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련한 산꾼들은 산 이름만 들어도 산세를 가늠한다. 옛 선조들이 산의 지형이나 산에 얽힌 역사적 사실에 따라 산 이름을 붙였기 때문이다. 불교 문화권의 지배적인 영향력을 받아온 우리네 땅에는 자연, 절집 냄새가 스민 산 이름이 많다
이런 산은 대개 큰 절이 자리하고 고승에 얽힌 설화도 남아 있다. 산세로 보자면 절이 많은 산은 깊기도 하지만 물도 풍부하고 품 또한 넉넉하다. 홍룡사는 ‘천명의 성인이 나툰’ 천성산 계곡에 앉아 있다. 산 주변에는 신라 고찰인 통도사와 내원사가 있지만, 한곳은 조계종 교구본사라는 점 때문에 다른 한곳은 비구니 수행도량이라는 점 때문에 시민들의 발길이 쉬 머물지 못한다
반면 홍룡사에는 불자나 일반시민 모두 세속의 짊을 잠시 벗고서 머물 수 있는 삶의 여백이 있어 좋다. ‘물이 떨어지며 피어나는 무지개’로 풀이되는 ‘홍룡사’에 가면 염리심(厭離心)이 절로 난다. ‘깨달음(佛)을 챙긴다(念)’라는 선(禪)의 의미보다는 그저 마음이 가라앉고 고요한 평안을 느끼는 상태, 다시말해 ‘세속의 흐름에 들뜨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염리심에 감응하기 때문인 것 같다.
홍룡폭포는 제1폭포와 제2폭포가 있는데, 옛날 천룡(天龍)이 폭포 아래에 살다가 무지개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전한다. 폭포는 삼층 비류가 흘러내리는데 상층은 높이가 80척이요, 중층은 46척, 하층은 33척으로 되어 있다.
깎아 세운 듯한 바위가 위풍당당하고 흐르는 물의 기세는 하얀 눈과 같아서 그 풍광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수량이 많고 맑은 날이면 폭포 상단에 무지개가 피어오르면서 환상적인 모습은 더할나위 없는 천상의 세계를 보여준다.
홍룡사 아래쪽은 수량이 풍부한 골짜기 다섯 가닥이 모여 물도 넉넉하고, 곳곳에 너럭바위가 널려 있을 뿐 아니라 숲도 적당히 우거져 있는 등 계곡 풍광 또한 뛰어나 여름철이면 물놀이 피서객들로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사명(寺名)에서 터에 이르기까지 물과 깊게 관련되어 있는 홍룡사는, 그래서 관음도량이다. 폭포 옆으로 백의관음이 봉안된 관음전이 있고, 선방으로 이용하고 있는 무설전에는 천수천안관음보살이 봉안되어 있다.
홍룡사의 관음보살 중에는 폭포에 현현(顯現)한다는 낭견관음보살도 있다고 하는데, 1천여년 동안 감로수를 쏟아낸 폭포와 인접한 곳에 관음도량이 들어선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다.
절보다 더 유명한 홍룡폭포는 매우 아름다운 구조를 하고 있다. 높이가 20m나 되며, 항상 무지개가 영롱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 특징이나 아직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한적하고 때묻지 않은 자연미를 감상할 수가 있다. 상중하 3단의 구조를 하고 있으며 물보라를 만들며 사방으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무지개까지 만들어 놓는다. 이 무지개는 그 형상이 선녀가 춤추는 듯 하고 황룡이 승천하는 것 같다하여 홍룡(虹瀧)폭포라 이름한다.
홍룡폭포 와 나란히 위치한 곳에 홍룡사의 관음전이 있다. 이 관음전에는 백의 해수관음보살상이 있는데 전각 내부에 앉아 살며시 눈을 감아보자. 쏟아져 내리는 폭포소리가 속세에 지친 마음을 차분히 씻어준다.