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병원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우리는 하루 전날 서울에 갔다.
나는 국민학교 때 친구집에서
딸은 딸 친구네서 자기로 했다.
출장 간 남편이 하루 일찍 온다는 말을 하면서 내 친구는 올림픽파크텔을 잡아주었다.
카톡으로 딸에게 내가 자는 곳을 알려주었다. 딸 친구네도 사정이 생겼는지, 딸이
나에게로 와서 잔다고 했다. 내심 좋았다. 병원 가는 일은 즐겁지 않지만, 오늘은 아니니까
오늘은 즐거움 모드로. 나, 내 친구, 우리 딸, 이렇게 셋이서 저녁 먹었다. 한정식으로 먹었다.
배가 불렀다. 이천 쌀로 지은 밥이 맛있었고, 청포묵 무침, 가지 무침, 비지 찌개가 입에 맞아서
쉼없이 먹고 또 먹었더니, 차를 마실 배는 없었다. 좀 어두웠지만, 올림픽공원을 산책 했다. 88올림픽이 대단하긴 했다. 호돌이 호순이가 여전히 반갑고 그때의 나는 세상이 뭔지 모르는 아이였었지. 꺼지지 않는 성화불을 구경했다. 사람들이 많았고
달리기하는 무리도 있었다. 딸의 신발이 낯설었는데, 이번에 새로 산 러닝화라고 했다. 발바닥 전체로 바닥을 밟고 걷는 게 좋은 데
런닝화가 그런 거라고. 아하, 그렇구나.
숙소에 가니 10시였다. 오늘 걸음 1만보가 넘었다. 어쩐지 다리가 우리했다. 퀸사이즈는 내가 싱글은 딸이 누웠다.
뭔가 이야기를 나누었던거 같은 데 둘 다 어느샌지 모르게 잠이 들었다. 새벽에 화장실 가려고 일어났다. 밖이 훤하게 보이는 불빛들이 도시의 느낌을 주었다. 내일 걱정이 슬쩍 올라왔다. 잠시 신묘장구대다라니경을 속으로 웅얼거리다가 이 부분이 맞나 되돌아가다가 다시 잠 들었다. 알람이 울리고 "엄마, 혼자 조식 먹으러 가면 별론가?" "응, 별론데, 괜찮아, 혼자 갔다올게."
이 대화를 하고 나서 우리 딸은 벌떡 일어나서 옷을 입고 같이 조식 먹으러 갔다. 이게 딸 마음인가. 조식은 다양한 샐러드와 스프와 따뜻한 물, 커피, 수박, 베이글을 먹었다. 샐러드를 두 번 먹기는 했다. 딸은 스크램블에그와 바게뜨, 베이컨 하나, 케찹을 가져와서
또 먹었다. 아침부터 과하게 먹었다. 즐겁게, 초록 나무들을 보면서 햇빛을 받으면서. 오래된 건물이지만, 깨꿋하고 공간이 여유롭게 넓어서 마음이 편하고 좋았다. 딸과 함께.
여기까지 적고보니 숨이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