적갈등과 국제수준 사이의 연계에 주의를 기울이는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첫 번째 이론은 무역갈등이론이다. 국제무역은 국내적으로 승자와 패자를 양산하는데, 이러한 양상은 각 행위자가 자유무역을 지지하거나 또는 보호무역을 지지하도록 하게 한다. 무역갈등이론에서는 누가 자유무역 또는 보호무역을 어떠한 이유로 지지하고 반대하는가를 분석하는 이론이다. 기후정책에서도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에너지 전환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반대하거나 지지하는 입장을 분석할 수 있다. 이 분석에 대한 관점은 세가지로 나뉘는데, 생산요소의 소유에 따라 입장이 달라진다는 관점, 산업에 따라 입장이 달라진다는 관점, 생산요소의 이동성에 따라 달라진다는 관점이다. 두 번째 이론은 사회적 위험과 복지정치 이론에 관한 것인데,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보호에 대한 수요는 각 개인이 처한 상황, 즉 노동시장 위험에 노출된 정도에 따라 다르며 이에 따라 국내수준에서의 정치적 갈등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나의 생각>
이 논문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두 가지가 있는데, 각각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왜 기후변화와 관련한 각국의 행동이 죄수의 딜레마나 무임승차 이론으로 설명될 수 없는가에 대한 그 이유이다. 이 논문에서는 그 이유와 관련한 내용은 언급되지 않고 경험적 연구에 의해 설명될 수 없다는 결론만 제시할 뿐이다. 내가 추론한 그 이유는 바로 죄수의 딜레마나 무임승차 이론에서는 행위의 결과로 제시된 것이 ‘보상’ 이지만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하여 제시된 것은 ‘패널티’이기 때문이다. 집단 행동의 결과가 '보상'으로 제시 되었을 때 각 개인(여기서는 국가라는 개인 행위체를 말한다.) 은 참여해도 그만 참여하지 않아도 그만이기 때문에 핵심 행위자가 배신했으면 그에 따라 맞대응을 하거나 상호 교환적인 방식으로 집단 행동을 할 근거가 충분하지만, 그 행동의 결과가 '패널티'로 제시된다면 각 개인은 그 행동에 참여하지 않았을 때 모두에게 패널티가 돌아오기 때문에 상호 교환적인 방식으로 행동을 하거나 맞대응 전략을 취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판단을 내릴 수 밖에 없다. 비록 다른 개인이 그 행동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나머지 개인이 최선을 다 해서라도 그 패널티를 막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 개인에게 비난을 하거나 상황이 종료된 이후에 책임을 묻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두 번째 생각은 복지정책 이론을 사회적 위험에 대한 공적 보험으로 이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기존에 정치학에서는 복지정책을 부유층에서 가난한 이들에게로 부를 이전하는 재분배과정으로 이해하는데, 이 논문에서 정의로운 전환에 적용한 복지 이론은 복지정책을 사회적 위험에 대한 공적 보험으로 이해하는 관점을 취한다. 사회적 위험이란 실업, 질병, 산재와 같이 누구나 겪을 수 있고 이로 인해 노동시장에서 근로 능력을 상실해 생계를 유지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상황을 말한다. 이에 대한 공적 보험이 바로 복지정책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관점은 복지정책을 포괄할 수 없는 개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현대의 자본주의 상에서의 계층이 유동성이 높다고 할 지라도, 그래서 상류층 또한 사회적 위험에 대한 공적 보험을 위해 세금을 낸다고 할 지라도, 상류층이 내는 세금과 중하위층이 내는 세금에는 엄연한 자이 가 있으며 사회적 위험에 대한 보상 정도나 빈도에 있어서 엄연히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논문은 복지정책 이론에 대해 설명하는 논문이 아니라 이 과정에 대해서 자세히 나와있지는 않지만 추후에 이 부분에 관해서 더욱 조사를 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